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16] "뭐야, 이거.. 무서워..." VR 체험방에서 좀비와 결투!

[해보니 시리즈 16] "뭐야, 이거.. 무서워..." VR 체험방에서 좀비와 결투!

2017.11.15. 오후 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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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규환, 비명과 신음 그리고 괴성이 오갔다"

"에이 뭐 그래 봤자 얼마나 실감나겠…" 실감 났다. 눈 앞에 펼쳐진 사실적인 풍경 앞에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가상현실에 대해 가지고 있던 은근한 편견은 이날 보기 좋게 깨져버렸다.

"헉!"이라는 단말마의 외침과 함께 정신없이 이곳저곳을 뛰어다니고, 소리도 지르며 셀 수 없이 많은 좀비와 벌레들과 싸웠다. 지난 12일 방문했던 VR 체험방에서의 짧은 시간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오! 나의 현실 세계, 그동안 즐거웠다, 아디오스!"

기자가 이날 방문했던 VR 체험방에서는 크게 두 종류의 게임을 즐길 수 있었다. 유선 VR기기를 착용하고 제자리에서 게임을 즐기는 1인용 VR 체험실과 무선 VR기기를 이용해 넓은 공간을 직접 돌아다니며 최대 4인이 동시에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 한 자리에 있었다.

탁 트인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도가 높은 게임을 즐기고 싶은 마음에 무선 VR기기를 이용한 게임부터 즐기기로 했다. 가격은 15분에 29,000원이었으나 사전 예약 혹은 업체 SNS 팔로우 등의 혜택을 통해 19,000원에 이용할 수 있었다.



"어휴 이거 진짜 어디 전쟁터 가는 것 같네"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는 사전에 몇 가지 준비가 필요했다. 우선 가방처럼 생긴 '백팩 PC'를 등에 메야 한다. 실제 컴퓨터인 이 가방이 가상현실을 구현하는 가장 중요한 물건. 군 복무 시절 완전 군장이 생각나기도 했지만, 가벼운 노트북을 등에 메고 뛰어다니는 정도로 부담은 없었다.

이어 고글처럼 생긴 VR기기와 헤드셋을 머리에 착용했다. 시력에 맞게 VR기기의 초점을 조절한 뒤 생명을 지켜줄 총을 받으면 이때부터는 현실 세계와 작별. 이제부터는 정말 좀비와 외계 생명체를 무찔러야 한다.


"으아아아아아! 우와! 와와와와! 야아야아야아!"

약 15분간의 게임 내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좀비는 여기저기서 끊임없이 튀어나왔고, 벌레처럼 생긴 외계생명체들은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신기하게도 생각보다 가상현실 속 캐릭터와 내 움직임 사이 이질감이나 끊김 현상은 거의 없었다.

천장 위에 부착된 11대의 적외선카메라가 VR기기와 총에 달린 '화이트 마커'라는 장치를 통해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위치를 추적한 덕분이었다. 반지의 제왕 속 골룸이나 혹성탈출 속 시저, 슈렉 등 영화 속에서 캐릭터를 구현하기 위한 모션캡쳐 기술과 같은 원리다.

(▲ VR 체험방을 찾은 조영찬(23) 씨가 1인용 가상현실 게임을 즐기는 모습)

"15분이 지나니 땀이 흠뻑"

좀비에게 당하고 싶지 않아 이리저리 뛰다 보니 자연스레 땀이 흘렀다. 짧은 시간 게임을 하며 운동 효과도 느낄 수 있었다. 총을 쏠 때마다 작은 반동도 있다 보니, 군대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 필승! 국군 장병 여러분! 모두 건강 조심하시지 말입니다.

현장에서 만난 최지훈(23) 씨와 조영찬(23) 씨 역시 그냥 앉아서 손만 움직이는 게임과 달리 온몸으로 움직여 운동 효과도 있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생각보다 현실감이 뛰어나서 진짜 몰입했어요. 소리를 하도 질렀더니 목도 아프네요"

"진짜 같아서 무서웠는데 남자친구가 지켜줘서 고마웠어요"

게임을 마치고 나오는 김성민(28) 씨와 김채희(25) 씨 역시 예상외로 뛰어난 현실감과 몰입감에 놀란 듯했다. "좀비들이 달려들 때 진짜 무서웠는데, 남자친구가 지켜주니까 고마웠어요" 커플 사이에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는 이들의 말에 나는 어느새 ‘가상 연애’ VR을 찾고 있었다.

"아무래도 커플이 제일 많이 오시죠" 업체 대표는 2030대 젊은이들부터 50대까지 VR 체험방을 이용하는 연령대는 다양하다고 했다. 특히 50대의 경우, IT 기기 조작법이 능숙지 않아도 몸만 움직이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신기해하며 단골이 된 손님도 많다고 덧붙였다.


"VR의 매력은 내가 주인공이 된다는 것"

현장에서 만난 네 명의 손님과 업체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말한 VR의 매력은 '현실감'과 '생생함' 그리고 '몰입감'이다. 기술의 도움을 받아 현실에서 할 수 없는 것들을 실제로 구현하는 것은 생각보다 굉장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반면 개인적으로 아쉬움은 하드웨어에 관한 부분이었다. VR기기에 선이 있어 행동에 제약이 있거나, 선 없는 경우 백팩 PC를 메고 게임을 한다면 오랫동안 게임을 즐기기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러나 따라잡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 덕분에 우려보다는 기대감이 컸다.

"현실을 벗어나 그 누구보다 신나고 즐겁게!"

"사람들이 소리를 질러서 오픈 초창기에는 사고가 난 줄 알고 경찰에서 찾아온 적도 있었어요" 업체 대표는 어른들이 대여섯 살 어린이들처럼 소리 지르며 신나게 노는 걸 보면 뿌듯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고 했다.

한국VRAR산업협회의 조사를 보면 국내 VR 체험방은 모두 48개 점(17년 8월 기준)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매년 증가하는 체험방 이외에도 VR은 스포츠, 관광, 방송, 공연, 교육, 군사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되며 우리 삶에 깊숙이 스며들고 있다.

현실을 벗어난 시간은 새로웠고, 흥미로웠다. 매일의 일상을 살아가다 예측 불가능한 가상 현실 속으로 잠시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새로운 에너지를 얻기에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YTN PLUS 김성현 기자 (jamkim@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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