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이 되면 생기는 어느 '서글픈' 세계신기록

성탄절이 되면 생기는 어느 '서글픈' 세계신기록

2018.12.24. 오후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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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되면 세계 신기록이 만들어지는 분야가 있습니다.

하지만 반가워할 수 없는, 서글픈 기록인데요.

바로 최장 기간 고공농성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섬유회사인 파인텍 노동자 2명이 서울 목동 열병합발전소의 75m 높이 굴뚝에서 추위를 견디고 있는데요.

오늘로 굴뚝에서 생활한 지 408일째, 이제 잠시 뒤 내일이면 409일로 세계 신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직전 세계 신기록인 408일 고공농성도 역시 파인텍 노동자가 세웠다는 게 참 씁쓸한데요.

발단은 지난 2010년이었습니다.

섬유산업 침체 여파로 파산한 한국합섬을 '스타플렉스'란 곳이 인수하는데, 불과 2년여 만에 공장 가동을 멈추고 직원들을 정리해고합니다.

회사는 경영난을 이유로 들었지만, 노동자들은 애초에 싼값에 산 공장을 처분해서 이익을 남기려는 '위장폐업'이었다고 반발하면서 첫 번째 고공농성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노조 지회장이었던 차광호 씨가 구미 공장 굴뚝에 올라가 2014년 5월 27일부터 2015년 7월 8일까지 408일 동안 농성을 벌였는데요.

사태가 길어지자 스타플렉스는 공장을 재가동하기로 노동자들과 합의하면서 첫 고공농성은 끝이 났습니다.

파인텍이라는 새 법인을 만들어 고용을 보장하고 임금 등 근로조건을 협의하기로 했지만, 합의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고, 급기야 파인텍은 공장 문을 닫게 됩니다.

열악한 근로조건을 견뎠지만 일할 곳마저 잃게 된 노동자들은 결국, 지난해 11월 12일 다시 굴뚝 위로 올랐습니다.

이번엔 파인텍의 모기업인 스타플렉스와 가까운 목동 열병합 발전소의 굴뚝이라는 점만 달라졌습니다.

폭이 80cm에 불과한 굴뚝 위는 여름에는 살인적 더위와 겨울엔 살을 에는 추위와 싸워야 하는 곳인데요.

제대로 씻을 수도, 잘 수도 없는 비좁은 공간에서 홍기탁, 박준호 씨는 408일을 버텨왔습니다.

노동자가 굴뚝에 올라가 408일을 두 번이나 넘긴 유례 없는 상황.

파인텍 노사 간의 불신이 워낙 깊어 이제 당사자 간 해결은 어려워 보이는데요.

제3자인 정부나 정치권이 나서서 적극 중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올해도 감옥 같은 굴뚝 위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내야 하는 세 아이의 아버지의 말, 마지막으로 들어보시죠.

[홍기탁 / 파인텍 노동자(cbs 김현정의 뉴스쇼) : 내일은 우리 애들이 좋아하는 크리스마스고 엄마한테 꼭 선물 사달라고 졸랐으면 좋겠고 아빠가 힘있게 내려가서 땅을 밟고 내려갈 테니까 아빠 모습 볼 때까지 아주 자신감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고 기다려라. 아빠가 이겨서 내려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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