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약 먹고 의심증상 숨겨"...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전한 내부 상황

[취재N팩트] "약 먹고 의심증상 숨겨"...동부구치소 수용자들이 전한 내부 상황

2020.12.30. 오후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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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박광렬 앵커, 강려원 앵커
■ 출연 : 엄윤주 기자

[앵커]
집단 감염이 발생한 서울 동부구치소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동부구치소에서 확진된 수용자의 가족들을 만나 내부 상황을 전해 들었는데요.

독방에 격리되기 싫어 의심 증상을 숨겼다는 수용자도 있었고, 확진 수용자들에게 약만 주는 등 별다른 치료나 관리가 없었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가족들 직접 만나 취재한 엄윤주 기자 나와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 안녕하세요.

우선 동부구치소 확산세가 심상치 않은 상황인데요, 어제 수용자 가족을 만났다고요?

[기자]
네, 우선 동부구치소 40대 수감자가 지난 21일 가족에게 보낸 편지부터 보시겠습니다.

편지를 보낸 시점은 지난 18일, 1차 전수 검사가 이뤄지고 난 뒤입니다.

당시 무더기 감염이 발생하자 격리한다는 이유로 4~5명이 머무르던 방에 비확진자 10명이 생활하게 했다고 적혀 있습니다.

최대 2주인 잠복기를 고려하지 않은 겁니다.

또 비좁은 방에서 움직이기도 힘든 열악한 환경이라며 그림까지 그려져 있는데요.

1차 전수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던 이 수감자는 23일 두 번째 전수 검사에서 확진 판정을 받았습니다.

다른 편지도 보겠습니다.

온몸이 쑤시고 아파도 확진자로 오해받아 독방에 격리되기 싫어 약으로 버틴다는 문구가 적혀 있습니다.

가족들은 이뿐 아니라 구치소 안에서 마스크 관리도 엉망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수용자가 직접 마스크를 사서 쓰도록 하다 보니 면 마스크만 쓰거나, 아예 안 쓰는 경우도 있었다는 겁니다.

또, 구치소 안 마스크가 없는 사람들이 많아 일회용 마스크를 며칠씩 쓰거나 뒤집어서 쓰는 경우도 많았다고 전해졌습니다.

[앵커]
확진된 수용자에 대한 치료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주장도 나왔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수감자의 딸은 구치소에서 확진자에 대한 치료가 체계적이지 않다고 호소했는데요.

대부분이 무증상이거나 경증이라 감기 증상을 호소한 사람에 한해서만 약 처방을 해줬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합니다.

직접 얘기 들어보시죠.

[김민지 (가명) / 60대 수감자 딸 : 대부분이 무증상이나 감기 증상이라서 감기 증상의 경우 약만 처방하고 있다. 이게 다고, 그러면 한 방에 몇 명이 생활하느냐고 물어보니까 그거는 알려줄 수 없다.]

또, 이미 확진된 수감자들 여러 명이 함께 생활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완치가 될 수 있겠느냐며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이 밖에도 가족들은 청송교도소 이감됐는지도 알려주지 않아 확진된 수감자가 어디에 있는지, 상태는 어떤지 알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법무부는 이에 대해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본인 동의 없이 증상 같은 자세한 정보는 알려 줄 수 없다면서 다만 확진 사실과 청송교도소 이감 여부는 가족에게 알리고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어제 YTN의 카메라에 구치소 안 수용자로 보이는 남성이 포착됐는데요.

쇠창살 밖으로 손을 내밀어 종이를 흔들었는데 여기에는 확진자 8명이 한방에서 생활하고, 외부로 서신을 못 보내게 한다는 내용 등이 담겨 있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법무부 측 입장은 어떤가요?

[기자]
우선, 마스크 지급 부실과 관련해서 법무부는 방역을 강화한 지난달 말부터 신입 수용자 전원에게 방역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매일 1장씩 지급할 경우 5천만 원에서 최대 9천만 원이 소요되는 만큼 예산 문제로 3~4일에 한 개씩만 지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까 수용자가 직접 마스크를 살 수 없을 땐 3~4일 동안 같은 마스크를 계속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스크를 지급하기 전에는 수용자들이 직접 면 마스크를 사서 쓰게 하거나 구매를 못 하는 경우 구치소에서 덴탈 마스크를 지급했다고 하는데요.

대신 외부인과 접견할 당시에는 KF80 이상인 방역 마스크를 줬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수용 과밀 상태라 그동안 확진자와 접촉자, 비확진자까지 세 그룹으로만 분리했는데, 현재는 긴급 이송으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애초에 왜 전수검사가 뒤늦게 이뤄졌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요. 법무부와 서울시가 이에 대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동부구치소에서 수용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은 건 지난 14일인데요.

이틀 뒤 다른 직원 2명이 확진 판정을 받자 동부구치소 직원과 수용자에 대한 전수 검사가 이뤄졌습니다.

다시 말해, 첫 수용자 확진자가 나온 지 나흘 만인 지난 18일에 비로소 1차 전수 검사가 진행된 겁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지자체로 화살을 돌렸습니다.

첫 수용자 확진 당시 전수검사 필요성을 제기했지만, 서울시와 송파구에서 큰 의미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겁니다.

서울시는 이 같은 보도에 대해 즉각 강한 유감을 표명했습니다.

관계 기관이 합의한 사안이었는데도 법무부가 사실과 다르게 서울시와 송파구에 일방적으로 책임을 떠넘긴다는 겁니다.

그러면서 감염 초기 전수조사를 할지 말지는 법무부의 주장처럼 서울시와 송파구가 독단적으로 방역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전수 검사를 자체 예산으로 하기 곤란한 상황이었다는 법무부 주장에 대해 시는 당연히 국비 적용이 된다며 일축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국가에서 관리하는 기관에서 최대 규모의 집단 감염을 불러왔다는 사실은 분명한데요.

원인 분석과 함께 책임 소재를 확실히 가려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확진자가 폭증하는 만큼 지금은 확산세를 꺾기 위해 만반의 조처를 하는 게 우선인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동부구치소 상황과 수용자 가족들 이야기 전해드렸습니다.

엄윤주 [eomyj1012@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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