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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김호성의 출발 새아침]
‘서초동 중계석’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 출연자 : 양소영 변호사, 이인철 변호사
[김호성의출발새아침] 홍상수 이혼소송으로 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양소영 변호사
-영화촬영으로 별거,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부인
-홍상수 부부의 신뢰가 깨졌다고 볼 수 있을지
-파탄주의 도입한 외국은 부양료, 재산분할 50% 가능
-우리 민법에는 보호제도가 없어 파탄주의는 시기상조
-위자료, 재산분할, 부양 기준 전혀 상향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의 생존권 누가책임? 섣부른 판례 변경 어려워
이인철 변호사
-홍상수 이혼소송, 유책주의 적용돼 ‘기각’ 판결 예상
-법원이 이혼 기각 판결 내리면 ‘부부가 행복해질까?’ 아니다.
-OECD 국가 중 유책주의 인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
-유책주의는 상대 배우자를 ‘나쁜 여자, 나쁜 남자’ 만들어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파탄주의 적용돼야
-수십 년째 시기상조라는 ‘파탄주의’ 언제 바꿀 수 있는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홍상수 영화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 선고가 오늘 내려집니다. 이 이혼소송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혼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여 줄까?’하는 부분 때문입니다. 유책주의라고 하는데요. 우리 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를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파탄주의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혼소송에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어떤 쟁점이 있고, 실제 이혼사건에서는 어떤 문제점을 드러내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 가져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두 분과 함께합니다. 양소영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호성: 이인철 변호사 자리하셨습니다.
◆ 이인철 변호사(이하 이인철): 네, 안녕하세요.
◇ 김호성: 금요일 이 시간은요. 여의도 중계석이라고 해서 원로 정치인 두 분 모셔서 정가 소식들을 정리해보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서초동 중계석, 이렇게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도록 하죠. 오늘 홍상수 감독의 이혼소송 결론이 나는 건가요?
◆ 양소영: 오늘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1심이 일단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이 변호사님, 양재동에서 보면 이런 사건이 많이 접하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그러한 판결 알고 계실 텐데요. 이번 이혼소송 결론나는 부분이 갖는 의미를 짧게 설명해주세요.
◆ 이인철: 많은 변호사분들이 아직까지는 유책주의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판결도 기각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어요. 기각이 된다면 기존의 판례대로 통상적인 판결이라고 평가를 할 텐데, 만약에 오늘 이혼판결이 났다, 그러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정말 획기적인 판결이 될 것 같거든요. 판결 선고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이 시점에서 양 변호사님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양소영: 쉽게 말씀드리면 민법 840조에 이혼사유가 6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유를 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부정행위를 했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거나 이렇게 상대방이 책임이 있을 때 내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이렇게 이혼사유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법원에서 그동안에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이 있는 이유로 책임 없는 사람이 했을 경우에만 이혼 청구가 인용이 되는 거죠. 그런데 파탄주의는 뭐냐면, 6호에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이렇게만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이유로 해서 책임이 없어도 중대한 사유만 있으면 이혼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 쉽게 이야기하면 혼인이 파탄났다면 누구의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게 파탄주의입니다. 현재 민법 사유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파탄주의로 채택할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는 유책주의가 견지되어 온 상황인데 말이죠. 그러면 홍상수 감독의 이혼청구를 법원이 오늘 어떻게 판결내려줄까, 이 부분이 궁금한데요. 이 변호사,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이인철: 아무래도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거든요. 양 변호사님이 공개변론도 하셨는데, 7 대 6으로 한 표 차이로 통과가 안 됐어요. 그런데 그때 전원합의체가 열린 이유가 뭐냐면, 보통 판례가 변경되면 전원합의체, 대법관들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파탄주의로 바꿀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회의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표 차이로 통과가 안 됐거든요. 그때 대법원장님이 통과하면 안 된다고 해서 유책주의를 견지한 것 같은데요.
◇ 김호성: 그때 대법원장님이 양승태 대법원장님이신가요?
◆ 이인철: 양승태 대법원장이었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만약에 그때 판결이 아니라 지금 만약에 대법원 판결이 열렸다고 하면 결론이 바뀌지 않았을까.
◆ 양소영: 그건 이인철 변호사님 생각이신 거죠.
◆ 이인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시대도 바뀌었고, 또 대법관 구성도 바뀌었고, 그때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진보적인 분위기로 간다고 하면 한 표 차이니까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바뀔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봅니다.
◇ 김호성: 들으시면서 눈치 채셨겠지만 양소영 변호사는 유책주의, 이인철 변호사는 파탄주의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하실 거예요. 그런데 양 변호사님, 실제로 부부로서의 신뢰가 다 깨진 상황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묶어둔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고 하는 반론이 나올 것 아니겠어요?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해주신다면요?
◆ 양소영: 실질적으로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저는 유책주의, 파탄주의 아니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혼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뭐냐면, 과연 신뢰관계가 파탄났느냐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그런데 그 신뢰관계를 파탄시키게 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치겠습니다. 부정행위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랬을 때 이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배우자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너는 이런 일 가지고 왜 너만 화를 내느냐고 화를 내고 나가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별거가 길어졌다고 치겠습니다. 5년이 되고, 10년이 돼도 좋습니다. 그러면 이것에 대해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과연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고요. 두 번째는 배우자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돌아오면 그 상황에서 나 아이들하고 잘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에 대해서 노력하지 않느냐는 거죠. 당신만 돌아오면 된다, 라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것을 파탄으로 볼 수 있느냐, 신뢰관계가 왜 깨졌느냐, 그게 정말로 깨졌느냐. 이거는 사실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제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잘 모릅니다. 그 부부가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데 별거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그 별거가 홍 감독님이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다녀야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별거이고,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다른 문제, 여성의 문제나 이런 문제로 인해서 이루어진 별거였다고 한다면, 과연 이것만 가지고 이 부분의 신뢰관계가 깨졌겠느냐.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녀와의 관계도 원만했다면 과연 이것을 파탄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볼 수 있느냐. 이것을 1심 판결이 오늘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대해서 실제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제가 우선 섣불리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과연 그게 입증 가능하겠느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호성: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상대에게 자기의 주장을 하면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이 부분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부분이에요. 이 부분에 대한 이 변호사님의 답변은 어떨까요?
◆ 이인철: 맞는 말씀이죠. 양 변호사님 말씀 하나도 틀린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부관계가 도자기라고 생각을 해볼게요. 도자기가 깨졌어요. 이미 별거가 돼서 두 사람의 애정에 금이 갔습니다. 신뢰도 깨졌겠죠? 그것을 풀로 억지로 붙여요. 억지로 붙인다고 그게 제대로 된 도자기일까요? 거기에 물을 부으면 물이 조금 새겠죠?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오죽했으면 소송까지 왔겠습니까? 두 사람이 대화를 많이 했겠죠. 남자가 잘못했다고 칠게요. 잘못한 남자가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혼을 해주세요. 아내가 거부했겠죠. 가정을 지켜야한다. 누가 봐도 남편이 잘못한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남편이 잘못했다. 자, 그래서 법원이 당신은 남편이 잘못했으니까 이혼하면 안 돼, 도덕적으로 잘못했어, 이렇게 이혼 기각 판결을 내리잖아요? 기각 판결 내린다는 취지는 뭐냐면, 부부생활 다시 잘 영위해서 행복하게 살라는 거잖아요. 부부가 재결합해서 행복하게 살까요? 홍 감독님이 오늘 이혼 판결 기각되면 여보, 나 잘못했어, 이제 당신 사랑할게, 나 다시 당신 집에 들어와서 잘 살자,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여러 케이스를 봤는데, 이렇게 소송까지 하면요. 소송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하거든요. 남자도 포기 안 합니다. 이혼 한 번 기각됐다고 해서 이혼 못하는 게 아니고요. 항소하고, 상고하고, 1년 있다가 또 하고. 저는 10년 동안 이혼 소송만 하는 사람도 봤어요. 이혼 소송 많이 하면 좋은 사람은 변호사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래서 유책주의로 바꿔야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는데. 계속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평생 동안 이혼소송만 하고 있어요. 아내는 행복할까요? 이혼 기각 판결을 받으면 그 당시에는 내가 이겼다, 그 당시에는 잠깐 행복하시겠죠. 또 소송 당하면 불행해지고, 또 불행해지고. 그래서 저는 배우자 남편이 잘못한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보자는 거예요. 미래를 봐서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리는 게 좋은가. 선진국의 예를 말씀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왔는데요. OECD 국가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고 치면, 유책주의로 인정하는 나라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예전에 다 유책주의였어요. 유책주의의 폐해가 많기 때문에 파탄주의로 바꾼 겁니다. 그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잖아요. 다 연구를 많이 하고, 우리나라 법도 다 독일, 선진국에서 도입된 제도 아닙니까? 이혼제도도요. 결국에 파탄주의로 다 간 것은 문제점이 있다는 거예요. 문제점이 뭐가 큰 문제점이 있느냐. 일단 유책주의를 택하면요. 외국에서는 진행자님도 영화 보시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부부가 싸우다가 이혼해도 친구처럼 잘 헤어지는 경우 보셨죠? 얼마 전에 아마존 회장도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잖아요.
◇ 김호성: 76조인가 그랬어요.
◆ 이인철: 두 사람이 서로 파트너로서, 친구로서 잘 협력한다고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요. 부부사이가 나빠져서 이혼소송 하잖아요? 원수처럼 헤어집니다. 왜? 유책주의를 택하면 상대방을 나쁜 여자, 나쁜 남자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아까 입증 말씀하셨는데, 유책주의를 채택할 때 더 입증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폭행했다, 외도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남편이 외도했다, 남편이 폭행했다, 맞을 때마다 병원 가서 진단서 떼고 이런 경우도 있어요. 아내가 정말로 맞아서 결혼생활이 고통이 되는데,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는 거예요. 남편이 유책주의이기 때문에 이혼 안 해주겠다, 왜? 속으로는요. 위자료, 재산분할 주기 싫어서 안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약자인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파탄주의가 적용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사랑이 무슨 도자기야, 하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양소영: 사랑이, 어떻게 부부관계를 도자기에 비유합니까. 부부관계는 두 사람의 인격이 만나서 서로 노력하는 관계죠.
◆ 이인철: 쉽게 비유하려는 거죠.
◆ 양소영: 그러니까 파탄주의의 문제점이죠. 이 변호사님 말씀하셨는데, 선진국이 이렇게 도입되어 있다. 대법원 공개 변론 당시에 선진국의 이혼제도와 우리나라 이혼제도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변론했습니다. 선진국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협의이혼 제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협의이혼제도가 있어서 유책 배우자도 충분히 배우자에게 배려하고, 재산분할 충분히 해준다면 이혼할 수 있는 확률이 있어요. 저희가 조사를 해봤는데, 협의이혼으로 80%가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책 배우자, 지금 재판상 하고 있는데, 유책 배우자, 유책사유가 생기면 대부분 배우자가 이혼해서 오히려 이혼 청구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이혼을 하고 있고요.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로 기각이 되는 것은 사실 확률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작은 확률의 행복추구권, 아까 얘기하셨는데,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민법의 대원칙을 바꿔야 하느냐, 그 문제죠. 그 사람들이 본인이 새로운 생활을 꾸리고 있다면, 지금 있는 배우자와 관련해서 충분히 배려를 해주면 됩니다. 아까 아마존 75조 얘기하셨는데요. 저희가 지금 보면 이혼한 이후의 배우자가 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 안 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 200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선진국에서 파탄주의 도입을 채택했는데, 가장 큰 근거는 여성이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파탄주의 도입해도 된다, 이런 취지였어요.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해봤더니 그렇지 않더라는 반성이 있었고, 또 하나는 외국에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경우에 부양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재산분할도 거의 50% 되고 있어요. 연금까지 다 해서.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부양료가 없어요. 그러면 우리 민법 하에서 외국 선진국 뭐 필요 있습니까? 우리나라 국민한테는 우리 민법이 필요한데요. 우리 민법 하에서 그런 보호제도가 있냐는 거죠. 그러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그런 보호제도를 도입하자, 그렇게 해서 민법을 개정한 이후에 파탄주의 가면 됩니다. 지금 상태에서 섣불리 이렇게 해서 판결로, 민법에 근거도 없고, 민법의 보호상 보호제도도 없는데, 파탄주의를 서둘러 도입해서 유책 배우자를 보호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거죠.
◇ 김호성: 이 같은 첨예한 의견이 상충되는 상황이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왔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때 쟁점이 그러면 무엇이었습니까?
◆ 이인철: 그때도 마찬가지에요.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를 적용해야 하느냐, 그 사건에서도 파탄이 됐거든요. 다만 아직까지 다수의 의견은 양 변호사님이 잘 말씀하셨는데,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다, 언젠가는 파탄주의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전반적인 의견일 겁니다. 양 변호사님도 반대는 안 하실 거고, 언젠가는 도입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판례가 미묘하게 변화가 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주 엄격하게 유책주의를 적용해서 웬만하면 다 기각됐는데, 그다음에 조금 판례가 바뀐 게 유책주의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오기 때문에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경우에는 또 허용을 해줬고, 또 2015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약간 더 넓어졌어요.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 또 정신적인 고통이 점차 악화되었다, 별거가 너무 길어져서. 그럴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가 됐거든요. 그러니까 대법원도 조금씩 파탄주의로 가고 있는 거예요. 저는 안타까운 게 뭐냐면, 이때도 시기상조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아직까지 도입되는 게 시기상조다. 양 변호사님 말씀대로 충분히 상대방에 대한 보호 배려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법이 바뀌어야 한다. 수십 년째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언제 그렇게 바꾸냐는 거죠.
◆ 양소영: 그러니까 민법 개정부터 해야죠.
◆ 이인철: 그런데 법을 개정 안 하면서 계속 시기상조다, 시기상조다, 그러면 제도라는 것은 법도 판례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시기상조다, 시기상조다, 그러면 영원히 바뀔 수가 없는 거예요.
◆ 양소영: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 보호 조치를 민법 개정을 하면 되는 것인데요. 지금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이후에 저희가 보면요. 그러면 당시에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그러면 이번에 파탄주의가 안 되고 했으니 이제 향후에는 정말 위자료 액수가 올라가거나 재산 분할해서 부양의 기준이 올라가서 이런 배려가 있겠구나, 라고 기대를 사실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요. 심지어 제가 얼마 전에 판결 받은 경우에 정말로 그냥 부인을 내보내버렸어요. 그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별거에 이르고, 이렇게 이혼 청구가 들어온 사안에서 저희가 부양에 관한 기준에 대해서 그러면 재산 분할을 이 부분에 대해서 해 달라, 라고 주장을 했지만 결국 판례가 채택 안 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 지급도 지금 전혀 상향되고 있지도 않아요. 그래서 민법의 개정안을 국회의원들, 오늘 들으시는 분들, 의원님들 계시면 이 부분 개정 논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 이후에 채택해도 늦지 않는다는 거고요. 지금 이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은, 지금 판례부터 변경하자고 하시는데, 그러면 그 사이에 공백에 나와 있는 그런 배우자들, 그런 자녀들의 생존권, 생활하지 못하는 부분, 그거는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법원에서 이에 대해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면 유책일 경우에 이것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서 예외 사유를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확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은 실질적으로 구제가 되고 있어요. 현재 이것을 유지하더라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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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중계석’
□ 방송일시 : 2019년 6월 14일 (금요일)
□ 출연자 : 양소영 변호사, 이인철 변호사
[김호성의출발새아침] 홍상수 이혼소송으로 본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양소영 변호사
-영화촬영으로 별거, 남편이 돌아오길 바라는 부인
-홍상수 부부의 신뢰가 깨졌다고 볼 수 있을지
-파탄주의 도입한 외국은 부양료, 재산분할 50% 가능
-우리 민법에는 보호제도가 없어 파탄주의는 시기상조
-위자료, 재산분할, 부양 기준 전혀 상향되지 않아
-배우자와 자녀의 생존권 누가책임? 섣부른 판례 변경 어려워
이인철 변호사
-홍상수 이혼소송, 유책주의 적용돼 ‘기각’ 판결 예상
-법원이 이혼 기각 판결 내리면 ‘부부가 행복해질까?’ 아니다.
-OECD 국가 중 유책주의 인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뿐
-유책주의는 상대 배우자를 ‘나쁜 여자, 나쁜 남자’ 만들어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파탄주의 적용돼야
-수십 년째 시기상조라는 ‘파탄주의’ 언제 바꿀 수 있는지
◇ 김호성 앵커(이하 김호성): 홍상수 영화감독이 부인을 상대로 낸 이혼소송 선고가 오늘 내려집니다. 이 이혼소송의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는 ‘이혼에 책임이 있는 배우자의 이혼소송을 법원이 받아들여 줄까?’하는 부분 때문입니다. 유책주의라고 하는데요. 우리 법원은 그동안 유책주의를 고수해왔습니다. 하지만 일부에선 파탄주의로 가야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혼소송에서 <유책주의와 파탄주의>. 어떤 쟁점이 있고, 실제 이혼사건에서는 어떤 문제점을 드러내는지 자세히 살펴보는 시간 가져봅니다. 이혼 전문 변호사 두 분과 함께합니다. 양소영 변호사 나오셨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네, 안녕하세요.
◇ 김호성: 이인철 변호사 자리하셨습니다.
◆ 이인철 변호사(이하 이인철): 네, 안녕하세요.
◇ 김호성: 금요일 이 시간은요. 여의도 중계석이라고 해서 원로 정치인 두 분 모셔서 정가 소식들을 정리해보는 그런 시간이었는데, 오늘은 서초동 중계석, 이렇게 이름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본격적인 토론을 시작하도록 하죠. 오늘 홍상수 감독의 이혼소송 결론이 나는 건가요?
◆ 양소영: 오늘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1심이 일단 어떻게 결정될지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이 변호사님, 양재동에서 보면 이런 사건이 많이 접하실 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의미 있는 그러한 판결 알고 계실 텐데요. 이번 이혼소송 결론나는 부분이 갖는 의미를 짧게 설명해주세요.
◆ 이인철: 많은 변호사분들이 아직까지는 유책주의가 적용되고 있기 때문에 오늘의 판결도 기각되지 않을까, 그렇게 예상을 하고 있어요. 기각이 된다면 기존의 판례대로 통상적인 판결이라고 평가를 할 텐데, 만약에 오늘 이혼판결이 났다, 그러면 아마 난리가 날 겁니다. 정말 획기적인 판결이 될 것 같거든요. 판결 선고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 김호성: 이 시점에서 양 변호사님께 유책주의와 파탄주의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설명 부탁드리겠습니다.
◆ 양소영: 쉽게 말씀드리면 민법 840조에 이혼사유가 6가지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유를 보면 대부분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상대방이 부정행위를 했거나 상대방이 나에게 부당한 행위를 했거나 이렇게 상대방이 책임이 있을 때 내가 이혼을 청구할 수 있게 이렇게 이혼사유가 구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대법원에서 그동안에는 책임이 있는 사람이 그 책임이 있는 이유로 책임 없는 사람이 했을 경우에만 이혼 청구가 인용이 되는 거죠. 그런데 파탄주의는 뭐냐면, 6호에 혼인을 유지하기 어려운 중대한 사유, 이렇게만 되어 있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것을 이유로 해서 책임이 없어도 중대한 사유만 있으면 이혼을 받아들여야 하지 않느냐. 쉽게 이야기하면 혼인이 파탄났다면 누구의 책임을 묻지 않고 이혼할 수 있어야 하지 않느냐, 이게 파탄주의입니다. 현재 민법 사유가 그렇게 되어 있어서 파탄주의로 채택할 수도 있지 않느냐, 이런 논의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 김호성: 지금까지는 유책주의가 견지되어 온 상황인데 말이죠. 그러면 홍상수 감독의 이혼청구를 법원이 오늘 어떻게 판결내려줄까, 이 부분이 궁금한데요. 이 변호사, 어떻게 전망하시는지요?
◆ 이인철: 아무래도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거든요. 양 변호사님이 공개변론도 하셨는데, 7 대 6으로 한 표 차이로 통과가 안 됐어요. 그런데 그때 전원합의체가 열린 이유가 뭐냐면, 보통 판례가 변경되면 전원합의체, 대법관들이 전부 모여서 회의를 하거든요. 그래서 아마 파탄주의로 바꿀까, 이렇게 생각을 하고 회의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한 표 차이로 통과가 안 됐거든요. 그때 대법원장님이 통과하면 안 된다고 해서 유책주의를 견지한 것 같은데요.
◇ 김호성: 그때 대법원장님이 양승태 대법원장님이신가요?
◆ 이인철: 양승태 대법원장이었죠. 그런데 제 생각에는 만약에 그때 판결이 아니라 지금 만약에 대법원 판결이 열렸다고 하면 결론이 바뀌지 않았을까.
◆ 양소영: 그건 이인철 변호사님 생각이신 거죠.
◆ 이인철: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제 생각입니다. 시대도 바뀌었고, 또 대법관 구성도 바뀌었고, 그때는 아무래도 보수적인 분위기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진보적인 분위기로 간다고 하면 한 표 차이니까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상황이었거든요. 바뀔 수도 있지 않았나, 그런 개인적인 의견을 피력해봅니다.
◇ 김호성: 들으시면서 눈치 채셨겠지만 양소영 변호사는 유책주의, 이인철 변호사는 파탄주의를 대변하는 것 아닌가, 이런 생각들을 하실 거예요. 그런데 양 변호사님, 실제로 부부로서의 신뢰가 다 깨진 상황이라고 하면 법적으로 이 같은 상황을 묶어둔다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겠느냐고 하는 반론이 나올 것 아니겠어요? 이 부분에 대한 답변을 해주신다면요?
◆ 양소영: 실질적으로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는 것을 입증할 수 있다면, 저는 유책주의, 파탄주의 아니더라도 이 부분에 대해서 이혼이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뭐냐면, 과연 신뢰관계가 파탄났느냐는 것을 입증할 수 있겠습니까? 두 번째, 그런데 그 신뢰관계를 파탄시키게 된 원인이 누구에게 있느냐.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배우자가 바람을 피웠다고 치겠습니다. 부정행위가 있어요. 그런데 그 사실이 밝혀졌어요. 이랬을 때 이 부부관계를 회복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게 아니라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하는 배우자에게 너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다, 너는 이런 일 가지고 왜 너만 화를 내느냐고 화를 내고 나가버렸어요. 그렇게 해서 별거가 길어졌다고 치겠습니다. 5년이 되고, 10년이 돼도 좋습니다. 그러면 이것에 대해서 원인을 제공한 사람이 과연 이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느냐라는 문제고요. 두 번째는 배우자는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성하고 돌아오면 그 상황에서 나 아이들하고 잘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그에 대해서 노력하지 않느냐는 거죠. 당신만 돌아오면 된다, 라는 상황이라면 과연 이것을 파탄으로 볼 수 있느냐, 신뢰관계가 왜 깨졌느냐, 그게 정말로 깨졌느냐. 이거는 사실 판단하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오늘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사건의 경우에도 제가 구체적인 사실관계는 잘 모릅니다. 그 부부가 실제로 어떻게 살았는지. 그런데 별거가 있었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런데 그 별거가 홍 감독님이 영화 촬영을 하기 위해서 여기저기 다녀야하기 때문에 이루어진 별거이고, 그 이전에도 이와 비슷한 다른 문제, 여성의 문제나 이런 문제로 인해서 이루어진 별거였다고 한다면, 과연 이것만 가지고 이 부분의 신뢰관계가 깨졌겠느냐. 부인 입장에서는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고, 자녀와의 관계도 원만했다면 과연 이것을 파탄난 것으로 볼 수 있느냐. 신뢰관계가 완전히 깨졌다고 볼 수 있느냐. 이것을 1심 판결이 오늘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에 대해서 실제로 두 사람이 어떻게 됐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제가 우선 섣불리 말씀드릴 수는 없겠지만, 과연 그게 입증 가능하겠느냐,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호성: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이 오히려 상대에게 자기의 주장을 하면서 관철시키고자 하는 이 부분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부분이에요. 이 부분에 대한 이 변호사님의 답변은 어떨까요?
◆ 이인철: 맞는 말씀이죠. 양 변호사님 말씀 하나도 틀린 말씀이 없습니다. 저는 이렇게 말씀드리고 싶어요. 부부관계가 도자기라고 생각을 해볼게요. 도자기가 깨졌어요. 이미 별거가 돼서 두 사람의 애정에 금이 갔습니다. 신뢰도 깨졌겠죠? 그것을 풀로 억지로 붙여요. 억지로 붙인다고 그게 제대로 된 도자기일까요? 거기에 물을 부으면 물이 조금 새겠죠? 결혼생활도 마찬가지라고 봐요. 오죽했으면 소송까지 왔겠습니까? 두 사람이 대화를 많이 했겠죠. 남자가 잘못했다고 칠게요. 잘못한 남자가 내가 잘못했으니까 이혼을 해주세요. 아내가 거부했겠죠. 가정을 지켜야한다. 누가 봐도 남편이 잘못한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남편이 잘못했다. 자, 그래서 법원이 당신은 남편이 잘못했으니까 이혼하면 안 돼, 도덕적으로 잘못했어, 이렇게 이혼 기각 판결을 내리잖아요? 기각 판결 내린다는 취지는 뭐냐면, 부부생활 다시 잘 영위해서 행복하게 살라는 거잖아요. 부부가 재결합해서 행복하게 살까요? 홍 감독님이 오늘 이혼 판결 기각되면 여보, 나 잘못했어, 이제 당신 사랑할게, 나 다시 당신 집에 들어와서 잘 살자, 이렇게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요? 저는 아니라고 봐요. 여러 케이스를 봤는데, 이렇게 소송까지 하면요. 소송이 한 번에 끝나는 게 아니라 여러 번 하거든요. 남자도 포기 안 합니다. 이혼 한 번 기각됐다고 해서 이혼 못하는 게 아니고요. 항소하고, 상고하고, 1년 있다가 또 하고. 저는 10년 동안 이혼 소송만 하는 사람도 봤어요. 이혼 소송 많이 하면 좋은 사람은 변호사밖에 없습니다. 저도 그래서 유책주의로 바꿔야하나, 이런 생각도 많이 하는데. 계속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평생 동안 이혼소송만 하고 있어요. 아내는 행복할까요? 이혼 기각 판결을 받으면 그 당시에는 내가 이겼다, 그 당시에는 잠깐 행복하시겠죠. 또 소송 당하면 불행해지고, 또 불행해지고. 그래서 저는 배우자 남편이 잘못한 것은 누구나 인정합니다. 하지만 과거를 보지 말고 현재와 미래를 보자는 거예요. 미래를 봐서 과연 어떤 판결을 내리는 게 좋은가. 선진국의 예를 말씀 안 드릴 수가 없습니다. 제가 조사를 해왔는데요. OECD 국가 선진국 중에서, 우리나라도 선진국이라고 치면, 유책주의로 인정하는 나라는 유일하게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선진국에서는 예전에 다 유책주의였어요. 유책주의의 폐해가 많기 때문에 파탄주의로 바꾼 겁니다. 그 사람들도 바보는 아니잖아요. 다 연구를 많이 하고, 우리나라 법도 다 독일, 선진국에서 도입된 제도 아닙니까? 이혼제도도요. 결국에 파탄주의로 다 간 것은 문제점이 있다는 거예요. 문제점이 뭐가 큰 문제점이 있느냐. 일단 유책주의를 택하면요. 외국에서는 진행자님도 영화 보시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부부가 싸우다가 이혼해도 친구처럼 잘 헤어지는 경우 보셨죠? 얼마 전에 아마존 회장도 거액의 위자료를 주고 이혼했잖아요.
◇ 김호성: 76조인가 그랬어요.
◆ 이인철: 두 사람이 서로 파트너로서, 친구로서 잘 협력한다고 발표를 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는요. 부부사이가 나빠져서 이혼소송 하잖아요? 원수처럼 헤어집니다. 왜? 유책주의를 택하면 상대방을 나쁜 여자, 나쁜 남자로 만들어야 해요. 그리고 아까 입증 말씀하셨는데, 유책주의를 채택할 때 더 입증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이 폭행했다, 외도했다는 것을 입증해야 하거든요. 예를 들어서 남편이 외도했다, 남편이 폭행했다, 맞을 때마다 병원 가서 진단서 떼고 이런 경우도 있어요. 아내가 정말로 맞아서 결혼생활이 고통이 되는데,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는 거예요. 남편이 유책주의이기 때문에 이혼 안 해주겠다, 왜? 속으로는요. 위자료, 재산분할 주기 싫어서 안 해주는 경우도 있어요. 오히려 약자인 여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파탄주의가 적용돼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사랑이 무슨 도자기야, 하는 반론도 제기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 양소영: 사랑이, 어떻게 부부관계를 도자기에 비유합니까. 부부관계는 두 사람의 인격이 만나서 서로 노력하는 관계죠.
◆ 이인철: 쉽게 비유하려는 거죠.
◆ 양소영: 그러니까 파탄주의의 문제점이죠. 이 변호사님 말씀하셨는데, 선진국이 이렇게 도입되어 있다. 대법원 공개 변론 당시에 선진국의 이혼제도와 우리나라 이혼제도가 다르다는 것에 대해서 충분히 변론했습니다. 선진국에서 파탄주의를 도입하고 있는 것은 협의이혼 제도가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협의이혼제도가 있어서 유책 배우자도 충분히 배우자에게 배려하고, 재산분할 충분히 해준다면 이혼할 수 있는 확률이 있어요. 저희가 조사를 해봤는데, 협의이혼으로 80%가 이혼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책 배우자, 지금 재판상 하고 있는데, 유책 배우자, 유책사유가 생기면 대부분 배우자가 이혼해서 오히려 이혼 청구가 들어오기 때문에 그런 상태로 이혼을 하고 있고요. 유책 배우자 이혼청구로 기각이 되는 것은 사실 확률적으로 거의 없습니다. 그러면 이 작은 확률의 행복추구권, 아까 얘기하셨는데, 그것을 보호하기 위해서 우리 민법의 대원칙을 바꿔야 하느냐, 그 문제죠. 그 사람들이 본인이 새로운 생활을 꾸리고 있다면, 지금 있는 배우자와 관련해서 충분히 배려를 해주면 됩니다. 아까 아마존 75조 얘기하셨는데요. 저희가 지금 보면 이혼한 이후의 배우자가 평균 소득이 200만 원이 안 됩니다. 특히 여성의 경우에 200만 원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선진국에서 파탄주의 도입을 채택했는데, 가장 큰 근거는 여성이 재산 분할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제는 경제적 능력이 있어서 파탄주의 도입해도 된다, 이런 취지였어요. 그러나 실제로 그것을 해봤더니 그렇지 않더라는 반성이 있었고, 또 하나는 외국에는 파탄주의를 도입하는 경우에 부양료가 있습니다. 그리고 재산분할도 거의 50% 되고 있어요. 연금까지 다 해서. 우리는 실제로 그렇게 되어 있지 않고 부양료가 없어요. 그러면 우리 민법 하에서 외국 선진국 뭐 필요 있습니까? 우리나라 국민한테는 우리 민법이 필요한데요. 우리 민법 하에서 그런 보호제도가 있냐는 거죠. 그러면 우리도 선진국처럼 그런 보호제도를 도입하자, 그렇게 해서 민법을 개정한 이후에 파탄주의 가면 됩니다. 지금 상태에서 섣불리 이렇게 해서 판결로, 민법에 근거도 없고, 민법의 보호상 보호제도도 없는데, 파탄주의를 서둘러 도입해서 유책 배우자를 보호할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거죠.
◇ 김호성: 이 같은 첨예한 의견이 상충되는 상황이 지난 2015년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나왔다는 말씀이시잖아요? 그때 쟁점이 그러면 무엇이었습니까?
◆ 이인철: 그때도 마찬가지에요. 선진국처럼 파탄주의를 적용해야 하느냐, 그 사건에서도 파탄이 됐거든요. 다만 아직까지 다수의 의견은 양 변호사님이 잘 말씀하셨는데, 아직까지는 시기상조다, 언젠가는 파탄주의 도입해야 한다는 것은 아마 전반적인 의견일 겁니다. 양 변호사님도 반대는 안 하실 거고, 언젠가는 도입해야 하는데,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하거든요. 그런데 조금씩 판례가 미묘하게 변화가 되고 있어요. 예전에는 아주 엄격하게 유책주의를 적용해서 웬만하면 다 기각됐는데, 그다음에 조금 판례가 바뀐 게 유책주의라고 하더라도 상대방이 오기 때문에 이혼을 거부하는 경우가 있거든요. 그 경우에는 또 허용을 해줬고, 또 2015년에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가 약간 더 넓어졌어요. 배우자 및 자녀에 대한 보호 배려가 충분히 이루어진 경우, 또 정신적인 고통이 점차 악화되었다, 별거가 너무 길어져서. 그럴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시가 됐거든요. 그러니까 대법원도 조금씩 파탄주의로 가고 있는 거예요. 저는 안타까운 게 뭐냐면, 이때도 시기상조라고 말씀을 하셨거든요. 아직까지 도입되는 게 시기상조다. 양 변호사님 말씀대로 충분히 상대방에 대한 보호 배려 의무가 있어야 하는데, 법이 바뀌어야 한다. 수십 년째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언제 그렇게 바꾸냐는 거죠.
◆ 양소영: 그러니까 민법 개정부터 해야죠.
◆ 이인철: 그런데 법을 개정 안 하면서 계속 시기상조다, 시기상조다, 그러면 제도라는 것은 법도 판례가 바뀌고,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계속 시기상조다, 시기상조다, 그러면 영원히 바뀔 수가 없는 거예요.
◆ 양소영: 그러면 그 부분에 대해서 보호 조치를 민법 개정을 하면 되는 것인데요. 지금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 이후에 저희가 보면요. 그러면 당시에 이런 문제제기가 있었어요. 그러면 이번에 파탄주의가 안 되고 했으니 이제 향후에는 정말 위자료 액수가 올라가거나 재산 분할해서 부양의 기준이 올라가서 이런 배려가 있겠구나, 라고 기대를 사실 했습니다. 그런데 현재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요. 심지어 제가 얼마 전에 판결 받은 경우에 정말로 그냥 부인을 내보내버렸어요. 그리고 문을 열어주지 않아서 별거에 이르고, 이렇게 이혼 청구가 들어온 사안에서 저희가 부양에 관한 기준에 대해서 그러면 재산 분할을 이 부분에 대해서 해 달라, 라고 주장을 했지만 결국 판례가 채택 안 했습니다. 그리고 위자료 지급도 지금 전혀 상향되고 있지도 않아요. 그래서 민법의 개정안을 국회의원들, 오늘 들으시는 분들, 의원님들 계시면 이 부분 개정 논의를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한 이후에 채택해도 늦지 않는다는 거고요. 지금 이 변호사님 말씀하신 것은, 지금 판례부터 변경하자고 하시는데, 그러면 그 사이에 공백에 나와 있는 그런 배우자들, 그런 자녀들의 생존권, 생활하지 못하는 부분, 그거는 누가 책임을 질 겁니까? 법원에서 이에 대해서 책임질 수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판례를 변경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고요. 또 하나 말씀드리면 유책일 경우에 이것을 인정하고 있는 부분과 관련해서 예외 사유를 아까 말씀하신 것처럼 확대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 나아가고 있기 때문에 많은 부분들은 실질적으로 구제가 되고 있어요. 현재 이것을 유지하더라도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는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김호성: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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