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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헝가리 여객선 참사를 계기로 국내 여객선의 안전 관리 실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YTN 취재진이 국내 여객선을 직접 타보니 여전히 남아 있는 안전불감증의 현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제도적인 허점 때문에 20년이 넘은 노후 소화기가 버젓이 비치돼 있었습니다.
한동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부터 제주-고흥 노선에 투입된 아리온 제주입니다.
소화기를 보니 제조 날짜는 1996년. 무려 23년 전 제품입니다.
다른 여객선에도 1995년식 소화기가 비치돼있습니다.
오래된 소화기를 약제만 교체해 쓰고 있지만, 불법이 아닙니다.
[선사 관계자 : (소화기는) 매년 KR(한국선급)에서 인증을 하고 좀 오래됐더라도 성능이 보장되면 승인을 하거든요.]
육지에서 주로 쓰는 가루, 분말 소화기는 소방시설법에 10년까지라는 사용 제한이 있는 것과 달리, 바다에서 주로 쓰는 거품, 포말 소화기는 성분과 양, 방사 시간과 거리만 규정돼 있을 뿐 사용 기한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화기 검사기관 관계자 : 포말 소화기에 관련해서는 (법이) 그게 전부에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을 만든 규정이 이런 지침(소화제 매년 교체)입니다. 우리 내부 규정이고요.]
하지만 YTN 취재 결과 제조사에서는 해당 제품 수명을 8년으로 정하고 기한이 지나면 사용을 삼가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마다 약제를 교체해도 용기 자체가 오래되면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김엽래 / 경민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 : 문제가 있죠, 당연히. 차츰 소화기뿐 아니라 소방 관련 용품들이 내용연수를 통해서 관리가 돼야 해요.]
YTN 취재진이 20년이 넘은 선박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용 기한이 없는 포말 소화기를 비치한 선박은 절반이 넘었습니다.
포말 소화기를 무려 백 개 이상 비치한 선박도 있지만, 제조연도는 관리하지 않습니다.
낡은 소화기는 분말의 경우 6년 전 폭발 사고로 불 끄던 60대 남성이 숨진 적이 있고,
[목격자 (2013년) : 갑자기 산소통 터지듯이 소리가 크게 나서보니, 소화기 분말 가루가 휘날리고 있고….]
포말 소화기 역시 2004년 화물선에서 폭발해 대학생이 다쳤다는 기록이 선주협회 보고서에 나와 있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앵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명조끼는 여기저기 방치되거나 승객이 출입 금지 구역을 돌아다녀도, 제지하는 승무원은 없었습니다.
정비 소홀에 따른 사고도 확인됐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아리온 제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령 제한이 강화되면서 기존 선박을 대체해 지난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엔진 볼트가 풀리면서 배기가스가 누출돼 운항 지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선박 담당자 : 보통은 자기들이 정비를 하다가 풀림이 있다든지 이런 것은 거의 다 발견해서 정비를 하겠죠. 이건 놓쳤던 거 같습니다.]
17년 된 선박을 띄우면서도 충분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운항 상황은 어떤지, 취재진이 직접 탑승해봤습니다.
비상시 승객들이 대피해야 할 집합장소가 테이블에 가려져 있습니다.
운항 중 출입이 금지되는 화물칸에선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화물차 탑승 기사 A : (차에 타 계시면 안 되는데 계셔야 할 이유가 있는 거예요?) (객실에) 사람 많아가지고….]
[화물차 탑승 기사 B : 서류 정리하러 온 거예요.]
비상시에만 꺼내는 구명조끼를 베개로 베고 자는가 하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승객도 있습니다.
[금연구역의 흡연자 : (담배 태우시는 거 아니세요?) 왜요? (저기가 흡연구역이라고 적혀 있어서….) …….]
위험물 보호구 보관 장소와 기관실에 들어가도 제지하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선원 10여 명이 있지만, 운항 담당자들을 빼면 승무 담당자는 단 1명.
[업계 관계자 : 직원이 그렇게 좀 많이 없어서….사무장 밑에 승무원 한 두세 명 더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가 좀 미비해서….]
최대 승선 인원이 841명인 배에서 승객 수백 명을 혼자 관리하는 겁니다.
항구에 닿기도 전에 승객들이 출입구로 몰려 사고가 걱정된다는 민원도 제기됐습니다.
아리온 제주호를 포함해 취재진이 타본 선박은 모두 4척.
그래도 나머지 3척은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었고, 세월호 참사 당시 쏠림 현상으로 지적받았던 화물 고정 문제는 대체로 개선돼 있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헝가리 여객선 참사를 계기로 국내 여객선의 안전 관리 실태도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YTN 취재진이 국내 여객선을 직접 타보니 여전히 남아 있는 안전불감증의 현장이 눈에 띄었습니다.
특히, 제도적인 허점 때문에 20년이 넘은 노후 소화기가 버젓이 비치돼 있었습니다.
한동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지난해부터 제주-고흥 노선에 투입된 아리온 제주입니다.
소화기를 보니 제조 날짜는 1996년. 무려 23년 전 제품입니다.
다른 여객선에도 1995년식 소화기가 비치돼있습니다.
오래된 소화기를 약제만 교체해 쓰고 있지만, 불법이 아닙니다.
[선사 관계자 : (소화기는) 매년 KR(한국선급)에서 인증을 하고 좀 오래됐더라도 성능이 보장되면 승인을 하거든요.]
육지에서 주로 쓰는 가루, 분말 소화기는 소방시설법에 10년까지라는 사용 제한이 있는 것과 달리, 바다에서 주로 쓰는 거품, 포말 소화기는 성분과 양, 방사 시간과 거리만 규정돼 있을 뿐 사용 기한 제한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화기 검사기관 관계자 : 포말 소화기에 관련해서는 (법이) 그게 전부에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정하지 않은 사항을 만든 규정이 이런 지침(소화제 매년 교체)입니다. 우리 내부 규정이고요.]
하지만 YTN 취재 결과 제조사에서는 해당 제품 수명을 8년으로 정하고 기한이 지나면 사용을 삼가라고 경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해마다 약제를 교체해도 용기 자체가 오래되면 사고 위험이 있다는 겁니다.
[김엽래 / 경민대 소방안전관리학과 교수 : 문제가 있죠, 당연히. 차츰 소화기뿐 아니라 소방 관련 용품들이 내용연수를 통해서 관리가 돼야 해요.]
YTN 취재진이 20년이 넘은 선박을 전수 조사한 결과, 사용 기한이 없는 포말 소화기를 비치한 선박은 절반이 넘었습니다.
포말 소화기를 무려 백 개 이상 비치한 선박도 있지만, 제조연도는 관리하지 않습니다.
낡은 소화기는 분말의 경우 6년 전 폭발 사고로 불 끄던 60대 남성이 숨진 적이 있고,
[목격자 (2013년) : 갑자기 산소통 터지듯이 소리가 크게 나서보니, 소화기 분말 가루가 휘날리고 있고….]
포말 소화기 역시 2004년 화물선에서 폭발해 대학생이 다쳤다는 기록이 선주협회 보고서에 나와 있습니다.
YTN 한동오입니다.
[앵커]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구명조끼는 여기저기 방치되거나 승객이 출입 금지 구역을 돌아다녀도, 제지하는 승무원은 없었습니다.
정비 소홀에 따른 사고도 확인됐습니다.
홍성욱 기자입니다.
[기자]
아리온 제주는 세월호 참사 이후 선령 제한이 강화되면서 기존 선박을 대체해 지난해 투입됐습니다.
하지만 1년도 지나지 않은 지난해 12월, 엔진 볼트가 풀리면서 배기가스가 누출돼 운항 지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선박 담당자 : 보통은 자기들이 정비를 하다가 풀림이 있다든지 이런 것은 거의 다 발견해서 정비를 하겠죠. 이건 놓쳤던 거 같습니다.]
17년 된 선박을 띄우면서도 충분한 정비가 이뤄지지 않았던 겁니다.
운항 상황은 어떤지, 취재진이 직접 탑승해봤습니다.
비상시 승객들이 대피해야 할 집합장소가 테이블에 가려져 있습니다.
운항 중 출입이 금지되는 화물칸에선 사람들이 눈에 띕니다.
[화물차 탑승 기사 A : (차에 타 계시면 안 되는데 계셔야 할 이유가 있는 거예요?) (객실에) 사람 많아가지고….]
[화물차 탑승 기사 B : 서류 정리하러 온 거예요.]
비상시에만 꺼내는 구명조끼를 베개로 베고 자는가 하면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우는 승객도 있습니다.
[금연구역의 흡연자 : (담배 태우시는 거 아니세요?) 왜요? (저기가 흡연구역이라고 적혀 있어서….) …….]
위험물 보호구 보관 장소와 기관실에 들어가도 제지하는 사람조차 없습니다.
선원 10여 명이 있지만, 운항 담당자들을 빼면 승무 담당자는 단 1명.
[업계 관계자 : 직원이 그렇게 좀 많이 없어서….사무장 밑에 승무원 한 두세 명 더 있어야 하는데 그런 거가 좀 미비해서….]
최대 승선 인원이 841명인 배에서 승객 수백 명을 혼자 관리하는 겁니다.
항구에 닿기도 전에 승객들이 출입구로 몰려 사고가 걱정된다는 민원도 제기됐습니다.
아리온 제주호를 포함해 취재진이 타본 선박은 모두 4척.
그래도 나머지 3척은 관리가 비교적 잘 되고 있었고, 세월호 참사 당시 쏠림 현상으로 지적받았던 화물 고정 문제는 대체로 개선돼 있었습니다.
YTN 홍성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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