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드름 가득, 배설물 뒤범벅" 대구 한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

"고드름 가득, 배설물 뒤범벅" 대구 한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

2021.02.03. 오후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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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드름 가득, 배설물 뒤범벅" 대구 한 동물원에 방치된 동물들
사진 출처 = 비글구조네트워크 인스타그램(좌) / 방치된 동물들을 보살펴 온 가족 블로그(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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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의 한 동물원이 코로나19 여파로 운영이 어려워지자 동물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동물들을 방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지난 2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비구협)에 따르면 대구에 있는 한 동물원은 지난해 휴장 이후 원숭이 네 마리와 야생 동물인 낙타, 라쿤 그리고 양, 염소, 거위 등을 거의 방치한 채로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다.

동물원 관리가 안 되다 보니 동물들은 배설물로 뒤범벅된 공간에서 1년 넘게 살아왔다는 것이다.

비구협은 "인근 야산에 방치된 토끼와 양, 염소들은 주민들의 민원 대상이었고, (동물원 측은) 동물들을 제대로 사육·관리하기 힘들어지자 결국 목을 매달아 잔인하게 죽인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동물원 상황을 목격한 인근 주민이 가족과 함께 수 개월간 동물들을 보살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높은 산 중턱에 위치한 이 동물원에는 전기와 수도도 끊겨 이 주민 가족이 산 아래에서 물을 떠 동물들에 제공하고 사료와 과일 박스를 옮겨 먹이를 줘왔다고 전해진다.

이 가족이 블로그를 통해 공개한 사진을 보면 원숭이 우리는 온통 고드름으로 가득했다. 땅에도 고드름이 떨어지고 천장으로는 겨울바람이 그대로 들어와 원숭이가 추위에 떨며 지내자 이들 가족은 담요와 스티로폼 박스로 임시 대피처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동물들을 보살피던 가족은 '동변'(동물의 권리를 보호하는 변호사들)을 통해 도움을 요청했고, 비구협에서 구조를 진행하기로 했다.

비구협은 "대구시청과 대구지방환경청에 동물 격리 조치를 강력하게 요구할 계획"이라며 "동물원에서는 동물들에게 물과 사료를 제대로 공급하지 않았고, 공개된 장소에서 잔인하게 동물들을 죽였다. 이는 명백히 학대 행위이며 동물들은 관련법에 따라 안전하게 격리 보호 조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 가족 블로그에는 비구협과 함께 동물원 측과 대구시 공무원과 면담한 내용도 공개됐다. 동물을 보살펴온 가족은 "동물원은 최선을 다해 매일 돌봤다고 했고 대구시 공무원은 지난해 9회 점검했다고 한다"며 "오히려 매일 물을 나르고 밥을 주고 청소한 엄마를 '알지도 못하면서 헛소리하는 사람'마냥 대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환경정책과 관계자는 YTN PLUS와의 통화에서 "해당 동물원은 지난해 11월부터 휴장 상태며, 대부분 동물은 인근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그런데 낙타처럼 덩치가 큰 동물들은 옮길 수가 없어 시에서 관리해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늘(3일) 오후 전문가와 현장을 방문해 실제 동물원의 학대 행위가 있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며, 학대 행위가 있던 것으로 확인되면 고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YTN PLUS 문지영 기자(moon@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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