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여성 인권에 관심 없던 이들의 강요, 응할 의무 없어"

서지현 검사 "여성 인권에 관심 없던 이들의 강요, 응할 의무 없어"

2020.07.28. 오전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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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현 검사 "여성 인권에 관심 없던 이들의 강요, 응할 의무 없어"
사진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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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내부 성추행 폭로로 국내 '미투(Me Too)'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침묵을 깼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인 지난 13일 박 전 시장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한 마디도 입을 뗄 수 없다"라며 소셜 미디어를 떠나있겠다고 선언한 지 보름여 만이다.

서 검사는 지난 27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 많이 회복됐다 생각했던 제 상태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어 당황스러운 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서 검사는 "제 자신을 추슬러야 했기에 저로서는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하고 페이스북을 닫았음에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쏟아지는 취재 요구와 말 같지 않은 음해에 세상은 여전히 지옥임을 실감하는 시간이었다"라고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서울시장 사망 이후 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자 서 검사에게 입장 표명을 요구해왔다. 지난 2018년 서 검사가 상관인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으로부터 성추행 피해를 당한 사실이 있다고 폭로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서 검사는 "가해가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제가 가해자 편일 리 없다"라며 "맡은 업무 내에서, 그리고 개인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이미 한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관계가 확인되기 전에 공무원이자 검사인 저에게 평소 여성 인권에 그 어떤 관심도 없던 이들이 뻔한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누구 편인지 입을 열라 강요하는 것에 응할 의사, 의무가 없었다"라고 밝혔다.

서 검사는 "여성 인권과 피해자 보호를 이야기하면서 이미 입을 연 피해자는 죽을 때까지 괴롭혀주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이들의 조롱과 욕설은 무엇을 의미하는 거냐"라고 비판했다.

그는 "저는 슈퍼히어로도 투사도 아니고 정치인도 권력자도 아니다"라며 "공무원으로서, 검사로서 지켜야 할 법규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서 검사는 "제가 살아있는 한은 이런 일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리라는 생각에 숨이 막혀오지만 그저 제가 지켜야 할 법규를 지키며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살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이 아수라가 지나고 나면 더 좋은 세상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가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라고도 덧붙였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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