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 연기로 가득한 '죽음의 급식실'..."폐암 진단 이력 189명"

발암 연기로 가득한 '죽음의 급식실'..."폐암 진단 이력 189명"

2021.08.23. 오후 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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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행 : 김영수 앵커, 강려원 앵커
■ 출연 : 김대겸 / 사회부 기자

[앵커]
YTN은 지난주부터 폐암이 속출하고 있는 학교 급식실 문제의 현상과 원인 그리고 대책에 대해 중점 보도했습니다. 언론사 최초로 급식 조리 과정에서 어떤 유해물질이 나오는지 파악하기 위해 정밀 측정을 진행하기도 했는데요. 이 내용 취재한 김대겸 기자가 나와 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우선 문제 상황부터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급식실에서 많은 노동자가 폐암에 걸려 고통받거나 숨지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죠?

[기자]
네, 저희 YTN 취재진이 근로복지공단과 시민단체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를 통해 확인한 결과 폐암 발병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급식실 노동자 수는 최소 20명 이상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5명이 산업 재해를 인정받았고, 나머지 15명은 산재 신청 대기 중이거나 현재 심사를 받는 중입니다.

YTN은 급식실 노조와 여러 시민단체 등의 도움을 받아 폐암 투병 생활 중인 노동자들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는데요. 이들로부터 열악한 노동 환경 실태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수백 명분 식사를 준비하다 보면 급식실 내부는 항상 연기로 가득 찼고, 청소 과정에서는 가열한 세제 증기를 그대로 마셨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노동자들과의 인터뷰 내용 직접 들어보시겠습니다.

[허 모 씨 / 폐암 4기 진단 급식실 조리사 : (전교생 수가) 천 명이 넘으니깐 좁은 데서 하다 보면 (연기가) 많이 차죠. 뿌열 정도로 연기 같은 게. 그것(튀김)만 하는 게 아니라 끓이고 볶고 하다 보면 많이 차요.]

[박 모 씨 / 폐암 3기 진단 급식실 조리사 : 펄펄 끓는 물에 세제를 넣고 식판을 넣어요. 그 냄새가 엄청나게 역겹거든요. 그걸 넣었다 뺐다 해서 또 닦아야 해요. 그런 식으로 반복했어요. 계속.]

투병 생활도 쉽지 않았습니다. 치료를 받는다 해도 폐의 절반 이상을 도려내야 하다 보니 정상 생활이 불가능해지고 독한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채 각종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었습니다.

[곽순용 / 폐암 4기 진단 급식실 조리사 : 30kg 무게를 내 몸에다 달고 다니는 느낌, 누른다. 앞뒤로 누르고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이….]

[허 모 씨 / 폐암 4기 진단 급식실 조리사 : 처음에는 입안이 다 헐어서 음식을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됐다가 항생제를 줬어요. 손 각질염하고 이런 것 때문에. 입안은 조금 부드럽긴 한데 맛을 모르겠더라고요, 맛을. 그리고 손, 발 각질염이 오고….]

지금까지 정부 차원에서 폐암 발병 노동자들을 파악하기 위한 실태 조사를 진행한 적은 아직 없습니다. 20명 이상이라는 것도 저희 YTN 취재진이 여러 기관에서 개별적으로 낸 통계를 다시 집계해 산출해 낸 겁니다. 학교비정규직 노조가 설문 조사를 통해 급식 노동자들에게 물었을 때는 응답한 5천3백여 명 가운데 무려 189명이 폐암 진단 이력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정확한 실태 조사가 아닌 설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일반인의 폐암 발병률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라고 노조는 설명했습니다.

[앵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일주일 넘게 연속 보도를 이어오고 있는데 취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기자]
제가 이 문제를 처음 보도한 건 지난 5월 말입니다. 과거부터 가정주부나 중국집 조리원, 급식 노동자들 사이에 폐암에 걸렸다는 이야기는 많이 나오긴 했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 깊게 다룬 보도는 드물었습니다. 폐암 발병의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동안 문제를 공론화시키기도 어려웠습니다. 지난 2월, 급식실 노동자 가운데 처음으로 폐암 산재 인정이 나온 이후에야 공공연한 비밀이었던 급식실 폐암 발병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 있었습니다. 산업 재해 인정으로 폐암이 직업으로 인해, 그러니깐 조리 노동 과정에서 들이마신 연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인과 관계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겁니다.

아까 말씀드렸듯, 조리 노동자들의 폐암 발병 문제는 급식실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볼 수 있는데요. 급식실 노동의 경우 산업재해 인정으로 그 인과관계가 뚜렷해진 반면, 영세 사업장 등 다른 조리 노동의 경우 아직 정확한 실태조사나 인과성에 대해 밝혀진 게 전혀 없는 실정입니다. 이번 기획 보도의 초점을 학교 급식실로 맞춘 이유입니다.

이번 보도를 통해 조리 노동과 폐암 사이의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혀줌으로써 다른 영역에 있는 조리 노동자들의 문제도 함께 환기하고 공론화하려고 연속 보도를 기획하게 됐습니다.

[앵커]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조리흄'이라는 물질이 폐암을 유발한다는데, 어떤 물질인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집에서 고기나 생선을 구워 보신 적 있으시죠? 희뿌연 연기가 많이 피어오를 겁니다. 이렇게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연기를 조리흄이라고 하는데요. 국제암연구소 IARC는 조리흄에 대해 주로 기름을 이용한 고온의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초미세 분진과 여러 유해인자가 흡착해 발생하는 물질로 정의 내렸습니다.

예를 들어 기름을 고온으로 가열하다 보면 에어로졸 형태의 미세한 기름 입자가 굉장히 많이 발생하게 됩니다. 여기에 고기의 지방이나 각종 재료가 타면서 발생하는 각종 휘발성 발암 물질이 엉겨 붙어 조리흄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지름이 100nm 이하로 초 미세먼지보다 25분의 1로 작아 폐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고 폐포까지 침투해 염증을 유발하게 됩니다. 이 미세 입자가 혈액을 타고 돌면서 각종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주로 기름을 이용한 요리를 많이 하게 되는 중국이나 타이완 등에서는 조리흄이 폐암 위험을 3배 정도 높이고, 환기 장치가 제대로 안 될 경우에는 그 위험도가 최대 22.7배까지 치솟는다는 연구 논문이 국제 학술지에 실린 적이 있습니다. 조리흄의 경우 어떤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요리하느냐에 따라 그 구성 물질, 즉 미세 입자에 흡착하게 되는 휘발성 발암 물질의 종류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조리흄에 대한 연구가 턱없이 부족 하다 보니, 폐암 발병 원인이 뒤늦게 밝혀지게 된 겁니다.

[앵커]
실제 조리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유해 인자가 나오는지 밝히기 위해 정밀 측정도 진행했죠?

[기자]
그렇습니다. YTN 취재진은 정확한 실태 파악을 위해 전북 지역의 한 고등학교를 섭외해 직접 공기질 분석을 해봤습니다. 학교마다 급식실 환경이 다르다 보니, 최대한 많은 급식실을 방문해 실험을 진행해보려 했지만, 섭외가 쉽지 않아 한 곳에서만 공기질 측정을 할 수 있었습니다.

실험이 진행된 급식실은 사방이 외부와 연결된 100㎡ 안팎의 지층 구조로 창문 5곳을 열고 환기 설비 5개도 모두 작동시킨 뒤 에어컨을 켠 채로 진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지하나 반지하에 설치돼 공기가 잘 통하지 않는 다른 급식실과 다르게, 환기가 잘 되는 상황에서 실험을 진행한 겁니다. 실험 결과 튀김 솥 바로 옆에서 기름 분진인 2.5㎛ 이하 초미세먼지 농도는 평균 620㎍/㎥로 실내 공기 질 권고량보다 12배 높게 나왔습니다. 최대치로 솟았을 때는 무려 18배였습니다. 미세먼지 자체로도 국제암연구소에서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어 굉장히 위험한데, 환기가 잘 되는 실험 상황에서 이 정도 농도의 분진이 검출된 겁니다.

앞서 폐암이나 중증 질환이 발생한 급식실의 공통적인 특성으로 지하에 위치하거나 운동장이나 주차장 쪽으로 창문이 나 있어 환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었는데요. 실제 급식실 환경은 저희가 진행한 실험 결과보다 훨씬 열악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YTN 보도 이후 교육부가 관련 실태 조사를 검토하는 등 의미 있는 변화도 생기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YTN의 연속 보도 이후 교육부는 현재 전수 조사 등 전수 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YTN 보도로 문제가 알려졌으니, 확인을 해보겠다는 건데요. 아직 구체적인 계획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서 노동자들이 주장하는 전면 실태조사가 이뤄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입니다.

또 고용노동부도 표준 환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했는데요. 문제는 이런 급식실 환기 장치와 안전에 대한 규칙들이 이미 가이드라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겁니다. 지키지 않아도 되는 지침 수준에만 머물다 보니, 문제 해결이 전혀 되질 않아 왔던 건데요. 결국, 문제가 터질 때마다 땜질식 처방을 내놓는 게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깊은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저희 YTN 보도를 보고 많은 분이 시민 단체인 직업성 암환자 찾기 119로도 연락을 주고 계신데요. 직장에서 일을 하다가 중증 질환을 얻게 됐지만, 방법을 몰라 제대로 된 대처를 할 수 없었던 노동자 분들은 직업성·환경성 암환자 찾기 119를 통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학교 급식실 폐암 발병 문제를 취재한 김대겸 기자와 함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감사합니다.

YTN 김대겸 (sojung@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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