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35일 만에 전격 사퇴..."불쏘시개 여기까지"

조국, 35일 만에 전격 사퇴..."불쏘시개 여기까지"

2019.10.14. 오후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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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에 A4 4쪽 분량 입장문…"장관직 내려놓겠다"
"검찰개혁은 필생의 사명…지난 2년 반 최선 다했다"
"가족 일로 대통령·정부에 부담 줘선 안 된다 판단"
사퇴 앞두고 "특수부 축소…반부패부로 변경"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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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오늘 오후 전격 사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지난달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된 지 35일 만이고, 오늘 오전 2차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3시간 만입니다.

검찰 조사를 받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사퇴 발표 직후 조사 중단을 요청하고 귀가했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조성호 기자!

조국 장관, 이제 전직 장관인데요. 사퇴가 예상 밖으로, 매우 전격적으로 이뤄진 거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조국 전 장관이 법무부 대변인실을 통해 A4 용지 4쪽 분량의 입장문을 기자단에 보내온 게 오후 1시 반쯤입니다.

2차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한 지 불과 2시간여 만입니다.

법무부 핵심 간부들도 오전에는 조 전 장관 사의 표명 계획을 모를 정도로 전격적이었습니다.

[앵커]
입장문에 담긴 내용도 전해주시죠. 갑자기 사의를 표명한 이유를 어떻게 밝혔나요?

[기자]
일단 입장문 제목이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 였습니다.

조 전 장관은 검찰개혁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필생의 사명이었다며, 문재인 정부의 첫 민정수석, 그리고 법무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동안 최선을 다했다고 돌아봤습니다.

자신은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고, 그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말했습니다.

취임 이후 한 달 넘게 밀어붙인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됐다며,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앵커]
아무래도 가족 관련 수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장관직을 계속 수행하는 게 부담이 됐을 것으로도 보입니다.

이와 관련해선 어떤 입장을 밝혔나요?

[기자]
조 전 장관은 가족과 관련한 의혹 제기와 검찰 수사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운영에 부담을 준다는 점도 비교적 명확하게 언급했습니다.

조 전 장관은 이유를 불문하고, 국민께 죄송스럽고,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더는 가족 일로 대통령과 정부에 부담을 줘선 안 된다고 판단했고,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심정을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앵커]
기자회견이 아니라 입장문 배포 형식으로 사의를 밝힌 건데, 마지막 퇴근길에는 취재진 앞에서 준비한 말을 했죠?

[기자]
오후 3시 반쯤 조국 전 장관은 법무부 청사를 나섰습니다.

굳은 표정이었고요.

송구하고, 감사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조국 / 前 법무부 장관 :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고, 송구하고,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저는 이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갑니다. 법무부 혁신과 검찰개혁의 과제는 저보다 훌륭한 후임자가 맡으실 겁니다. 더 중요하게는 국민이 마지막 마무리를 해줄 거로 생각합니다.]

조 전 장관은 사의 발표 직후 집무실에서 간부들과 소회를 나눴고, 퇴임식 없이 직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법무부 청사를 떠났습니다.

[앵커]
사의 표명하기 직전에는 2차 검찰개혁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발표에는 어떤 내용이 담겼습니까?

[기자]
검찰 특별수사부 축소, 감찰 강화 방안 등이 담겼습니다.

1973년 처음 대검찰청에 설치된 특별수사부의 명칭을 '반부패수사부'로 46년 만에 바꾸기로 했습니다.

반부패부는 서울중앙지검과 대구, 광주지검 3곳에만 두고 나머지 특수부는 형사부로 전환해 민생사건을 맡게 한다는 겁니다.

인권보호수사규칙을 만들어 장시간 조사, 심야 조사를 제한하고 검찰 공무원 비위에 대한 감찰 사유를 확대하는 방안도 이번 달 안에 완성하기로 했습니다.

법무부는 조 전 장관이 그동안 진행해 온 검찰개혁과 법무 혁신 등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앵커]
지금 국회 국정감사 기간이고, 당장 내일 법무부 국감이 국회에서 열립니다. 조 전 장관 없이 진행되겠군요?

[기자]
내일 국정감사는 법무부 청사가 아닌 국회에서 열리는데요.

김오수 법무부 차관이 출석합니다.

조 전 장관을 대신해 기관 업무보고를 하고 의원들의 질의를 받게 됩니다.

법무부 간부들도 사퇴 의사를 몰랐다고 전해드렸는데요.

검찰 역시 당황한 분위기입니다.

수사와 관련해서도 별다른 통보는 없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대검 관계자는 윤석열 검찰총장 역시 이런 상황을 미리 알지 못했고, 보고를 받은 뒤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조국 전 장관의 부인 정경심 교수는 오늘 5번째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는데요. 조사 도중에 소식을 들었겠군요?

[기자]
오전 9시 반부터 정경심 교수가 검찰 조사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사퇴 발표가 보도된 이후에 정 교수 측에서 조사 중단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조서 열람 없이 오후 3시쯤 정 교수를 귀가하도록 했고, 추후 다시 나와 조사받으라고 통보했습니다.

[앵커]
조 전 장관 사퇴가 지금 진행 중인 검찰 수사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기자]
일단 검찰로서는 현직 장관과 가족을 수사한다는 부담은 덜었습니다.

검찰 수사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한두 차례 정경심 교수를 더 불러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입니다.

한 차례 기각된 조 장관 동생의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하기 위한 보강수사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수사를 둘러싼 찬반 여론이 여전히 첨예하다는 게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에 대한 영장이 기각되고, 수사 기간이 길어진다면 비난 여론에 힘이 실릴 수 있어서 검찰도 고민이 클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서울중앙지검에서 YTN 조성호[chosh@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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