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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면 당황합니다. 걸리면 난처합니다.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는데, 음주측정기에 수치가 뜬다면 말이죠. 25일부터 바뀐 법이 시행됐습니다. 단속 기준이 엄격해졌습니다. 면허 정지 기준은 혈중알코올농도 0.03%, 아무거나 입에 넣었다간 예상 밖의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 아무거나 중에 가장 논란이 뜨거운 게 구강청결제입니다. 구강청결제를 사용할 경우, 음주 측정기는 어떻게 반응할까? 팩트체크 들어갑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옵니다. 그것도 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일부 기사를 보신 분들은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 걸린다던데? 괜찮다던데? 실제로 그런 취지의 기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구강청결제는 감지기에서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측정기에서는 다르다", "음주측정기는 에탄올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음주 이외에는 반응 안 한다"며 팩트체크한 곳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 구강청결제 속설을 검증한 기사들 (출처: jTBC, 중앙일보)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음주측정기는 에탄올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음주 이외에는 반응 안 한다"는 말은 잘못됐습니다. 술 말고도 에탄올을 함유한 건 많습니다. 구강청결제가 대표적입니다. A사의 구강청결제 성분을 볼까요? '에탄올 8%', '에탄올 13%'라고 제품 스티커에 떡 하니 붙어 있습니다. 에탄올은 알코올입니다. (알코올 = 에탄올 or 메탄올)
▲ 구강청결제 성분을 보면 '에탄올 함유량 8%', '13%'가 써 있다
성분은 저렇지만 실제론 음주측정기에 안 걸릴 수 있지 않느냐,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해봤습니다. 음주측정기와 음주감지기를 직접 샀습니다. (음주측정기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몇 %인지 측정하는 기계고요. 음주감지기는 음주 여부만 감지하는 장비입니다) 경찰에 음주측정기와 감지기를 납품한다는 제조사의 제품을 샀습니다. 실제 경찰이 쓰는 것과 똑같은 제품은 일반인 판매가 금지돼 있어서, 비슷한 원리를 가진 제품을 샀습니다. 20만 원이 훌쩍 넘어 회삿돈을 썼습니다.
▲ 기자가 음주측정기와 음주감지기로 실험하는 모습
구강청결제로 5초 동안 입을 헹군 뒤 뱉고, 1분 후 측정했습니다. 0.133%가 나왔습니다.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넘은 수치입니다. 5분 뒤는 0.093%, 10분 뒤는 0.031%가 나왔습니다. 10분이 지나도 개정된 면허 정지 기준인 0.03%를 넘은 겁니다. 음주 여부만 알 수 있는 음주감지기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구고 부니, 음주했다는 뜻의 High 경고등이 떴습니다.
▲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군 뒤 1분, 5분, 10분 후의 음주측정기 수치
▲ 음주감지기도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봤습니다. 구강청결제를 쓴 직후 물로 입을 헹궜습니다. 보통 경찰이 음주 측정할 때는 2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 음주감지기에서 경고등이 뜨면 2단계 음주측정기로 재는 건데요. 1, 2단계 중간에 물로 입을 헹굴 시간을 줍니다. 실험을 해보니 1분 후에는 0.120%, 10분 후에는 0%가 나왔습니다. 음주감지기에서도 1분 후에 경고등이 떴지만 10분 후에는 경고등이 안 떴습니다.
▲ 물로 입을 헹구고 10분 뒤 재봤더니, 음주측정기는 0%, 음주감지기도 파란 불이 들어와 있다
음주측정기 제조사에도 문의해봤습니다. 경찰이 쓰는 음주측정기도 구강청결제 영향을 받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제가 산 장비와 경찰이 쓰는 장비가 센서 방식은 다르지만 알코올을 감지하는 건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구강청결제나 양치) 30분 후에 쓰도록 명시가 돼 있다는 거죠. 측정기뿐 아니라 감지기도 알코올을 감지한다고 했습니다. 알코올 외 다른 물질에 대해 반응하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알코올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
비슷한 실험을 한 학술 보고서도 있습니다. 2017년 9월 발표된 "구강청정제 사용자의 구강 내 알코올 잔류시간에 관한 연구:경찰의 음주단속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라는 연구인데요. 남녀 5명에게 구강청결제로 30초 동안 입을 헹군 직후 1차 측정을 하고요. 20분 뒤 물로 입을 헹구고 2차 측정을 했습니다. 1차 측정 때는 평균값이 0.348%(일반 구강청결제), 0.372%(고농도 구강청결제)로 나왔고요. 2차 측정 때는 모두 0%가 나왔습니다. 요지는 '1)구강청결제는 음주측정기 수치가 잡힌다 2)물로 입을 헹군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치가 사라진다'입니다. 물로 안 헹궜을 경우에도 실험을 해봤는데요. 일반 구강청결제의 경우 10분 뒤 1명이 0.2%라는 매우 높은 수치가 나왔고요. 고농도 구강청결제는 10분 뒤 4명이 0.05%와 0.02%가 나왔습니다.
▲ 실험 결과 보고서의 20분 뒤 물로 입을 헹군 실험. C제품은 일반 농도 구강청결제, D제품은 고농도 구강청결제로, 물로 입을 헹구니 모두 0%가 나왔다
▲ 이번엔 물로 입을 헹구지 않은 실험. 10분 후에도 실험자 1명은 0.2%, 고농도 구강청결제의 경우 실험자 4명이 0.02% 이상 수치가 나왔다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11월, 한 대학교수는 치아교정기를 이빨에 부착하고 있어서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궜는데요. 운전 도중 경찰을 만났습니다. 음주감지기를 훅! 불었는데 어? 음주 양성 반응이 나옵니다. 당황한 교수는 물로 입을 헹군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오는 음주측정기를 불었습니다. 구강청결제 사용 13분쯤 뒤였는데요. 무려 0.050%가 나왔습니다. 면허 정지 수치죠. 교수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하는 건가. 그 순간 '채혈 검사'가 떠올랐습니다. 구강청결제 때문에 입에 알코올이 남아있는 거니, 몸 안에 피를 뽑으면 그 속엔 알코올이 없었겠죠. 교수는 경찰에 채혈 검사를 요구해 피를 뽑았고 일주일쯤 뒤 결과를 받았습니다. 0.01% 미만, 훈방이었습니다.
구강청결제도 음주측정기에 감지됩니다. 음주감지기에도 감지됩니다. 그러니까 물로 꼭 입을 헹궈야 하고요. 헹궈도 수치 나오면 채혈 검사를 꼭 요구해야 합니다. 구강청결제 썼다고 해서 실제 음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정보를 모르고 갑작스럽게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과 알고 대처하는 건 천양지차입니다.
또 간혹 아주 드물게 구강청결제를 삼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면 채혈해도 결과를 장담 못 합니다. 구강청결제는 보통 에탄올 성분이 10% 내외 들어 있는 옅은 소주인 셈입니다. 채혈해도 청결제를 먹었기 때문에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청결제 마셔서 음주측정기에 걸리면 억울한데 답도 없고 누구한테 부끄러워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내 핏속에 있는 알코올이 구강청결제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얼마나 증명하기 까다롭겠습니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
※ 음주단속이나 속설에 대한 궁금한 점, 이 기사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몇 개를 추려서 다음 기사에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한동오 (hdo86@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나옵니다. 그것도 꽤 높게 나올 수 있습니다. 며칠 전 일부 기사를 보신 분들은 고개를 갸웃하실 수도 있습니다. 안 걸린다던데? 괜찮다던데? 실제로 그런 취지의 기사가 여럿 있었습니다. "구강청결제는 감지기에서는 나올 수 있다. 하지만 측정기에서는 다르다", "음주측정기는 에탄올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음주 이외에는 반응 안 한다"며 팩트체크한 곳도 있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 구강청결제 속설을 검증한 기사들 (출처: jTBC, 중앙일보)
대체로 사실이 아닙니다. "음주측정기는 에탄올에만 반응하기 때문에 음주 이외에는 반응 안 한다"는 말은 잘못됐습니다. 술 말고도 에탄올을 함유한 건 많습니다. 구강청결제가 대표적입니다. A사의 구강청결제 성분을 볼까요? '에탄올 8%', '에탄올 13%'라고 제품 스티커에 떡 하니 붙어 있습니다. 에탄올은 알코올입니다. (알코올 = 에탄올 or 메탄올)
▲ 구강청결제 성분을 보면 '에탄올 함유량 8%', '13%'가 써 있다
성분은 저렇지만 실제론 음주측정기에 안 걸릴 수 있지 않느냐, 생각이 드실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험해봤습니다. 음주측정기와 음주감지기를 직접 샀습니다. (음주측정기는 혈중알코올농도가 몇 %인지 측정하는 기계고요. 음주감지기는 음주 여부만 감지하는 장비입니다) 경찰에 음주측정기와 감지기를 납품한다는 제조사의 제품을 샀습니다. 실제 경찰이 쓰는 것과 똑같은 제품은 일반인 판매가 금지돼 있어서, 비슷한 원리를 가진 제품을 샀습니다. 20만 원이 훌쩍 넘어 회삿돈을 썼습니다.
▲ 기자가 음주측정기와 음주감지기로 실험하는 모습
구강청결제로 5초 동안 입을 헹군 뒤 뱉고, 1분 후 측정했습니다. 0.133%가 나왔습니다. 면허 취소 기준인 0.08%를 훌쩍 넘은 수치입니다. 5분 뒤는 0.093%, 10분 뒤는 0.031%가 나왔습니다. 10분이 지나도 개정된 면허 정지 기준인 0.03%를 넘은 겁니다. 음주 여부만 알 수 있는 음주감지기도 결과는 비슷했습니다.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구고 부니, 음주했다는 뜻의 High 경고등이 떴습니다.
▲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군 뒤 1분, 5분, 10분 후의 음주측정기 수치
▲ 음주감지기도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이번에는 좀 더 현실적인 방법으로 해봤습니다. 구강청결제를 쓴 직후 물로 입을 헹궜습니다. 보통 경찰이 음주 측정할 때는 2단계를 거칩니다. 1단계 음주감지기에서 경고등이 뜨면 2단계 음주측정기로 재는 건데요. 1, 2단계 중간에 물로 입을 헹굴 시간을 줍니다. 실험을 해보니 1분 후에는 0.120%, 10분 후에는 0%가 나왔습니다. 음주감지기에서도 1분 후에 경고등이 떴지만 10분 후에는 경고등이 안 떴습니다.
▲ 물로 입을 헹구고 10분 뒤 재봤더니, 음주측정기는 0%, 음주감지기도 파란 불이 들어와 있다
음주측정기 제조사에도 문의해봤습니다. 경찰이 쓰는 음주측정기도 구강청결제 영향을 받는다는 답변을 받았습니다. 제가 산 장비와 경찰이 쓰는 장비가 센서 방식은 다르지만 알코올을 감지하는 건 같다는 겁니다. 그래서 (구강청결제나 양치) 30분 후에 쓰도록 명시가 돼 있다는 거죠. 측정기뿐 아니라 감지기도 알코올을 감지한다고 했습니다. 알코올 외 다른 물질에 대해 반응하는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알코올을 감지할 수 있다고 합니다.
▲ 경찰이 사용하는 음주측정기
비슷한 실험을 한 학술 보고서도 있습니다. 2017년 9월 발표된 "구강청정제 사용자의 구강 내 알코올 잔류시간에 관한 연구:경찰의 음주단속과의 관련성을 중심으로"라는 연구인데요. 남녀 5명에게 구강청결제로 30초 동안 입을 헹군 직후 1차 측정을 하고요. 20분 뒤 물로 입을 헹구고 2차 측정을 했습니다. 1차 측정 때는 평균값이 0.348%(일반 구강청결제), 0.372%(고농도 구강청결제)로 나왔고요. 2차 측정 때는 모두 0%가 나왔습니다. 요지는 '1)구강청결제는 음주측정기 수치가 잡힌다 2)물로 입을 헹군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수치가 사라진다'입니다. 물로 안 헹궜을 경우에도 실험을 해봤는데요. 일반 구강청결제의 경우 10분 뒤 1명이 0.2%라는 매우 높은 수치가 나왔고요. 고농도 구강청결제는 10분 뒤 4명이 0.05%와 0.02%가 나왔습니다.
▲ 실험 결과 보고서의 20분 뒤 물로 입을 헹군 실험. C제품은 일반 농도 구강청결제, D제품은 고농도 구강청결제로, 물로 입을 헹구니 모두 0%가 나왔다
▲ 이번엔 물로 입을 헹구지 않은 실험. 10분 후에도 실험자 1명은 0.2%, 고농도 구강청결제의 경우 실험자 4명이 0.02% 이상 수치가 나왔다
실제로 이런 사례도 있습니다. 2015년 11월, 한 대학교수는 치아교정기를 이빨에 부착하고 있어서 구강청결제로 입을 헹궜는데요. 운전 도중 경찰을 만났습니다. 음주감지기를 훅! 불었는데 어? 음주 양성 반응이 나옵니다. 당황한 교수는 물로 입을 헹군 뒤 혈중알코올농도가 나오는 음주측정기를 불었습니다. 구강청결제 사용 13분쯤 뒤였는데요. 무려 0.050%가 나왔습니다. 면허 정지 수치죠. 교수는 매우 당황했습니다. 이렇게 한순간에 범죄자로 전락하는 건가. 그 순간 '채혈 검사'가 떠올랐습니다. 구강청결제 때문에 입에 알코올이 남아있는 거니, 몸 안에 피를 뽑으면 그 속엔 알코올이 없었겠죠. 교수는 경찰에 채혈 검사를 요구해 피를 뽑았고 일주일쯤 뒤 결과를 받았습니다. 0.01% 미만, 훈방이었습니다.
구강청결제도 음주측정기에 감지됩니다. 음주감지기에도 감지됩니다. 그러니까 물로 꼭 입을 헹궈야 하고요. 헹궈도 수치 나오면 채혈 검사를 꼭 요구해야 합니다. 구강청결제 썼다고 해서 실제 음주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낮지만, 이런 정보를 모르고 갑작스럽게 상황에 맞닥뜨리는 것과 알고 대처하는 건 천양지차입니다.
또 간혹 아주 드물게 구강청결제를 삼키시는 분도 계십니다. 그러면 채혈해도 결과를 장담 못 합니다. 구강청결제는 보통 에탄올 성분이 10% 내외 들어 있는 옅은 소주인 셈입니다. 채혈해도 청결제를 먹었기 때문에 수치가 나올 수 있습니다. 청결제 마셔서 음주측정기에 걸리면 억울한데 답도 없고 누구한테 부끄러워서 하소연도 못합니다. 내 핏속에 있는 알코올이 구강청결제 때문인지, 술 때문인지 얼마나 증명하기 까다롭겠습니까. 오얏나무 아래서는 갓끈도 고쳐매지 말아야 하는 법입니다.
※ 음주단속이나 속설에 대한 궁금한 점, 이 기사에 댓글로 남겨주시면 몇 개를 추려서 다음 기사에 팩트체크해 보겠습니다.
한동오 (hdo86@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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