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뷰징으로 가득찬 '남혐', '젠더갈등' 보도

어뷰징으로 가득찬 '남혐', '젠더갈등' 보도

2021.05.24. 오전 09:21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AD

[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5월 22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어뷰징으로 가득찬 '남혐', '젠더갈등' 보도 [미디어비평]

- GS25 포스터 남성혐오 논란, 커뮤니티 받아쓰기에 열중한 언론
- 언론이 '논란'으로 본말 전도해 과장보도
- '숨은 메갈찾기' 확대 재생산하지 말고 생산적 논쟁해야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요즘 ‘젠더갈등’이 이슈입니다. 저는 사실 이것을 젠더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입니다만,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설왕설래되던 이야기들이 지난 4.7재보선 이후 정치권으로 옮겨왔고요. 이것을 언론이 그대로 받아쓰면서 군 가산점 문제나 모병제 문제 등이 젠더 갈등의 해소법처럼 얘기되고 있어요?

◆ 김언경> 네, 저는 오늘 그 중에서 손 모양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어떤 손 모양이냐면 성별 갈등을 불러온 손 모양에 대해서인데요, 손가락 모양 디자인이 불러온 ‘GS25의 남혐 논란’... 말씀하신 ‘젠더갈등’의 또다른 이슈로 아직도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 5월 1일 GS25가 전용 모바일앱에 자사 행사를 홍보하는 포스트를 올렸는데요. 그 안에 메갈리아의 로고인 손 모양과 유사한 그림이 들어가 있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기 시작했어요. 조금 더 추가해서 설명을 해보면요. 메갈리아는 일베 등에서 만연한 여성 혐오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일명 미러링 방식을 사용했던 인터넷사이트입니다. 지금은 메갈리아는 폐쇄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메갈리아의 로고와 비슷한 그림이 GS25 포스터는 물론이고 우리 사회 여기저기에 숨어있다는 지적들이 이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일종의 숨은그림찾기처럼 메갈리아 로고 비슷한 이미지를 모두 찾아내면서 지적하고 있고, 이런 지적을 받은 곳은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서 일단 이미지를 수정하고 있고요. 심지어 많은 곳에서 아직 지적받지 않았지만 자체적으로 이미지들을 점검하는 일종의 자기검열을 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 김양원> 저도 언론 보도를 보고 그 포스터 이미지를 알게 됐는데, 많이 보도가 됐죠?

◆ 김언경>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가 관련한 보도를 내놔서 초창기 보도행태를 짚어보면요, 처음 GS25 포스터 논란이 제기되고 포스터가 일부 수정됐던 지난 1일 포털사이트 네이버 기준 보도는 UPI뉴스, 제민일보 정도였다고 합니다. 하지만 포스터가 수정되고 GS25가 사과문을 낸 2일에는 오히려 논란이 증폭됐는데요. 일부 온라인 매체, 경제지, 통신사들은 ‘남혐논란’을 제목에 붙여 ‘커뮤니티 받아쓰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이준석 전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이 이런 기사를 자신의 SNS에 공유하자 그 역시 ‘뉴스’로 만들어져다고 합니다.

◇ 김양원> 보도량이 어느 정도 되나요?

◆ 김언경> 제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gs 남혐’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한 결과 20일 오후 2시 기준으로 270건 정도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남성 사용자들이 많은 일명 남초 커뮤니티 이용자들이 제기한 집게손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그대로 전해주는 내용들이었습니다.

◇ 김양원> 그런데 그 보도의 문제점들을 짚어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이야기해보고 싶은 것은 정말 그 ‘메갈리아 손모양’이라는 것을 혐오표현으로 볼 수 있는지 아닌가요?

◆ 김언경> 저도 그게 결국 이 보도비평의 핵심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보도의 내용은 대부분 gs포스터가 이렇게 생겼다. 이건 메갈리아 로고와 비슷하다. 왜 굳이 손으로 소시지를 먹게 그랬겠냐. 의심이 간다. 별과 달은 왜 땅바닥에 그렸냐. 의심이 간다 뭐 이런 내용이에요.
그런데 그게 무슨 문제냐..이 질문과 대답은 보도에 나오질 않아요. 저는 요즘 이렇게 본말이 전도된 이상한 논쟁 보도가 많은 것이 문제라고 봅니다. 뭐가 논란이다. 누가 어떤 말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라고 하면서 엄청나게 과열 양상을 보이는 보도들이 많아요. 그런데 그게 왜 논란이 되는거지? 라고 묻는 기사는 안나와요. 그냥 논란이 되고 있기만 하면 보도가 되는 것이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답답합니다. 언론은 논란이 된다고 무조건 보도하는 것이 아니라, 그 논란이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지 짚어봐서, 부당한 논란이면 적절히 해명을 해줘야하고, 정말 정당하고 사회적으로 짚어봐야 할 사안이면 따끔하게 짚어서 개선이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요즘 언론 보도는 그냥 논란이다. 여기서 끝이에요. 저는 이번 보도도 그런 행태를 보였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본말이 전도된 이상한 보도라고 하셨는데, 그럼 다시 돌아가서 '메갈리아 로고' 이건 혐오표현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 김언경> 지금 말씀하신 것에 답을 하려면 먼저 남성혐오라는 것이 존재하는가를 살펴봐야 합니다. 제가 본 기사 중에서 이 문제를 잘 정리한 답변은 두 가지였는데요. 우선 5월 20일 자 국민일보의 <이대남은 왜? 5화 ‘여자 탓으론 20대 남자 문제 못푼다>에서 홍성수 숙대 교수가 이렇게 말했어요. “‘혐오 표현’이라고 규정하는 문제는 어떤 집단이 그 표현이나 태도에 의해 실질적으로 불이익을 겪거나 다른 사람들이 그 표현에 영향을 받아 혐오와 차별에 동참하기 때문에 논의가 시작된 것”이라면서, 그런 점에서 여혐과 남혐을 동일 선상에서 놓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죠.
그리고 위에서 말한 피디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수아 서울대 교수는 또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혐오표현의 핵심은 사회적 배제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다. 예컨대 장애인 혐오는 장애인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고, 성소수자 혐오는 이들이 정체성을 공개할 기회를 막는다. 해당 논란은 모욕이나 비하 정도는 될 수 있을지 몰라도 남성의 사회적 평판과 개인 인격을 혐오하는 등의 사회적 배제 효과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요.

◇ 김양원> 혐오표현은 그냥 모욕이나 비하 수준이 아니라, 그 표현으로 인해서 실질적 불이익을 겪거나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혐오표현이라기보다는 차별적 표현, 모욕적 표현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것이네요.

◆ 김언경> 그렇죠. 하지만 저는 남성을 한마디로 퉁치면서 비하하는 표현 역시 문제라고 봅니다. 우리가 엄마와 벌레를 합쳐서 맘충이라고 하는 것이 혐오표현이라고 하는 이유는 일부 여성이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다소 이기적이며 무례한 행동을 했다고 해서, 모든 여성, 모든 아이 키우는 엄마를 싸잡아서 충으로 모는 등의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잖아요. 개인의 부적절한 행태를 해당 소수자성과 연결하여 일반화하는 것 자체가 혐오표현이라는 것이죠. 남성에 대해서도 한남충 이런 식으로 싸잡아서 모욕적으로 비하하는 표현은 쓰지 말아야 한다. 혐오표현이다 아니다 라는 논쟁을 하기 이전에 그냥 우리 사회에서 우리가 쓰지 말아야 할 차별적 표현이라고 정리하고 싶습니다.

◇ 김양원> 최근 수없이 보도된 GS25 포스터 논란은 그야말로 커뮤니티 속 논란에 그칠 이야기였다, 그런데 언론이 오히려 논란이라며 과장해서 보도한 경향이 있다, 이렇게 보시는 거네요?

◆ 김언경> 보도가 많아지면서 부풀려졌다는 건 맞는 것 같아요. 20일 피디저널의 <'혐오 장사' 몰두한 남혐 논란 보도>에서는 “gs25 관련 논란에 대한 보도는 매우 많았지만, 정말 “'메갈리아' 로고가 '혐오표현'에 해당하는지 묻고 따지는 보도는 드물었다”고 평했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드물긴 하더라고요. 290건 대부분이 그냥 중계보도인데요. 전형적인 어뷰징 기사들이었습니다. 남혐, 여혐 논쟁이라는 장이 섰으니, 그 장에서 또 트래픽 장사로 상업적 이익을 보겠다는 생각으로 쓴 베낀 기사, 그냥 정말 이런 논란이 있다. 저런 논란이 있다. 이게 어떻게 보이냐 이런저런 주장을 나열해놓은 보도들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뉴스핌의 을 보면요. “지난해 11월 GS25가 선보인 '밀크앤허니X유어스 마카롱에 취한 밤' 포장지 하단에는 이번에 논란이 된 달과 별 세개 모양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해 4월에 내놓은 '50주년 기념 레트로 상품 인증샷 이벤트' 포스트 속에서도 비슷한 손 모양' 일러스트가 포함돼 있어 재조명되고 있다.”면서 해당 이미지를 올려놨어요. 그런데 비슷한 손 모양이라는 것이 핸드폰을 잡고 있는 손입니다. 이렇게 끝도 없이 비슷한 이미지를 찾다보면 세상에 패미니스트가 아닌 기업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지경입니다. 아시다시피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것들을 GS25뿐이 아닌데요. 패션 브랜드, 치킨 프랜차이즈 브랜드, 일부 연예인, 지방자치단체와 경찰 포스터까지 지적이 되었습니다.

◇ 김양원> '유재석 씨도 그런 손모양을 했다’ 누구도 했다 ... 이렇게 이미지들이 떠돌던데, 이건 누구나 무의식적으로 쓰게 되는 손모양 아닌가 싶던데요?

◆ 김언경> 맞아요. 경향신문은 5월 4일 보도 <‘집게손 모양’은 다 남성 혐오?…누구를 위한 논쟁인가>에서는 국내외 유명인사들, 예컨대 김무성, 이준석, 트럼프, 박진영, 소지섭 씨 등이 집게손 모양을 한 사진을 갈무리해서 올려놨어요. 경향신문의 <위근우의 리플레이/메갈만물설의 msg워너비는 어떻게 메갈에 오염되었는가>에서는 놀면뭐하니 출연자 도경완의 손모양을 갈무리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런 식은 억지다..라는 네티즌들의 주장도 많이 올라오고 있습니다.

◇ 김양원> 요즘 언론들은 인터넷 커뮤니티나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만 들여다보고 ‘논란’을 그야말로 재확산시키는 보도를 즐겨하는 것이 아닌가 싶던데요. 그렇다고 이른바 사람들의 생각과 관심을 들여다볼 수 있는 커뮤니티 게시판발 글들을 마냥 무시할 수 만은 없는 시대상황 아닙니까?

◆ 김언경> 그렇습니다. 고발성이거나 언론이 관심을 갖고 해결해줘야 하는 내용도 많습니다. 저는 이런 논란이 정말 현실 세계에서 벌어지는 논란인가, 언론이 이를 보도하면서 확대재생산되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좀 냉정히 되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이 논란이 순수하게 커뮤니티를 통해서만 커진 것일까요? 언론이 무분별하게 이 내용을 중계하고, 이래서 논란이다, 저래서 논란이다 라면서 퍼나르고, 특히 정치인들의 주장을 앵무새처럼 받아쓰면서 이 논쟁을 키워온 것이 아닌가 살펴봐야한다는 것이죠.
언론이 어떤 현상을 보도한다는 것은 그 현상을 사회적 이슈로 인식하고, 이를 공론장에 올려서 논의를 하게 하자는 것이거든요. 그럼 논의가 가능하게 각 주장에 대해서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경중을 가려줘야 하는 것이죠. 지금처럼 언론이 이 논쟁의 물꼬를 생산적으로 연결시키지 못한 채, 논란을 확대재생산하는 기능밖에 하지 못하고, 오히려 남혐과 여혐의 대결이라면서 스포츠 중계하듯이 싸움을 만들어간다면, 그런 보도는 차라리 안하는 것이 백배는 나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이 사안에 대한 좋은 보도도 있을까요?

◆ 김언경> 곳곳에 숨어 있긴 합니다. 신동아 5월 9일자 보도 <노정태의 뷰파인더/“gs발 남혐 논란은 비정상적 메갈찾기 편집증”>에서 이번 논쟁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숨은 메갈 찾기 놀이를 일종의 편집증적 증상이라고 지적하면서“과연 이런 논란이 젊은 남성들에게 도움이 될까? 정치인들에게 유리한 결과를 가져다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려울 듯하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저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하는 데에는 언론의 보도행태도 한몫한다는 생각입니다. 언론이 지금처럼 논쟁을 가지고 장사만 해먹으려고 하지 말고, 이 혼란한 상황을 정리해줄 의무가 있습니다. 물론 우리 모두의 생각은 모두 다르고 이처럼 뜨거운 이슈에서 온전히 정답을 내는 기사를 만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많은 국민들이 먹고살기 힘들고, 특히 청년들이 힘든 상황이잖아요. 하지만 최소한 생산적 논쟁을 할 수 있도록 깊이 있는 보도, 생각이 담긴 보도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이 사안이 굉장이 어려운 사안이고, 온전히 옳은 정답을 내놓는 게 부담되는 것은 사실이죠. 그래서 생각을 말하지 않고 논쟁만 전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 김양원> 사실 부담스럽습니다. 그래서 언론도 정면돌파하기 보다는 논쟁이 되고있다는 선에서 멈추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성하면서 오늘 미디어비평은 여기까지 듣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김양원 PD[kimyw@ytnradio.kr]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