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영희의출발새아침] KLM항공 코로나 인종차별 논란, SNS게시자 "본사 대처는 아직"

[노영희의출발새아침] KLM항공 코로나 인종차별 논란, SNS게시자 "본사 대처는 아직"

2020.02.17. 오전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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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영희의출발새아침] KLM항공 코로나 인종차별 논란, SNS게시자 "본사 대처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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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라디오(FM 94.5)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20년 2월 17일 (월요일)
□ 출연자 : 김고은 씨 (KLM네덜란드 항공 승객)

- 여객기 화장실에 '한국어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 적혀있어
- KLM항공의 즉각 대처 미흡, "까먹어서 그랬다"
- SNS의 힘으로, KLM공식계정에 네티즌들 다수가 메신저 보내 
- 화장실 '한국어 고지'외에 별도의 코로나19  대책은 없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노영희 변호사(이하 노영희): 코로나19의 여파로 중국인을 넘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이 전 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 시민이 KLM네덜란드 항공에서 당한 인종차별 상황을 SNS에 올려서 화제가 됐는데요. 그 용감한 시민, 김고은 씨와 전화 연결해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고은 씨, 나와 계십니까?

◆ 김고은 씨(이하 김고은): 안녕하세요.

◇ 노영희: 안녕하세요. 고은 씨가 SNS에 올린 사진 한 장이 지난주에 엄청나게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는데. 우선 청취자 여러분께 그 사진에 대한 설명을 좀 간단히 해주시면 어떨까요?

◆ 김고은: 네, 저는 지난 2월 10일,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오는 KL855편 비행기를 탑승했고요. 이코너미석 가장 뒷편 화장실에 A4용지 종이에 오직 한국말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는 설마 이게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이렇게 격리한 건가 싶어서 발견 즉시 사진을 찍었는데, 부사무장이 저에게 다가와서 이건 네덜란드 법률에 어긋나는 행위이니 사진을 당장 삭제해달라고 요청하더라고요. 저는 사진 촬영이 금지된다는 법률적 근거가 무엇인지를 여쭤봤고, 결국에는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결국 승무원들도 한국말로만 승무원 전용 화장실로 고지한 것이 어느 정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하고 계셨던 것으로 저는 생각이 됩니다.

◇ 노영희: 그러니까 네덜란드인들이 보기에는 우리가 아시아 사람이니까 그랬던 걸까요? 이렇게 한 이유를 정확히는, 설명을 들었습니까, 그 이후에라도?

◆ 김고은: 네, 그래서 제가 바로 왜 한국말로만 고지를 했느냐라고 얘기했을 때에는 두 가지로 이야기해주셨는데요. 첫 번째로는 Occupied(사용 중)라고 되어 있으면 영미권 고객은 영어를 읽고 들어가지 않을 테니 한국말로만 적었다, 라고 얘기했는데 제 SNS 사진에 보면 Vacant(비어있음)로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변명이었고요. 그리고 두 번째로는 그냥 단순히 까먹었다. 까먹어서 그렇지, 내가 바로 써줄게 하면서 제 보는 눈앞에서 이렇게 쓰더라고요.

◇ 노영희: 그게 더 기분 나쁘네요. 그런데 그렇게 SNS에 사진을 올리고 난 다음에 댓글이 쇄도했다고 하는데, 반응들은 대체로 어땠습니까?

◆ 김고은: 대부분 이게 인종차별에서 비롯된 현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엄청 안타까워하고 분노해주셨던 것 같고요. 일부 같이 함께 사과를 받아내게 노력해주시기도 하고, 일부 네티즌들은 공식 KLM 계정에 메신저도 많이 남겨주시고 한 것 같았어요.

◇ 노영희: 그런데 저는 참 김고은 씨의 대처방식이 참 차분하고 대단하다 생각이 들었는데. 예컨대 왜 사진을 못 찍게 합니까, 법률적 근거가 뭡니까. 이런 걸 얘기하실 때 상대방이 되게 당황하게 만드신 거잖아요.

◆ 김고은: 그렇죠.

◇ 노영희: 그 순간에 어떻게 딱 그렇게 순발력 있게 대처하셨는지 신기하네요.

◆ 김고은: 제가 키가 사실 160이 안 되는 작은 체구로, 사실 두 분이랑 대화했어요. 외국인 두 분, 나이도 사실 훨씬 많으시고 그런 상황에서 제가 논리적으로 대처하지 않으면 더 들어주시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기저에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최대한 논리적으로 대처를 하자, 최대한 논리적으로 대처하자, 이걸 계속 되새기면서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 노영희: 승무원하고 이야기하는 과정 중에서도 머릿속으로는 계속 ‘논리적으로 해야 한다. 내가 지금 키도 작고 몸도 작은 동양인인데 여기서 밀리면 안 된다’ 이런 생각을 하셨단 거예요?

◆ 김고은: 네, 안 그러면 아예 안 들어주실 것 같더라고요, 제 얘기를. 좀 고압적인 태도.

◇ 노영희: 키도 크고 그래가지고 그럴 수 있는데. 현장 사진을 찍어서 어쨌든 증거를 남기고, 현장에서 불만을 제기하면서 녹음도 따고,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항의도 남기고. 정말 저도 참 대단하다,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당시 비행기 안의 상황을 조금 한 번 확인해봐야 또 혹시라도 모르지만 그 항송사 측에서 한 행동이 뭔가 이유가 있겠다 싶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한국사람이 별로 없었던가요? 어떻던가요, 도대체 그 상황에?

◆ 김고은: 저도 나중에 뉴스 통해서 확인했는데 277명 중에 135명으로 전체 47%가 한국인이었고요. 아시아인 기타 포함해서 60% 정도였을 것 같아요. 제 기억 속에도 제 주변에도 국적이 되게 다양했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한국어가 아니라 나머지 50% 승객은 그러면 못 알아보시잖아요, 한국말을. 당연히 영어로도 고지가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 노영희: 그래서 지금 KLM 측에서는 이런 식의 항의에 대해서 또 입장을 밝힌 게 있네요. “비행기 예약이 꽉 차지 않을 때면 때때로 화장실을 승무원 전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어로만 공지해서 승객들을 불쾌하게 한 점을 깊이 후회한다. 내부적인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긴 하다. 승무원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미안하다” 이런 이야기는 했는데, 우리가 궁금한 건 애초에 왜 한국어로만 이걸 했느냐가 사실 더 궁금한 거 아니에요?

◆ 김고은: 그렇죠. 그 부분에 대해서는 답장을 못 받은 거죠.

◇ 노영희: 그렇죠. 그러면 김고은 씨가 이렇게 항의하는 모습을 사실 주변에 계시는 우리 한국 분들이 많이 있었을 테니까, 승객 분들도 보셨을 텐데 그때 반응이 어떻던가요?

◆ 김고은: 사실 대부분은 이게 뭐지? 약간 불쾌한 심정을 가지고 계셨어요. 다만 당시에 한국인 승무원이 두 분 정도 계셨다고는 하는데 직접 하는 것이 아무래도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어렵다 보니 조금 방관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던 거고. 제가 이제 그렇게 했을 때 주변에서 같이 분노해주셨죠. 그런데 제가 끝끝내 사과를 못 받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통쾌하다보다는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안 통하네, 약간 이런 생각으로 억울한 심정을 같이 받으셨던 것 같아요.  

◇ 노영희: 항의하고 싶어도 영어가 조금 잘 의사소통이 힘들 것 같아서 말을 못하고 있는 찰나에, 김고은 씨가 영어로 유창하게 항의하니까 속은 시원했는데 그래도 어쨌든 그쪽에서 사과도 안 하니까 더 기분이 나쁘셨다. 이런 얘기네요.
 
◆ 김고은: 그렇죠. 어떤 분들은 내려서 자기가 바로 언론에 얘기해야겠다, 이런 분들도 계실 정도로 좀 같이 분노해주신 것 같아요.

◇ 노영희: 지금 김고은 씨는 네덜란드에서, 암스테르담에서 인천으로 오는 비행기를 타신 거잖아요. 그럼 원래 암스테르담에서 공부를 하거나 유학을 하셨던 겁니까?

◆ 김고은: 아니요, 저는 사실은 아프리카 쪽에서 출장이 있어가지고 경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요. 아프리카에서 사실은 암스테르담 올 때는 동양인이 거의 없었는데 승무원 전용 화장실은 없었습니다.

◇ 노영희: 그랬군요. 어쨌든 지금 서로 간에 기분 나빴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또 다시 이런 조치를 사후적으로 취하셨단 말이에요. 그 용기, 이런 건 어떻게 생겼을까요?

◆ 김고은: 일단 비행기 안에서는 보자마자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큰 고민 없이 일단 바로 컴플레인을 해야겠다고 생각했고요. 그리고 사실 초반에는 제가 어쨌건 그래도 승객이니까 경청해주지 않을까라고 생각했던 거죠,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지만. 그래서 이렇게까지 사건이 커질 줄은 사실 저도 몰랐던 거죠. 충분히 설명해주실 줄 알았어요.

◇ 노영희: 그 사람들도 그냥 자기네들이 차별한 거다라는 말을 직접 못하니까 설명이 조금 얼버무려지고 이랬나 보네요.

◆ 김고은: 그렇죠. 점점 고압적이고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 노영희: 지금 부사무장이 이랬다면서요. 아시아에서 문제가 많은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승무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다. 이렇게 말했다는데 사실 그 비행기 안에는 그러면 코로나19 관련해서 어떻게 하십시오, 라는 매뉴얼이 있다거나 이런 안내사항 같은 건 있던가요?

◆ 김고은: 그게 좀 되게 아쉬운 부분이었던 것 같아요. 화장실 외에는 별도로 마련된 예방책이라든지 그런 것들이 공지가 됐던 것도 없었고요. 승무원들이 따로 준비하신 것도 없었던 걸로 보였죠.

◇ 노영희: 그리고 또 그 승무원은 다른 승객들은 다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이렇게 따지냐, 이랬다면서요.

◆ 김고은: 다들 그런데 왜 혼자 그러냐. 결국엔 대화 마무리도 “나는 다른 불평이 없는 승객을 위한 서비스 때문에 바쁘니까 이만 대화를 끝낼게”라고 하고 대화가 끝이 나서 제가 더 따질 새도 없이 그렇게 가버리셨거든요. 그래서 비행기에서는 착륙하는 내내 정말 내가 이상한 건가라는 생각을 저도 모르게 되게 심각하게 했던 것 같아요.

◇ 노영희: 김고은 씨 보고 좀 이상한 사람 취급, 너무 과하게 예민하게 컴플레인하는 사람으로 취급했군요. 어쨌든 정말 크게 화제가 되었는데, 서구 쪽에서는 특히 중국인+아시아인을 전부 다 같이 취급하면서 인종차별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서 좀 느끼신 게 있으십니까?

◆ 김고은: 사실 저도 잠깐 암스테르담 경유할 때 나갔는데 헛기침 한 번 하는데 다들 쳐다보시더라고요. 그런 것들 있고, 그때 같이 승객 분들 중에 울분을 토하신 분 중에는 버스가 본인들을 태워주시지 않고 뻔히 기다리고 있는데 그냥 지나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런 일들이 종종 있는 것 같더라고요.

◇ 노영희: 그렇군요. 마지막으로 KLM네덜란드 항공사에 바라는 점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김고은: 일단 관련 승무원들의 후속조치를 반드시 공유해주셨으면 좋겠고요. 사실 이게 한국에서만 공론화가 되지 않고 최대한 본사 차원에서의 사과가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 노영희: 그리고 인종차별이 겉으론 드러나지 않아도 은근히 진행되는 차별 같은 것도 있는 거죠?

◆ 김고은: 그렇죠. 생각보다 가까이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고요. 저희가 다양한 형태로 올 수 있는 차별에 대해서 상대방에게 곤경을 주지 않도록 항상 배려하는 마음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노영희: 그렇군요. 오늘 출근 준비 중이실 텐데 바쁜 시간에 감사합니다.

◆ 김고은: 감사합니다.

◇ 노영희: 오늘 인터뷰 여기까지 마치고요. 지금까지 KLM네덜란드 항공사의 부당한 대우를 용기 있게 SNS로 고발한 시민 김고은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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