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업체, 페미니즘 '좋아요' 눌렀다고 사장이 직원 면담 논란

게임 업체, 페미니즘 '좋아요' 눌렀다고 사장이 직원 면담 논란

2018.03.27. 오후 5:4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한 게임 회사의 게임 이용자들이 "게임 원화 작가가 여성 민우회와 페미디아 SNS 계정을 팔로잉한다"며 "'메갈 트위터'로 의심된다"고 항의함에 따라 회사 대표가 직접 당사자를 개인 면담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 게임 이용자들은 "게임 회사에 소속된 직원 중에 페미니스트를 색출해서 리스트를 만들고 소속 회사에 일러바치겠다"고 나섰다가 현재는 리스트를 삭제한 상태다.

그러나 26일, "게임 원화가 A 씨가 페미니스트"라면서 일부 게임 이용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대표가 직접 A 씨를 면담했다. 면담 과정에서 대표는 A 씨에게 "여성 민우회 계정을 왜 팔로우 했느냐"는 질문을 하고, 직원과의 면담 내용을 홈페이지에 올렸다. 이 내용이 알려지면서 "페미니즘이 회사를 잘려야 하는 불온한 사상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항의가 이어지고 있다.

해당 게임회사 직원은 결국 사과문을 냈다.

여성들은 "여성 민우회는 문재인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인들도 팔로잉하는데, 이를 문제 삼는 것은 보기 싫은 여성을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직업까지 잃게 만들려는 시도"라고 주장했다.

페미니즘을 이유로 한 불공정한 면담과 사과가 나오자 한국 여성 민우회도 공식 성명을 냈다.

민우회는 "성우가 페미니즘 운동을 후원하는 인증 사진을 올렸다는 이유로 녹음 작업에서 하차했다.

캐릭터 작가가 페미니즘 관련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이유로 캐릭터를 삭제당했다.

여성아이돌은 Girls can do anything이라는 문구가 쓰인 휴대폰 케이스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베스트셀러인 <82년생 김지영>을 읽었다는 이유로 비난받았다.

SBS 라디오 작가가 ‘친 페미니즘’ 커뮤니티에 속해 있다며 하차 요구를 받았고 결국 부서를 이동했다."면서 "우리는 지난 2년간 개인이 페미니스트인지를 판별하여 징계, 배제하는 작태를 수차례 목도해 왔다. 여성들은 페미니즘을 지지한다는 이유로 사과와 해명을 요구받고 불이익을 당했다."는 성명서를 올렸다.

민우회는 "본 사건은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게임업계의 성차별적·반인권적·비민주적 구조의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이다. 한 회사의 대표가 한국사회의 성차별과 페미니즘에 대해 이토록 무지하며, 그 무지와 전횡을 공공연히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은 문제의 심각성을 방증한다.

민우회는 게임업계의 노동권 및 인권 침해, 전반적 성차별 실태에 대해 면밀히 점검하고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들을 다방면으로 강구해 나갈 것이다."라고 성명서를 끝맺었다.

민주노총도 이번 게임 원화가의 이른바 '사상검증' 사건에 대해 "icm 게임즈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페미니스트 사상 검증과 전향 강요를 중단하라"는 성명서를 냈다.


다음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성명서 전문이다.


imc 게임즈는 26일 밤 9시 35분에‘원화 작가가 민우회와 페미디아 계정을 팔로잉함으로 메갈 트위터로 의심 된다’ 는 게임 유저들의 항의에 따라 회사 대표가 직접 당사자를 개인 면담한 내용을 게시하였다. 촛불 광장을 경험한 지금 시기에, 여성을 ‘반사회적인 사상’에 물든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로 해고까지 불사하겠다는 여성혐오를 그대로 드러낸 이 게시 글은 여성들에게 크나큰 충격과 공포를 주고 있다.


페미니스트, 메갈리아 라는 이유로 여성을 고용시장에서 쫒아 내거나 쫒아내려는 시도는 처음도 아니고 이젠 익숙하기까지 하다. 2016년, 게임회사 넥슨에서는 ‘메갈리아 성우’라는 낙인으로 여성노동자를 해고함으로 거센 비난과 반발을 산 바가 있다.

2017년, 민주노총 조합원이자 초등학교 교사인 여성은 학교에 페미니즘 교육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여성혐오주의자들에게 혹독한 탄압을 받고 있으며 아직도 학교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2018년, 82년생 김지영을 읽고 감동 받았다는 이유로 여성 아이돌 아이린은 사상검증을 받고 있다.

여성혐오주의자들과 반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스트들에게 원하는 대답은“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잘 모르고, 언제 한지도 기억 안 나는...” 등이다. 지금의 페미니즘 운동을 여성들의 무지와 무관심을 포함한 일시적인 유행으로 몰아가려는 것이다. 심지어 여성들의 신념과 사상을 고용을 빌미로 검증하고, 페미니스트가 아님을 밝히라는 사상 전향까지 강요 받고 있다. 한 세기 동안 우리 사회에서 인권탄압을 정당화 했던 빨갱이 사냥과 같은 폭력적 사상 검증이 똑같은 행태로 여성들을 옥죄고 있다. 지금 시기 메갈리아가 아닌 페미니스트는 없다. 진정한 페미니즘과 가짜 페미니즘을 논하는 반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을 구분하는 잣대를 들이댈 자격이 없다.


여성들에 대한 탄압이 심해진다는 것은 곧 여성들이 차별과 폭력을 넘어서기 위한 행동이 세력화 되고 있음을 반증한다. 우리 여성들은 그 동안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표현되는 불평등 사회에 맞서 싸워왔다. 이제 생리대 문제와 성폭력을 넘어 낙태죄 폐지, 성 평등한 임금과 채용 차별 금지, 고용시장에서 자행되는 수많은 성차별 등 견고한 가부장제 사회에 맞서 더 큰 싸움을 할 것이다.

또한 여성혐오주의자들과 반 페미니스트들이 ‘한남’이라는 표현이 불쾌하다면 그 어원을 생각해보고 그간 여성들에게 행한 차별과 폭력을 돌아봐야 할 것이다.

imc 게임즈는 지금 당장 여성노동자에 대한 사상검증과 전향 강요를 중단하고 성 평등한 일터를 만들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 할 것을 요구한다.


2018년 3월 27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