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파일] 술 마시고 자전거·전동 킥보드 타면 처벌받을까?

■ 자전거 음주 운전도 경찰 단속?
자전거로 출퇴근을 시작한 지 꼭 한 달.
이 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던 터라 음주운전은 먼 나라,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 귀갓길은 아니었습니다. 퇴근 후 동료와 저녁 식사를 하면서 맥주 한잔을 마시고 별생각 없이 자전거 안장에 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솔직히 털어놓으면 자전거 음주 운전을 했습니다.

당시 동료가 "자전거 음주운전도 차량과 똑같이 처벌받는다"며 대중교통 이용을 권유했지만, 맥주 한잔인데 괜찮겠지라며 자신을 안심시켰습니다. 십오 분 정도 자전거도로를 내달렸습니다. 집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회전 교차로를 지나 주택가로 들어가야 하는데, 아뿔싸!! 음주운전 단속 중이었습니다. 윤창호 법 시행으로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강화돼 맥주 한 잔만 마셔도 처벌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식은땀이 흘렀고, 취하지도 않은 술이 깰 정도로 정신이 번쩍 들었습니다. 단속 중이던 경찰관에 가까워질수록 심장이 빨리 뛰었습니다. 맥주 한잔이니 괜찮을 거라 믿고 단속 중인 경찰관 앞을 지났지만, 단속은 하지 않았습니다.

■ 자전거 음주 운전, 면허 정지·취소 대신 범칙금
음주운전 단속은 차량을 우선해 단속합니다.
모든 자전거 운전자를 대상으로 음주 여부를 확인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술에 취한 것으로 의심되거나 단속 중인 차도를 이용하는 자전거 운전자에 대해서 음주 여부를 단속합니다. 자전거 음주 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차량 음주 운전 단속과 똑같이 혈중알코올농도를 측정합니다. 하지만 면허 정지나 취소 등의 행정처분은 내리지 않습니다. 자전거를 운전하는 데 면허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고속도로 '자전거'로 만취 질주한 20대 남성

다만, 자전거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되면 면허 정지에 해당하는 혈중알코올농도 0.03% 이상부터 범칙금 3만 원을 부과합니다. 음주 측정을 거부하면 10만 원의 범칙금이 부과됩니다.


■ 자전거 음주 운전, 현실은?
"단속이 있으면 내려서 끌고 가면 되는 것 아니야?", "벌금 3만 원인데 적발되면 내고 말지!" 라는 생각 탓인지 음주 자전거 주행에 대한 거부감이나 죄의식은 크지 않습니다. 한강공원 편의점이나 잔디밭 주변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풍경이 됐습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은 자전거 음주 운전 역시 자신은 물론, 보행자나 다른 자전거 운전자를 크게 다치게 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자전거를 타다 공원 편의점 테이블에서 술 마시는 시민

자전거 음주 운전은 지난해에만 모두 48건이 발생해 52명이 다치고 1명이 숨졌습니다. 법이 바뀌어 자전거 음주 단속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게 작년 9월부터니, 실제 사고는 통계보다 더 많을 것으로 경찰은 짐작하고 있습니다.


■ 전동 킥보드 음주운전 처벌은?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쉽게 눈에 띄는 전동 킥보드는 어떨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자전거와는 다르게 일반 차량과 똑같이 면허 정지와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경찰은 동력이 달린 이동수단은 모두 운전면허가 있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도로교통법에도 제2조 19호에도 배기량 50cc 미만(전기를 동력으로 하는 경우에는 정격출력 590w 미만)의 원동기를 단 차는 모두 원동기장치로 분류됩니다. 그리고 이 원동기 장치 자전거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운전면허가 필요합니다. 원동기장치 자전거 면허나 1·2종 운전면허를 취득해야 합니다.

많은 사람이 번호판이 없는 전동 킥보드는 운전면허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잘못된 생각입니다. 운전면허 없이 전동 킥보드를 몰다 적발되면 무면허 운전으로 30만 원의 범칙금을 내야 하고, 술을 마시고 운전했다면 차량 음주 운전과 똑같이 처벌받습니다.

■ 전동 휠체어도 음주 단속?
그럼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타는 전동 휠체어도 단속 대상일까요?
전동 휠체어는 음주 단속 대상이 아닙니다.

전동 휠체어는 킥보드처럼 동력장치로 움직이지만, 도로에 나오는 순간 원동기나 차량이 아닌 보행자 그 자체로 분류합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보행자의 신체 일부로 보는 건데요. 몸이 불편한 사람들의 경우 이 전동 휠체어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는 것을 생각하면 됩니다. 그래서 전동 휠체어는 동력 장치가 달려 있지만 음주 운전 단속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홍성욱[hsw0504@yt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