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정자로 인공수정...친자식일까 아닐까?

남의 정자로 인공수정...친자식일까 아닐까?

2019.05.23. 오전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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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이승민 앵커
■ 출연 : 정태원 /변호사,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앵커]
어제 대법원에서 흥미로운 공개변론이 있었습니다. 과연 다른 사람의 정자로 인공수정을 해서 낳은 자녀를 남편의 친자식으로 볼 수 있느냐라는 문제였는데 이게 좀 생소하기도 하고요. 어떤 일인지 정리를 해 주시죠.

[이호선]
이게 아주 그냥 이런 일이 요즘 세상에나 가능하지 않나 싶어요. 실제 이 사건의 처음 시작점은 93년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 부부가 결혼을 했고 결혼을 했을 때 이 남성이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이가 생기지 않아 확인해 보니 무정자증이었던 거예요.

그래서 부부가 고민 끝에 인공수정을 결정을 했고 다른 사람의 정자를 받아서 첫 아이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나서 몇 년 시간이 지나고 난 다음에 2003년쯤에 다시 둘째 아이가 생겨나요. 그런데 최근에 남편이 알게 된 거죠. 내가 함께 살았던 아이들 중에 둘째 아이는 내가 인공수정으로 된 줄 알았더니 아내의 혼외관계를 통해서 태어난 아이였던 거예요. 남편은 배신감이 굉장히 컸겠죠. 그리고 실제 법원에다가 물론 이혼에 관련된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그걸 떠나서 이 두 아이를 다 나는 내 친자로 인정할 수 없다, 그러니 법이 이 아이와 나와의 친자 관계를 해소해달라라고 청원을 올린 거죠. 법적 공방이 진행 중입니다.

[앵커]
그러면 어제 법원에서는 어떤 주장들이 서로 나온 건가요, 양측에서?

[정태원]
결국 이슈가 되는 게 뭔가 하면 우리 민법에 844조 1항에 뭐라고 돼 있는가 하면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녀는 부의 자녀로 추정한다, 그 얘기는 뭔가 하면 결혼을 해서 했으면 그동안에 태어난 아이는 남편의 아이로 추정한다 이렇게 돼 있거든요.

친생자라는 건 뭐냐 하면 혈연적으로 아버지와 자식 간의 관계가 되는 게 친생자거든요. 그렇게 돼 있는데 지금 인공수정의 경우에는 명백하게 혈연적으로는 부모와 자식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봐야 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인데 지금 이 남편 되는 분은 큰아이에 대해서는 인공수정을 했으니까 이건 분명히 명백하게 내 아이가 아니다. 그러니까 이 아이와 내가 아버지와 아들이라는 관계를 그거를 없는 것으로 인정해달라, 그런 청구를 했고요. 그다음에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둘째 아이는 부인이 외도를 해서 낳은 거니까 더더군다나 내 아이가 아니지 않나. 이 아이도 검사해 보니까 자기 아이가 아니에요.

그래서 청구를 한 거죠. 그런데 1심과 2심에서는 어떻게 이야기했는가 하면 큰아이에 대해서는 당신이 인공수정에 동의했으면 그건 혈연적으로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지만 법률적으로 당신 아이로 하겠다는 생각이 있었던 것 아니냐.

[앵커]
생물학적으로는 자식이 아니라고 할 수가 있지만 동의를 했기 때문에.

[정태원]
그러니까 그렇게 한 것 아니냐. 그러니까 지금 와서 내 아이 아니라고 거부 못한다, 그렇게 나오고요. 둘째 아이에 대해서는 두 번째 아이는 부인이 외도를 해서 낳았지만 당신이 출생신고할 때 당신이 신고하지 않았느냐. 그렇다면 이거는 입양이나 마찬가지니까 역시 당신 아이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1심, 2심에서 남편이 다 졌습니다.

그래서 대법원에 와서는 지금 과학 발전에 따라서 인공수정을 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나고 그러면 명백하게 혈연 관계는 없지 않습니까. 그런 경우에 우리가 어떻게 이것을 다시 봐야 되는지에 관한 공개변론이 있었던 겁니다.

[앵커]
그러니까 생물학적으로 인공수정을 통해서 태어난 아이가 생물학적으로 친자냐, 아니냐. 그런데 이게 또 아이의 안정성이라든지 성장배경이라든지 이런 걸 위해서, 아이의 인권을 위해서도 친자로 인정해야 된다 이런 주장들도 있거든요.

[이호선]
그러니까 이게 좀 복잡한 문제이기는 한데요. 일단 이 아버지의 심정은 이해는 돼요. 왜냐하면 아이들을 밀어내고 싶었던 게 첫 번째 전제는 아니었을 겁니다. 그러나 아내의 배신. 왜냐, 이 남편은 지난 아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에 내가 가지고 있는 신체적인 어려움 때문에 내가 지금 새로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됐고 이것 때문에 일련의 죄책감도 있지만 굉장히 헌신했을 거라고요.

아이들에 대한 또 가족에 대한 전적인 헌신을 했는데 이 아내의 배신은 아마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을 것이고 아내에 대한 배신감이 나중에는 결국 가족 간의 일로 인한 회의감으로 연결된 게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드는데 중요한 건 뭐냐 하면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은 본인들이 인공수정이라는 것도 아마 몰랐을 가능성이 높고요.

또 한 가지는 이제 와서 내가 내 아버지라고 알았던 그 사람이 나를 아버지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내 아들이 아니라고 이야기하니 이 두 아이는 정말 깜짝 놀랄 상황에 처해 있을 텐데 문제는 이게 지금 법적으로는 양육권의 문제. 지금 아이들은 성년입니다만 미성년자의 경우라면 양육권의 문제와 상속권의 문제. 이 두 가지 과정으로 우리가 얘기가 될 수 있겠습니다만 그런데 이게 저는 가족을 만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는 이 아이들의 정체성은 무엇인가. 이 아이들이 얼마나 혼란스러울 것인가. 본인의 출생은 어디이고 내 아버지는 그러면 누구이고 내 아버지가 나를 아들로 인정하지 않는다면 나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를 끊임없이 물어가게 되잖아요.

그렇다면 이거는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가족 전체가 이미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게 되는 겁니다. 정서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이랬을 때 향후에 유사한 문제들이 생겨난다면 제가 가지고 있는 생각은 우리가 가족이라는 게 혈연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만 결국은 세월에 거기에 습관이 함께 묻히면서 거기에 희로애락으로 버무려지는 것, 그러면서 가족이 탄생하는 게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이 법적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지 간에 그 방향이 중요할 거라고 보는데 그게 적어도 보존과 그리고 화합의 방식으로 그 방향을 정했으면 좋겠다는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앵커]
낳은 정도 중요하지만 키운 정이 더 클 수도 있잖아요.

[이호선]
자식을 키워보신 분들은 다 아실 겁니다. 내 새끼가 나 닮고 이러면 너무 좋겠지만 낳은 고통보다 20년, 30년, 최근의 긴 세월 거의 100년에 가깝게 자식과 함께 살면서 그 삶의 자리, 또 기억의 자리. 그게 바로 양육의 자리인데 그 양육의 자리를 출생의 힘이 저는 이길 수 없다고 봅니다.

[앵커]
앞으로 두 분 말씀을 들어보면 이런 인공수정이라는 것이 기술의 발달로 인해서 앞으로 더 활발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그러다 보면 이런 비슷한 논쟁들이 계속 이어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걸 법리적으로 해석을 하느냐, 아니면 정말 도의적으로 보느냐 이런 부분에서도 많이 갈등이 있을 것 같아요.

[정태원]
그러니까 법리적으로 해석을 할 때도 지금 이 교수님 말씀하신 것처럼 도의적이나 아이들에 관한 문제, 또 아버지와 자식 간에 관한 문제. 이걸 전체적으로 종합해서 봐야 되는 거죠. 만약에 지금 이것을 전부 다 완전 부인해버리면 아이들은 태어나면 그때마다 내 아버지가 누구인지 입증을 해야 되는데 불가능하고 또 이런 경우 같으면 생물학적 아버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법적인 아버지도 아니고. 그러면 이 아이들은 혼자 떨어져 있게 되죠.

그런 문제는 이제, 또 한편 아버지 쪽에서 본다면 이 아이들을 내가 사랑하지만 내 친자식은 아니다, 따라서 이 아이들을 내가 계속 데리고 있었다면 입양 방식으로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쪽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거고요. 그래서 결국은 이게 단순히 생물학적인 문제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이것을 어떻게 볼 것인가. 왜 그러냐 하면 결혼 중에 태어난 아이는 남편 아이로 본다는 건 이미 몇십 년 전에 만들어진 그런 법이거든요.

그것이 오늘날 이어진 겁니다. 예전에는 사실 DNA 검사도 할 수 없었고 또 사실 외도도 없었기 때문에 대부분은 그게 맞지만 지금은 다르거든요. 이혼하고 또 재혼하는 경우도 많고 하기 때문에 현실에 안 맞으니까 현실에 맞게 하자는 것이 원고 측의 주장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예전 방식대로 하는 것이 아이들의 복지를 위해서 좋다는 것이 피고 쪽의 주장입니다. 양쪽 다 일리가 있습니다.

[앵커]
그러니까 과거의 판례를 보면 이게 동거를 안 한 경우에만 친자를 인정하지 않는 그런 거죠. 그러니까 일단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관계에서 낳은 아이들은 일단 친자리 확인을 하는 거군요?

[정태원]
특별한 일이 없는 한 남편의 아이로 추정이 되는 겁니다. 그런데 완전히 별거하고 있었던 그런 경우는 혈연적으로 남편의 아이로 볼 수 없지 않습니까? 그런 예외적인 경우는 인정해 왔는데 지금은 같이 살고 있어도 인공수정을 하면 생물학적으로는 분명히 아니겠죠. 그래서 그런 경우를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하는 문제입니다.

[앵커]
글쎄요, 대법원의 판결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서 사회적으로도 미칠 파장이 엄청날 것 같은데요. 어떻게 예상해볼 수 있을까요?

[이호선]
이게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요새는 난임 부부들이 굉장히 많고 그러면서 여러 결혼 관계에 있어서도 복잡한 유전적인 정보도 함께 섞이게 되고 사회적 정보도 함께 섞이게 되면서 그러면서 우리가 가족이 되는데 이걸 어떤 방식으로 분리를 할 것인가, 저는 이게 법이 과연 그 부분을 100% 해낼 수 있을까. 저는 그건 어렵지 않겠는가. 오히려 이런 부분이 법적인 부분에서 함께 논의가 될 게 아니라 저는 오히려 이런 것들이 사회적 이슈이고 충분히 앞으로 많은 가정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사회적인 토론을 한번 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그래서 이를테면 이번에 대법에서 이야기할 때도 각계의 전문가들이 나왔습니다마는 이거는 전문가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함께 공유해야 될 사회적 시선이자 국민적 합의가 필요한 내용이 아닌가 또 이건 문화적으로 승인해야 될 부분이기 때문에 함께 국민들도 대부분 같이 나서서 의견이 어떤지도 알아보고 또 실제 인공수정의 방법이라든지 아니면 또 우리가 최근에 입양이라는 과정을 거쳐서 새로이 가족이 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 가족에 대한 재정의와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이름표 달기에 법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니라 법의 모든 영역 안에 들어가 있는 국민들도 함께 들어가서 논의를 한번 해 보는 자리를 가져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앵커]
이 가족 구성원이 만들어지는 형태가 이전과는 좀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을 반영해서, 현실을 반영해서 새롭게 논의를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정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 정태원 변호사 그리고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두 분 말씀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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