"때리는데 맞고만 있어야 하나요?" 정당방위 논란

"때리는데 맞고만 있어야 하나요?" 정당방위 논란

2017.07.30. 오후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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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웅혁 /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최영일 / 시사평론가

[앵커]
최근 데이트 폭행으로 피해를 당한 여성이 오히려 쌍방폭행 가해자로 입건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시죠.

[인터뷰]
이게 사귀던 남녀인 건 맞아요. 그런데 헤어지는 단계였겠죠. 전 남친이 되는 단계인데. 어쨌든 남자친구가 이 여성을 감금하고 폭행을 합니다. 사랑하는 사이라고 우리가 미화시키기는 하지만 여러 가지 갈등 관계에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폭행을 행사하게 돼요. 이 여성은 결국 갈비뼈 두 대가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습니다.

그런데 감금 상태에 있는 여성이 얼마나 두려웠을까를 생각해 보면 물리적으로 힘이 센 남성이 아무리 전 남친이라고 하지만 힘이, 완력이 더 센 것이죠. 그런데 감금시켜놓고 윽박지르고 때리는 두려운 상황에서 탈출하기 위한 노력을 시도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마찰이 벌어지죠.

[앵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는 건데요.

[인터뷰]
그리고 이 여성이 나온 이후에 경찰에 신고가 됐는데 문제는 이 남성이 나도 맞았다, 우리는 싸웠을 뿐이지, 내가 일방적으로 구타하지 않았다, 이런 주장을 하게 되면서 쌍방폭행으로 입건이 된 겁니다.

그러니까 이 여성이 얼마나 억울했을까를 우리가 생각을 해 보면 일방적으로 감금을 당해서 맞고 부상까지 당하고 필사의 탈출을 해서 간신히 벗어났는데 어찌 보면 목숨을 구한 게 다행이다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쌍방폭행이라고 하니까 어이가 없었겠죠. 여기에 법적 구제를 위해서 엄청난 노력을 하게 되는데 결국 8개월이 흘러서 무혐의가 된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왜 이렇게 8개월이나 걸렸다는 게 의아한데요. 물론 CCTV도 없고 진술만 가지고 판단을 해야 되니까 그럴 텐데요. 왜 이렇게 오래 걸린 걸까요?

[인터뷰]
그러니까 법적 절차가 쌍방폭행이 아니고 결국은 여성이 굉장히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하는 상황에서 뿌리치고 나오기 위한 노력이었다라는 게 인정받는 데, 법적으로 입증되는 데 8개월이 걸렸다는 건데요.

여기서 가장 심각한 문제가 뭐냐 하면 우리 사회가, 특히 법적으로 정당방위라고 하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물리적으로 손이 먼저 나갔다, 발이 나갔다, 혹은 어떤 공포감 때문에 물리치기 위해서 밀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 정당방위라고 하는 개념을 아주 협소하게 인정하기 때문에 결국은 이 여성도 폭력을 휘둘렀다고 계속 인정하게 되는 법적인 모순이 발생해 왔다는 것이죠.

그런데 여기에서 벗어나는 데 8개월의 입증을 위한 필사의 노력이 걸렸다는 것은 저는 하나는 이 남성의 물리적 폭력에서 벗어나는 데도 이 여성은 힘들었고 법적으로 또 법망이라고 하는 것이 잘못 적용되는 것에서 벗어나는 데도 또 8개월이 걸렸고. 저는 이게 법적인 2차 피해가 아닌가까지도 생각이 됩니다.

[인터뷰]
기본적으로 보면 데이트 폭력 가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가 자기도 맞았다고 진단서 2주를 첨부를 해서 고소를 했습니다. 그러니까 고소장을 접수 받은 경찰 입장에서는 입건을 해서 이것이 사실인가 여부에 있어서 또 수사가 있어야 되죠. 원칙적으로 보면 이것은 쌍방폭행이 아니고 일방적인 가해이기 때문에 일방폭행으로 처리를 해야 되는 게 원칙이고 소위 말해서 수사지침도 이것이 경찰 단계에서 많이 내려왔습니다.

그런데 경찰 입장에서는 혹시 봐주기식 논란이 아니냐. 그러니까 관료적 특성에 입각해서 그냥 쌍방으로 처리하고 마는 것이 경찰관 책임이 없다고 잘못된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러니까 조금 더 면밀하게 이 사안을 검토하게 되면 이것은 사실은 일방적인 공격을 받은 것에 대한 최소한의 저항행위라고 이렇게 정당방위로 해석을 해도 됨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나중에 법적 판단을 해야 되고 현재 법적 판단의 경향이 정당방위를 상당히 좁게 인정하다 보니까 수사 단계에서는 그냥 실무적으로 쌍방으로 처리하고 마는 그와 같은 우 때문에 8개월까지 소요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이렇게 억울한 쌍방폭행 사건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지난해에는 담대를 피우지 말라고 했다는 이유로 남성에게 뺨을 맞은 아기 엄마도 쌍방폭행으로 조사를 받았다고 하는데요. 화면부터 보시겠습니다.

남성이 유모차를 끌고 길을 건너는 여성의 얼굴을 갑자기 내리치죠. 아기 엄마는 같이 팔을 휘두르다 뒤로 물러나서 유모차를 붙잡습니다. 녹취 들어보겠습니다.

[아기 엄마 : 그냥 다 어이가 없어요. 이해가 안 가고. 자기 부인이나 아이가 맞아도 쌍방폭행으로결론을 내릴지….]

[앵커]
들으신 것처럼 이렇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꺼달라는 여성의 요청이 기분 나빴다는 다짜고짜 뺨을 때린 건데요. 어떻게 이게 쌍방폭행일 수 있을까요?

[인터뷰]
황당무계한 일입니다. 이 결론에 대해서 저는 법이 살아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데요. 이 CCTV를 보고 지난해 당시에 굉장히 많은 국민들이 공분을 했는데. 저기가 흡연구역인지, 금연구역인지 사실은 지금 공공장소에서 담배는 못 피는 게 정상이잖아요.

유모차에 아이를 끌고 가던 엄마가 용기를 내서 얘기했겠죠. 담배를 꺼주세요, 이건 당연한 요구예요. 그런데 여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그냥 다짜고짜 손이 날아온 겁니다. 뺨을 맞은 이 아이 엄마는 얼마나 놀랐을까를 생각해 보자고요.

우리 사람들은 다 경황 없는 일을 당했을 때 굉장히 놀라죠. 팔을 휘저으면서 뒤로 물러나서 아이가 있는 유모차를 붙잡게 되는 상황이에요. 저기서 저 팔에 저 남성이 맞았는지 안 맞았는지, 혹은 서로 밀고 당기는 상황에서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겠죠.

여기에 대해서 이 남성이 나도 맞았다, 저 아이 엄마가 나를 쳤다고 했을 때 이 CCTV를 보고 누가 이걸 쌍방폭행이라고 결론을 내리겠습니까? 아까 이 교수님 정확하게 말씀해 주셨는데 담당하는 경찰이 억울함이 없도록 양쪽의 이야기를 다 공정하게 듣겠다라는 입장에서, 그러면 뺨을 먼저 때린 행위에 대한 원천적으로 먼저 폭력을 행사했잖아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되는 겁니까, 사람들은? 때리지 마세요라고 말을 해야 되나요? 그 말을 듣나요?

[앵커]
우리가 갑자기 공격을 당했을 때 내가 이거에 대해서 방어를 하면 이게 정당방위일까 아닐까 생각하고 대응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문제인데 이 정당방위에 대한 범위가 어디까지 인정되는 건가요?

[인터뷰]
그러니까 형법 21조에 보면 위법성 조각사유로 돼서 예를 들면 자신의 현재의 부당한 침해에 대해서 방어행위로써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정당방위를 인정하게 됩니다. 상당히 추상적이고 모호할 수가 있는데요.

상대방의 공격이 만약에 끝난 다음에는 절대로 공격하면 안 되죠. 현재의 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상대방이 공격하는 것보다 내가 더 강한 형태로 할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지금 흉기를 들고 있는데 내가 그 상대보다 덜 강한 흉기를 사용해야 되겠다, 이렇게 계산할 수도 없는 것이고요.

일단은 제압을 해야 되고 때에 따라서는 그보다 더 강한 힘을 사용해서 제압할 수도 있지만 법적인 판단은 그렇게 되면 정당방위가 인정되지가 않게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간단히 얘기하면 우리가 쉬운 예를 보면 얼마 전에 탤런트 이태곤 씨가 밤에 3인으로부터 맞았습니다.

맞았는데 그 상황은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음을 알고 있어서 무려 전치 4주의 진단서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맞고만 있었던 거죠. 그런 경우는 정당방위가 인정됐습니다. 그러니까 노골적으로 얘기하면 그냥 계속 맞고만 있어야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는다, 이렇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현실성이 없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앵커]
법과 현실에 괴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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