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리고 찢긴 '비자림로'..."되살려 주세요!"

잘리고 찢긴 '비자림로'..."되살려 주세요!"

2018.08.10. 오후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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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길쭉 곧게 뻗은 나무들이 빽빽하게 양옆으로 늘어선 아름다운 길.

이렇게 울창한 숲은 보고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느낌이죠.

바로 제주의 명소, 비자림로입니다.

그런데 이 아름다운 길이 지금은 어수선한 공사판으로 바뀌었습니다.

삼나무는 무차별적으로 잘려나갔고 길은 파헤쳐졌습니다.

제주도가 교통난을 해소하겠다면서 도로 확장 공사를 시작한 겁니다.

제주도는 이곳 3km 구간을 왕복 2차로에서 4차로로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교통체증이야 해소되면 좋지만, 관광객들에게 꼭 좋은 소식만은 아닙니다.

이곳의 삼나무가 하루에 100그루씩, 앞으로 6개월 동안 2천 4백여 그루가 사라지게 됩니다.

환경단체들은 공사를 중단하고 숲길 보전 방안을 마련하라고 나섰습니다.

도로를 넓혀야 할 만큼 정체구간이 아니고, 인근 도로가 어차피 2차로여서 확장해도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제주도는 관광객도 늘고 있고 농수산물 수송 문제도 있어서 공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입니다.

또 이미 2015년 환경부의 소규모 영향 평가 협의도 끝냈다는데요.

환경단체는 당시 협의 내용에는 도로가 경관보전지구 지역을 통과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적혀있다고 반박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국민 청원 사이트에도 '비자림로를 살려달라'는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제주도는 도로 확장이 주민 숙원 사업이고 이미 75%의 토지에 보상이 이뤄진 만큼 사업을 백지화하는 건 어려운 상황이라고 난색을 표했습니다.

또 도로를 확장해도 삼나무 숲 전체가 사라지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는데요.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공사를 잠정 중단하고 대인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누리꾼 반응은 싸늘합니다.

확장할 만큼 차가 막히지도 않더라, 아무리 확장이 필요해도 우리가 지켜야 할 아름다운 길이다, 라는 댓글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자, 다시 봐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길이 좀 막히면 어떱니까?

원래 제주는 느림과 여유가 매력인 곳입니다.

2002년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로 뽑혀 대통령상까지 받았던 이 곳!

자연이 준 선물을 훼손해버리면 돌이키는 데는 더 많은 시간과 돈, 그리고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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