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태풍으로 숨진 한국인 유학생 부모 호소 "시신도 안 보여줘"

스페인 태풍으로 숨진 한국인 유학생 부모 호소 "시신도 안 보여줘"

2019.12.27.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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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태풍으로 숨진 한국인 유학생 부모 호소 "시신도 안 보여줘"
사진 출처 =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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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마드리드에서 강풍으로 건물에서 떨어진 장식물에 머리를 맞아 숨진 30대 한국인 유학생이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그의 부모는 스페인 당국의 무책임한 대응에 호소하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인 유학생 이지현(32) 씨는 마드리드에 몰아친 태풍 '엘사'로 인해 마드리드 관광청 건물에서 떨어진 석재 조형물에 머리를 맞고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이 씨의 부모는 비보를 듣고 바로 마드리드로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마드리드 주 정부와 경찰의 안일한 대처로 증거물은 버려졌고, 시신 확인 조차 판사의 영장을 받은 뒤에 할 수 있었다.

이 씨 부모와 친지들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호소문을 올리고 이 상황을 알리고 있다.

'스페인과 마드리드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호소합니다'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이 씨의 부모는 "잠을 잘 수도, 뭘 먹을 수도 없다"라며 "머리가 깨져 미소도 없이 찬 얼굴로 아빠를 반기는 딸은 공부를 마치고 친구들과 가 있어야 할 세부가 아니라 안치소의 냉장고에서 무슨 영문일까 생각하는 듯하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파편 사고 건물의 주인인 마드리드 주 정부는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어떤 도움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현지 경찰이 이 씨의 머리를 친 증거물인 외벽 파편을 버렸고, 현장은 사진으로만 남아 있다는 게 이 씨 부모 측 설명이다. 현지 경찰은 사고 현장 사진을 보려면 정보공개청구를 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 씨의 부모는 "시신이 안치된 주 정부 산하 법의학 연구소는 딸을 보여줄 수 없다며 빨리 데려갈 수 있도록 장례 업체를 지정해서 처리하라고 했다"라며 "간신히 판사의 동의를 얻어 다섯 시간 만에 딸의 찬 얼굴을 만졌다. 일어나서 같이 집으로 가자고 해도 말이 없다"라고 토로했다. 처음에 마드리드 주 정부 측이 장례 업체와 계약한 뒤에야 이 씨 시신을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이다.

또 "늘 자신 있던 너의 모습이 자랑이었는데, 이제 만질 수도 안아줄 수도 없는 비현실을 언제까지나 겪어야 한다니 엄마의 슬픔이 너무 깊어질까 걱정이다. 사랑하는 우리 딸, 이런 나라에서 빨리 나가자. 할아버지 할머니, 삼촌들과 형제들이 있는 집으로 가자"라고 했다.

지난 26일 외교부는 정례브리핑에서 이 씨 사고와 관련해 "스페인 정부 측에서 인지한 즉시 연락이 왔다. 최대한 영사 조력을 하고 있고, 계속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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