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N팩트] 엄마에게 살해된 '8살 무명소녀'...재판에서 불린 '두 이름'

[취재N팩트] 엄마에게 살해된 '8살 무명소녀'...재판에서 불린 '두 이름'

2021.03.18. 오후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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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출생신고도 안 된 채 살다가 친모에게 살해된 8살 무명소녀의 법적 이름이 재판에 가서야 처음으로 불렸습니다.

검찰이 친모 대신 출생신고를 해 하늘나라에 가서야 법적 존재를 인정받은 건데

아이의 생전 이름은 최하민이었지만, 법적 이름은 남하민입니다.

검찰은 이 두 이름 모두를 법정에서 불렀습니다.

취재기자 연결해 자세히 들어보겠습니다. 신준명 기자!

우선 아이가 목숨을 잃게 된 안타까운 사연 전해주시죠.

[기자]
8살 하민이가 친모 44살 백 모 씨에게 목숨을 잃은 건 지난 1월입니다.

백 씨는 하민이의 코와 입을 수건으로 가리는 방식으로 살해했고, 일주일가량 아이를 집 안에 방치하다 스스로 119에 신고했습니다.

백 씨는 딸의 출생신고 문제로 친부 최 모 씨와 별거하던 중에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딸을 살해하고 자신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방식으로 친부에게 복수하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앵커]
사망 당시 아이의 이름이 없었던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당시 하민이는 출생 신고가 돼 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체검안서에 적힌 이름은 '무명녀'였고 주민등록번호도 없었습니다.

법적으로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겁니다.

백 씨는 남편과 이혼하지 않은 상태에서 친부 최 씨와 동거하며 하민이를 낳게 되자 출생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 때문에 하민이는 의료보험이나 초등학교 의무 교육 등 기초적인 복지혜택도 받지 못하고 투명인간처럼 8년을 살아야 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에 담당 검사는 친모를 설득했고, 구속된 친모 대신 출생신고를 했습니다.

그 결과 지난달 '남하민'이란 이름을 법적으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앵커]
그런데 어제 열린 첫 재판에서 불린 이름은 두 개였다고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살인 혐의를 받는 백 씨의 첫 재판에서 검사는 피해자 남하민을 부르면서도 최하민이라는 이름까지 덧붙였습니다.

친부는 최 씨지만, 백 씨가 전 남편 남 모 씨와 이혼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가족관계등록법에 따라 친부가 아닌 백 씨의 서류상 남편인 남 씨의 성을 따라야만 해 생전에 불리던 최하민이란 이름이 사라지게 된 겁니다.

검사는 최하민이란 이름이 세상에 있었다는 기록을 남기기 위해 두 이름을 모두 공소장에 적었고, 법정에서도 생전 이름을 함께 불렀습니다.

담당 검사의 말을 들어보겠습니다.

[김준성 / 인천지방검찰청 검사 : 비록 늦었지만 이 아이의 이름과 이 아이가 이 세상에 살다 갔다는 기록을 남기는 게 친부와 아이를 위해서 제가 해줄 수 있는 일이 아닌가….]

하민이와 각별했던 친부 최 씨는 딸이 살해된 사실을 알게 된 뒤 죄책감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했고,

지금은 자신의 성 '최'를 새긴 딸의 유골함 옆에 안치됐습니다.

지금까지 사회부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신준명 [shinjm7529@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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