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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수도권 투데이]
□ 방송일시 : 2018년 9월 10일 월요일
□ 출연자 :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오늘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25.6명입니다. 10년 넘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줄곧 1위를 유지하다가 최근 2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우리 수치가 나아져서 그런 게 아니고요.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지난 5월 말에 OECD에 가입하면서 순위만 변동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약 1만3천여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정부나 지자체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도 자살 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체계적인 대응이나 예방절차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할까요.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인,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이하 오강섭): 안녕하세요.
◇ 장원석: 1년 전 쯤인가요.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주시고 오랜만에 말씀 나누게 됐는데요. 오늘이 세계자살예방의날인데, 그래서 오늘도 자살예방협회장으로서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신다고 들었어요. 올해는 어떤 행사가 있었습니까?
◆ 오강섭: 이미 지난주부터 각종 행사들이 진행됐는데요. 9월 4일 지난 화요일에는 생명존중 1000인 선언식이 개최돼서 많은 분들이 생명의 존중함을 선언하는 행사가 있었고요. 지난 금요일에도 생명의 전화에서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 행사가 있었고, 또 어제도 라이프호프라는 단체에서 생명문화캠페인이 있었고요. 오늘 세계자살예방의날 기념식이 있고, 또 내일과 모레는 저희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 장원석: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되도록 같은 주제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살 예방 문제만큼은 적어도 2~3개월마다 한 번씩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인데요. 1년 전에 저희 스튜디오에 와서 인터뷰하실 때하고 올해하고 수치라든지 제도라든가 좀 나아진 게 있습니까?
◆ 오강섭: 아직 통계가 새로 발표되지 않아서 아직은 얼마나 줄었는지 늘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러나 1년 사이에 이런 사회 국가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새롭게 많은 단체들이 이런 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금년에도 정부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살예방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회에서 국가에서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는 자주 하고 있지만, OECD에서 13년이나 1위를 기록했다고 기간을 특정해서 보니까 굉장히 충격적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서 의사로서 보기에는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지요?
◆ 오강섭: 첫째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자살에 대해서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자살을 때로는 정당화하거나, 힘든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 심지어 어떤 경우는 미화하고 또 이런 잘못된 그릇된 문화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되고요. 또 하나는 환경적인 문제인데 자살을 할 수 있는 환경, 유해물질에 쉽게 노출돼 있다. 또 최근에 SNS나 이런 데에서 청소년 자살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이런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런 것들이 아직도 높은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런 이유들이 문제화되면서 번개탄 같은 걸 살 때에는 주인이 직접 물어본다든지, 왜 사시는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유해 영상이나 글들을 없애는, 차단하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군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쉽지가 않거든요. 실제로요.
◇ 장원석: 맞습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8년 올해 내놓은 자살예방백서에 보니까 조현병 그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이 36.2%로 가장 높았고요. 그다음이 경제적 이유, 육체적 질병, 가정문제 순이었다고 하는데. 역시 마음의 병의 영향의 가장 높다고 봐야 할까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실제 심리부검 결과들을 보면요. 자살을 하기 직전에 마음의 상태가 매우 우울했던 경우가 적게는 60%. 원인은 질환이 36%라고 하지만 마음의 상태는 우울에 빠져 있던 상태가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까지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가 이런 문제가 지속되니까 마지막에는 우울감에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실제로는 병으로 진단받지 못한 분들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꽤 오랜 기간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떠오르는 생각은요. 우리 아이들이 입시를 위한 학업에 너무 매달리고 경쟁에 지친 게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오강섭: 예. 또 최근에 청소년 학생 자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저희가 아주 적지만 자살률이 조금씩 줄고 있거든요. 지난 수년간요. 그런데 최근에 청소년·학생은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고요. 또 하나가 청소년의 경우 약 2/3는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충동적인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런데 약 1/3은 말씀하신 성적 문제, 또 가족 문제, 친구 문제 등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경우여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 장원석: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아무래도 감정적으로도 더 충동적일 수 있고요. 아직 미성숙한 단계라고 본다면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 혹은 상담을 해줄 때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그런 스트레스 원인을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부모님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세대 차이가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또래 상담자라든지 친구들이, 같은 반에서 늘 같이 지켜보고 공부하고 그런 친구들을 이런 상담가로 활용해서 이들이 충동적이고 위험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죠. 하긴, 하루 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을 따져보면 친구들이 가장 많고요. 또 사실 속 이야기를 부모나 선생님보다는 친구들에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걸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켜서 같이 극복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지금 교수님 말씀대로 필요할 것 같네요. 그리고 요즘 책 중에서 인기 있는 책이 있는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게 책 제목인데요. 백세희 작가가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해요. 지난 6월 출간 이후 9주째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힐링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5년마다 정신질환 유병률이 발표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인데 대략적으로 최근에 2016년이 마지막 발표인데 성인 인구의 25%, 즉 성인 국민의 약 4명 중 1명이 평생 한 개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이런 분들이 많다는 건데 문제는 그 치료 비율은 굉장히 낮다. 서양의 1/3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것이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치료 비율이 낮다는 것은 병원에 내원하는 게 적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치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라 그런 건가요?
◆ 오강섭: 그러니까 내원을 하지도 않고요. 또 하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여러 가지 시설을 방문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잘 모르고 있거나, 또 그런 곳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편견. 이런 것들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어떤 치료나 상담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이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마음의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한다. 감기에 걸려서 내과 찾듯이 마음의 병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많이 해요. 그리고 그렇게 조언도 많이 합니다만, 여전히 찾는 분들이 그렇게 없습니까?
◆ 오강섭: 많이 늘은 것은, 과거보다는 많이 치료 비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편견이 달라져서 치료받고, 불안하거나 우울해도 찾는 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아직도 정신질환은 다 정신병이다. 또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당히 심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다. 이런 그릇된 편견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또 여러 가지 무슨 기록이 남아서 앞으로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청소년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 자기가 취업을 하거나 진학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실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를 보니까 전문가와 상담한 경우가 전체 성인의 9.6%에 불과하고, 이것도 그래도 좀 늘어난 수치라는 거죠?
◆ 오강섭: 그렇습니다.
◇ 장원석: 그러나 취업이라든지 보험 가입 등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찾으면 좋겠다는 조언이신 거고요. 그런데 우리가 다른 신체적 능력, 그러니까 근력은 사람마다 다 천차만별이고요. 지구력도 그렇고. 그런데 정신적으로 어떤 똑같은 일에 마주했을 때 이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잘 극복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신체적 능력과 달리 ‘너는 이 정도로 약해빠져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느냐’ 이런 타박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대처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신체적인 게 근력 이야기를 하셨는데 우리가 마음의 근력으로 회복력이란 이야기를 합니다. 회복력이라는 것은 어떤 우리가 스트레스에 처하고 위기에 빠졌을 적에 그것을 잘 이겨내고 회복하는 그런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회복력도 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려서부터 이런 회복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가 어떤 우울증이나 위기에 빠져도 회복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개 긍정적이고 또 옆에 친구들이 있고 가족들이 지켜주고, 이런 인간관계 연결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회복력이 높아지기 쉬운데, 회복력이 낮은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또 주변에 지켜주고 들어주고 그런 인간관계가 부족한 경우 회복력이 매우 낮아서 이런 차이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 장원석: 우리가 계속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근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회복력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게 인간관계입니다. 좋은 인간관계.
◇ 장원석: 주변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거고, 서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돕는 것도 필요하겠어요. 그런데 미리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대체로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소설가 마광수 씨의 경우 1년 전에 미리 유서를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인가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서를 써놨는데 그걸 우리가 보여주면 괜찮은데 안 보여주는 경우 알기 어려운 것인데요. 어떤 징후들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첫째는 자꾸 사람들이 말 중에 죽음이라든지, 꼭 자기가 죽겠다는 건 아닌데 죽음이라든지 또 사후세계 이런 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것도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징후고요. 또 하나는 갑자기 전에는 찾지도 않던 성직자라든지 의사를 갑자기 찾아가는 것, 과거 자기의 주치의를 갑자기 방문한다든지. 또 자기가 평상시에 소중하게 아끼던 물건을 아낌없이 나눠준다든지, 이렇게 신변정리를 시작하는 것들. 또 그리고 갑자기 식습관 수면습관, 밥을 안 먹던 사람이 많이 먹는다든지, 또 잠을 안 자던 사람이 많이 잔다든지. 이런 생활습관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들. 이런 것들도 징후로 알려졌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징후를 보이고 세상을 스스로 떠난 이들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면담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울 것 같은 것이, 가족들도 굉장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련의, 아까 교수님도 말씀하신 심리부검이 중요하고 어려울 텐데, 이걸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요?
◆ 오강섭: 우리나라에도 중앙심리부검센터라는 것이 설립돼서 심리부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심리부검은 사실 어떤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고통, 애도 과정을 돕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죽었는데 왜 죽었을까, 궁금하고. 그래서 그런 과정을 다 되짚으면서 가족이 다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줘야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아직은 가족들의 인식 부족도 있고요. 또 우리나라 심리부검의 역사가 아직 얼마 안 되다 보니까 말씀드린 그런 가족에 대한지원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매우 부족한 것도 사실이어서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이 부분도 인력이라든지 전문가 양성에도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대부분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고요. 사회적인 편견도 있어서 실제로 유가족들이 주변에 도윰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요. 이런 사회적인 관심이나 정부의 지원이 지금까지 너무 부족했던 것 아닌가요? 지금 심리부검 인원이 부족한 것만 해도 그렇고요.
◆ 오강섭: 실제로 2011년에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법이라는 것이 설립돼서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 자살예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만 그 내용 중에 유가족 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도 유가족 위원회도 만들고 작년부터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만 아직도 매우 부족해서 앞으로 이 문제는 그런 예방법 개정 등을 통해서 유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될 사회적인 문제, 정신건강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거든요. 이게 막연하게 들리기는 하는데 어떤 식으로 구축하면 좋을까요?
◆ 오강섭: 특히 유가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일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현장에 경찰이 대개 투입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때 정신건강복지센터 바로 연결이 돼야 합니다. 이게 서양이나 잘돼 있는 국가에서는 바로 그런 연결 시스템이 잘돼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관련 전문가가, 경찰분들이 일단 자살 문제에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려우니까 자살이나 유가족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과 바로 연결돼서 이들을 그분들이 만나서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런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되면 좋겠고요. 끝으로 우울감에 빠져있는 분들은 어떤 조언을 들어도 사실 귀에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 오강섭: 우울감에 빠지면 우리 뇌의 여러 가지 기능이 저하되는데 그중의 하나가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우울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있으면 과거에는 이걸 이렇게 이렇게 하면 해결했다. 이렇게 잘해왔던 것들을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은 나는 못해, 여기서는 헤어날 수 없어, 방법이 없어.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평상시에도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도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또 두 번째는 지금은 힘들지만 옆에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나 친척이나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면 여러 가지 단체나 생명의 전화나 센터나 여러 가지 도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을 평상시에 늘 기억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오늘 중요한 이야기 다뤄봤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희가 관심을 갖고 이 부분 다뤄보겠고요. 오늘 도움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강섭: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인,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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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일시 : 2018년 9월 10일 월요일
□ 출연자 :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
◇ 장원석 아나운서(이하 장원석): 오늘은 세계자살예방의 날입니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6년 기준으로 인구 10만 명 당 25.6명입니다. 10년 넘게 OECD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1위를 기록했습니다. 줄곧 1위를 유지하다가 최근 2위로 밀려나기는 했지만, 우리 수치가 나아져서 그런 게 아니고요. 자살률이 높은 리투아니아가 지난 5월 말에 OECD에 가입하면서 순위만 변동이 있었습니다. 여전히 우리나라에서는 해마다 약 1만3천여 명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고치려고 정부나 지자체 민간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노력들이 계속되고 있는데 아직도 자살 위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체계적인 대응이나 예방절차를 갖추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어떤 노력이 더 이뤄져야 할까요.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인,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와 함께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 오강섭 강북삼성병원 교수(이하 오강섭): 안녕하세요.
◇ 장원석: 1년 전 쯤인가요. 스튜디오에 직접 나와 주시고 오랜만에 말씀 나누게 됐는데요. 오늘이 세계자살예방의날인데, 그래서 오늘도 자살예방협회장으로서 여러 가지 행사에 참여하신다고 들었어요. 올해는 어떤 행사가 있었습니까?
◆ 오강섭: 이미 지난주부터 각종 행사들이 진행됐는데요. 9월 4일 지난 화요일에는 생명존중 1000인 선언식이 개최돼서 많은 분들이 생명의 존중함을 선언하는 행사가 있었고요. 지난 금요일에도 생명의 전화에서 생명사랑 밤길걷기대회 행사가 있었고, 또 어제도 라이프호프라는 단체에서 생명문화캠페인이 있었고요. 오늘 세계자살예방의날 기념식이 있고, 또 내일과 모레는 저희 한국자살예방협회에서 개최하는 학술대회가 있습니다.
◇ 장원석: 사회인식 개선을 위해서 여러 가지 행사가 열리고 있는데. 저희 프로그램에서도 되도록 같은 주제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데 자살 예방 문제만큼은 적어도 2~3개월마다 한 번씩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어요. 그만큼 사회적으로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인데요. 1년 전에 저희 스튜디오에 와서 인터뷰하실 때하고 올해하고 수치라든지 제도라든가 좀 나아진 게 있습니까?
◆ 오강섭: 아직 통계가 새로 발표되지 않아서 아직은 얼마나 줄었는지 늘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만, 그러나 1년 사이에 이런 사회 국가의 관심이 매우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새롭게 많은 단체들이 이런 데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금년에도 정부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살예방 행동계획을 발표하는 등 사회에서 국가에서 많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큰 변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스스로 세상을 등지는 사람이 많다는 이야기는 자주 하고 있지만, OECD에서 13년이나 1위를 기록했다고 기간을 특정해서 보니까 굉장히 충격적이기도 한데요. 우리나라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이유, 한 가지가 아닙니다. 하지만 자살예방협회 회장으로서 의사로서 보기에는 어떻게 분석하고 계시는지요?
◆ 오강섭: 첫째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자살에 대해서 잘못된 견해를 가지고 있다. 즉 자살을 때로는 정당화하거나, 힘든 사람은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갖고 있거나 또 심지어 어떤 경우는 미화하고 또 이런 잘못된 그릇된 문화를 아직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걱정이 되고요. 또 하나는 환경적인 문제인데 자살을 할 수 있는 환경, 유해물질에 쉽게 노출돼 있다. 또 최근에 SNS나 이런 데에서 청소년 자살을 조장하거나 부추기는 이런 유해환경에 노출돼 있다. 이런 것들이 아직도 높은 자살률이 떨어지지 않는 큰 이유 중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런 이유들이 문제화되면서 번개탄 같은 걸 살 때에는 주인이 직접 물어본다든지, 왜 사시는지. 그리고 인터넷에서 유해 영상이나 글들을 없애는, 차단하는 조치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군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쉽지가 않거든요. 실제로요.
◇ 장원석: 맞습니다. 중앙자살예방센터가 2018년 올해 내놓은 자살예방백서에 보니까 조현병 그리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질환이 36.2%로 가장 높았고요. 그다음이 경제적 이유, 육체적 질병, 가정문제 순이었다고 하는데. 역시 마음의 병의 영향의 가장 높다고 봐야 할까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실제 심리부검 결과들을 보면요. 자살을 하기 직전에 마음의 상태가 매우 우울했던 경우가 적게는 60%. 원인은 질환이 36%라고 하지만 마음의 상태는 우울에 빠져 있던 상태가 적게는 60%에서 많게는 90%까지 차지하거든요. 그래서 이렇게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다가 이런 문제가 지속되니까 마지막에는 우울감에 빠져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실제로는 병으로 진단받지 못한 분들이 훨씬 많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청소년들의 사망 원인 1위는 꽤 오랜 기간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것 아니겠습니까. 속단할 수는 없겠지만 그냥 떠오르는 생각은요. 우리 아이들이 입시를 위한 학업에 너무 매달리고 경쟁에 지친 게 원인이 아닐까 싶은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 오강섭: 예. 또 최근에 청소년 학생 자살이 문제가 되는 것은 지금 저희가 아주 적지만 자살률이 조금씩 줄고 있거든요. 지난 수년간요. 그런데 최근에 청소년·학생은 늘고 있다는 것이 문제고요. 또 하나가 청소년의 경우 약 2/3는 원인을 알기 어렵습니다. 충동적인 경우도 있고 그래서. 그런데 약 1/3은 말씀하신 성적 문제, 또 가족 문제, 친구 문제 등의 스트레스가 심각한 경우여서 이들에 대한 대책이 심각한 상황입니다.
◇ 장원석: 성인들과 달리 청소년들은 아무래도 감정적으로도 더 충동적일 수 있고요. 아직 미성숙한 단계라고 본다면 접근방법이 달라져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 혹은 상담을 해줄 때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것은 청소년들의 그런 스트레스 원인을 알아내기 어렵기 때문에 이것을 부모님이나 나이 차이가 많이 나고, 세대 차이가 나는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이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래서 또래 상담자라든지 친구들이, 같은 반에서 늘 같이 지켜보고 공부하고 그런 친구들을 이런 상담가로 활용해서 이들이 충동적이고 위험에 놓여있는 아이들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장원석: 그렇죠. 하긴, 하루 중에서 같이 있는 시간을 따져보면 친구들이 가장 많고요. 또 사실 속 이야기를 부모나 선생님보다는 친구들에게 하는 경우가 많으니까 그걸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시켜서 같이 극복하는 방법을 만드는 것도, 지금 교수님 말씀대로 필요할 것 같네요. 그리고 요즘 책 중에서 인기 있는 책이 있는데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이게 책 제목인데요. 백세희 작가가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해요. 지난 6월 출간 이후 9주째 베스트셀러인 것을 보면 심리적으로 힐링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 이렇게 봐야 할까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에서 5년마다 정신질환 유병률이 발표되거든요. 그러니까 우리나라 전체 국민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비율이 얼마나 되느냐인데 대략적으로 최근에 2016년이 마지막 발표인데 성인 인구의 25%, 즉 성인 국민의 약 4명 중 1명이 평생 한 개 이상의 정신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굉장히 마음이 아프고 이런 분들이 많다는 건데 문제는 그 치료 비율은 굉장히 낮다. 서양의 1/3 정도밖에 안 된다. 이런 것이 큰 문제인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치료 비율이 낮다는 것은 병원에 내원하는 게 적어서 그런 건가요? 아니면 치료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중증이라 그런 건가요?
◆ 오강섭: 그러니까 내원을 하지도 않고요. 또 하나는 정신건강복지센터 같은 여러 가지 시설을 방문해서 도움을 받을 수 있는데 그런 것도 잘 모르고 있거나, 또 그런 곳을 방문하는 것에 대한 편견. 이런 것들로 인해서 전체적으로 어떤 치료나 상담을 받지 않고 있다는 것이죠. 대부분이요.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마음의 병에 걸리면 병원에 가야 한다. 감기에 걸려서 내과 찾듯이 마음의 병은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이야기는 많이 해요. 그리고 그렇게 조언도 많이 합니다만, 여전히 찾는 분들이 그렇게 없습니까?
◆ 오강섭: 많이 늘은 것은, 과거보다는 많이 치료 비율이 늘어난 것은 사실입니다. 과거보다는 많이 편견이 달라져서 치료받고, 불안하거나 우울해도 찾는 분들이 늘어난 것은 사실인데 아직도 정신질환은 다 정신병이다. 또 정신건강의학과는 상당히 심한 사람들이나 가는 곳이다. 이런 그릇된 편견이 남아있는 것은 사실이고요. 또 여러 가지 무슨 기록이 남아서 앞으로 미래에 어떤 영향을 주지 않을까. 청소년 같은 경우에도 앞으로 자기가 취업을 하거나 진학하는 데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이런 걱정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인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실제로 2016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정신질환실태역학조사'를 보니까 전문가와 상담한 경우가 전체 성인의 9.6%에 불과하고, 이것도 그래도 좀 늘어난 수치라는 거죠?
◆ 오강섭: 그렇습니다.
◇ 장원석: 그러나 취업이라든지 보험 가입 등에 제약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꼭 찾으면 좋겠다는 조언이신 거고요. 그런데 우리가 다른 신체적 능력, 그러니까 근력은 사람마다 다 천차만별이고요. 지구력도 그렇고. 그런데 정신적으로 어떤 똑같은 일에 마주했을 때 이 사람은 그래도 어느 정도 잘 극복하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 이것을 극복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다른 신체적 능력과 달리 ‘너는 이 정도로 약해빠져서 어떻게 이 세상을 살아가려고 하느냐’ 이런 타박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사람마다 대처방식이 다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신체적인 게 근력 이야기를 하셨는데 우리가 마음의 근력으로 회복력이란 이야기를 합니다. 회복력이라는 것은 어떤 우리가 스트레스에 처하고 위기에 빠졌을 적에 그것을 잘 이겨내고 회복하는 그런 능력을 말하는 것인데요. 이 회복력도 다 개인마다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어려서부터 이런 회복력을 더 키우기 위해서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데요. 우리가 어떤 우울증이나 위기에 빠져도 회복을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은 대개 긍정적이고 또 옆에 친구들이 있고 가족들이 지켜주고, 이런 인간관계 연결성이 계속되는 경우에는 회복력이 높아지기 쉬운데, 회복력이 낮은 사람들은 매우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또 주변에 지켜주고 들어주고 그런 인간관계가 부족한 경우 회복력이 매우 낮아서 이런 차이 때문에 극단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 장원석: 우리가 계속 무거운 물건을 들면서 근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회복력도 충분히 개선될 수 있다는 거잖아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게 인간관계입니다. 좋은 인간관계.
◇ 장원석: 주변인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거고, 서로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서로서로 돕는 것도 필요하겠어요. 그런데 미리 징후를 보이는 경우가 대체로 있더라고요. 예를 들어서 소설가 마광수 씨의 경우 1년 전에 미리 유서를 써놓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런 경우는 흔히 볼 수 있는 사례인가요?
◆ 오강섭: 그렇습니다. 그런데 유서를 써놨는데 그걸 우리가 보여주면 괜찮은데 안 보여주는 경우 알기 어려운 것인데요. 어떤 징후들로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첫째는 자꾸 사람들이 말 중에 죽음이라든지, 꼭 자기가 죽겠다는 건 아닌데 죽음이라든지 또 사후세계 이런 데에 관심을 보이는 것. 죽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것도 우리가 조심해야 하는 징후고요. 또 하나는 갑자기 전에는 찾지도 않던 성직자라든지 의사를 갑자기 찾아가는 것, 과거 자기의 주치의를 갑자기 방문한다든지. 또 자기가 평상시에 소중하게 아끼던 물건을 아낌없이 나눠준다든지, 이렇게 신변정리를 시작하는 것들. 또 그리고 갑자기 식습관 수면습관, 밥을 안 먹던 사람이 많이 먹는다든지, 또 잠을 안 자던 사람이 많이 잔다든지. 이런 생활습관이 갑자기 변화하는 것들. 이런 것들도 징후로 알려졌습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그런데 이렇게 징후를 보이고 세상을 스스로 떠난 이들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해서 가족들을 면담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참 어려울 것 같은 것이, 가족들도 굉장한 충격과 상처를 받은 상태 아니겠습니까. 그렇기 때문에 그 원인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련의, 아까 교수님도 말씀하신 심리부검이 중요하고 어려울 텐데, 이걸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요?
◆ 오강섭: 우리나라에도 중앙심리부검센터라는 것이 설립돼서 심리부검을 진행하고 있는데 심리부검은 사실 어떤 죽음의 원인을 찾아내는 것이기도 하지만 이 과정을 통해서 가족의 고통, 애도 과정을 돕는 것이 동시에 이뤄져야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족이 죽었는데 왜 죽었을까, 궁금하고. 그래서 그런 과정을 다 되짚으면서 가족이 다시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줘야 하거든요. 그런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데 아직은 가족들의 인식 부족도 있고요. 또 우리나라 심리부검의 역사가 아직 얼마 안 되다 보니까 말씀드린 그런 가족에 대한지원이라든가 이런 부분이 매우 부족한 것도 사실이어서 아직은 그 수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 장원석: 이 부분도 인력이라든지 전문가 양성에도 보완이 필요해 보이는군요. 대부분 개인적인 일로 치부되는 경향도 있고요. 사회적인 편견도 있어서 실제로 유가족들이 주변에 도윰을 요청하기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고요. 이런 사회적인 관심이나 정부의 지원이 지금까지 너무 부족했던 것 아닌가요? 지금 심리부검 인원이 부족한 것만 해도 그렇고요.
◆ 오강섭: 실제로 2011년에 생명존중 및 자살예방법이라는 것이 설립돼서 국가에서도 여러 가지 자살예방 사업을 시작했습니다만 그 내용 중에 유가족 지원 문제에 있어서는 매우 부족했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우리 협회에서도 유가족 위원회도 만들고 작년부터 여러 가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만 아직도 매우 부족해서 앞으로 이 문제는 그런 예방법 개정 등을 통해서 유가족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장원석: 개인의 문제로만 여겨서는 안 될 사회적인 문제, 정신건강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거든요. 이게 막연하게 들리기는 하는데 어떤 식으로 구축하면 좋을까요?
◆ 오강섭: 특히 유가족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면 일단 사건이 발생하게 되면 현장에 경찰이 대개 투입되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때 정신건강복지센터 바로 연결이 돼야 합니다. 이게 서양이나 잘돼 있는 국가에서는 바로 그런 연결 시스템이 잘돼 있거든요. 그래서 여기에 관련 전문가가, 경찰분들이 일단 자살 문제에서 전문가가 되기는 어려우니까 자살이나 유가족에 대한 전문 지식이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 직원과 바로 연결돼서 이들을 그분들이 만나서 유가족에 대한 지원이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구축해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이런 시스템이 하루빨리 마련되면 좋겠고요. 끝으로 우울감에 빠져있는 분들은 어떤 조언을 들어도 사실 귀에 안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런 분들을 위해서 한마디 해주신다면요?
◆ 오강섭: 우울감에 빠지면 우리 뇌의 여러 가지 기능이 저하되는데 그중의 하나가 문제해결능력이 떨어지고 판단력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너무 우울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있으면 과거에는 이걸 이렇게 이렇게 하면 해결했다. 이렇게 잘해왔던 것들을 우울감에 빠진 사람들은 나는 못해, 여기서는 헤어날 수 없어, 방법이 없어. 이렇게 잘못된 생각을 하기 쉽다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평상시에도 그렇지 않다. 지금까지도 힘든 여러 가지 상황이 있었지만 그것을 잘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본인이. 또 두 번째는 지금은 힘들지만 옆에 주변에 가족이나 친구나 친척이나 나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면 여러 가지 단체나 생명의 전화나 센터나 여러 가지 도울 수 있는 시설이 있다는 것을 평상시에 늘 기억해두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 장원석: 그렇군요. 오늘 중요한 이야기 다뤄봤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희가 관심을 갖고 이 부분 다뤄보겠고요. 오늘 도움 말씀 참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오강섭: 감사합니다.
◇ 장원석: 지금까지 한국자살예방협회 회장인, 성균관대 정신건강의학과 오강섭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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