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보니 시리즈 85] '요리 똥손'이 해본 백종원 양파요리

[해보니 시리즈 85] '요리 똥손'이 해본 백종원 양파요리

2019.07.13. 오전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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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요식기업인 백종원 씨가 양파 소비를 촉진하는 의미로 유튜브 채널 '백종원의 요리비책'에서 선보인 만능양파볶음이 화제다.

양파를 캐러맬화해 소분한 뒤 냉동실에 보관하면 두고두고 만능 양념장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덮밥, 면 요리, 양파 수프, 샌드위치 등 만능양파볶음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요리 조리법도 채널에 올라왔다.

맞벌이한다는 이유로 평소 요리를 멀리해왔던 '요리 똥손'이었지만,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만능 양념장이라는 말에 혹해 직접 만들기에 도전해봤다. 양파 농가의 어려움을 돕는 취지에 동참하고픈 마음도 있었다.


백 선생님은 무려 15kg을 손질해 볶았지만 그 정도 무게는 들고 오는 것부터가 무리라 간단하게 양파 20개(5kg)만 볶기로 했다.

'1/3로 줄였으니 금방 끝나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유튜브는 많은 부분이 편집된 영상이라는 점을 간과했다. 양파를 까고 채 써는 데 걸린 시간만 한 시간. 이때부터 무언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지만 이미 멈출 수 없었다.

집에서 가장 큰 팬과 냄비 두 개를 동원해 양파 캐러멜화에 들어갔다. 캐러멜화는 조리 시 당류가 일으키는 산화 반응에 의한 화학적 갈변화로, 음식에 진한 풍미를 더해준다. 캐러멜화된 양파는 양식이나 한식에 모두 사용할 수 있다.

냄비 두 개에 가득 찼던 양파는 수분이 빠져나가면서 한 냄비에 합칠 수 있을 정도로 부피가 줄었다. 하지만 2시간을 넘게 주걱을 휘저어도 기름기만 가득할 뿐 백종원 씨가 만든 양파 볶음과는 거리가 멀었다. 섬뜩한 마음에 댓글을 둘러보니 나처럼 '망했다'는 댓글이 심심치 않게 보였다.

'무엇이 잘못된 걸까요?' 양식 전문가에게 질문한 결과 기름을 너무 많이 두른 게 패인이라는 답변을 들었다. 전문가는 "기름이 많아 느끼할 순 있지만 그래도 버려야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처음에 기름을 적당히 넣었다가 모자랄 때마다 추가하는 방식으로 만드는 게 실패할 확률이 적다"고 조언했다. 조언에 따라 기름을 거둬내고 요리를 시작했다.

만능양파볶음으로 만든 음식은 총 세가지. 백종원의 요리비책 채널에 올라온 양파볶음 레시피 가운데 짜파게티에 양파볶음을 곁들인 '양파게티', 양파볶음을 육수에 풀고 치즈로 풍미를 더한 '양파 수프', 그리고 양파볶음에 간장, 계란, 대파를 곁들인 '만능양파덮밥'을 만들어 동네 주민 3인에게 대접하고 시식평을 부탁했다.

1. 양파게티

요리 똥손도 짜파게티는 끓일 수 있다. 매콤한 맛을 좋아해서 레시피보다 고추장 양을 두 배로 했더니 더 맛있었다. 짜파게티가 그러하듯 물 조절을 취향에 맞게 하는 게 중요하다.

시식 한 줄 평

- 짜파게티에서 느끼지 못했던 깊은 맛이 느껴진다.
- 매콤한 맛이 입맛을 다시게 한다. 고추장이 신의 한 수.
- 양파를 넣었다는 말을 안 하면 들어간 지 모르겠다. 양파를 싫어하는 사람도 먹을 수 있을 듯.
- 양파 맛보다 양파의 감칠맛만을 표현해 조연으로 충분히 작용.

2. 양파수프

백종원 씨가 만든 것과는 색이 달랐지만 다행히 맛은 괜찮았다. 치킨스톡, 다시다, 생수 세 가지 버전으로 육수를 만들어 조리해봤더니 치킨스톡, 다시다, 물 순으로 풍미가 좋았다. 물이 증발하며 간이 강해질 수 있으므로 소금을 조금씩 추가하는 편이 좋다.

시식 한 줄 평

- '양파 수프'라는 존재를 처음 접해봤는데 맛있었다.
- 변비가 해소됐다.(?)
- 맛있지만 낯선 메뉴라 어색하다.
- 하와이에서 먹었던 양파 수프와 맛이 비슷해 놀랐다.

3. 양파 덮밥

계란이 너무 익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포인트. 파는 넉넉하게 넣는 편이 맛있다.

시식 한 줄 평

- 대파가 신의 한 수! 음식점에서 먹은 덮밥 맛이 난다.
- 여기에 돈가스나 치킨을 추가해서 먹으면 좋겠다.
- 여러 가지 토핑을 추가하면 음식점이 부럽지 않을 듯.

양파볶음으로 만든 음식은 모두 조리 시간이 5분 내외일 정도로 간편하고 맛도 훌륭했다. 물론 알고보니 요리에 소질이 있었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만능양파볶음이 실제로 양파농가에 도움이 되고 있을까. 최근 백종원 씨가 게시한 '만능양파볶음' 채널의 여파로 양팟값이 소폭 올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물가협회 자료에 따르면 양팟값은 6월 말에 소폭 반등했다가 최근 다시 소폭 하락하며 큰 가격 변화는 없다.


공급량 등 다른 요인과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백종원의 유튜브 덕분에 양파 가격이 올라갔다'고 말한다면 확대해석으로 비칠 수 있다. 비록 가격에 큰 영향을 줬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백종원 채널에 올라온 콘텐츠가 양파 농가의 어려움을 전 국민적으로 알리고 양파 농가에 힘을 실어줬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유튜브 댓글창에도 농민과 유통업자들의 감사 댓글이 줄을 잇고 있다.

게다가 기자처럼 양파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요못인(요리 못하는 인간)에게도 양파를 맛있게 먹을 수 있다는 점을 알려줬으며, 요리가 어렵지 않다는 자신감을 일깨워 주지 않았는가. 비록 과정은 힘겨웠지만 앞으로도 종종 양파 볶음을 만들어 볼 예정이다.


-만능양파볶음 후기-

활용도 ★★★★★

- 양파 5kg를 볶으면 약 20~25인분 정도의 음식을 만들 수 있다.
- 가스비 조심, 팔 통증 조심!
- 그럼에도 다음에 또 만들 가치가 충분하다. 간편하고 맛있다.
- 그렇지만 나 말고 다른 사람이 해주면 정말 좋겠다.
- 택시 기사님에게 '어디서 양파 냄새 난다'는 말을 듣을 수 있으니 주의하자.

YTN PLUS 정윤주 기자
(younju@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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