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영화 '살인의 추억' 봤는데 별 감흥 없었다"

이춘재 "영화 '살인의 추억' 봤는데 별 감흥 없었다"

2020.11.03. 오후 1:04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이춘재 범행 자백 뒤 윤 씨, 법원에 재심 청구
핵심 증거 DNA 감정 불가능해 이춘재 증인 채택
1986년 연쇄 살인 첫 사건 이후 34년 만에 공개
이춘재, 청록색 수의 입고 짧은 스포츠형 머리
법정 내부 촬영 불허…이춘재 모습 보도 불가능
재판부 "이춘재, 피고인 아닌 증인 신분"
AD
[앵커]
지난 1988년 경기도 화성에서 13살 소녀가 성폭행을 당한 뒤 숨진 채 발견된 이른바 '연쇄 살인 8차 사건'

이 사건의 진범을 가리기 위한 재심 재판이 어제(2일) 열렸고, 이 자리에 이춘재가 증인으로 나왔다는 소식 전해드렸습니다.

'자신이 진범이다', 또 '피해자들에게 사죄한다'는 말을 남겼는데 취재기자 전화로 연결해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김경수 기자!

우선 이춘재가 어제 재판에 왜 나온 건지부터 간단히 짚어볼까요?

[기자]
현재 이춘재는 다른 살인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받고 부산교도소에서 복역 중입니다.

지난해 자백한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의 연쇄 살인은 이미 공소시효가 끝났습니다.

이춘재는 앵커가 말씀하신 '8차 사건' 재심의 '증인' 자격으로 어제 재판에 나온 겁니다.

앞서 이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된 윤 모 씨는 당시 경찰의 강압 수사로 허위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결국 20년 옥살이를 했습니다.

지난해 이춘재가 자신의 범행이라고 뒤늦게 자백한 이후에야 윤 씨의 재심 청구가 받아들여졌고 어제 9번째 재판이 열렸는데요.

진짜 범인을 밝힐 핵심 증거의 DNA가 오랜 시간이 지나 훼손돼 감정이 불가능해지자 재판부가 이춘재를 증인으로 부른 겁니다.

[앵커]
이춘재가 일반에 모습을 드러낸 건 1986년 첫 연쇄 살인 사건 발생 이후 무려 34년 만인데 어땠습니까?

[기자]
어제 재판은 오후 1시 반부터 수원지방법원에서 진행됐습니다.

부산교도소에서 호송돼 수원지검에서 대기하던 이춘재는 재판이 시작되자 곧바로 증인석에 불려 나왔는데요.

청록색 수의에 마스크를 썼고 짧은 스포츠형 머리였습니다.

머리는 곳곳이 하얗고 눈가에는 주름이 져서 30여 년 세월을 실감케 했는데요.

하지만 눈매는 이미 공개된 과거 사진과 닮아 보였습니다.

이춘재의 현재 모습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많을 텐데 이번 재판에서는 촬영이 허가되지 않았습니다.

공익상 필요하거나 피고인의 동의가 있을 경우엔 공판 시작 전, 혹은 판결 선고 때 촬영 허가가 나기도 하는데, 재판부는 이춘재가 증인 신분인 점 등을 들어 촬영 허가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대신 최대한 많은 사람이 방청할 수 있도록 다른 법정 한 곳에 재판 화면을 틀어놓기도 했습니다.

[앵커]
그럼 어제 법정에서 이춘재가 한 진술들을 전해주시죠.

당시 경찰 수사를 언급한 부분도 있었다고요?

[기자]
우선 화성과 청주 일대에서 발생한 연쇄 살인의 진범이 맞느냐는 질문에 이춘재는 '맞다'고 답을 했습니다.

어제 재판과 직접 관련이 있는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일이 맞는다며 범행 당시의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습니다.

또 1989년 '화성 9살 초등학생 실종' 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인정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담담하게 진술을 이어간 이춘재는 자신의 범행에 죄의식을 느끼는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범행 동기를 묻는 말에 특별한 이유는 모르겠다며 불을 찾는 불나방처럼 범행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자신의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살인의 추억'도 교도소에서 봤지만, 별 감흥이 없었다고 답했습니다.

당시 경찰 수사와 관련된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범행을 잘 숨긴 것도 아닌데 자신이 용의 선상에 오르지 않았다며, 보여주기식 수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비꼬기도 했습니다.

[앵커]
범행 동기에 대한 이야기를 보면 진정성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춘재가 일단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는 했죠?

[기자]
이춘재는 반성하고 참회한다며 죄송하다는 말을 남겼습니다.

자신의 자백으로 피해자와 유가족들이 위로와 마음의 평안을 얻었으면 한다고 말했는데요.

억울하게 누명 쓰고 20년 옥살이를 한 윤 씨에게도 사죄했습니다.

이춘재는 증인신문을 마치고 퇴장하며 윤 씨에게 고개를 숙이기도 했는데요.

재판에 참석해 이춘재의 사과를 들었던 윤 씨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시죠.

[윤 모 씨 / 8차 사건 누명 피해자 : 이춘재 씨가 나와서 진실을 말해준 건 고마운 일인데 백 퍼센트는 만족하지 않아요. 솔직히 말해서. 하지만 그분이 양심적으로 얘길 해주니까 마음은 한쪽으론 홀가분하고. 재판이 잘 될 거라고 생각을 하니까 그렇게 생각합니다. 앞으로 결과는 끝까지 지켜봐야 되니까….]

이제 8차 사건의 진범을 가릴 재판은 이춘재의 증인 신문을 끝으로 오는 19일, 결심 공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날 피고인 신문과 검찰 의견진술, 변호인 최후변론 등이 예정돼 있습니다.

선고일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는데 올해 안에 잡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김경수 [kimgs85@ytn.co.kr]



※ '당신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YTN은 여러분의 소중한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YTN을 검색해 채널 추가 [전화] 02-398-8585 [메일] social@ytn.co.kr [온라인 제보] www.ytn.c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유튜브 구독자 450만 달성 축하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