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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
■ 방송 : FM 94.5 (18:10~20:00)
■ 방송일 : 2019년 7월 22일 (월요일)
■ 대담 : 이탄희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1회 노회찬 상 이탄희 판사의 故노회찬 기억 "고인과의 첫 만남, 부드럽고 따뜻했다"
- 노회찬 상 무겁다
- 노회찬 의원 처음 본 날 "부드럽고 따뜻한 분이구나" 생각, 굉장히 인상적
- 양승태 석방? 어느 정도 예상, 보석 조건 이행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 로펌 제안? 현장 가보니 우울한 느낌, 공적인 일 한다는 자부심 놓치는 것 같아 바로 접어
- 우즈베키스탄 국적 엄마, 조산한 아이 두고 도망... 의료급여 지원 안 되는 제도 헌법소원 준비 중
- 강민구 발언은 논점 흐리기
- 김앤장 변호인과 대법원장의 만남에 경악, 일선 판사들 상상할 수 없는 상황
-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비방, 재판 결론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당시 사법농단도 정당했다 확대해석 위험
- 사법개혁,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떠나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
- 문제되는 판사 누군지, 문제되지 않는 판사들 누군지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
- 법관 탄핵에는 시효가 없다
- 악당은 항상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건드려놓고 확실히 막아서지 않고 적당히 물러서면 오히려 악이 양성화한다
- 판사는 재판만 해야, 판사 스스로 영광인 법원 만들어야
- 사법개혁은 정공법으로 풀어야, 제도는 국회의원이 만들고 제대로 못하면 국민이 책임 묻는 것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내일이면 故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신지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노회찬 재단에서 제1회 ‘노회찬 상’으로 이탄희 변호사를 선정했는데요. 이탄희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제 판사가 아닌 공익 변호사로 새 출발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이탄희 변호사 모셨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탄희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이탄희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이하 이탄희)>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노회찬 상, 그것도 제1회 노회찬 상 선정된 거 축하드리겠습니다.
◆ 이탄희>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예상은 안 하셨을 것 같은데요?
◆ 이탄희> 네, 그러게요.
◇ 이동형> 소감 어떻습니까?
◆ 이탄희> 일단 굉장히 큰 영광이고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고요. 상이 아무래도 처음이고, 또 노회찬 의원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조금 기쁘고, 무거운 의미가 있어서.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혹시 노 전 의원과는 생전에 교분이 있었습니까?
◆ 이탄희> 교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 20년 전에 노회찬 의원님을 처음 뵌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는데, 강연을 듣고 싶어서 대학 선배하고 같이 서울 시내 모처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회찬 의원님이 저기 책상에 앉아 계시다가 나오시더라고요. 일단 첫 인상이 굉장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드러우셨고, 그래서 따뜻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때 또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나 해주셨죠. 그때 강연 주제를 뭘로 할 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저희가 따로 준비를 못 해서 그냥 하고 싶은 거 해주세요, 했더니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들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나는 어떻게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그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동형> 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또 사표를 썼고. 사법농단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석방됐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탄희> 네, 사실 재판장께서 직권으로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사실은 보석 결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거고요. 다들 관심을 갖고 있듯이 저도 실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그 조건을 이행할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 이동형> 사법농단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요. 변호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텐데, 공익인권법재단에 들어가셨습니다. 공익 법인에 들어간 이유가 있을까요?
◆ 이탄희>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갔죠.
◇ 이동형> 판사 하시다 나왔으면 다른 로펌이나 이런 데 가면 돈도 많이 벌고 하지 않습니까? 그 생각 안 해보셨어요?
◆ 이탄희> 생각을 했다기보다 몇 군데에서 제안을 주셨는데요. 제가 현장에 한 번 가봤어요, 사무실에. 같이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약에 일을 하게 되면 제가 앉게 될 책상이라든가, 이런 데 앉아보기도 하고, 냄새가 어떤지도 한 번 느껴보고, 등 뒤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같은 것도 느껴보고 했는데, 조금 우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 전에 판사로서 뭔가 공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을 놓치는 것 같다. 그것에서 오는 우울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바로 접었습니다.
◇ 이동형> 판사가 업무량이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사표 쓰고 나와서 조금 그런 것에 있어서는 편해졌다는 것을 느낍니까?
◆ 이탄희> 아니요. 그건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거죠.
◇ 이동형> 그래요?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변호사 활동하신지 조금 되셨죠?
◆ 이탄희> 한두 달 정도 됐죠.
◇ 이동형> 본격적으로 사건도 맡고 하셨습니까?
◆ 이탄희> 네,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건들도 두 건 정도 있고, 준비하고 있는 사건들도 있고 그러네요.
◇ 이동형>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와 관련된 소송을 하고 계시다고요?
◆ 이탄희>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지난주에 부산 가덕도에 있는 한 복지시설을 다녀왔는데요. 작년. 이게 이야기하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괜찮은가요?
◇ 이동형> 괜찮습니다.
◆ 이탄희> 작년 11월에 경상대학교 병원이라고 진주에 병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여자아이가 하나 태어났어요. 그런데 조산이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약해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는데, 인큐베이터에 두 달 정도 있으면서 병원비가 2000만 원 가까이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도망가 버렸어요. 병원비를 안 내고.
◇ 이동형> 아이는 그냥 병원에 두고요?
◆ 이탄희> 그렇죠. 그런데 이 아이가 몸도 아프고, 또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가 발생했는데, 통상 이런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에 따라서 보호조치를 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아동복지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또 의료급여법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비용도 지원해주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 게 엄마가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가진 엄마였던 거예요. 그리고 한국인하고 결혼했다가 이혼을 한 상태였고. 이런 경우에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는 하는데, 우리 법에 조금 구멍이 있어서 국적이 없으면 의료 급여 같은 게 지원이 안 돼요. 지원이 안 되다 보니까 당연히 복지시설에서는 애를 안 받으려고 하죠. 애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됐고, 보호가 필요한데 시설에서는 안 받으려고 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을 보고, 저희가 이것은 제도가 문제가 있다. 이 아이 같은 경우는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 국적 아이들하고도 조금 차이점이 있거든요. 이런 아이들을 성년이 될 때까지는 내보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성장하도록 놔두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말을 배우고, 우리나라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다 우리나라 사람이고. 사실 이 아이는 국적이 없을 뿐이지 우리나라 사람이거든요. 이 아이가 엄마를 자기가 선택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은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관련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청취자 분들이 궁금한 게 있다고 하는데, 박어진이 님께서 “이탄희 변호사님, 이름이 독특한데 혹시 무슨 다른 뜻이 있을까요?”
◆ 이탄희> 한자 이름인데요. 태어날 탄(誕) 자하고, 빛날 희(熙) 자에요.
◇ 이동형> 한자였군요. 누가 지어주신 겁니까?
◆ 이탄희> 아버님이 지어주셨습니다.
◇ 이동형> 마음에 듭니까, 이름?
◆ 이탄희> 마음에 들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저한테 주어진 이름인데요.
◇ 이동형> 한 번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잊지는 않겠네요? 쉽게 기억할 것 같아요.
◆ 이탄희> 어렸을 때부터 나쁜 짓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 이동형> CHERRY BLUE님께서 “좋은 목소리 비결이 궁금합니다. 이 작가한테 알려주세요.” 그랬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이것도 그냥 태어난 거 아닙니까?
◆ 이탄희>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이동형> 네,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최근에 강민구 부장판사가 사법농단과 관련해서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판결 지연, 외교로 해결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탄희> 논점을 흐리는 거죠, 시선을 돌리는 거고. 이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그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있는 판사들이 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방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몰래 한쪽 당사자를 만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 재판 절차에 논의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거든요. 원고인 피해자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경우에는 영문도 모르고 2013년에 이미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갔는데, 5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계속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거거든요? 그렇게 탈법적인 방법으로 재판 절차에 대해서 재판 외에서 관여하려고 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인데, 시간을 벌어주고 말고 그런 게 이 사건의 핵심하고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가지고 와서 논점을 흐리는 것인 것 같습니다.
◇ 이동형> 김앤장 변호인들과 대법원장이 만나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고.
◆ 이탄희> 판사들이 굉장히 경악했죠. 사실은 일선 법원의 젊은 판사들도 한쪽 대리인을 법원에서 만나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직무실에서 한쪽 대리인을,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세 차례나 만났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법관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 보내서 거기서 또 사건에 대해서 협의하고, 이런 것들은 일선 판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이동형> 지금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일본 언론, 일본 정치인들은 이것을 가지고 대단한 비난을 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치고요.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우리 정치권 보수 인사, 또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해서 이 판결이 잘못됐다, 비방하고, 매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이탄희> 저는 판결 자체에 대한, 판결 결론 자체서는 찬반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평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이 권위적일 수도 있죠. 그런데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이 사건 재판이 지연이 되고, 결과를 바꾸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은 결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재판을 거래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데 있는 것이거든요. 재판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그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 사건을 비호하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지금 사실 법원 개혁과 관련해서 직업윤리가 제대로 세워주지 못해서 약간의 아노미 상태가 발생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드는데. 이것을 마치 재판 결론이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당시의 사법농단도 정당했다, 이런 것으로 확대해석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런 부분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크리스타크 님께서 “이탄희 판사는 양승태 무리들이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하는 거 강요받고, 사표 던져버린 최고의 판사입니다,” 이런 댓글 적어주셨는데,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판사들 뒷조사하라, 이런 지시를 받았던 겁니까?
◆ 이탄희> 네, 뒷조사 파일 관리해야 한다, 라는 취지의.
◇ 이동형> 그것을 듣고 이거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사표 제출하신 겁니까?
◆ 이탄희>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제 명예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사직서를 냈습니다.
◇ 이동형> 나의 명예를 지키겠다. 네.
◆ 이탄희> 제가 그 일을 하는 순간, 남이 알든, 알지 못하든 간에 어쨌든 제 명예에 금이 가는 거라고 확신을 했기 때문에요.
◇ 이동형> 그런데 그 일을 하면 고속 출세할 수 있잖아요?
◆ 이탄희> 그것을 제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 이동형> 이런 결정하실 때 혼자 단독으로 결정하셨습니까? 아니면 아내분하고, 혹은 가족들하고 상의를 한다든가?
◆ 이탄희> 아내하고는 이야기를 조금 나눴고요. 그런데 아내가 사실 100% 제가 느낀 것을 다 느껴서 동의한 것은 아니겠지만, 믿고 따라와 줘서 굉장히 큰 힘이 됐었습니다.
◇ 이동형> 아내분하고 저희하고도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제가 그때 왜 안 말렸냐, 이런 이야기도 했던 것 같은데요. 동의를 했다. 이게 이런 사건, 여러 가지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랄까요?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거든요. 이게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이탄희>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떠나서 저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민들 입장에서 이게 시간이 걸릴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만 얻을 수 있으면, 국민들이 더 안심할 것 같아요. 그 부분조차도 확신을 아직 못 심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제가 굉장히 답답하고, 걱정도 되고요. 저는 여러 번 말씀 드렸습니다. 당사자들, 사법농단과 관련한 판사들, 아직도 현직에 많이 있는데, 이분들이 현직에 남아서 재판을 계속하는 이상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최소한 이것을 누가 어느 정도 관여가 됐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에서 판단하기에 그것이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봤으면, 왜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봤는지, 이런 것들을 알려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되는 판사가 누군지, 그다음에 문제되지 않는 대다수의 판사들은 누군지, 이런 것들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이거 없이는 해결되기 정말 어렵다, 라는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요. 그다음에 더 나아가서 법관 탄핵 이야기가 많이 있잖아요? 탄핵에 대해서 현재 국회 상황 상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제가 많이 듣는데, 저는 거꾸로 탄핵에는 시효가 없다. 시효가 없고, 문제되는 판사들이 법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이상은 시효가 계속되는 것이고, 법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동안은 국민들도 계속 불안한 것이기 때문에 다음 국회가 구성되고 나서, 그때라도 탄핵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탄핵이라고 하는 게 판사들을 반드시 다 내보내자는 뜻은 꼭 아니거든요. 탄핵소추를 하게 되면 그다음에 헌법재판소에서 또 재판을 합니다. 재판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세워질 것이고요. 어느 정도 되는 판사들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잘못은 했지만, 법관직을 그만두게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그거대로 또 판사들에 대해서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행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 또 당사자에 대해서 반드시 처벌한다, 이런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용인하지 않고 기준을 명확히 해서 다시는 이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국회에서도 반드시 탄핵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은 이 문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한테 심어주지 못 할 수 있다.
◇ 이동형>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데 아까 잠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만, 사법부 내에서 자체 징계가 굉장히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 이탄희> 그렇죠.
◇ 이동형> 그것이 내 식구 감싸기, 이런 겁니까?
◆ 이탄희> 징계권자의 내심의 의사까지 제가 알 수는 없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도 제가 직후에 바로 비판을 했지만, 징계권자도 아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때 자기의 판단이 잘못됐다, 라는 것에 대해서 깨닫고 굉장히 크게 후회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는데, 한 때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해리포터’ 영화가 있잖아요? 그 영화에 보면 볼드모트라는 악당이 나오는데, 보면 악당은 항상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하거든요. 우리가 그것을 건드렸으면 건든 것에 대해서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확실히 막아서야 하고, 기준을 명확히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건든 상태에서 싸우지 않고 적당히 물러서게 되면, 오히려 악을 양성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은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드는 거예요, 저는. 예를 들면 아까 말씀하신 강민구 부장판사의 경우라든가, 아니면 다른 부장판사의 경우에는 지금 본인이 수사 받는 도중에 수사가 부당하다고 판사들한테 메일을 보내고 그러고 나서 1심 판결 난 것에 대해서 항소심을 담당하는 판사들한테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자기주장이 맞았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거든요. 이런 행동들은 사실은 우리가 기준을 명확히 해서 다시는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 행동인데, 기준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잘못된 것들이 양성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들이죠. 그 징계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권자도 크게 후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법원 개혁의 핵심은 탈 판사화다, 이런 이야기도 하셨던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이탄희> 판사는 재판만 해야 한다는 뜻이고요. 지금은 판사들이 국회 파견도 가고,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비서로서도 일을 하고, 행정 업무들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민들이 이미 그런 행정 업무하는 판사들한테 재판 받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 느껴요. 예전에 김경수 도지사 판결이 1심에서 있었는데, 그 당시에 담당했던 재판장이 예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서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특정 대법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대법원장의 경우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현 대법원장과 관련해서도 지금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판사들이 있어요. 그 판사들이 3년, 4년, 5년 시간이 지났을 때 과연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을 얼마나 국민들한테 신뢰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굉장히 우려가 되거든요. 그래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판사들이 행정 업무는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판사들은 재판만 하고, 좋은 재판을 하는 판사들이 그것으로써 존경 받고, 그것으로써 판사 스스로 영광인 그런 법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취지입니다.
◇ 이동형> 대통령 탄핵 국면 일어나고, 검사들이 청와대 파견가고, 이런 것도 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 이탄희> 그럼요.
◇ 이동형> 결국, 이거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이탄희> 그렇죠.
◇ 이동형> 그게 먼저 필요하네요?
◆ 이탄희> 맞습니다. 국회에 대해서도 사실 답답한 부분들이 많이 있죠.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돼서요. 흔히 사법부는 최후의 보루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명성, 흠이 많이 갔고, 국민의 신뢰도 많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걱정하시는 국민들께 한 마디 해주시죠.
◆ 이탄희> 참 국민들께서 그래도 판사들이 처음에 우리 스스로 자정을 해보겠다고 시작했을 때는 기대도 하시고, 또 우리 공직사회에서 이런 움직임도 있구나, 라고 해서 희망도 가지시고, 했던 것을 제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저도 죄송하고, 마음이 아픈데요.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일수록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정공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법개혁도 사실은 제도거든요. 제도는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고요. 결국은 국회의원들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못 하는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묻는 것. 그렇게 해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좋은 국회의원들을 뽑자. 그것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여러분들, 정치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가 더럽고, 어려울수록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말씀인 것 같고,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이탄희>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이탄희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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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회 노회찬 상 이탄희 판사의 故노회찬 기억 "고인과의 첫 만남, 부드럽고 따뜻했다"
- 노회찬 상 무겁다
- 노회찬 의원 처음 본 날 "부드럽고 따뜻한 분이구나" 생각, 굉장히 인상적
- 양승태 석방? 어느 정도 예상, 보석 조건 이행할지 관심 있게 보고 있다
- 로펌 제안? 현장 가보니 우울한 느낌, 공적인 일 한다는 자부심 놓치는 것 같아 바로 접어
- 우즈베키스탄 국적 엄마, 조산한 아이 두고 도망... 의료급여 지원 안 되는 제도 헌법소원 준비 중
- 강민구 발언은 논점 흐리기
- 김앤장 변호인과 대법원장의 만남에 경악, 일선 판사들 상상할 수 없는 상황
-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비방, 재판 결론이 마음에 안 든다고 당시 사법농단도 정당했다 확대해석 위험
- 사법개혁,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떠나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
- 문제되는 판사 누군지, 문제되지 않는 판사들 누군지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필요
- 법관 탄핵에는 시효가 없다
- 악당은 항상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한다, 건드려놓고 확실히 막아서지 않고 적당히 물러서면 오히려 악이 양성화한다
- 판사는 재판만 해야, 판사 스스로 영광인 법원 만들어야
- 사법개혁은 정공법으로 풀어야, 제도는 국회의원이 만들고 제대로 못하면 국민이 책임 묻는 것
◇ 앵커 이동형(이하 이동형)> 내일이면 故 노회찬 의원이 돌아가신지 1주기가 되는 날입니다. 노회찬 재단에서 제1회 ‘노회찬 상’으로 이탄희 변호사를 선정했는데요. 이탄희 변호사는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을 세상에 드러내고, 이제 판사가 아닌 공익 변호사로 새 출발을 한다고 합니다. 오늘 스튜디오에 직접 이탄희 변호사 모셨습니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이탄희 변호사, 어서 오세요.
◆ 이탄희 공익인권법재단 변호사(이하 이탄희)> 네, 안녕하세요.
◇ 이동형> 노회찬 상, 그것도 제1회 노회찬 상 선정된 거 축하드리겠습니다.
◆ 이탄희>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예상은 안 하셨을 것 같은데요?
◆ 이탄희> 네, 그러게요.
◇ 이동형> 소감 어떻습니까?
◆ 이탄희> 일단 굉장히 큰 영광이고요.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고요. 상이 아무래도 처음이고, 또 노회찬 의원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안 됐기 때문에 조금 기쁘고, 무거운 의미가 있어서. 무겁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혹시 노 전 의원과는 생전에 교분이 있었습니까?
◆ 이탄희> 교분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가 한 20년 전에 노회찬 의원님을 처음 뵌 적이 있어요. 그때는 제가 20대 초반의 대학생이었는데, 강연을 듣고 싶어서 대학 선배하고 같이 서울 시내 모처에 있는 사무실에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노회찬 의원님이 저기 책상에 앉아 계시다가 나오시더라고요. 일단 첫 인상이 굉장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부드러우셨고, 그래서 따뜻한 분이구나, 하는 생각을 했고. 그때 또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나 해주셨죠. 그때 강연 주제를 뭘로 할 거냐고 물어보시길래 저희가 따로 준비를 못 해서 그냥 하고 싶은 거 해주세요, 했더니 그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어디로 가야 할지에 대해서는 다들 이야기를 많이 하니까 나는 어떻게 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겠다. 그 말씀을 하셨는데, 그게 굉장히 인상적이었습니다.
◇ 이동형> 판사 시절 양승태 대법원의 사법농단에 문제의식을 느꼈고, 또 사표를 썼고. 사법농단 수사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데, 오늘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보석 석방됐습니다. 이것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 이탄희> 네, 사실 재판장께서 직권으로 보석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이야기했을 때 사실은 보석 결정하는 것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던 거고요. 다들 관심을 갖고 있듯이 저도 실제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그 조건을 이행할 것인지, 그 부분에 대해서 관심 있게 보고 있습니다.
◇ 이동형> 사법농단 이야기는 조금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요. 변호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텐데, 공익인권법재단에 들어가셨습니다. 공익 법인에 들어간 이유가 있을까요?
◆ 이탄희> 공익적인 일을 하고 싶어서 갔죠.
◇ 이동형> 판사 하시다 나왔으면 다른 로펌이나 이런 데 가면 돈도 많이 벌고 하지 않습니까? 그 생각 안 해보셨어요?
◆ 이탄희> 생각을 했다기보다 몇 군데에서 제안을 주셨는데요. 제가 현장에 한 번 가봤어요, 사무실에. 같이 차도 마시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만약에 일을 하게 되면 제가 앉게 될 책상이라든가, 이런 데 앉아보기도 하고, 냄새가 어떤지도 한 번 느껴보고, 등 뒤에서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 같은 것도 느껴보고 했는데, 조금 우울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가만히 생각해보니까 그 전에 판사로서 뭔가 공적인 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을 놓치는 것 같다. 그것에서 오는 우울함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건 바로 접었습니다.
◇ 이동형> 판사가 업무량이 상당히 많지 않습니까? 사표 쓰고 나와서 조금 그런 것에 있어서는 편해졌다는 것을 느낍니까?
◆ 이탄희> 아니요. 그건 달라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의 종류가 달라지는 거죠.
◇ 이동형> 그래요? 공익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 지금 변호사 활동하신지 조금 되셨죠?
◆ 이탄희> 한두 달 정도 됐죠.
◇ 이동형> 본격적으로 사건도 맡고 하셨습니까?
◆ 이탄희> 네, 저희가 지금 진행하고 있는 사건들도 두 건 정도 있고, 준비하고 있는 사건들도 있고 그러네요.
◇ 이동형> 부모한테 버림받은 아이와 관련된 소송을 하고 계시다고요?
◆ 이탄희> 네,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지난주에 부산 가덕도에 있는 한 복지시설을 다녀왔는데요. 작년. 이게 이야기하면 시간이 조금 걸리는데, 괜찮은가요?
◇ 이동형> 괜찮습니다.
◆ 이탄희> 작년 11월에 경상대학교 병원이라고 진주에 병원이 하나 있는데, 거기서 여자아이가 하나 태어났어요. 그런데 조산이었어요. 그래서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약해서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는데, 인큐베이터에 두 달 정도 있으면서 병원비가 2000만 원 가까이 나온 거예요. 그러니까 엄마가 도망가 버렸어요. 병원비를 안 내고.
◇ 이동형> 아이는 그냥 병원에 두고요?
◆ 이탄희> 그렇죠. 그런데 이 아이가 몸도 아프고, 또 돌봐줄 사람도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문제가 발생했는데, 통상 이런 경우에는 아동복지법에 따라서 보호조치를 하게 되어 있거든요. 그래서 아동복지시설에 아이를 보내고, 또 의료급여법이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으로 비용도 지원해주고, 이렇게 되어 있는데, 여기서 문제가 하나 발생한 게 엄마가 우즈베키스탄 국적을 가진 엄마였던 거예요. 그리고 한국인하고 결혼했다가 이혼을 한 상태였고. 이런 경우에 아동복지법에 따른 보호조치는 하는데, 우리 법에 조금 구멍이 있어서 국적이 없으면 의료 급여 같은 게 지원이 안 돼요. 지원이 안 되다 보니까 당연히 복지시설에서는 애를 안 받으려고 하죠. 애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됐고, 보호가 필요한데 시설에서는 안 받으려고 하고,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을 보고, 저희가 이것은 제도가 문제가 있다. 이 아이 같은 경우는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아이이기 때문에 다른 외국 국적 아이들하고도 조금 차이점이 있거든요. 이런 아이들을 성년이 될 때까지는 내보내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성장하도록 놔두는데, 그러면 우리나라 말을 배우고, 우리나라 학교를 다니고, 학교에서 만난 친구들도 다 우리나라 사람이고. 사실 이 아이는 국적이 없을 뿐이지 우리나라 사람이거든요. 이 아이가 엄마를 자기가 선택한 것도 아니잖아요. 이것은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저희가 관련된 헌법소원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이동형>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청취자 분들이 궁금한 게 있다고 하는데, 박어진이 님께서 “이탄희 변호사님, 이름이 독특한데 혹시 무슨 다른 뜻이 있을까요?”
◆ 이탄희> 한자 이름인데요. 태어날 탄(誕) 자하고, 빛날 희(熙) 자에요.
◇ 이동형> 한자였군요. 누가 지어주신 겁니까?
◆ 이탄희> 아버님이 지어주셨습니다.
◇ 이동형> 마음에 듭니까, 이름?
◆ 이탄희> 마음에 들고 할 게 뭐가 있습니까. 저한테 주어진 이름인데요.
◇ 이동형> 한 번 들으면 다른 사람들이 잊지는 않겠네요? 쉽게 기억할 것 같아요.
◆ 이탄희> 어렸을 때부터 나쁜 짓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 이동형> CHERRY BLUE님께서 “좋은 목소리 비결이 궁금합니다. 이 작가한테 알려주세요.” 그랬는데, 비결이 있습니까? 이것도 그냥 태어난 거 아닙니까?
◆ 이탄희>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 이동형> 네, 다시 우리 이야기로 돌아가서요. 최근에 강민구 부장판사가 사법농단과 관련해서 양승태 사법부 강제징용 판결 지연, 외교로 해결할 시간을 준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했거든요? 어떻게 보십니까?
◆ 이탄희> 논점을 흐리는 거죠, 시선을 돌리는 거고. 이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이 문제가 된 것은 그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있는 판사들이 법에 정해져 있는 절차를 무시하고, 상대방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몰래 한쪽 당사자를 만나고, 대통령 비서실장과 외교부 장관을 만나서 재판 절차에 논의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이거든요. 원고인 피해자 할아버지, 할머니 같은 경우에는 영문도 모르고 2013년에 이미 고등법원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대법원에 다시 사건이 갔는데, 5년 동안 영문도 모르고, 계속 기다리다가 돌아가신 거거든요? 그렇게 탈법적인 방법으로 재판 절차에 대해서 재판 외에서 관여하려고 한 것이 이 사건의 핵심인데, 시간을 벌어주고 말고 그런 게 이 사건의 핵심하고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가지고 와서 논점을 흐리는 것인 것 같습니다.
◇ 이동형> 김앤장 변호인들과 대법원장이 만나고 하는 것도 말이 안 되는 행동이었고.
◆ 이탄희> 판사들이 굉장히 경악했죠. 사실은 일선 법원의 젊은 판사들도 한쪽 대리인을 법원에서 만나고 하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데, 대법원장이 대법원장 직무실에서 한쪽 대리인을,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세 차례나 만났고, 그것도 모자라서 대법관을 대통령 비서실장 공관에 보내서 거기서 또 사건에 대해서 협의하고, 이런 것들은 일선 판사들은 상상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 이동형> 지금 대법원의 강제징용 판결, 일본 언론, 일본 정치인들은 이것을 가지고 대단한 비난을 하고 있는데, 그럴 수 있다고 치고요. 제가 이해가 안 가는 게 우리 정치권 보수 인사, 또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해서 이 판결이 잘못됐다, 비방하고, 매도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어쨌든 그런 사람들이 있어요. 어떻게 보세요?
◆ 이탄희> 저는 판결 자체에 대한, 판결 결론 자체서는 찬반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비평의 자유가 있으니까요. 오히려 그것을 못 하게 하는 것이 권위적일 수도 있죠. 그런데 문제는 방금 말씀드린 바와 같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에 이 사건 재판이 지연이 되고, 결과를 바꾸려고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그 문제점은 결과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재판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재판을 거래대상으로 삼으려고 했다는 데 있는 것이거든요. 재판 결론에 동의하지 않는 것과 그 당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중심으로 한 사법농단 사건을 비호하는 것은 철저하게 우리가 분리할 필요가 있다. 안 그래도 지금 사실 법원 개혁과 관련해서 직업윤리가 제대로 세워주지 못해서 약간의 아노미 상태가 발생하는 거 아닌가, 이런 걱정이 드는데. 이것을 마치 재판 결론이 본인들이 생각하기에 마음에 안 든다고 해서 그 당시의 사법농단도 정당했다, 이런 것으로 확대해석 하는 것은 굉장히 위험하다, 이런 부분은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 이동형> 크리스타크 님께서 “이탄희 판사는 양승태 무리들이 판사 블랙리스트 작성하는 거 강요받고, 사표 던져버린 최고의 판사입니다,” 이런 댓글 적어주셨는데, 당시 법원행정처로부터 판사들 뒷조사하라, 이런 지시를 받았던 겁니까?
◆ 이탄희> 네, 뒷조사 파일 관리해야 한다, 라는 취지의.
◇ 이동형> 그것을 듣고 이거는 부당하다고 생각하고 사표 제출하신 겁니까?
◆ 이탄희> 제가 여러 번 말씀드렸는데요. 저는 제 명예를 지킨다는 생각으로 사직서를 냈습니다.
◇ 이동형> 나의 명예를 지키겠다. 네.
◆ 이탄희> 제가 그 일을 하는 순간, 남이 알든, 알지 못하든 간에 어쨌든 제 명예에 금이 가는 거라고 확신을 했기 때문에요.
◇ 이동형> 그런데 그 일을 하면 고속 출세할 수 있잖아요?
◆ 이탄희> 그것을 제가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 이동형> 이런 결정하실 때 혼자 단독으로 결정하셨습니까? 아니면 아내분하고, 혹은 가족들하고 상의를 한다든가?
◆ 이탄희> 아내하고는 이야기를 조금 나눴고요. 그런데 아내가 사실 100% 제가 느낀 것을 다 느껴서 동의한 것은 아니겠지만, 믿고 따라와 줘서 굉장히 큰 힘이 됐었습니다.
◇ 이동형> 아내분하고 저희하고도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 제가 그때 왜 안 말렸냐, 이런 이야기도 했던 것 같은데요. 동의를 했다. 이게 이런 사건, 여러 가지 사건으로 우리 국민들이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랄까요?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거든요. 이게 단기간에 회복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 이탄희>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를 떠나서 저는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느냐가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국민들 입장에서 이게 시간이 걸릴 일이라고 하더라도 일단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만 얻을 수 있으면, 국민들이 더 안심할 것 같아요. 그 부분조차도 확신을 아직 못 심어주고 있는 거 아닌가 싶어서 제가 굉장히 답답하고, 걱정도 되고요. 저는 여러 번 말씀 드렸습니다. 당사자들, 사법농단과 관련한 판사들, 아직도 현직에 많이 있는데, 이분들이 현직에 남아서 재판을 계속하는 이상은 국민들 입장에서는 불안감이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고요. 최소한 이것을 누가 어느 정도 관여가 됐다는 것을 국민들 앞에 투명하게 공개를 하고, 그 부분에 대해서 대법원에서 판단하기에 그것이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봤으면, 왜 징계 사유가 아니라고 봤는지, 이런 것들을 알려줘서 국민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문제되는 판사가 누군지, 그다음에 문제되지 않는 대다수의 판사들은 누군지, 이런 것들을 구별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반드시 필요하다, 이거 없이는 해결되기 정말 어렵다, 라는 이야기를 말씀드리고요. 그다음에 더 나아가서 법관 탄핵 이야기가 많이 있잖아요? 탄핵에 대해서 현재 국회 상황 상 사실상 어려운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제가 많이 듣는데, 저는 거꾸로 탄핵에는 시효가 없다. 시효가 없고, 문제되는 판사들이 법관직을 계속 수행하고 있는 이상은 시효가 계속되는 것이고, 법관직을 수행하고 있는 동안은 국민들도 계속 불안한 것이기 때문에 다음 국회가 구성되고 나서, 그때라도 탄핵을 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하다. 탄핵이라고 하는 게 판사들을 반드시 다 내보내자는 뜻은 꼭 아니거든요. 탄핵소추를 하게 되면 그다음에 헌법재판소에서 또 재판을 합니다. 재판하는 과정에서 기준이 세워질 것이고요. 어느 정도 되는 판사들에 대해서는 이 사람이 잘못은 했지만, 법관직을 그만두게 할 정도까지는 아니다, 라는 결론이 나올 수도 있는 거고요. 그러면 그거대로 또 판사들에 대해서 국민들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행우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이지, 또 당사자에 대해서 반드시 처벌한다, 이런 것이 아닐 수도 있어요. 그 행위 자체에 대해서 우리가 용인하지 않고 기준을 명확히 해서 다시는 이 일이 반복되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에 다음 국회에서도 반드시 탄핵은 필요하다, 그렇게 하지 않는 이상은 이 문제가 제대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국민들한테 심어주지 못 할 수 있다.
◇ 이동형>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런데 아까 잠깐 이야기를 하셨습니다만, 사법부 내에서 자체 징계가 굉장히 솜방망이 처벌이었다, 국민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이야기가 많지 않았습니까?
◆ 이탄희> 그렇죠.
◇ 이동형> 그것이 내 식구 감싸기, 이런 겁니까?
◆ 이탄희> 징계권자의 내심의 의사까지 제가 알 수는 없죠. 그런데 저는 그 당시에도 제가 직후에 바로 비판을 했지만, 징계권자도 아마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때 자기의 판단이 잘못됐다, 라는 것에 대해서 깨닫고 굉장히 크게 후회하지 않을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런 비유가 어떨지 모르겠는데, 한 때 많은 분들이 좋아했던 ‘해리포터’ 영화가 있잖아요? 그 영화에 보면 볼드모트라는 악당이 나오는데, 보면 악당은 항상 몸속으로 들어오려고 하거든요. 우리가 그것을 건드렸으면 건든 것에 대해서 우리 몸에 들어오지 않도록 확실히 막아서야 하고, 기준을 명확히 해주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그냥 건든 상태에서 싸우지 않고 적당히 물러서게 되면, 오히려 악을 양성화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사실은 그 효과가 조금씩 나타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드는 거예요, 저는. 예를 들면 아까 말씀하신 강민구 부장판사의 경우라든가, 아니면 다른 부장판사의 경우에는 지금 본인이 수사 받는 도중에 수사가 부당하다고 판사들한테 메일을 보내고 그러고 나서 1심 판결 난 것에 대해서 항소심을 담당하는 판사들한테 미리 이메일을 보내서 자기주장이 맞았다는 이야기까지 하고 있거든요. 이런 행동들은 사실은 우리가 기준을 명확히 해서 다시는 할 수 없도록 만들어야 하는 행동인데, 기준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잘못된 것들이 양성화되는 과정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심어줄 수 있는 행동들이죠. 그 징계 부분에 대해서는 징계권자도 크게 후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 이동형> 법원 개혁의 핵심은 탈 판사화다, 이런 이야기도 하셨던데, 이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 이탄희> 판사는 재판만 해야 한다는 뜻이고요. 지금은 판사들이 국회 파견도 가고,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비서로서도 일을 하고, 행정 업무들을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국민들이 이미 그런 행정 업무하는 판사들한테 재판 받기 싫다는 생각을 하고 계신다고 느껴요. 예전에 김경수 도지사 판결이 1심에서 있었는데, 그 당시에 담당했던 재판장이 예전 대법원장 비서실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어서 논란이 되지 않았습니까? 저는 그게 특정 대법원장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다른 대법원장의 경우에도 반복될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예를 들면 현 대법원장과 관련해서도 지금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는 판사들이 있어요. 그 판사들이 3년, 4년, 5년 시간이 지났을 때 과연 정치적으로 민감한 재판을 얼마나 국민들한테 신뢰 받을 수 있는 방식으로 할 수 있을지, 굉장히 우려가 되거든요. 그래서 불안해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판사들이 행정 업무는 하지 않도록 만들어주고, 판사들은 재판만 하고, 좋은 재판을 하는 판사들이 그것으로써 존경 받고, 그것으로써 판사 스스로 영광인 그런 법원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취지입니다.
◇ 이동형> 대통령 탄핵 국면 일어나고, 검사들이 청와대 파견가고, 이런 것도 하면 안 된다, 이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 이탄희> 그럼요.
◇ 이동형> 결국, 이거는 국회에서 법을 만들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 이탄희> 그렇죠.
◇ 이동형> 그게 먼저 필요하네요?
◆ 이탄희> 맞습니다. 국회에 대해서도 사실 답답한 부분들이 많이 있죠.
◇ 이동형> 네, 알겠습니다. 이제 마칠 시간이 다 돼서요. 흔히 사법부는 최후의 보루다,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그런 명성, 흠이 많이 갔고, 국민의 신뢰도 많이 무너진 상태입니다. 걱정하시는 국민들께 한 마디 해주시죠.
◆ 이탄희> 참 국민들께서 그래도 판사들이 처음에 우리 스스로 자정을 해보겠다고 시작했을 때는 기대도 하시고, 또 우리 공직사회에서 이런 움직임도 있구나, 라고 해서 희망도 가지시고, 했던 것을 제가 잘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 지금 상황이 저도 죄송하고, 마음이 아픈데요. 어찌 보면 이런 상황일수록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정공법이라고 하는 것은 사법개혁도 사실은 제도거든요. 제도는 국회에서 만드는 것이고요. 결국은 국회의원들이 해주어야 하는 것이고, 국회의원들이 제대로 못 하는 경우에는 그것에 대해서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책임을 묻는 것. 그렇게 해서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좋은 국회의원들을 뽑자. 그것밖에 없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이동형> 알겠습니다. 여러분들, 정치에 많은 관심 가져주시기 바랍니다. 정치가 더럽고, 어려울수록 더 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런 말씀인 것 같고,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 이탄희> 네, 고맙습니다.
◇ 이동형> 지금까지 이탄희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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