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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09:35~09:40)
■ 진행 : 김창기 의사
■ 방송일 :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 대담 :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주치의] 도박중독 치유의 시작은 내가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
◇ 김창기 의사(이하 김창기)>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습니다. <마음주치의>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이래라저래라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괜찮아? 내가 도와줄 거 없어?’ 라고 물어보는 가까운 사람의 안부죠. 이번 주에도 부지런히 여러분의 마음에 노크를 하겠습니다. 이번 주 <마음주치의>를 함께 해주실 분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신영철)> 안녕하십니까. 신영철입니다.
◇ 김창기> 반갑습니다. 신영철 교수님은 이른바 중독에 대가로 정평이 나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여러 가지 ‘중독’에 대해서 신영철 교수님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할 사연을 짧게 소개해드릴게요.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저는 손에 쥔, 꼭 쥐고 있는 마권이 생각납니다. 30년 가까이 경마에 빠져서 가정도 일도 삶도 사람도 등한시하시던 아버지. 최근에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는데도 병원 대신에 경마장을 찾으십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병원에서 치료받게 할 수 있을까요?”
◆ 신영철> 예, 30년을 경마하셨다고요? 참 듣는 저도 답답한데 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 김창기> 그러니까요.
◆ 신영철> 질문 한 개 던져볼게요. 이분의 삶에서 도박을 빼고 나면 과연 뭐가 남을까요?
◇ 김창기> 남는 게 없죠.
◆ 신영철> 과연 이분이 도박을 끊는다고 지금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중독이라고 그러면 자꾸 중독에만 관심을 가져요. 그게 아니고 끊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끊고 무엇할 건데’ 이 생각을 해야 하니까 이거는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도와줘야 돼요. 내가 평생 도박을 하고 살아왔더니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도박없이도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야 되잖아요? 그 출발을 하는 아마 그 시점에 서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희망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김창기> 그렇죠. 누군가 손을 잡아줄 사람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경마도박 같은 이른바 사행성 행위로 인한 중독에 어떤 특징이나 단계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 신영철> 그렇죠. 대부분 비슷하죠. 놀랍게도 초보 때는 좀 따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창기> 그러니까 계속하겠죠.
◆ 신영철> 그걸 빅윈이라고 그러죠. 작게 잃은 건 기억도 안 나고 크게 한번 딴 게 기억이 나니까 자꾸 반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제 이렇게 되죠. 당연히 그걸 따야 되니까 만계를 해야 되니까 추격매수라고 그래요. 돌격을 앞으로 하는 거죠. 결국은 안 된다, 라는 걸 깨닫고 자포자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중독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김창기> 그 이외에 다른 건 없습니까?
◆ 신영철> 그렇죠. 현실로 돌아온다 해도 회복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렇게 오랫동안 도박에 빠졌던 분들은 많은 자기 현실들이 다 무너져있죠. 돌아오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가 없죠.
◇ 김창기> 그런데 또 환자분의 가족들은 정말 말 못 할 고통이 엄청나잖아요?
◆ 신영철> 제가 도박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단도박모임이라는 곳에 갔다 와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이니까 전부 울고 있을 줄 알았죠. 밝게 웃고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남편은 도박 중독자에 빚도 많을 텐데. 이게 큰 힘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도박 중독이나 알콜 중독이 치료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본인이 그걸 안 받아들이는 거예요. 내가 도박 중독자임을 절대로 시인하지 않습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습니다’ 이거는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단도박모임과 단주모임의 일계명이 “나는 도박 앞에 무력했음을 시인합니다” 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예요. 단도박도임에 나왔다는 자체는 아주 작지만 자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가족들이 웃을 수 있는 그게 첫 단계인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거예요.
◇ 김창기> 그렇죠. 대부분 경우에서는 억지로 끌려오죠. 자, 오늘 사연 보내주신 분과 더불어서 경마나 도박 같은 사행성 중독이신 분들에게 신영철 교수님 어떤 ‘마음 처방전’을 써주시겠습니까?
◆ 신영철> 중독은 치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중독은 치유 또는 회복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술을 끊고 도박을 끊는 걸 넘어서서 원래의 본성을 회복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됩니다. 도박을 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도박을 끊는 것이 더 행복하구나, 라는 과정까지 가야 합니다. 그거는 긴, 긴 마라톤의 과정입니다. 본인도 물론이고 가족들도 지치면 안 됩니다. 너무 도박했냐, 술 마셨냐에 집중하지 말고 하지 않는 시간에 대안을 마련하는 것, 그게 이분에게 드리는 저의 처방전이 되겠습니다.
◇ 김창기> 대안과 새로운 삶. 신영철 교수님, 정말 따뜻한 처방전 감사합니다.
◆ 신영철> 감사합니다.
◇ 김창기> <마음주치의>는 오스카와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물으러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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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창기 의사
■ 방송일 : 2021년 4월 19일 (월요일)
■ 대담 :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마음주치의] 도박중독 치유의 시작은 내가 중독자임을 인정하는 것
◇ 김창기 의사(이하 김창기)>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묻습니다. <마음주치의> 노래하는 의사 ‘김창기’입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이래라저래라하는 구체적인 솔루션이 아니라 ‘괜찮아? 내가 도와줄 거 없어?’ 라고 물어보는 가까운 사람의 안부죠. 이번 주에도 부지런히 여러분의 마음에 노크를 하겠습니다. 이번 주 <마음주치의>를 함께 해주실 분은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신영철’ 교수님이십니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 신영철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이하 신영철)> 안녕하십니까. 신영철입니다.
◇ 김창기> 반갑습니다. 신영철 교수님은 이른바 중독에 대가로 정평이 나 있으시잖아요? 그래서 이번주에는 여러 가지 ‘중독’에 대해서 신영철 교수님과 함께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함께할 사연을 짧게 소개해드릴게요. “아버지를 떠올릴 때면 저는 손에 쥔, 꼭 쥐고 있는 마권이 생각납니다. 30년 가까이 경마에 빠져서 가정도 일도 삶도 사람도 등한시하시던 아버지. 최근에 췌장암 판정을 받으셨는데도 병원 대신에 경마장을 찾으십니다. 어떻게 하면 아버지를 병원에서 치료받게 할 수 있을까요?”
◆ 신영철> 예, 30년을 경마하셨다고요? 참 듣는 저도 답답한데 가족들은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 김창기> 그러니까요.
◆ 신영철> 질문 한 개 던져볼게요. 이분의 삶에서 도박을 빼고 나면 과연 뭐가 남을까요?
◇ 김창기> 남는 게 없죠.
◆ 신영철> 과연 이분이 도박을 끊는다고 지금 현실로 돌아올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중독이라고 그러면 자꾸 중독에만 관심을 가져요. 그게 아니고 끊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끊고 무엇할 건데’ 이 생각을 해야 하니까 이거는 본인의 의지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함께 도와줘야 돼요. 내가 평생 도박을 하고 살아왔더니 이제 얼마나 남았는지 모르지만 도박없이도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야 되잖아요? 그 출발을 하는 아마 그 시점에 서 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희망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듭니다.
◇ 김창기> 그렇죠. 누군가 손을 잡아줄 사람도 필요하겠죠. 그런데 경마도박 같은 이른바 사행성 행위로 인한 중독에 어떤 특징이나 단계 같은 것들이 있을까요?
◆ 신영철> 그렇죠. 대부분 비슷하죠. 놀랍게도 초보 때는 좀 따는 경우가 있습니다.
◇ 김창기> 그러니까 계속하겠죠.
◆ 신영철> 그걸 빅윈이라고 그러죠. 작게 잃은 건 기억도 안 나고 크게 한번 딴 게 기억이 나니까 자꾸 반복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이제 이렇게 되죠. 당연히 그걸 따야 되니까 만계를 해야 되니까 추격매수라고 그래요. 돌격을 앞으로 하는 거죠. 결국은 안 된다, 라는 걸 깨닫고 자포자기하는데 그럼에도 불과하고 거기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게 중독이라고 볼 수가 있습니다.
◇ 김창기> 그 이외에 다른 건 없습니까?
◆ 신영철> 그렇죠. 현실로 돌아온다 해도 회복의 가능성이 줄어들고 이렇게 오랫동안 도박에 빠졌던 분들은 많은 자기 현실들이 다 무너져있죠. 돌아오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 없을 수가 없죠.
◇ 김창기> 그런데 또 환자분의 가족들은 정말 말 못 할 고통이 엄청나잖아요?
◆ 신영철> 제가 도박 중독에 관심을 갖게 된 게 단도박모임이라는 곳에 갔다 와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도박 중독자의 가족들이니까 전부 울고 있을 줄 알았죠. 밝게 웃고 있는 거예요. 도대체 어떻게 웃을 수 있을까? 남편은 도박 중독자에 빚도 많을 텐데. 이게 큰 힘이구나, 라는 걸 깨닫게 되었어요. 도박 중독이나 알콜 중독이 치료가 안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뭘까요? 본인이 그걸 안 받아들이는 거예요. 내가 도박 중독자임을 절대로 시인하지 않습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끊을 수 있습니다’ 이거는 죽을 때까지 하겠다는 뜻이거든요. 그래서 단도박모임과 단주모임의 일계명이 “나는 도박 앞에 무력했음을 시인합니다” 내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거예요. 단도박도임에 나왔다는 자체는 아주 작지만 자기의 문제를 인식하고 인정했다는 뜻이에요. 그러니까 가족들이 웃을 수 있는 그게 첫 단계인데 얼마나 어려운지 모르는 거예요.
◇ 김창기> 그렇죠. 대부분 경우에서는 억지로 끌려오죠. 자, 오늘 사연 보내주신 분과 더불어서 경마나 도박 같은 사행성 중독이신 분들에게 신영철 교수님 어떤 ‘마음 처방전’을 써주시겠습니까?
◆ 신영철> 중독은 치료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중독은 치유 또는 회복이라고 말합니다. 단순히 술을 끊고 도박을 끊는 걸 넘어서서 원래의 본성을 회복하는 겁니다. 더 나아가서는 변화를 통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어야 됩니다. 도박을 끊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도박을 끊는 것이 더 행복하구나, 라는 과정까지 가야 합니다. 그거는 긴, 긴 마라톤의 과정입니다. 본인도 물론이고 가족들도 지치면 안 됩니다. 너무 도박했냐, 술 마셨냐에 집중하지 말고 하지 않는 시간에 대안을 마련하는 것, 그게 이분에게 드리는 저의 처방전이 되겠습니다.
◇ 김창기> 대안과 새로운 삶. 신영철 교수님, 정말 따뜻한 처방전 감사합니다.
◆ 신영철> 감사합니다.
◇ 김창기> <마음주치의>는 오스카와 대한정신건강재단과 함께합니다. 저는 내일 다시 당신의 마음에 안부를 물으러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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