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60] 에이즈 검사 20분만에 결과까지 들어보니

[해보니 시리즈 60] 에이즈 검사 20분만에 결과까지 들어보니

2018.12.15.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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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0] 에이즈 검사 20분만에 결과까지 들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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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마지막 장면에는 그가 에이즈에 걸려 사망했고, 그 사실을 죽기 전날에야 세상에 발표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시대가 사랑한 예술가도 에이즈 환자에 대한 편견과 비난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거다.

프레디 머큐리처럼 재능있는 수많은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에이즈는 이제 피임약처럼 매일 하루 한 알, 알약 복용으로 예방까지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에이즈는 이제 '다스릴 수 있는' 질병이 됐지만, 여전히 "동성애자만 걸리는 병", "문란한 사생활로 인한 질병"이라는 편견이 재생산된다.

온라인이라고 다르지 않다. 잘못된 정보와 자극적인 사진 등 에이즈에 대한 두려움만 가중하는 게시물도 많고 "에이즈 걸려서 인생이 망했다"는 글이 페이스북에 버젓이 공유되기도 한다. 치료나 예방보다는 고통과 편견에 가득 찬 글이 더 많이 공유되는 것이다.

그러나 질병관리본부는 "에이즈는 충분히 관리 가능한 만성질환으로 정부에서는 예방은 물론 조기 진단과 치료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홍보하는 것처럼 정말 간단하고 빠르게 조기 진단이 가능할까? 그래서 직접 에이즈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 가장 빠른 방법 HIV -1/2 키트 '오라퀵' 단점은 '가격'

가장 간단하고 쉽게 검사하는 방법이다. 단 에이즈 키트 검사의 경우, 감염 의심 날로부터 최소 4주, 더욱 정확한 결과를 얻으려면 12주 이후 검사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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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가서 에이즈 검사 장비 달라고 하면 약사가 검사 키트를 준다. 가격은 4만 원. 약사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른 손님이 있는지 확인하고 재빨리 키트를 쇼핑백에 담았다. 감기약을 사거나 영양제를 샀을 때는 담아주지 않던 쇼핑백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검사 방법을 아느냐?"고 물어서 잘 모른다고 하니 검사 기구로 잇몸을 훑어 상피세포를 스틱에 묻힌 다음 검사 시약에 넣고 나서 20분을 기다리라고 말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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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검사를 하기 30분 전에는 아무런 음식을 먹지 않아야 한다. 20분 뒤 임신 테스트기처럼 생긴 스틱에 빨간색 줄이 하나 그어졌다. '음성'이라는 소리다.

양성이 나온 경우에는 에이즈 상담 지원센터(1599-8105)로 전화해 상담하라는 설명이 첨부되어 있다.

◇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무료 검사' 20분 기다리면 결과 나와

키트 검사 비용이 부담되면 보건소에서 익명으로 에이즈 검사를 할 수 있다. 보건소 '신속검사실'에서 가능한데 기자는 마포구 보건소에서 받았다. 보건소 입구에는 에이즈 검사가 20분 만에 가능하다는 내용이 홍보되어 있다.

[해보니 시리즈 60] 에이즈 검사 20분만에 결과까지 들어보니

3층 신속검사실에서 검사받기 위해 바닥에 화살표 안내를 따라갔더니 문이 잠겨있어 진단검사의학실에서 검사를 한다고 해서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다.

손 끝에서 소량의 혈액을 뽑아서 검사를 진행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검사 결과를 위한 번호(가명)를 적는 접수증을 먼저 작성했다.

결과 확인을 할 때 이름이나 핸드폰 번호를 기재하지 않고, 임의로 쓴 번호를 말하면 검진 결과를 알 수 있다. 신원을 드러내지 않고 무료로 간단하게 검진을 받을 수 있다.

[해보니 시리즈 60] 에이즈 검사 20분만에 결과까지 들어보니

혈액 검사 종류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진단 장비로 검사하는 방법이 있고, 하나는 기계로 돌려서 분석하는 방법이 있다.

보건소 혈액 검사는 20분 만에 진단 결과가 나오고, 의심 날로부터 12주가 지난 다음에 검사해야 결과가 정확하게 나온다.

기계로 돌려서 검사하는 방식은 의심 일로부터 4주밖에 안 지났어도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장점이 있지만 진단 결과를 통보받기까지 일주일이 걸린다.

기자는 20분 만에 빠르게 검사 결과가 나오는 방식을 선택했다. 네 번째 손가락 끝을 바늘로 찌르고 스포이트로 피를 빨아들이는 게 검사의 전부였다.

20분 뒤 접수증에 적힌 검사 결과 확인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자 곧바로 "임시 번호를 말해주세요"라고 말해서 접수증에 적은 번호를 불렀더니 "음성"이라고 알려주었다. '양성' 반응이 나오면 감염병 관리 부서에서 상담하고 전문 상담 기관을 안내해준다.

◇ 간단한 검사에 예방까지 가능한 질병이지만 '무관심'에는 속수무책

전 세계는 에이즈 발병률이 감소세에 있지만 우리나라는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20대 30대 감염자가 늘었고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적극적인 홍보로 검사를 받아서 확진자가 늘어나기도 했지만 '동성애자만 걸린다는 편견'과 질병을 감추는 사회 분위기는 에이즈 예방에 큰 걸림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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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2017년 신규 감염인 1,009명 중 감염경로 역학조사에 응답한 753명 중 48%는 동성 간 성 접촉에 의한 감염이고 52%는 이성간 성접촉에 의한 감염이었다.

신규 감염인 중 남성 959명 중 역학조사에 응답한 남성 715명 중 714명은 성 접촉(동성 간 50%, 이성 간 50%)에 의한 감염이라고 응답했다.

신규 감염인 여성 50명 중 역학조사에 응답한 38명 전체는 이성간 성 접촉에 의해 감염되었다고 응답했다.

◇ '예방' 가능한 질병 됐지만, 약값 너무 비싸…. 약값 현실화 필요

올해 2월부터는 우리나라에서도 'HIV 감염 치료제 '트루바다'를 '예방약'으로도 쓸 수 있게 됐다. 알약을 매일 1알씩 먹으면 HIV 바이러스 노출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이른바 프렙(PrEP)요법이다.

조기 진단을 넘어 성관계 대상자가 HIV-1 감염자이거나, HIV-1 바이러스가 많은 지역이나 사회적 네트워크에서 성생활을 하는 고위험군이 예방 목적으로 쓸 수 있게 됐지만, 가격과 처방 기준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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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바다로 예방 효과를 보려면 하루에 1회 한 알씩 지속해서 복용을 해야 하는데 트루바다 1알의 가격은 1만 3720원(비급여 기준)

보험이 적용되는 처방 기준은 임신 중인 감염인이나 감염인인 산모로부터 태어난 신생아, HIV에 노출된 의료종사자, 감염인의 배우자(사실혼 포함) 등이다.

우리나라는 법적으로 이성간 혼인만 혼인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동성애자는 사실혼 관계에 있더라도 처방받기 어렵고 보험 적용 기준에 맞지 않는 남자 동성애자가 약을 처방받으려면 비급여로 처방받아야한다.

그러나 1년간 매일 복용하면 약값만 500만 원이 넘어 고위험군에서 매일 약을 먹을 수 있기란 쉽지 않다.

결국 약값을 현실화해야 HIV 바이러스 감염과 에이즈 환자의 상승세를 효과적으로 잡을 수 있다. 질병관리본부가 조기 진단에 힘쓰는 만큼, 트루바다를 이용한 예방에도 관심을 기울여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에이즈를 정복할 세상은 눈 앞에 왔는데 우리 인식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다. 편견에 굴복하지 말고 굳이 에이즈 검사가 아니더라도 기타 성병에 대한 검사 또한 받아보는 편이 좋다. 기타 성병의 감염은 HIV 바이러스 노출을 쉽게 만들기 때문.

물론 관계를 가질 때에는 라텍스나 폴리우레탄 콘돔을 사용해 체액과 직접 접촉 기회를 줄이는 예방책도 필수다.

에이즈 검사에 걸린 시간은 자가 진단, 보건소 방문 시간은 합치면 고작 40분이었다.
HIV 바이러스 감염 우려되는 상황이거나 관련 질병이 의심된다면 가까운 보건소에 가서 '한 방울의 피'로 검사를 해보는 건 어떨까?


※ 에이즈 상담지원센터 번호 1599-8105

YTN PLUS 최가영 기자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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