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재 누명 쓴 윤 씨의 진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춘재 누명 쓴 윤 씨의 진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2020.11.20. 오전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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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춘재 누명 쓴 윤 씨의 진술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윤성여 씨 / 사진 출처 = YT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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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구보다 따뜻한 겨울을 보내고 싶습니다"

검찰이 이춘재 연쇄살인 8차 사건 재심 재판에서 재심 청구인 윤성여 씨에게 무죄를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윤 씨는 최종 진술에서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라며 자신이 진범이 아님을 호소했다.

지난 19일 수원지법에서 열린 이 사건 재심 결심 공판 최종 진술에서 윤 씨는 이같이 밝혔다.

진범인 이춘재를 증인 신문한 박준영 변호사는 이날 윤 씨의 최종 진술 내용 전문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윤 씨는 최종 진술에서 "작년 이맘때 재심 청구를 하고 딱 1년이 지났다. 본격적으로 겨울이 오기 전에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으로 다짐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개인적으로 추운 게 싫다. 20년 동안 교도소에 있었는데 추운 건 적응이 안 됐다. 겨울이 되면 교도소 안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싸늘함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그는 "출소했을 때 달라진 세상에 적응하기 참 힘들었다. 신용카드도 교통카드도 쓸 줄 모르고 답답했다"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내가 20년 동안 교도소에 있었어야 할 이유는 뭘까, 왜 내가 하지도 않은 일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까, 왜 하필 나 일까, 32년 전부터 끊임없이 했던 질문을 혼자 또 던져보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라고 했다.

윤 씨는 "32년 전 법정에 섰을 때는 옆에 아무도 없었다. 돈도 빽도 없었고 친구도 가족도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라며 "스물세 살에 살인자라는 죄명으로 구속될 때가 인생의 마지막이라는 것을 생각지도 못하고 20년 세월을 교도소에서 보냈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번 재판이 끝나면 좋은 사람으로 새롭게 인생을 시작하고 싶다. 윤성여는 좋은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살겠다"라며 "(돌아가신) 어머니를 찾아뵙고 아들이 강해졌다고 세상 앞에 당당하게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이춘재 8차 사건의 진범이 아니라는 사실이 명백히 확인됐다"라며 윤 씨에게 무죄를 구형했다.

검찰은 윤 씨의 과거 자백이 경찰의 폭행과 가혹행위에 의한 것이었고 국과수 감정서에도 결정적인 오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검찰은 "수사의 최종 책임자로서 20년이라는 오랜 시간 수감 생활을 하게 한 점에 대해 피고인과 그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한다"라고 밝혔다.

윤 씨는 지난 1988년 경기 화성군에서 13살 중학생이 성폭행을 당한 뒤 살해된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지난해 이춘재가 범행을 자백하면서 윤 씨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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