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거 왜 해" 성평등 교육 중 수업 방해한 경찰 고위직들

"이런 거 왜 해" 성평등 교육 중 수업 방해한 경찰 고위직들

2019.06.03. 오후 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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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고위직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 평등 교육 도중 대상자들이 강의 내용에 불만을 표출하고 강연자를 조롱했다는 주장이 나와 경찰청장이 사과했다.

2일, 권수현 여성학 박사는 페이스북에 장문의 글을 올려 지난달 29일 경찰대학교에서 실시한 경찰서장 승진 대상자 50여명과 일반 부처·공공기관 임원 승진 대상자 10여명 등 60여명을 대상으로 교육을 하던 중 겪은 불쾌한 경험을 공유했다.

권 박사는 교육생들이 교육 자체에 아무런 관심이 없었으며 심지어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는 막말을 이어가고 급기야 "커피나 마시자"고 교육 도중 대거 자리를 뜨기까지 했다고 밝혔다.

그 뿐 아니라, 성 평등 관련 수업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며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항의하는 교육생들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7년 현재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이 11.1%"라는 통계를 권 교수가 밝히자 한 기관장 승진예정자는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 50%인데 왜 내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고 반발했다고 한다.

권 박사에 따르면 강의를 듣던 경찰 고위 간부로 일할 60여 명의 교육생 가운데 여성은 단 한 사람이었지만 그 자리에 있었던 교육생들은 그 사실을 잊은 듯했다.

권 박사는 "이 사람들을 이대로 기관장, 임원, 총경으로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은 관리자가 반드시 이수해야 할 성 평등 역량 향상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 이들은 성 평등 교육을 거부했고, 방해했으며, 강사의 전문성을 부정했다. 성 평등 수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바, 이들이 내게 <성 평등 교육> 이수 확인증을 요구한다면 나는 거부하겠다"고 밝혔다.

논란이 커지자, 민갑룡 경찰청장은 3일 오전 서대문구 경찰청사에서 간담회를 열고 "강연자에게 유감을 표명한다.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민 청장은 "교육생의 자세로 불의한 부분이 있기에 주의를 줬다"면서 "강연자 입장에서는 불쾌하고 무례할 수 있던 행동 같다"고 사과했다.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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