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 동영상' 실제로 봤더니... '내부자들'은 현실이었다

'김학의 동영상' 실제로 봤더니... '내부자들'은 현실이었다

2019.04.07.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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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YTN에 '김학의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김 전 차관이 정말 성접대를 받았는지, 성폭행을 했는지 등 의혹 전반을 취재하는 곳입니다. (010-3434-1679 제 휴대전화입니다. 많은 제보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취재 과정에서 '김학의 동영상'을 입수했습니다. 길이는 1분 3초, 영상엔 어떤 내용이 담겨 있었을까요?
한 남성이 나옵니다. 사각팬티 한 장이 그가 입은 옷의 전부입니다. 남성 바로 앞에는 어두운색 원피스를 입은 것으로 보이는 여성이 있습니다. 남성은 여성과 밀착해 노래를 부릅니다. 발음과 음정이 정확하지 않아 무슨 노래인지 바로 알기 어렵습니다. 멜로디로 노래 제목을 맞히는 앱을 다운받았습니다. 남성이 부르는 멜로디를 따라 불렀더니 제목이 떴습니다. '라이너스의 연'.
연 - 라이너스

동네 꼬마 녀석들
추운 줄도 모르고
언덕 위에 모여서
할아버지께서
만들어 주신
연을 날리고 있네
꼬리를 흔들며
하늘을 날으는
예쁜 꼬마 연들이
나의 마음 속에
조용히 내려앉아
세상소식 전해 준다
풀 먹인 연실에
내 마음 띄워보네
저 멀리 외쳐본다
하늘 높이 날아라
내 맘마저 날아라
고운 꿈을
싣고 날아라
한 점이 되어라
한 점이 되어라
내 맘 속에
한 점이 되어라

'동네 꼬마 녀석들이 할아버지께서 만들어주신 연을 날리며 고운 꿈을 하늘 높이 날리는' 아름다운 노래를 부르다가, 갑자기 남성이 성관계를 시도합니다. 그러다 다시 노래를 부릅니다. 그러다 다시 또 성관계를 시도합니다. 영상은 그렇게 끝이 납니다. 보고 나면 기분이 썩 유쾌하지 않습니다. 더럽다는 생각까지 듭니다. 영화 '내부자들'의 실사판을 본 느낌이랄까요.
ㄴ영화 <내부자들>의 성접대 장면

'김학의 동영상'은 여러 버전이 있습니다. 내용은 하나인데 화질과 길이가 조금씩 다릅니다. 제가 본 건 저화질 버전입니다. 고화질 버전의 원본은 따로 있습니다. 경찰이 2013년 5월 확보했다는 그 영상입니다. 원본에서는 김 전 차관의 얼굴이 또렷하게 보인다고 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도 "육안으로도 식별할 수 있어서 감정 의뢰 없이 동일인(김학의)이라고 결론 냈다"라고 말했습니다. 원본 영상을 본 다른 관계자도 김 전 차관이 확실하다고 말했습니다. 김 전 차관은 무테 안경을 썼는데, 원본 영상을 보면 그 무테 안경까지 식별될 정도로 명확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김학의 동영상'의 남성은 '김학의' 전 차관이 맞다는 얘기인데, 왜 김 전 차관은 처벌받지 않았을까요. 동영상은 성폭행 혐의와 무관했기 때문입니다. 김 전 차관에게 성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여성들이 말하는 범죄 시기는 2007년과 2008년입니다. 동영상이 찍힌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는 2006년입니다. 1, 2년의 차이가 있습니다. 한마디로 김학의 동영상은 성폭행과 관련 없다는 겁니다.
ㄴ김학의 전 차관 성범죄 의혹에 연루된 건설업자 윤중천 씨

성폭행이 아니라면 성접대는 맞을까요? 과거 수사에선 결국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과 윤중천 씨 모두 혐의를 부인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윤중천 씨가 검찰 과거사위 조사 때 김학의 전 차관에게 2005년에서 2012년에 수천만 원대의 뇌물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입니다. 만약 김 전 차관이 3천만 원 이상 뇌물을 받았다면 공소시효는 10년입니다. 마지막 뇌물 시점이 2012년으로 알려졌으니 공소시효가 아직 남은 겁니다.

ㄴ지난달 23일 태국 출국을 시도하다 출국금지된 김학의 전 차관 (화면제공: jTBC)

김학의 전 차관 측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윤중천 씨를 모른다, 동영상 속 남성은 자신이 아니다, 해당 여성과 성관계를 가진 적 없다, 성폭행을 한 적도 없다는 겁니다. 검찰은 1, 2차 수사 때 김 전 차관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하지만 부실 수사 논란도 제기됩니다. 2013년 수사 당시 경찰은 김 전 차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이 모두 반려했다는 겁니다. 압수수색이 없으면 증거를 찾기 어렵습니다. 증거를 못 찾으면 혐의도 입증하기도 힘듭니다. 검찰이 김 전 차관을 봐줬다는 의혹이 계속 나오는 이유입니다. 3번째 칼자루를 쥔 검찰, 이번에는 이런 논란을 불식시킬 수 있을까요?



취재기자 : 한동오 (hdo86@ytn.co.kr 010-3434-1679. 김학의 전 차관, 윤중천 씨에게 성폭력 피해, 사기 등을 당하셨다고 여기시는 분의 연락을 기다립니다. 그 외의 사안도 내부 관계자의 제보받고 있습니다. 문자 먼저 남겨주시면 연락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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