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산재율은 낮고, 산재사망율은 높은 한국, 산재사고 은폐?

[팩트체크] 산재율은 낮고, 산재사망율은 높은 한국, 산재사고 은폐?

2019.12.23. 오전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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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 (FM 94.5) [열린라디오YTN]

□ 방송일시 : 2019년 12월 22일 (일) 20:20~21:00
□ 진행 : 김양원 PD
□ 출연 : 송영훈 뉴스톱 팩트체커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팩트체크] 산재율은 낮고, 산재사망율을 높은 한국, 산재사고 은폐?

- OECD 1위 한국 산재사망율, 소규모 사업장이 대규모의 10배라는 지적도





<김양원 PD>
1) 다음 소식은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사망률과 관련한 팩트체크 준비하셨다고요?

<송영훈 팩트체커>
네. 지난 11일이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사망한 고 김용균씨의 1주기였습니다. 김용균씨의 1주기를 앞두고 경향신문은 11월 21일자 1면을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 1200명의 이름으로 채웠습니다. 지난해 1월 1일부터 올해 9월까지 고용노동부에 보고된 중대재해 중 주요 5대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의 이름입니다. 해당 기사는 소셜미디어에서 많이 공유되며 화제가 됐습니다.

<김양원 PD>
2) 저도 본 기억이 납니다. 굉장히 묵직하고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제 한국은 GDP 기준으로 세계 11위와 12위를 오가는 경제 대국인데, 세계 최악의 산재국가라고요.

<송영훈 팩트체커>
먼저 통계수치를 확인해보겠습니다.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분기별로 산업재해 발생현황 통계를 조사해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인 2018년 지난 해 통계를 살펴보면 근로자수가 천9백7만3천438명(19,073,438)명, 산업재해자수는 십만2천305명(102,305)명, 산재사망자수 2,142명, 재해율, 즉 근로자 100명당 발생하는 재해자수 비율은 0.54%, 사망만인율, 다시 말하면 근로자 10,000명당 발생하는 사망자수 비율은 1.12를 기록했습니다.

<김양원 PD>
3) 그런 용어들에는 기준이나 조건이 있죠?

<송영훈 팩트체커>
여기서 근로자수는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가입한 경우를 의미하며, 산업재해자수는 업무상 사고 또는 질병으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와 부상자, 질병이환자 즉, 병에 걸린 사람을 합한 수인데 병으로 인해 사망하거나 4일 이상의 요양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해야 합니다. 김용균 씨의 경우와 같은 사고 사망자수(업무상 사고로 인해 발생한 사망자수)는 971명입니다.

<김양원 PD>
4) 아르바이트, 프리랜서 같은 자영업자들은 포함이 안되겠군요. 이렇게 되면 산재사고율은 낮고 산재 사망율은 높은 헛점이 발생할 수 있겠는데요?

<송영훈 팩트체커>
네. 유의하게 보실 것이 산재사망률입니다. 보통은 산재율을 많이 따질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요양일도 1일에서 3일 이내인 경우도 다른 나라는 산재에 포함시킵니다. 재해율은 산출기준이 국가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산재로 보고되는 비율도 나라마다 많이 다른 반면에 산재사망 자료는 정확도가 비교적 높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산업재해 발생 추이를 보면 최근 10년 간 꾸준히 감소 추세를 보이다가 2017년과 2018년 최근 2년간 다시 증가를 보인 것이 특징입니다.

<김양원 PD>
5) 산재발생 추이가 최근 2년간은 다시 증가했다고요.

<송영훈 팩트체커>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는 해명입니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2년간 증가세를 보인 것에 대해 2017~18년에 걸쳐 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치료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작업기간, 노출량 등 기준 충족 시 반증이 없는 한 업무상 질병으로 승인하는 추정의 원칙 도입, 노동자가 산재 신청 시 사고발생 경위 등에 대해 사업주의 확인이 필요한 사업주확인제도 폐지, 산재보험 적용사업장 확대 등을 도입해 제도를 개선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쉽게 말하면 산재처리 기준이나 조건을 좀 더 완화해서 대상자가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고사망자 통계도 발생연도를 기준으로 다시 분류하면 2011년 이후 2018년까지 꾸준히 감소하고 있습니다.

<김양원 PD>
6) 최근 2년간 수치가 늘어난 것은 산재적용 대상이 늘어난 때문이다. 그렇다면 국제적인 기준으로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요?

<송영훈 팩트체커>
포털사이트 등에서 검색을 해 보시면 한국 산재사망률 OECD 1위라는 제목의 기사를 많이 보실 수 있습니다.

산재사망률 OECD 1위’가 처음으로 언급된 자료는 2010년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한 『2009 OECD 국가의 산업재해 및 사회경제활동 지표 변화에 관한 비교연구』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국제노동기구(ILO)의 노동 통계자료(LABORSTA)를 활용해 1975년부터 2006년까지 OECD 30개국 가운데 한국의 산재사망률이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보고서 발간 당시 가장 최근이었던 2006년 기준으로 한국의 산업재해사망 10만인율은 20.99명으로 영국(0.7명)의 30배, 2위인 멕시코(10명)와 비교해도 2배가 넘는 수준임이 드러났습니다.


<김양원 PD>
7) 2006년 이후 통계는 있나요?

<송영훈 팩트체커>
한겨레신문이 2014년 4월 30일 <한국 산재 사망자 10만명당 18명으로 세계 최고> 기사에서 “국제노동기구가 집계한 2008년 산재 통계를 보면 한국은 10만명당 사망자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보도했습니다. 또한 연합뉴스에서 통계청을 인용해 2014년 기준 한국의 노동자 10만 명에 산재 사망자는 10.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고 보도했습니다.

이후에는 주로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는데, 수치가 다른 경우가 있기는 했지만, 한국이 OECD 1위임에는 변화가 없었습니다. 대체로 2016년까지 23년 동안 두 차례를 빼고는 계속 산재사망 1위로 알려졌습니다.

<김양원 PD>
8) 이후로는 모든 언론이 OECD 1위라고 보도한건가요?

<송영훈 팩트체커>
조금 결이 다른 보도와 지표도 있었습니다. 2014년 10월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이석현 의원은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08∼2013년 우리나라의 산재사망률은 근로자 10만명당 평균 8명으로, 터키(15명)와 멕시코(10명) 다음으로 높았다고 밝혔습니다.

<김양원 PD>
9) 그렇게 되면 1위가 아니라 3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송영훈 팩트체커>
3위를 기록한 산재사망률은 정확하게는 ‘산재사고 사망자수’입니다. 산재로 인한 병이 발생해 사망에 이른 사례는 빼고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나 김용균씨처럼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경우만 분류한 수치입니다.

<김양원 PD>
10) 뭔가 통계의 함정에 빠진 느낌도 듭니다. 다른 문제는 없나요?

<송영훈 팩트체커>
일부에서는 처음에 말씀드렸던 산업재해율이 낮게 나온 것을 근거로 산업재해 최악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재해율 측정기준이 다른 문제도 있지만, 한국의 산재율은 다른 OECD 국가와 비교해도 평균 이하인데 산재사망율이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건 그만큼 산재가 은폐되고 있다는 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고가 많다면 당연히 사망률도 그에 비례해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은 사고는 많지 않지만 사망률은 높습니다. 사망사고는 숨길 수가 없기 때문에 통계에 잡히지만 사망이 아닌 사고로 인한 재해나 업무상 질병 재해는 은폐되면서 산재통계에 잡히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즉 사망에 이를 만큼 큰 사고가 아니라면 산재 사고로 신고 되지 않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실제로도 부상사고는 공공입찰 등에서의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신고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김양원 PD>
11) 그렇군요. 사망사고가 아니면 드러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거군요,

<송영훈 팩트체커>
네, 그래서 산재가 아니라 치료만 받고 현장으로 복귀하는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업무를 받아서 하는 하청노동자의 사망률이 원청노동자의 8배에 이르는 것도 그 같은 해석이 가능합니다. 원청 노동자는 대기업 소속이 많아 노조의 도움 등으로 산재처리에 적극적이지만 하청 노동자의 경우 더욱 눈치를 보게 됩니다.

<김양원 PD>
12) 원청과 하청이라는 구조에서 오는 사고도 많다고 들었습니다. 이른 바 ‘위험의 외주화’... 는 확인되나요?

<송영훈 팩트체커>
50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산재사망자 수와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 산재사망자 수의 차이가 거의 10배 수준입니다. 구의역 사건이나 태안 화력발전소 사건처럼 사회적으로 논란이 커진 사건들은 모두 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희생된 사건이었습니다.

도급이나 하청은 보통 하도급이나 재하청이 진행될 때마다 이익을 빼고 해당일감만 넘어가는 구조입니다. 마지막 단계에서 실제로 일을 하게 되는 업체는 매우 낮은 수익을 얻게 되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인건비, 안전설비비 이런 곳에서 비용을 줄이려고 하게 됩니다. 원청에서는 정규직이 2인 1조로 하던 일을 하청업체에선 비용 문제로 혼자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앞서 논란이 된 사건들은 모두 혼자 일을 하다 사고를 당했습니다.

<김양원 PD>
13) 그렇군요. 문재인 정부는 지난 해 1월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로 2022년까지 산업재해 사망자수 절반 감축을 위한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소대책’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계획대로 잘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경제 규모로 세계 12위권인 한국, 하지만 세계 최악의 산업재해국가는 대체로 사실로 판정됐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송영훈 팩트체커>
감사합니다.

<김양원 PD>
지금까지 뉴스톱의 송영훈 팩트체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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