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비평] 오징어게임 속 '알리'.. 이주노동자 인권에 무지한 언론

[미디어비평] 오징어게임 속 '알리'.. 이주노동자 인권에 무지한 언론

2021.10.12. 오전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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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0월 9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오징어게임 속 '알리'.. 이주노동자 인권에 무지한 언론

- 화성 외국인보호소 뒷수갑 채워 등 뒤로 두발 묶는 '새우꺾기' 자세로 외국인 4시간 격리
- 기업형 성매매 일당 특종 보도에 등장한 성매매 외국인 여성 인터뷰
- 외국인노동자와 불법체류노동자의 '백신 사각지대' 지적하는 언론... 예견됐던 일 사전경고했다면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요즘에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크게 인기를 끌며 화제가 되고 있죠. 극중 이주 노동자 ’알리‘라는 인물이 나오는데요, 한국의 이주 노동자의 현실을 보여주면서 사회적인 문제 의식을 느끼게 해준다는 공감대를 많이 느끼시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주에는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신다고요?

◆ 김언경> 네, 이번 주제를 정하게 된데는 몇 가지 사건들이 있었습니다.
먼저 가장 큰 이슈는 화성외국인보호소 특별계호실에서 외국인을 일명 ‘새우꺾기’ 자세로 4시간가량 격리한 CCTV 영상 때문입니다. 우선 사안을 설명해보면요. 화성외국인보호소는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외국인들이 체류하는 곳입니다. 이곳에 계신 분들은 우리나라를 강제로 떠나야 하는 상황입니다. 이런 외국인을 상대로 뒷수갑을 채워 손목을 포박하고 등 뒤로 두 발을 묶어 사지를 연결해 새우등처럼 몸을 꺾게 했고요. 머리보호대를 씌웠는데 박스테이프와 케이블 타이로 조여서 머리와 보호대가 고정되도록 압박했습니다. 이 외국인은 4시간 24분 동안 이런 상태로 격리되어 있었습니다.
인권운동가 박래군 416재단 상임이사는 이런 1986년과 1987년 영등포교도소와 대전교도소에서 자신이 과거 당했던 비슷한 상황을 언급하면서 “1980년대 그때의 야만적인 징벌이 자행되다니, 지금은 2021년인데도 아직도 저런 징벌이 행해지는 걸 용납해서는 안 된다. 저건 고문이다. 어느 누구라도 저런 고문을 당해서는 안 된다. 당장 고문 범죄자들을 처벌하라!”라고 주장했습니다.

◇ 김양원> 네. 설명해주신 상황이 가혹해서 그야말로 충격적인데요, 이에 대한 법무부의 해명이 나왔죠?

◆ 김언경> 법무부는 ‘새우꺾기는 불가피한 조처’라는 법무부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내용들을 공개했습니다. 법무부는 외국인이 보호소에서 시설물을 파손하는 모습 등이 담긴 사진 16장과 2분 남짓한 영상을 공개했고요. 그가 직원들에게 남긴 욕설, 알몸 상태(얼굴과 주요부위 가림)로 직원과 대치 중인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보호소 생활과는 무관한 A씨의 형사처벌 전력도 공개했습니다. 법무부의 주장은 “수갑과 포승, 머리 보호 장비는 필요 최소한으로 사용했으며, 다른 방법으로는 제지할 수 없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서 법무부의 이런 대응이 선정적인 방법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겨레는 법무부가 “외국인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결코 취할 수 없는 방법이었다. 그가 우리 국민이거나 합법 체류자였으면 법무부의 대응이 과연 똑같았을지도 의문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저도 이 지적에 공감합니다. 만약 우리나라 사람이었다고 하더라도 ‘이 사람이 이런 일을 당할 일을 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식의 대응을 내놓았을까요. 특히 알몸 노출 사진과 형사처벌 전력 공개는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명예훼손 여지가 있는 낮은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행위였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그런데, 이런 사건이 있었다는 사실도 오늘 처음 듣는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언론보도 자체도 많지 않았죠?

◆ 김언경> 우선 네이버에서 관련 보도를 모두 검색해봤습니다. 그 결과 총 64건이 보도되었습니다. 그런데요. 처음 사건이 공개된 9월 28일에는 고작 8건만 관련 내용이 보도되었습니다. 이날 보도가 중요한 것은 법무부 해명이 아니라 이 충격적인 고문을 고발하는 내용이 얼마나 있었나를 보려면 28일 당일 보도가 중요합니다. MBC, JTBC, YTN, SBS, 중앙일보, 일요신문가 각각 한 건씩 보도했고요. 한겨레가 두 건을 보도했습니다. 다음날인 9월 29일에는 보도량이 40건이나 늘어났는데요. 이날은 시민단체들이 국가인권위 앞 기자회견도 있었고, 법무부의 해명 설명자료 발표도 있어서 보도거리라 부쩍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이후 30일에는 다시 12건으로 보도는 줄어들었고, 10월에는 8일까지 딱 4건 보도가 있습니다. 그런데요. 이 정도의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면, 언론이 당연히 비판적 시선을 담은 제목으로 기술해야 마땅하고, 사설이나 논평을 통해서 비판받아 마땅한데, 이런 보도는 매우 부족했습니다.
많은 보도들이 화성보호소 또는 법무부의 해명을 ‘VS’로 처리해서 함께 제목에 넣어주었고요. 아예 아시아경제 <법무부, 외국인 보호소 가혹행위 비판에 “불가피한 조치”>, 한국경제TV <외국인 손발 묶고 ‘새우꺾기 주장...“자해 막는 조치”>라는 정도로 법무부의 주장 위주로 제목을 뽑는 보도들도 있었고요. 아예 설명 자료를 그대로 실어주는 보도들도 있었습니다. 가장 아쉬운 것은 법무부 주장을 받아쓰는 것과 별개로 이 사람이 얼마나 위험한 난동을 부렸는가에 대한 보도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이런 수준의 가혹행위를 해도 되는지, 절차는 제대로 지켜진 것인지 등에 묻는 보도들이 너무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사안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사건 자체는 그다지 많이 보도하지 않고, 법무부 해명자료는 비교적 잘 보도되고, 우리의 국가기관의 인권침해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 것에 대해서 별로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보다 엄중한 언론의 판단이 없는 것 아닌가 싶고요. 이것이 한국인에게 가해진 일이었다 하더라도 이랬을까 되묻고 싶습니다.

◇ 김양원> 다음 보도 사례로 갖고 오신 것은 어떤 건가요?

◆ 김언경> 네, 제가 우연히 본 YTN 보도가 하나 있는데요. 사실 이 보도는 칭찬을 받아야 할 특종 보도였습니다. <부천의 왕 기업형 성매매 일당 검거...반년 만에 7억 벌었다> 보도인데요. YTN이 지난달 자칭 '부천의 왕'이라고 재력을 과시하며 수도권 일대 오피스텔과 원룸에서 기업형 성매매를 벌이는 조직이 있다는 보도를 했고, 이후 조직의 총책과 직원들이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이들이 성매매로 반년 만에 벌어들인 수익이 무려 7억 원에 달한다는 정말 쾌거를 이룬 보도였습니다. 문제는 이 보도에서 성매매 여성을 인터뷰한 것은 유감이라는 것입니다.

◇ 김양원> 성매매 여성을 인터뷰한 내용...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문제였을까요?

◆ 김언경> 기자는 총책 정 씨가 성매매 업소로 운영한 오피스텔과 원룸촌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성매매 흔적을 확인했다고 하면서 이 과정에서 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을 마주치기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이때 흐림 처리가 되긴 했지만, 한 여성에게 물어봅니다. 기자가 “성매매 업소가 있다는 얘기를 듣고 왔어요. 혹시 다른 분들 못 보셨나요?“라고 묻거든요. 해당 여성은 ”저는 몰라요.“라고 답합니다. 이런 질문을 굳이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성매매 보도에서 성매매 여성이 인터뷰하기를 원할까요? 대부분 자신이 스스로 무언가를 고발하려고 하기 이전에는 원치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따라서 한국인의 경우에는 성매매 여성의 인터뷰를 이렇게 응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게다가 굳이 여성의 국적을 말해줌으로써, 해당 국적 여성에 대한 이미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부주의한 리포트 구성이었다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기자의 인권의식이 드러난 보도였다... 그렇군요. 풍등 불씨로 일어난 고양 저유소 화재 사건 때가 생각나는데요. 이때 풍등을 날린 외국인이 날렸다고 해서, 이슈가 외국인에 대한 혐오로 번지기도 했죠. 같은 맥락에서 국적을 알려주고, 또 성매매 여성과 굳이 인터뷰를 시도하고 국적을 공개한 것은 아쉬웠다는 지적이시군요.
최근 외국인 노동자와 불법체류자 등의 낮은 백신 접종률을 우려하는 보도들도 있던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맞습니다. 최근에 그런 보도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10월 8일에 베트남 지인 모임 관련으로 9명이 확진되었는데요. 여기에서 베트남 여성 1명이 어떤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매우 상세하게 언급하였습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국적과 어떤 일을 했는지 보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미 우리는 스마트폰 등으로 매우 상세하게 ’어디를 다녀온 사람은 검사를 받아라‘ 이런 안내를 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언론 보도를 통해서 이런 상세한 정보를 모두 알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제가 좀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은 미등록외국인... 저는 '불법'보다 '미등록'이라고 하는 게 적합할 것 같은데요. 이들의 백신 접종이 느리고 문제가 많을 것임을 우리가 몰랐을까요? 저는 언론이 이런 문제를 당연히 먼저 인식하고, 이들에 대한 접종 방법 등에 대해서 언급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전통시장에서 확진자가 늘어나자 한번만 맞을 수 있는 얀센 백신을 현장에 가서 직접 접종해주는 일도 있었는데요. 이런 식의 발상을 언론이 먼저 하면서, 코로나19에서 사각지대가 있을 수 있음을 그래서 미리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어야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행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인 확진자가 나왔다. ”이들이 미등록외국인이어서 사각지대였다.“ 이런 지적만 계속 하고 있는 것도 아쉬운 점입니다.

◇ 김양원> 외국인노동자 등은 우리사회 소외계층이죠, 백신접종률을 통해서도 여실히 보여줬는데요. 저희가 수시로 외국인노동자나 난민 등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보도를 이 시간에 다루고 있습니다. 이해와 공감대를 넓혀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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