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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말부터 2014년까지 영국에 소재한 여론조사전문기관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는 페이스북 소셜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를 통해 게임 이용자 약 27만 명과 그들의 친구계정 약 8천 7백만 명의 디지털 개인정보를 음성적으로 수집했다. 그 정보는 지난 2016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 활용되었다는 사실이 가디언(The guardians) 등을 통해 폭로되면서 이른바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 사건이 터졌다.
심리검사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게임 이용자를 속인 채 특정한 의도로 모의(謀議)된 ‘다크 플레이’를 설계해 불특정 다수의 디지털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 ‘Play Matters’를 쓴 게임이론가 미구엘 시카트(Miguel Sicart) 교수는 “다크 플레이란 게임과 놀이의 파괴적 성격을 사용해 게임 문맥(game contexts)의 규칙을 위반(break the conventions)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시카트에 따르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소셜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애초에 설계된 게임 규칙의 문맥(심리분석 게임)을 벗어나 수십 만 명의 게임 플레이어를 속인 채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획득해 ‘거래’한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 학자들(John Foster, Robert McChesney, Shoshana Zuboff)이 경고했던 “감시로 획득한 데이터를 수익으로 창출”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한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Data and Goliath’를 쓴 컴퓨터 암호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는 “감시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델이며 우리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최근 한 세미나(Web Foundation)에서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음모론이 횡행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이 사회적 긴장을 부추기며, 외부 행위자들이 선거에 개입해 우리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훔치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데이터 스캔들로 ‘아이엠쏘리정장’을 입고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벨기에의 기 베르호프스타트(Guy Verhofstadt) 의원에 의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디지털 몬스터’를 만든 천재(A genius who created a digital monster)”라고 지탄 받기도 했다. ‘디지털 몬스터’는 일찍이 데이브 에거(Dave Egger)의 소설 ‘서클(The Circle)’에 등장하는 빅 데이터 회사 서클의 창업자인 타이 고스피디노프(Ty Gospodinov)를 지칭하는데, 그는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선거에 활용”하는 자로 묘사된 인물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디지털 코드’에 지배를 받는다. 굳이 페이스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코드 기반의 데이터는 전 세계 주요플랫폼 이곳저곳에서 생산된다. 구들의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타호 호수에서 개최된 테크노믹스콘퍼런스(Technomics Conference)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양은 모두 5엑사바이트(1EB=10억 기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틀마다 그만큼씩 데이터가 추가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아올려진 디지털 데이터는 기술적 알고리즘에 의해 신속하게 분류·처리된다. 문제는 처리 이후의 활용과정에 있는데, 에릭 슈미트는 그의 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데이터 혁명 때문에 시민들이 가상공간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이고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로 촉발된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은, 코드와 알고리즘, 빅 데이터와 데이터 마이닝 등 이른바 ICT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기술)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권력과 자본을 지배적으로 행사하려는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과 욕망에 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의 오픈 API인 그래프(Graph)를 활용해 만든 심리검사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소셜 네트워크와 오픈 API라는 기술적 코드 자체에 있기 보다는 일련의 사람들이 그것을 활용해 개인정보 및 사생활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전 세계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일으켜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 침해라는 비난을 샀던 것이다. 미국의 전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톰 윌러(Tom Wheeler)는 디지털 주권과 같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해 “신세계가 구세계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버드대학교 로런스 레시그(Lawrence Lessig) 교수는 “코드는 법이며 코드의 아키텍처는 민주주의 국가의 법률만큼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시민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촉발된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은, 그간 다른 인터넷 거인들이 어떻게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로 위시된 빅-데이터를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발 빠르게 확산되었다. 예를 들어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지난 20년 동안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디지털 데이터를 토대로 약 7백 억 달러(우리 돈 약 80조 원)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켰으며, 그 대부분은 이른바 ‘타켓 광고’로 알려진 사용자들의 광고정보 활동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의 대표 격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의 경우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빅-데이터의 가치가 무려 4,7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월드-와이드-웹 창시자로 알려진 팀 버너스 리는 지난해(2018년) 2월, 인터넷 탄생 29주년을 맞이하는 공개서한에서 “구글은 전 세계 온라인 검색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매월 22억 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쓰면서, “두 회사는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창출에 극대화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늘날의 주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대량 감시’를 기반으로 한다. 앞서 언급했던 ‘Data and Goliath’을 쓴 브루스 스키너(Bruce Schneier)는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에서 “만약 정부가 모든 시민들에게 추적 장치를 휴대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일성하면서 “그러한 법률은 위헌이 될 것이지만, 오늘날의 우리 모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은 우리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마다 그 사실을 알리도록 요구한다면 반란을 일으키겠지만, 페이스북에는 자연스럽게 통보한다.”고 일침을 덧붙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도구는 사용자들이 본 영상, 검색한 내용, 소비한 콘텐츠 등을 토대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디지털 개인정보를 그들의 서버에 수집하듯 쌓아둔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업과 거래한다. 구글은 애드워즈(ADwords)나 UAC(Universal App Campaigns) 등을 활용하고, 페이스북은 오디언스 네트워크(Audience Network) 등의 비즈니스 기능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 게임들은 ‘리드-젠’(Lead-Gen)이라고 불리는 악의적인 마케팅 기법에 노출되어 개인정보와 사생활 정보가 기업 사이의 거래대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의 브래드 스톤 기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사기꾼들은 현재 소셜 네트워크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백만 명의 잠재적 희생자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디지털 개인정보가 기업들의 마케팅 대상으로 활용되는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는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와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가 쓴 용어로, “감시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수익으로 창출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그들의 의미를 토대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쇼냐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는 2016년 5월, 한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뜻으로 정의를 내렸다.
“감시 자본주의는 디지털의 막강한 힘과 적어도 30년 동안 상업을 장악했던 금융 자본주의의 급진적인 무관심, 본질적인 나르시시즘 등이 앵글 경제에서 디지털 힘과의 결합으로 나타난 것이다(Zuboff,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16).”
주보프는 ‘감시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컴퓨터 아키덱처를 ‘빅 아더(Big Other)’라고 불렀다. 이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의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오늘날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84'의 빅 브라더는 “검은 머리에 검은 수염을 기른, 권력과 신비스런 정적에 싸인 얼굴”로 신체화 되어 있지만, 컴퓨터 초연결 된 시대의 빅 브라더는 그와 정 반대로 탈-신체화 됨으로써, 거대한(massively)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전자화된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망감시시스템인 파놉티콘으로 잘 알려진 벤담 시대의 초기 자본주의는, 물리적인 신체와 장소 등으로 특정될 수 있었지만. “액체 근대화된 후기 자본주의”에 이르러 물리적인 신체와 장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자본의 침식은, 월드-와이드-웹으로 확장된 디지털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공간도 침범해 들어와 온라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상품화해 갔다. 상품화의 방법은 간단했다. 사용자들의 행동예측과 그에 따른 소비증진, 업무효율과 채산성 강화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기술과 결탁한 글로벌 플랫폼들은, 기업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지난 10여 년간 꾸준하게 수집하면서, 전에 없던 거대한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미국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권력과의 거래에까지 가담함으로써, ‘디지털 주권’에 대한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 최근(2018년 5월) 유럽에서는 GDPR이라고 불리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어 새로운 기술-미디어 환경에서의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는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새로운 법적·규제적 프레임워크는 구글 및 페이스북과 같은 오픈 플랫폼을 활용하는 디지털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리사회도 ‘디지털 주권’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YTN 서정호PD(hoseo@ytn.co.kr)
[참고자료]
- Bauman, Z.. (2013). Liquid modernity. (Lee, I. S., Trans). Seoul: Gang. (Original work published 2000).
- Berners-Lee Tim, director of the W3C (Web Foundation, Mar. 2018) The web is under threat. Join us and fight for it
- Schneier B. (2015), Data and Goliath, New York, Ed. Norton & Company.
- Zuboff Shoshana (2018).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 (Ed. PublicAffairs)
- Pasquale Frank (2015). The Black Box Society (Ed. Harvard University Press)
- Lessig Lawrence (1999). Code & other Laws of Cyberspace (Ed. Basic Books)
- Carsten Gorig, (2011). Gemeinsam Einsam.(Park, Y.M.) Seoul: Sigma Books.
- Armand Mattelart. (2012). La Globalisation de la Survellance. Seoul: Alma.
- Miguel Sicart. (2014). Play Matters, MIT Press.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심리검사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게임 이용자를 속인 채 특정한 의도로 모의(謀議)된 ‘다크 플레이’를 설계해 불특정 다수의 디지털 개인정보를 무단 수집했다. ‘Play Matters’를 쓴 게임이론가 미구엘 시카트(Miguel Sicart) 교수는 “다크 플레이란 게임과 놀이의 파괴적 성격을 사용해 게임 문맥(game contexts)의 규칙을 위반(break the conventions)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시카트에 따르면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의 소셜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애초에 설계된 게임 규칙의 문맥(심리분석 게임)을 벗어나 수십 만 명의 게임 플레이어를 속인 채 수천만 명의 개인정보를 획득해 ‘거래’한 사실을 바탕으로, 여러 학자들(John Foster, Robert McChesney, Shoshana Zuboff)이 경고했던 “감시로 획득한 데이터를 수익으로 창출”하는 “감시 자본주의”의 한 행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파악할 수 있다.
‘Data and Goliath’를 쓴 컴퓨터 암호전문가 브루스 슈나이어(Bruce Schneier)는 “감시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모델이며 우리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월드 와이드 웹)의 창시자로 잘 알려진 팀 버너스 리(Tim Berners-Lee)는 최근 한 세미나(Web Foundation)에서 “지난 몇 년 간 우리는 소셜 미디어에서 음모론이 횡행하고, 트위터와 페이스북의 가짜 계정이 사회적 긴장을 부추기며, 외부 행위자들이 선거에 개입해 우리들의 소중한 개인정보를 훔치는 것을 지켜보았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데이터 스캔들로 ‘아이엠쏘리정장’을 입고 유럽의회 청문회에 출석했던 페이스북 창시자 마크 저커버그는, 벨기에의 기 베르호프스타트(Guy Verhofstadt) 의원에 의해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디지털 몬스터’를 만든 천재(A genius who created a digital monster)”라고 지탄 받기도 했다. ‘디지털 몬스터’는 일찍이 데이브 에거(Dave Egger)의 소설 ‘서클(The Circle)’에 등장하는 빅 데이터 회사 서클의 창업자인 타이 고스피디노프(Ty Gospodinov)를 지칭하는데, 그는 “사용자 데이터를 이용해 선거에 활용”하는 자로 묘사된 인물이다.
오늘날의 세계는 ‘디지털 코드’에 지배를 받는다. 굳이 페이스북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코드 기반의 데이터는 전 세계 주요플랫폼 이곳저곳에서 생산된다. 구들의 전 CEO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는 2010년 미국 캘리포니아 타호 호수에서 개최된 테크노믹스콘퍼런스(Technomics Conference)에서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2003년까지 만들어진 데이터양은 모두 5엑사바이트(1EB=10억 기가바이트)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이틀마다 그만큼씩 데이터가 추가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렇게 쌓아올려진 디지털 데이터는 기술적 알고리즘에 의해 신속하게 분류·처리된다. 문제는 처리 이후의 활용과정에 있는데, 에릭 슈미트는 그의 책 '새로운 디지털 시대'에서 “데이터 혁명 때문에 시민들이 가상공간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통제력을 상당 부분 상실할 것이고 그것이 현실세계에서 중대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지만, 그것을 다루는 사람은 중립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로 촉발된 ‘페이스북 데이터 스캔들’은, 코드와 알고리즘, 빅 데이터와 데이터 마이닝 등 이른바 ICT 기술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그것(기술)을 정치적으로 활용해 권력과 자본을 지배적으로 행사하려는 사람들의 그릇된 인식과 욕망에 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의 오픈 API인 그래프(Graph)를 활용해 만든 심리검사 게임인 ‘ThisIsYourDigitalLife’는, 소셜 네트워크와 오픈 API라는 기술적 코드 자체에 있기 보다는 일련의 사람들이 그것을 활용해 개인정보 및 사생활 데이터를 무단으로 수집하여 전 세계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점에서 중대한 문제를 일으켜 ‘디지털 주권(Digital Sovereignty)’ 침해라는 비난을 샀던 것이다. 미국의 전 연방통신위원회 위원장 톰 윌러(Tom Wheeler)는 디지털 주권과 같은 ‘개인의 사생활 보호’에 대해 “신세계가 구세계로부터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하버드대학교 로런스 레시그(Lawrence Lessig) 교수는 “코드는 법이며 코드의 아키텍처는 민주주의 국가의 법률만큼 중요해지고 있으므로 반드시 시민의 통제 하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에 의해 촉발된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은, 그간 다른 인터넷 거인들이 어떻게 사용자들의 개인정보로 위시된 빅-데이터를 자신들의 비즈니스 모델로 만들어냈는지에 대한 논쟁으로 발 빠르게 확산되었다. 예를 들어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Alphabet)은, 지난 20년 동안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디지털 데이터를 토대로 약 7백 억 달러(우리 돈 약 80조 원) 이상의 수익을 발생시켰으며, 그 대부분은 이른바 ‘타켓 광고’로 알려진 사용자들의 광고정보 활동으로부터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소셜 미디어의 대표 격으로 알려진 페이스북의 경우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빅-데이터의 가치가 무려 4,75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월드-와이드-웹 창시자로 알려진 팀 버너스 리는 지난해(2018년) 2월, 인터넷 탄생 29주년을 맞이하는 공개서한에서 “구글은 전 세계 온라인 검색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매월 22억 명이 넘는 활성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고 쓰면서, “두 회사는 전 세계 디지털 광고 지출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사회적 이익의 극대화보다는 자신들의 이익 창출에 극대화되어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오늘날의 주요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은 여전히 ‘대량 감시’를 기반으로 한다. 앞서 언급했던 ‘Data and Goliath’을 쓴 브루스 스키너(Bruce Schneier)는 블룸버그에 쓴 기고문에서 “만약 정부가 모든 시민들에게 추적 장치를 휴대하도록 요구하는 법안을 통과했다고 상상해 보라.”고 일성하면서 “그러한 법률은 위헌이 될 것이지만, 오늘날의 우리 모두는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국가 안보국(National Security Agency)은 우리가 새로운 친구를 사귈 때마다 그 사실을 알리도록 요구한다면 반란을 일으키겠지만, 페이스북에는 자연스럽게 통보한다.”고 일침을 덧붙였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도구는 사용자들이 본 영상, 검색한 내용, 소비한 콘텐츠 등을 토대로 엄청나게 방대한 양의 디지털 개인정보를 그들의 서버에 수집하듯 쌓아둔다.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기업과 거래한다. 구글은 애드워즈(ADwords)나 UAC(Universal App Campaigns) 등을 활용하고, 페이스북은 오디언스 네트워크(Audience Network) 등의 비즈니스 기능을 활용하는 식이다. 이 가운데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 게임들은 ‘리드-젠’(Lead-Gen)이라고 불리는 악의적인 마케팅 기법에 노출되어 개인정보와 사생활 정보가 기업 사이의 거래대상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뉴욕타임스의 브래드 스톤 기자는 이와 같은 현상을 두고 “사기꾼들은 현재 소셜 네트워크에 있다”고 주장하면서 “수백만 명의 잠재적 희생자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디지털 개인정보가 기업들의 마케팅 대상으로 활용되는 이른바 ‘감시 자본주의(Surveillance capitalism)’ 시대가 도래 하고 있는 것이다.
‘감시 자본주의’는 존 벨라미 포스터(John Bellamy Foster)와 로버트 맥체스니(Robert McChesney)가 쓴 용어로, “감시를 통해 획득한 ‘데이터’를 수익으로 창출하는 자본주의”를 의미한다. 그들의 의미를 토대로,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쇼냐나 주보프(Shoshana Zuboff) 교수는 2016년 5월, 한 칼럼을 통해 다음과 같은 뜻으로 정의를 내렸다.
“감시 자본주의는 디지털의 막강한 힘과 적어도 30년 동안 상업을 장악했던 금융 자본주의의 급진적인 무관심, 본질적인 나르시시즘 등이 앵글 경제에서 디지털 힘과의 결합으로 나타난 것이다(Zuboff, Frankfurter Allgemeine Zeitung, 2016).”
주보프는 ‘감시 자본주의’를 구성하는 컴퓨터 아키덱처를 ‘빅 아더(Big Other)’라고 불렀다. 이는 조지 오웰의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나오는 오세아니아의 ‘빅 브라더(Big Brother)’를 오늘날의 형태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1984'의 빅 브라더는 “검은 머리에 검은 수염을 기른, 권력과 신비스런 정적에 싸인 얼굴”로 신체화 되어 있지만, 컴퓨터 초연결 된 시대의 빅 브라더는 그와 정 반대로 탈-신체화 됨으로써, 거대한(massively)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전자화된 알고리즘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일망감시시스템인 파놉티콘으로 잘 알려진 벤담 시대의 초기 자본주의는, 물리적인 신체와 장소 등으로 특정될 수 있었지만. “액체 근대화된 후기 자본주의”에 이르러 물리적인 신체와 장소를 벗어날 수 있었다. 이에 자본의 침식은, 월드-와이드-웹으로 확장된 디지털 사회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확장시켜,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의 공간도 침범해 들어와 온라인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상품화해 갔다. 상품화의 방법은 간단했다. 사용자들의 행동예측과 그에 따른 소비증진, 업무효율과 채산성 강화 등에 이르기까지, 자본-기술과 결탁한 글로벌 플랫폼들은, 기업의 생산과 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사용자들의 데이터를 지난 10여 년간 꾸준하게 수집하면서, 전에 없던 거대한 장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급기야 미국 민주주의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정치권력과의 거래에까지 가담함으로써, ‘디지털 주권’에 대한 세계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 최근(2018년 5월) 유럽에서는 GDPR이라고 불리는 일반개인정보보호법(General Data Protection Regulation)이 시행되어 새로운 기술-미디어 환경에서의 디지털 주권을 강화하는 행보로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새로운 법적·규제적 프레임워크는 구글 및 페이스북과 같은 오픈 플랫폼을 활용하는 디지털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필요에 의해 전 세계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우리사회도 ‘디지털 주권’에 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YTN 서정호PD(hoseo@ytn.co.kr)
[참고자료]
- Bauman, Z.. (2013). Liquid modernity. (Lee, I. S., Trans). Seoul: Gang. (Original work published 2000).
- Berners-Lee Tim, director of the W3C (Web Foundation, Mar. 2018) The web is under threat. Join us and fight for it
- Schneier B. (2015), Data and Goliath, New York, Ed. Norton & Company.
- Zuboff Shoshana (2018). The Age of Surveillance Capitalism: The Fight for a Human Future at the New Frontier of Power (Ed. PublicAffairs)
- Pasquale Frank (2015). The Black Box Society (Ed. Harvard University Press)
- Lessig Lawrence (1999). Code & other Laws of Cyberspace (Ed. Basic Books)
- Carsten Gorig, (2011). Gemeinsam Einsam.(Park, Y.M.) Seoul: Sigma Books.
- Armand Mattelart. (2012). La Globalisation de la Survellance. Seoul: Alma.
- Miguel Sicart. (2014). Play Matters, MIT 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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