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겔포스 못 사는 이유

편의점에서 겔포스 못 사는 이유

2018.08.09. 오전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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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예지 / 경실련 사회정책팀장, 강봉윤 / 약사회 정책위원장

[앵커]
갑자기 밤에 아프면 병원도 약국도 문을 닫고 그렇다고 응급실 갈 정도는 아니고. 약이 없으면 참 답답하고 깜깜하죠. 이럴 때 24시간 문을 연 편의점에 가면 약을 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약이라는 게 종류가 많지 않죠. 약 수를 그래서 더 늘려야 한다는 입장과 그래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 상당히 오랜 기간 표류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회의가 열렸습니다. 그런데 합의가 무산됐다고 합니다. 과연 어떤 결론이 나올지 양측의 입장을 잠깐 들어보는 시간 마련했습니다.

먼저 약국에서 파는 상비약을 늘려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는 경실련 연결하겠습니다. 경실련 사회정책팀 이예지 팀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바로 질문드리죠. 현재 타이레놀, 판콜, 판피린 이런 건 편의점에서 팔고 있는데 여기에 겔포스, 스멕타도 포함시키자는 입장으로 알고 있습니다.

겔포스, 스멕타가 어떤 약이고 언제 필요한 약이고 왜 편의점에 있어야 되는 겁니까?

[인터뷰]
겔포스와 스멕타는 지사제, 그러니까 설사 났을 때 먹는 약과 속쓰릴 때 먹는 약들입니다. 이런 약들은 심야 시간하고 공휴일에 갑자기 약이 필요할 때 구매할 수 있도록 해서 국민의 건강 증진과 편의를 높이기 위해서 편의점에서 판매해야 된다는 게 저희 입장이고요.

그리고 가벼운 증상에 대해서는 손쉽게 약을 사먹도록 할 수 있어서 자가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겁니다. 그래서 자가 치료는 세계적인 추세고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는 대형마트나 슈퍼 등에서도 쉽게 구매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약사회 측은 현재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도 회의를 열었는데 그전 회의 때는 자해 소동도 있었다고 하고요. 어제 일단 회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인터뷰]
어제 회의에서는 효능군 확대 표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니까 품목을 어떤 걸 할지 전에 지사제랑 제산제를 효능에 대해서 추가할 것인지에 대해 이 표결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는데요.

위원장이 투표 결과를 공지를 하고 회의를 종료하고 서로 인사를 하는 와중에 복지부가 약대 인사들을 불러서 추가 투표를 하면서 화상 연고 추가를 부결을 시켜버렸습니다. 그래서 저희 경실련 쪽에서는 감사 청구나 고발 등을 검토 중에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제 결론이 날 거라고 예상을 하고 투표까지 했는데 복지부가 그 결론을 미뤘다고 말씀을 하시는 거네요?

[인터뷰]
그러니까 지사제랑 제산제, 효능군에 대해서 표결은 추가가 됐고 화상연고에 대한 표결을 진행해서 결과까지 나왔는데 복지부에서 추가 투표를 통해서 화상 연고의 확대를 결정을 부결을 시켜버린 것입니다.

[앵커]
그러면 정리를 해 보죠. 제산제, 겔포스, 지사제, 스멕타는 들어가기로 합의가 된 겁니까?

[인터뷰]
특정 품목은 확정이 안 됐고요. 지사제랑 제산제에 대해서는 들어가는 걸로 얘기가 됐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어떤 약인지는 안 정해졌지만 일단 지사제, 제산제는 포함을 시키기로 합의를 했고 화상 생겼을 때 바르는 연고는 아직 좀더 논란이 되고 있고요?

[인터뷰]
네.

[앵커]
어떤 약인지는 아직 안 정해져 있고.

[인터뷰]
네.

[앵커]
그런데 지금 경실련 입장이나 편의점 주인 입장에서는 어떤 약이 들어올 건지를 정해줘야 그 약을 팔 텐데 그게 안 정해지는 것도 사실은 의미가 없는 거죠?

[인터뷰]
그렇죠.

[앵커]
약사회 측에서 오남용 우려를 가장 크게 걱정하고 있습니다. 혹시 여기에 대한 의견 있으신지요? 반대 여론조사도 있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저희가 온라인으로 시민 설문조사를 실시를 했습니다. 그래서 조사 결과 편의점에서 판매한 약을 먹고 부작용이 발생한 경우가 있냐라는 질문에 부작용 경험이 없다가 93%가 응답했습니다.

[앵커]
부작용이 없다가 93%. 이 정도면 거의 부작용은 없다고 봐도 된다 이런 입장이시군요?

[인터뷰]
네.

[앵커]
어차피 약국에서 사먹어도 그 정도 부작용은 있다고 보시는 거고요?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그리고 상비약 품목을 확대해야 된다는 의견도 물으셨죠?

[인터뷰]
그렇습니다.

[앵커]
여기에 대해서는 어떻게 나왔습니까?

[인터뷰]
확대해야 된다는 질문에는 전체 1693명 중 1515명, 86.8%가 10명 중 8명이 확대해야 된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지금 들어가는 약, 그러니까 타이레놀 같은 경우는 거기 보니까 술 마시면 먹으면 안 된다네요. 그리고 하루 8정을 넘어가면 안 된답니다. 이런 설명이 안 돼 있으니까 지사제 넣고 제산제 넣으려면 타이레놀은 빼자 이런 주장도 있다고 하던데요.

[인터뷰]
지금 타이레놀뿐 아니라 모든 협상 과정에서 2:2 스위치 등 회의를 할 때마다 다양한 협상안들이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건 약사회 반발을 잠재우기 위한 협상안으로밖에 안 보이고요.

이런 품목을 놓고 주고받기식 협상은 근본적으로 특정 품목을 선정해서 판매하기로 한 현행법에 한계가 있습니다.

[앵커]
결국 시간 끌기다?

[인터뷰]
네.

[앵커]
지금 편의점 상비약 문제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라 벌써 말씀하신 것처럼 6년째 표류 중입니다. 이거 어떻게 결론을 내야 될 것 같습니까?

[인터뷰]
일단은 보건 정책을 총괄하는 복지부의 의지가 없어 보이는 게 가장 큰 문제고요. 근본적으로는 특정 제품을 선택하기로 된 지금 약사법이 개정이 돼야 됩니다.

그러니까 지금 타이레놀이냐 훼스탈이냐 이런 특정 약품을 선정하는 게 아니라 소화제다, 지사제다 이런 효능을 선택을 해서 제품을 어떤 걸 판매할지에 대해서는 판매자의 자유에 맡기는 게 소비자에 대한, 그런 선택권을 소비자가 갖도록 해야 됩니다.

그래야 상비약 판매 제도 당초 도입 취지를 살릴 수가 있고 지금 계속 품목 결정에서 불필요한 논쟁들을 막을 수가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입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경실련 입장 들어봤습니다. 이예지 팀장이었습니다.

[앵커]
계속해서 약사회 입장을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어제 회의에 참석을 했는데요.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 연결돼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인터뷰]
안녕하십니까?

[앵커]
지금 경실련 입장 같이 들으셨을 텐데 어제 회의가 어떻게 결론이 났는지 설명을 해 주시죠.

[인터뷰]
일단 지금 앞서서 경실련 측에서 말씀하신 부분 중에 상당히 잘못 알고 계시는 부분이 있습니다. 제산제 부분과 지사제 부분이 확정됐다, 품목만 확정되지 않고 효능은 확정됐다 이렇게 말씀하셨는데 확정된 바 없습니다.

두 가지 품목을 차기 회의에서 우리가 그게 추가 품목으로 적절한지, 안전적인 문제가 없는지 그런 부분을 논의를 하기 위한 효능군으로 올린 거지 기존에 5차 회의나 6차 회의에서도 똑같습니다.

2:2 스위치로 해서 제산제와 지사제 한 품목씩 회의의 안건으로 올린 것처럼 다음 차기 회의에서도 제산제하고 지사제 두 가지 효능군은 우리가 안건으로 올려서 이게 추가 품목으로 적절한지 부적절한지를 논의하자는 뜻에서 안건으로 올렸다는 얘기지 두 가지 효능을 확정했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까 경실련 측에서 참석하신 분은 어제 회의에 참석을 안 하셔서 아마 전해 들은 말씀이기 때문에 부정확하게 들으신 것 같습니다.

[앵커]
그렇습니까? 그러니까 다음 회의 때 지사제, 제산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대상으로, 안건으로 정하는 데 합의를 한 거지 그걸 찬성한 건 아니다?

[인터뷰]
그렇죠.

[앵커]
그러면 화상 연고 이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인터뷰]
화상연고는 어제 회의를 통해서 일단 안건 자체로 상정하는 게 부결이 됐습니다. 그래서 화상연고 자체는 안건으로 올라올 수가 없죠.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이쪽에서 얘기하는. 그러면 제가 이 질문 드리는 게 의미가 없겠네요.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겔포스 이런 약들은 찬성하고 반대하고 이 입장을 내놓을 상황도 아니라는 말씀이시네요?

[인터뷰]
그렇죠. 기본적으로 겔포스라든가 품목 자체가, 제산제 부분 나온 품목에 대해서는 저희가 분명한 근거에 기초를 해서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어떤 이유입니까?

[인터뷰]
겔포스 같은 제산제는 안전상비약으로 품목이 지정되기 위해서는 안전성 검토 기준안이 있습니다. 거기에는 안전성 기준과 일반 기준을 충족하는 품목을 편의점 상비약으로 지정하게끔 되어 있는데 특히 겔포스 같은 품목은 안전성 기준에서 우리가 임부라든가 영유아 등 특정 연령대에 금기사항이 있는 것은 품목으로 지정할 수가 없다고 못박혀 있습니다.

겔포스 같은 경우는 3개월 미만의 영아한테는 절대 투여할 수가 없고 가급적 1세 미만의 유아한테도 절대로 투여해서는 안 된다는 금기 조항이 분명하게 있기 때문에 이건 아예 안전성 검토 기준안 자체에도 들어가지 못하는 약을 지금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는 거죠. 그래서 원천적으로 저희가 반대를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약사님, 죄송한데 그러면 약국에 가서 겔포스 살 때마다 약사님들이 이거 3개월 미만한테는 먹이면 안 됩니다라는 말씀을 하십니까?

[인터뷰]
왜냐하면 환자분들이 본인이 속이 쓰리다든가 본인이 보통 증상을 얘기하면서 약을 찾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럴 때는 당연히 본인이 먹는 약이기 때문에 저희가 3개월 미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죠. 그런 부분이 있다는 얘기고.

[앵커]
알겠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가 미국이나 유럽에 가면 대형 마트나 이런 데서도 겔포스뿐만 아니라 잔탁도 팔거든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인터뷰]
외국도 모든 나라가 다 판매하고 있는 것은 아니고요. 유럽 쪽에서도 프랑스를 비롯해서 절반 이상의 국가에서는 절대 슈퍼 판매를 안 하고 있습니다.

안 하고 있는데 미국 같은 경우에 흔히 1000만 개 품목이 판매가 된다고 하는데 실질적인 효능군으로 따지면 158개 효능군만 팔리고 있는 겁니다.

지금 우리나라도 기존의 13품목을 비롯해서 2012년도에 48개가 의약외품으로 분류가 전환돼서 이미 판매가 되고 있고요. 그 이후에 일반 특정 제품명을 언급해서 뭐하지만 고려은단 비타민C 1000, 센트륨 같은 영양제도 일반의약품이었습니다.

이게 다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돼서 팔리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정도로 따지면 엄청나게 많은 양이 우리나라에서 팔리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미국 같은 경우는 보험 등재 의약품이 2000개밖에 안 됩니다.

우리나라는 2만 개가 넘습니다, 보험 등재 의약품이요. 그만큼 보험 혜택을 미국에서는 못 보기 때문에 많은 약을 국민들 당신들 스스로 알아서 당신들 건강을 책임지라는 굉장히 무책임한 쪽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앵커]
우리는 싼 값에 건강보험 적용되는 전문의약품을 살 수 있는 나라고 미국은 그런 약 사려면 비싸니까 그냥 일반의약품과 비슷한 정도로 해서 알아서 사라는 얘기라는 말씀이신 것 같고요.

[인터뷰]
그렇게 해석을 하셔야 됩니다.

[앵커]
제가 짧게, 시간을 많이 못 드리겠습니다. 이 질문은 말씀을 해 주셔야 될 것 같아서. 일각에서는 이게 어떤 약사들의 밥그릇 싸움, 밥그릇 지키기.

죄송한 표현이긴 합니다만 이렇게 오해들 하실 수도 있기 때문에 약사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그렇게 바라봐서는 안 된다고 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말씀해 주시죠.

[인터뷰]
흔히 이 문제에 대해서 약사 직능 이기주의, 밥그릇 지키기 이렇게 폄하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있습니다. 저희 약사는 보건의료인의 일원으로서 무엇보다도 국민들의 건강에 대한 안전성을 최우선의 가치로 놓고 있습니다.

일례를 들어서 타이레놀 500밀리그램만 하더라도 이웃 일본에서는 타이레놀 500밀리그램이 없습니다. 최고 함량이 500밀리그램입니다. 500밀리그램은 극약으로 지정이 돼 있습니다.

거기다 최근에 논문 자료에 보면 이 타이레놀 복용으로 인해서 자폐증 어린이라든가 또는 과잉행동의 집중력장애 어린이를 임산부들이 낳을 확률이 엄청나게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의약품은 무엇보다도 안전성에 최우선 가치를 두어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약사회 강봉윤 정책위원장이었습니다. 오늘 말씀 정책위원장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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