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2019.02.09.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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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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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정보 앱으로 찾은 '좋은 집', 알고보니 허위 매물

"허위매물 맞아요"...부동산의 당당한 태도에 당황

지난해 허위매물 제재 당한 중개업소, 2017년보다 29% 증가

관련 법 부재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8일 국회에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 입법 공청회' 열려


전세살이를 하는 사람들에게 2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나 역시 눈 깜짝할 사이에 2달 앞으로 다가온 전세 만기일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집을 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발품 팔기'지만 사실 직장인에게 평일에 시간을 내기란 쉽지 않다. 보통은 직접 지역 부동산을 찾기에 앞서 다방, 직방, 네이버 부동산 등 각종 부동산 정보 앱을 깔아놓고 원하는 조건에 맞는 매물을 검색한다.

서울 집값이 하락했다는 기사가 줄을 잇지만 정작 원하는 지역의 매매가와 전셋값은 2년 전보다 어마어마하게 올라 있었다. 실수요자들은 단기가 아닌 장기 실거래가를 놓고 가격을 비교하기 때문에 최근의 서울 집값 가격 하락 추세는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그저 더 이상 오르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가 있을 뿐.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맞벌이 부부가 둘 다 출퇴근이 가능한 지역에 살기 위해서는 대출을 얼마나 해야 하는지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중, 신림동 인근 괜찮은 신축빌라가 눈에 들어왔다. 문자로 집을 내놓은 부동산에 "매물번호OOOOO 방이 있냐"고 문자로 물어보니 전화가 와 "일단 오면 방을 보여주겠다"며 부동산 주소를 보내 온다.

다음날, 약속 시간에 맞추기 위해 택시를 타고 부리나케 부동산으로 향했다. 중개사에게 얘기한 방을 보여달라 했더니 "그 방은 없고 원하시는 조건에 맞는 다른 방을 보여주겠다"고 얼버무린다. "방이 나간 건가요?" 라고 물었더니 묵묵부답이다. 혹시 허위매물이었냐고 대놓고 물었더니 공인중개사는 "말하자면 그렇죠"고 답했다. "그럼 이건요?" 다른 집을 문의했더니 "이것도 없는 방이에요. 이 가격에는 여기서 그런 방 못 구해요"라는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당장이라도 뛰쳐나오고 싶었지만 시간을 내서 먼 곳까지 간 김에 집을 둘러보고 싶어 애써 화를 참았다. 그러나 우리 부부가 마음에 들어한 방과 실제 매물은 너무나 차이가 컸다. 역세권에서 한참 멀어지고 실평수 7~8평 이상을 더 줄여도 예산보다 1억 이상을 더 대출해야 했다.

"우리가 봤던 빌라가 이 지역에 실제 있는 매물이라면 전셋값이 얼마나 할까요?"하고 물었더니 공인중개사는 "그 조건이면 못해도 (허위매물 가격보다) 1억 5천은 더 줘야 한다"고 답했다. 예산과 전혀 맞지 않는 실거래가 탓에 그날의 집보기는 소득 없이 끝났다.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부동산 매물 검증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매물을 올렸다가 제재를 받은 공인중개업소는 그 전해보다 무려 29%나 증가했다. 공인중개사 간의 경쟁이 더욱 심해진 탓이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들은 '허위매물 잡기'에 총력을 다한다고 광고하지만 실제로 허위매물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허위매물을 올려 둔 부동산을 'A 부동산 정보 제공 앱'에 신고하기 위해 전화를 걸어 보았다. A 업체는 ARS에 '허위 매물' 신고 창구를 아예 따로 마련해 두었다.

"매물번호 OOOOO번, XX부동산 상품이 허위매물이었어요"

허위매물을 신고하자 A 업체 측은 "지속해서 관리하고 있는데 문제가 돼 죄송하다"며 "문제가 된 XX부동산 같은 경우는 문제 업체로 경고가 누적돼있는 블랙리스트 업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왜 그런 질 나쁜 부동산이 아직도 파트너사로 있느냐"고 묻자 "이미 여러 번 제재를 가했다. 경고가 더 누적되면 아예 앱에서 퇴출당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부동산과 부동산 정보 앱은 상생하는 파트너인 탓에 강력한 제재를 가하기란 어려운 게 현실이다.

허위매물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이유를 묻자 A 업체 홍보팀은 "공인중개법상 공동중개가 허용되기 때문도 크다"고 답했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a 부동산, b 부동산, c 부동산을 통해 매물을 내놨는데 이 부동산이 a 부동산을 통해 거래가 완료됐다 해도 집주인이 b, c 부동산에는 이를 알리지 않아 '허위매물'이 남아있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미끼 매물 피해자도 존재한다고 말하자 업체는 "직원 8명이 매물 검수를 하는데 하루에 만 건 정도 매물이 올라온다. 전수 조사를 하긴 하지만 일일이 직원이 지역을 찾아가서 확인하기는 어렵고 누락 부분이 피치 못하게 생긴다"고 양해를 구했다.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부동산매물클린관리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허위매물 등록 제한 페널티를 받은 중개업소가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 용인시로 총 제재 건수가 404건이었고 경기도 화성시(268건), 서울시 강남구(252건), 서초구(245건), 경기도 성남시(237건) 등의 순으로 뒤를 이었다. A 업체 홍보팀은 "우리 앱에서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강남구 논현동이 가장 검색이 많은 동네다. 이 지역에서 경쟁이 치열해 허위매물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허위매물을 잡기 위한 부동산 정보 제공 업체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직방'의 경우 헛걸음 신고 보상제를 시행하고 있고, '다방'은 AI로 빅데이터를 수집해 가짜 매물을 가려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심화되는 부동산 경쟁과 관련법 부재 탓에 허위매물은 척결되지 않았고 피해는 소비자들에게만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해보니 시리즈 68] "사실 허위매물이에요"...당당한 부동산에 '황당'

이런 현실에 맞서 정부도 부동산 중개업소의 허위·과장 광고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자 공인중개사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서울시 영등포구 국회 의원회관 간담회실에서 '온라인 부동산 허위매물 근절 입법 공청회'가 개최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박 의원은 "공인중개사의 과다 경쟁에 따른 허위 매물 광고가 빈발해 소비자 피해도 증가하고 있다"면서 "중개 매물에 대한 정부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수 정보를 명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관련 법안이 부재한 현재 허위매물로 피해를 당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일은 해당 앱과 KISO 종합신고센터(https://report.kiso.or.kr/)를 통해 허위매물을 신고하는 방법 뿐이다. 하루빨리 관련 법 제정과 정교한 검수가 더해져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세입자들을 울리는 허위 매물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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