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사병 순직 장병 어머니 "아들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

열사병 순직 장병 어머니 "아들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

2021.07.26. 오전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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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강원도 고성 비무장지대(DMZ)에서 수색 작전 중 열사병으로 쓰러져 순직한 故 심 모 상병(사망 후 1계급 추서)의 어머니가 SNS에 "아이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은 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가 지난 24일 공개했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열사병으로 쓰러진 날을 설명하며 "아들이 지난 6월 24일 백신 1차 접종을 하고 6월 30일 GP로 올라갔다. 방탄조끼에 방탄모, 군장과 아이스 패드가 든 박스를 메고 경사가 37~42도인 가파른 산길을 내려갔다"고 밝혔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이 쉴 때도 방탄조끼와 방탄모를 벗을 수 없었고, 몸속은 이미 활활 타고 있었다"면서 힘들다는 이야기도 안 하는 아이가 힘들다고 세 번이나 말했고 귀대 과정 오르막길에선 이상증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대원들은 심 상병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상의를 탈의시키고 물을 뿌리고 양말을 벗기는 응급 처치를 했지만, 심 상병의 의식은 돌아오지 않았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전파가 잡히지 않아 무전병들이 20m 이상 뛰어다니며 전파를 잡아 GP와 통신을 하고 헬기 이송이 불가능해 결국 작전 중이던 대원들이 아이를 업고 GP까지 왔다"면서 이 과정에서 대원들도 다치고 탈진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다른 대원들이 최선을 다해 심 상병을 옮겼지만, 차로 헬기까지 이동하고 헬기로 국군병원까지 이동하는 과정을 거쳐 쓰러진 지 4시간이 흘러서야 심 상병이 병원 응급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사이 심 상병의 상태는 심각해졌고 심 상병의 어머니는 "아들은 8일 동안 의식 한번 차리지 못하고 심장이 멎어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백신 맞은 지 일주일밖에 안 된 아이를, GP에 도착하고 24시간도 안 된 아이를, 일반 의무병인 아이를 훈련도 없이 수색대원들과 함께 작전에 투입하고 안전조치도 없이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중단됐던 훈련을 재개하는 것이 맞느냐"고 질문하며 "제 아이의 사인은 열사병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적었다.

심 상병의 어머니는 "제 아이의 엄마가 장관이었거나 제 아이의 아빠가 금배지를 단 국회의원이나 별을 단 장성이었다고 해도 같은 결과가 나왔을까요?"라며 "자신의 청춘을 국가에 헌납하면서도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이 또 무관심 속에 스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군을 질타했다.

심 상병은 지난 1일 낮 12시 20분쯤 고성에 있는 모 부대 소속으로 열사병으로 쓰러져 8일 만에 민간 병원에서 숨졌다. 육군은 작전 중 순직한 고인을 상병으로 1계급 추서하고 국립현충원에 안장했다.

YTN 최가영 (weeping07@ytnpl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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