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 정보는 '손자'까지만 등록...'증손자' 몰라

독립유공자 정보는 '손자'까지만 등록...'증손자' 몰라

2019.02.22. 오전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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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잊혀진 독립 유공자 묘소 찾기 기획 보도입니다.

YTN은 이번엔 후손도 관리를 못 해 거의 흔적도 남지 않은 한 3·1 독립 유공자 묘소를 찾았습니다.

보훈처도 4년 전부터 열심히 찾았지만, 위치를 몰랐던 곳입니다.

이승배 기자입니다.

[기자]
경북 김천에 있는 교회입니다.

처음 지은 때가 1903년, 백 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갓을 쓰고 손을 정갈하게 모으고 있는 남성, 이 교회 장로이자 3·1 만세 운동을 이끈 최용수 지사입니다.

1919년 3월 11일 오후 3시, 장날에 맞춰 거사를 준비했습니다.

최용수 지사는 교회 근처에 있는 이곳 김천 장터 주변에서 만세 운동에 나설 계획을 세웠지만, 당일 오전 일본 경찰에 발각되면서 체포됐습니다.

성공하지 못한 만세 운동, 하지만 그 대가는 가혹했습니다.

[조성주 / 최용수 지사 증손자 가족 : 재산 있는 거 전부 다 (불태워) 날아가고 없으니까 배우지 못하고 재산 없고 그러니 어떻게 생활합니까. 하루하루 호구지책으로 일하기 바빴고….]

지난 1990년 우여곡절 끝에 공적은 인정받았지만, 큰 손자가 숨지면서 유공자 묘는 잊혔습니다.

국가보훈처는 지금도 위치는커녕 땅에 묻었는지 화장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유공자의 둘째 손자 후손은 알고 있었습니다.

경북 김천시 백옥동 산 8-1번지.

시간이 흐르면서 유공자 묘지 주변은 곳곳이 땅이 꺼졌고 이렇게 수풀도 잔뜩 우거져 있어서 접근조차 쉽지 않습니다.

봉분은 완전히 주저앉았고 이제는 거의 흔적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최두영 / 최용수 지사 증손자 : 이 지역이 산이다 보니까 사람들이 잘 안 오려고 그래요. 그래서 일하시는 분들 구하기도 힘들고 그분들과 같이 일을 하기도 힘들고 관리하기가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았습니다.]

유공자 묘소 찾겠다고 정부가 4년째 실태조사를 벌이고 있지만, 별 소용이 없었습니다.

보훈처는 현행법상 '보상을 받는 가족'의 기준에 따라 유공자의 손자, 손녀까지만 정보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손자의 자녀인 증손자나 손자의 손자인 고손자가 묘소를 관리하고 있으면 연락처가 없으니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국가보훈처 관계자 : (등록된 손녀한테 전화해서) 우리 전산에 등록돼있는 분들 유족들 이름 불러드리면서 확인했는데, (묘소 위치를) 모른다고 하셨어요. 유족분이 모른다고 하시니까….]

제보도 있었지만, YTN은 정부 기록에 있는 단서로도 후손과 연락할 수 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교회 전화번호를 검색하고 전화 한 통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조성주 / 최용수 지사 증손자 가족 : (정부) 기록에도 (교회 이름까지) 나와 있는데, 후손한테 전화 한 통만 하면 알 수 있는 걸 모른다고 하면 말이 좀 안 되죠. 안 그렇습니까?]

YTN 이승배[sbi@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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