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보이거실화냐] 출근길 불청객?! 대형 화물차의 속사정 실화냐?

[제보이거실화냐] 출근길 불청객?! 대형 화물차의 속사정 실화냐?

2019.06.12. 오후 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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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제보이거실화냐"는 실효성이 의심되는 출퇴근 시간 화물차 통행 단속에 대한 이야기다.

지난 5월, 11t 트럭을 모는 제보자는 작업장이 있는 곳으로 화물을 운반하고 있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출근길이었다. 하지만 한강 다리를 건너자 경찰이 나타났다. 그리고는 화물차 통행 제한 시간이라며 그에게 범칙금 4만 원을 부과했다. 앞서가던 다른 화물차 역시 단속에 걸렸다. 평소와 같은 시간, 같은 길로 출근한 제보자는 황당할 따름이었다. 그는 출퇴근 시간 서울 도심지역에 대형 화물차 통행이 제한된다는 것을 벌금을 물고서야 알았다고 한다.

현재 많은 도심지역이 출퇴근 시간 대형 화물차와 건설기계의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3.6t 이상의 화물차를 대상으로 오전 7시부터 오전 9시까지, 오후 6시부터 오후 9시까지 도심권(4대문 안쪽) 통행이 제한된다. 그 외에 수도권 지역에서도 이와 비슷한 형태로 대형 화물차의 도심 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이는 교통량이 많은 시간대에 교통 안전을 위한 조치이지만 정작 업계의 사정은 전혀 고려하지는 않은 것 같다.

업체와 업체를 돌아다니며 화물을 배송하는 화물차들은 ‘정해진 시간’까지 배송을 마쳐야 한다. ‘정해진 시간’이라 하면 보통은 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하는 오전 10시쯤이다. 이 시간에 맞추려면 화물차들은 어쩔 수 없이 오전 출근 시간에 움직여야 한다. 또한, 현업 종사자의 말에 따르면 오전 출근 시간의 업무량이 하루 중 약 60%를 차지한다고 한다. 이러니 아무리 통행 단속을 한다 해도 차를 쉴 수 없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무리하게 맞춰진 물류 체계와 업계의 실정을 고려하지 않은 채 만든 단속 규정이 아닐까?

출근 시간 도심지역 대형 화물차 통행은 유독 인천에서 많이 목격된다. 목격되는 수준이 아니다. 사실상 출근 시간 도로 위 대부분의 차량이 화물차이다. 화물차 행렬의 시작은 바로 인천항이다. 새벽부터 인천항에는 화물을 실은 대형 화물차들이 오간다. 오죽하면 인천항 인근 도로는 화물차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바퀴 모양으로 움푹 파여있다. 인천 역시 서울과 마찬가지로 출퇴근 시간 화물차의 도심 통행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모두 단속한다면 현재 우리나라의 물류 체계가 엉망이 될지도 모른다. 대형 화물차 운전자이자 유튜버인 윤데킬라 씨는 “영세자영업자(화물차 운전자)를 단속할 것이 아니라, 그 시간에 배송을 시키는 물류센터와 업체들을 규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화물차 옆을 지날 때면 요동치는 내 차, 종종 뉴스로 접할 수 있는 화물차 교통사고, 일반교통이용자에게 대형 화물차는 공포의 대상이다. 일반 차량과 대형 화물차의 통행을 분리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물류업계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통행 제한은 오히려 혼란만 야기하고 있다.

제작 : 박태호 PD(ptho@ytnplus.co.kr), 유예진 PD(gh876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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