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접경 지역 감시용 최첨단 군 CCTV는 중국산?...업체에 속은 육군

단독 접경 지역 감시용 최첨단 군 CCTV는 중국산?...업체에 속은 육군

2020.10.07. 오전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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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대대적인 개선책…219억 규모 ’해강안 사업’
최첨단 CCTV 200여 대, 주요 접경 지역에 설치
군 납품 CCTV 핵심 부품, 중국산 의혹 잇달아
"최종 조립만 국내서 하면 문제없어…업계 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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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 북한 목선이 우리 측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은 채 동해안에 상륙하자 군 당국은 접경 지역 경계를 강화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래서 내놓은 대책이 국내산 고성능 CCTV를 설치하기로 한 건데, 군 당국이 계약한 업체가 중국산 부품 등을 조립만 한 뒤 국산으로 속였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김우준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6월에 발생한 '북한 목선 사건'.

북한 주민들이 탄 목선이 NLL을 넘어 삼척 항에 들어올 때까지 군은 눈치조차 못 챘습니다.

[정경두 / 당시 국방부 장관 (작년 6월 20일) : 북한 소형 목선 상황을 군은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께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경계망이 뚫렸다는 비판이 일자 군 당국은 대대적인 개선책을 내놨습니다.

9개 사단 17개 대대가 참여하는 219억 원 규모의 '해강안 사업'.

해안과 강가 등 주요 접경 지역에 최대 15km 떨어진 거리의 수상한 동태까지 즉각 잡아낼 수 있는 CCTV 200여 대를 설치한다는 겁니다.

해강안 사업 일환으로 보시는 것처럼 자유로에도 3m가 넘는 CCTV 기둥이 설치됐습니다.

CCTV 기둥 꼭대기에 고성능의 감시카메라를 설치해 인공지능형 감시체계를 구축한다는 게 이번 사업의 핵심입니다.

치열한 입찰 경쟁 끝에 군은 지난 3월, A 업체를 사업자로 선정했습니다.

접경 지역의 경비 업무를 맡은 만큼 군은 A사 제품이 국내 생산임을 강조했습니다.

[육군본부 관계자 : 공장 검사 기간에 저희가 참관해서 직접 생산하고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 모듈들을 가지고 완성품 만드는 공장을 본 겁니다.]

하지만 CCTV의 핵심 부품이 중국산이라는 의혹이 잇따라 나왔습니다.

지난 5월, 중국 톈진에서 찍힌 한 CCTV 제조 공장 내부 사진입니다.

군이 납품받기로 한 것과 똑같은 모델명의 CCTV가 진열돼 있습니다.

A 사가 CCTV에 들어간다며 군에 제출한 카메라 역시, 겉모습이 똑같은 중국 제품이 존재합니다.

A사 제품과 중국 제품을 비교해보니, 도면마저 일치합니다.

[김주형 /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 : 국내에서는 이런 카메라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기능이 없다고 판단됩니다. 아마도 중국에서 개발된 제품을 그대로 들여와서 사용된 것으로 보이고, 거의 유사한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판매 인증을 내주는 국립전파연구원 확인 결과, A사 군납용 CCTV와 같은 모델이 중국산으로 동시에 등록돼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 등에서 핵심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한 뒤 국산이라며 군에 납품했을 가능성을 지적합니다.

[양욱 / 한남대학교 국방전략대학원 겸임교수 : 중국제 상용품이 국산으로 둔갑하는 경우라고 말씀드릴 수가 있습니다. 예산은 예산대로 사용하는데, 제대로 된 물건이 나오지 못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것이죠.]

이에 대해 A사 측은 CCTV의 일부 부품은 중국산이라고 인정했습니다.

다만, 카메라 등 핵심 부품은 중국산이 아닌 다른 나라 제품을 썼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산으로 둔갑한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최종 조립만 국내서 하면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이는 CCTV 업계의 오랜 관행이라고 해명했습니다.

[A 업체 관계자 : 곤란한 상황인 게 통상적으로 늘 그렇게 해왔는데, 이걸 굳이 막 따지고 들면…. 저희 입장에서는 억울하기도 하고.]

육군본부 측은 해당 제품이 국내에서 생산한 제품이라는 업체 측 사업제안서를 곧이곧대로 믿었습니다.

주요 부품의 원산지를 확인하지 않은 겁니다.

일부에서 선정 과정 전반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입니다.

[하태경 / 국민의힘 국회의원 : 국산 쓰기로 해놓고 중국산 짝퉁을 몰래 들여온 것은 정말 국민이 분노할 일이고, 이것은 철저히 수사해서 처벌해야 합니다. 동시에 군 자체 내에서도 내부 조사를 해서 관련자들을 전원 문책해야 할 것입니다.]

육군본부 측은 YTN 취재가 시작되자 자체 감사를 통해 원산지 둔갑 여부를 조사하기로 했습니다.

YTN 김우준[kimwj022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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