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키운 반려견 치어 죽였는데..."현행법으로 처벌 불가"

8년 키운 반려견 치어 죽였는데..."현행법으로 처벌 불가"

2021.06.06. 오전 0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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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사망'에 대한 가해자 처벌 어려워"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과실 재물손괴, 처벌 불가
"동물 학대·사상 사고에 대한 처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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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 중이던 반려견과 주인이 차에 치였습니다.

이 사고로 개가 죽고 말았는데, 현행법으로 가해 운전자를 처벌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법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엄윤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아파트 단지 안, 갈색 강아지 한 마리가 서 있습니다.

목줄을 쥔 견주가 배변 봉투를 꺼내는 사이, 순간 나타난 검은색 차량이 강아지와 주인을 덮칩니다.

잠시 주춤하던 차량은 사고 현장을 그대로 떠나버립니다.

당시 8살 푸들 코담이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산책 중이었는데요.

이곳에서 좌회전하는 차량에 무방비로 깔려버렸습니다.

지난달 9일 낮 12시 50분쯤, 차에 치인 코담이는 숨을 거두고 말았습니다.

주인 전 씨는 얼굴과 다리를 다쳤습니다.

[전현숙 / 피해 반려견 가족 : (배변) 봉투를 꺼내려고 하는데 까만 게 싹 지나가는 게 보이는 거예요. 갑자기 그냥 확 가고 어떻게 말할 새도 없이 다쳤어요. 코담이를 먼저 깔고 지나간 것 같아요, 그 차가.]

전 씨 가족의 신고를 받은 경찰은 CCTV를 분석해 아파트 주민인 80대 남성 A 씨를 입건했습니다.

전 씨 가족은 8년을 함께 한 반려견이 세상을 떠난 슬픔 속에 더욱 기가 막힌 얘기를 들었습니다.

가해 운전자 처벌이 어렵다는 거였습니다.

현행법상 동물은 '물건'이라 적용할 수 있는 게 재물 손괴죄뿐, 이마저도 고의가 없었다면 처벌이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서국화 /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대표 : 재물손괴이기 때문에 현재 현행법상으로는 처벌 규정이 없는 게 맞고요. 동물을 물건이 아닌 별도의 제3의 지위를 부여해서 이에 대한 고의든 과실이든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적정한 처분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찰은 A 씨에게 전 씨를 치고 달아난 뺑소니 혐의만 적용해 불구속 입건하는 데 그쳤습니다.

[경찰 관계자 (지난달 31일) : 계속 지연하는 그런 경우에는 통상 2달 정도 계속 출석 미루면 그때는 강제 소환하는 방법을 검토하지만, 이건 그런 사안은 아니에요.]

가족 같은 반려견을 죽인 가해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릴 수조차 없는 현실.

사과 한마디 듣지 못한 전 씨 가족은 더욱 가슴이 찢어지는 듯합니다.

[박정원 / 피해 반려견 가족 : 8년 동안 같이 함께 한 생명인 거잖아요. 그에 대해서 처벌을 못 한다는 걸 들었을 때는 아직도 반려동물이 물건으로만 취급될 뿐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껴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가 늘면서 동물 학대나 사상 사고에 대한 가해자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인식 변화에 맞춰 법무부도 최근 반려동물 법적 지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동물에 물건이 아닌 제3의 지위를 부여한다는 내용이 중심인데, 이렇게 되면 법체계 전반을 손봐야 합니다.

[오선희 / 변호사 : 단순히 하나의 문제가 아니라 민법부터 형법까지 전체적인 법체계를 다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고치는 데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되고 난항이 예상되죠.]

하지만 동물의 분류를 반려동물과 야생동물, 가축 등으로 나눠 차별하는 것도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고, 반려동물을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논란도 있어 법 개정이 이뤄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됩니다.

YTN 엄윤주[eomyj1012@ytn.co.kr]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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