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을 위해, 강제 입원이 필요한 이유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을 위해, 강제 입원이 필요한 이유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2021.10.28. 오후 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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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0월 28일 (목요일)
■ 대담 :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을 위해, 강제 입원이 필요한 이유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에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인데요.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조현병이나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라는 뉴스가 들리면 마음 아픈 사람들이나 그 가족들은 위축이 되고 세상 밖으로 숨게 됩니다. 범죄자가 아무리 정신 질환을 앓고 있어도 범죄자라는 건 변하지 않죠, 변해서도 안 되고요. 그러나 그런 일들 때문에 정말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치료를 못 받는 일이 생긴다면 이런 범죄가 또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오늘 좀 어려운 주제인데요, 관련된 이야기 해 주실 분 모셨습니다.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의 저자이신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 선생과 함께 할게요. 선생님 어서 오세요.

◆ 차승민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하 차승민)> 네 안녕하세요. 차승민입니다.

◇ 김혜민> 선생님이 일하시는 국립법무법원 병원이죠? 국립법무병원 맞죠? 어떤 곳입니까?

◆ 차승민> 네 저희 병원은 이제 쉽게 얘기하면 법무부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내 유일의 정신과 병원이고요. 저희 병원이 하는 일은 법원에서 치료 감호형이라고 하는 정신질환자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치료가 필요하고 하다, 범죄 예방을 위해서는 수용과 치료가 동시에 필요하다, 라고 판결을 받은 사람들이 입원 치료를 하려고 입원을 하게 되는 정신과 병원입니다.

◇ 김혜민> 수용과 진료가 동시 필요한 수감자들을 위한 병원입니다, 국립법무병원. 선생님이 쓰신 이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 이 책 정말 무거운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정말 저는 무섭고에 더 방점이 찍혔고요, 솔직히. 하지만 선생님이 왜 이 사람들을 애처로운 환자들이라고 표현했는지도 이 책을 읽을 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의 환자들은 범죄자이자 정신질환자인 거죠? 이들에 대한 사람들의 분노와 인식을 사실 너무나 잘 아실 텐데 이 책을 쓰신 이유가 무엇일까요?

◆ 차승민> 우선은 저희 병원이 너무나 무서운 곳이라는 인식이 박힐 수밖에 없는 곳인데다가 굉장히 베일에 쌓여 있다. 무슨 일을 하는지 정확하게 모르고 그래서 우선 무서워하기 전에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야 무서워하든, 아 이런 곳이구나 생각을 하든 하게 될 것 같아서 알리고자 하는 마음에 우선은 쓴 게 제일 크고요.

◇ 김혜민> 음 알리고 싶었다. 그냥 이 병원 자체가 어떤 곳인지. 그리고요?

◆ 차승민> 그리고 이제 정신질환자라고 하면 자꾸 뉴스에 나오고 이런 부분이 부각이 되잖아요. 무서운 일을 하는 사람인가, 위험한 사람인가? 그래서 이게 일반적으로 치료를 잘 받는 정신질환자들은 위험하지 않고 이렇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되었을 때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정확하게 알려주고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런 것들을 좀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 김혜민> 선생님의 고민이 책 곳곳에 참 잘 담겨 있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쓰셨어요.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할 때 여러 가지 면에서 고민이 많았다. 범죄자를 너무 감싸는 것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피해자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혹시 환자에게도 해가 되지 않을까.” 하면서 이제 이렇게 덧붙이셨는데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이게 선생님의.

◆ 차승민> 솔직한 마음이었습니다.

◇ 김혜민> 지난 화요일이었습니다. 5명의 주민이 숨지고 17명이 다쳤던 그 안인득의 진주 방화 살인 사건 이 사건으로 어머니와 딸을 잃은 유가족이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어요. 국가를 상대로. 안인득 씨가 아니라. 그 이유가 뭐였는지 선생님 간단하게 일단 좀 설명을 해 주시겠어요?

◆ 차승민> 그러니까 진주 방화 살인 사건이 이게 안인득 그 사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이 정신질환자들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고 방치를 하게 될 수밖에 없었던 국가적 제도와 국가적 상황이 문제니 국가에서 배상을 해야 한다는 취지로 저는 알고 있습니다.

◇ 김혜민> 아마 주민들이 7차례인가 경찰에 신고를 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랬는데도 대처가 안 됐고, 안인득 씨가 조현병 환자시고요. 이 사건이 안인득 씨가 조현병 환자로 평소에도 많은 문제를 일으켰는데 결국 이에 대한 적당한 사회 시스템이 작용되지 않아서 이게 일어났다, 라는 문제의식으로 우리 피해자들이 피해자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한 겁니다. 어떻게 보셨어요?

◆ 차승민> 그러니까 저희 안인득을 저희 병원에서 감정, 정신 감정을 했었기 때문에 저도 안인득이 어떤 사람인지를 한 번 찾아본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이 사람이 처음 또 정신감정을 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사실은 몇 년 전에도 받은 적이 있었더라고요. 그때부터 사실은 이 사람의 어떤 위험한 징후들이 감지가 된 거고. 실제로 첫 번째 정신감정 후에는 3년인가 보호관찰을 받고 잘 치료 명령처럼 치료를 받아라, 했기 때문에 사고가 없었는데. 이게 보호관찰이 끝나고 나자 치료를 받으려고 하는 의지가 없고 병실이 없으니 그때부터 관리가 안 됐던 게 너무 명확하게 병력상에 드러나서 조금 더 나라에서 적극적으로 정신질환자들에게 치료를 할 수 있는 어떤 제도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조금 더 이런 결과는 없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좀 들었거든요.

◇ 김혜민> 보호 관찰이 끝나면 치료를 강제할 수 없는 거죠? 그럼 그건 본인의 의지인데. 이제 보통 이런 분들은 경제적으로나 가정 환경적으로나 누가 치료를 같이 권유하거나 케어해 줄 사람이 없는 경우가 많잖아요.

◆ 차승민> 그런 경우가 많고 있다고 하더라도 환자가 나 스스로 병식이라고 하는 병에 대한 인식이 없는 경우가 있어서 스스로 병원에 가는 게 사실은 굉장히 힘들기 때문에 가족들이 있더라도 데리고 가는 과정에서 또 피해자가 되기도 하고, 이렇게 돼서 어떻게 보면 조금 더 사회 시스템이 작용을 해야 되는 지점이라고 생각이 들더라고요.

◇ 김혜민> 그래서 선생님이 나의 환자들은 무섭고 범죄자지만 애처롭다, 라고 표현을 하신 거네요. 이분들이 치료만 잘 받았더라면 최소한 병 때문에 이런 범죄를 저지르진 않았을 텐데. 실제 조현병 환자에게 자주 목격되는 범죄가 존속 살해라고요?

◆ 차승민> 네. 이제 존속 살해라는 범죄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치료를 권유하는 과정, 아까 말씀드렸지만 가장 가까이 있는 게 보호자 가족들이거든요. 특히 어머니, 아버지가 제일 안쓰럽게 바라보니까 약을 먹어라, 병원에 가자고 하는데 아까 말씀드린 병식이라고 하는 병에 대한 인식이 없기 때문에 그거에 대해서 이제 나한테 병원 가자고, 가둬 놓으려고 그런다든지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까 결국에는 존속 살해로까지 이어지는 일이 많아서 이렇게 되는 것 같아요.

◇ 김혜민> 방송을 통해 저도 여러 번 말씀드렸지만 조현병 환자가 다 이런 범죄를 저지르는 건 절대 아닙니다. 여러분. 절대 아니고요. 지금 우리 차승민 선생님 말씀하셨던 것처럼 적당한 치료 그리고 제 때의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게 병의 증상이니까요. 아 그 이야기를 지금 거듭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선생님이 뭐라고 쓰셨냐면 “이 모든 이야기의 결론은 결국 제때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이 폭력적인 범죄의 증가와 깊이 연관이 있음을 시사한다. 모든 조현병이 위험한 건 아니다. 치료받지 않은 조현병은 위험할 수 있다. 그리고 치료받은 또는 치료 중인 조현병은 위험하지 않다.” 명확하게 말씀을 하셨어요. 이 코너가 임세원 교수를 추모하고 이제 그의 정신을 전하는 시간인데. 임세원 교수도 조현병 환자에 의해 돌아가시게 된 겁니다. 선생님은 누구보다 이 사건이 실감나고 무서우셨을 것 같아요.

◆ 차승민> 임세원 교수님 사건을 딱 접하고 저뿐만 아니라 모든 정신과 의사들이 내가 굉장히 공포스럽게 상상하던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구나를 뼈저리게 느껴서 저희 병원도 많이 놀랐고 저희 정신과 의사들도 많이 놀랐고, 너무나 안타까웠고. 그래서 이 이후로 이제 저희 병원도 이제 정신과 외래에 조금 더 안전하게 퇴로라든지 이런 것들을 해놓자, 라는 게 있었고 실제 법으도로도 이제 그렇게 해놓으시는 거를 정해지게 됐거든요. 그래서 실제 지금 임세원 교수님 가해자, 범인이 저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요. 그래서 처음 왔을 때 굉장히 막 조금 이렇게 다르게 보이는 이제 느낌이었는데.

◇ 김혜민> 다른 범죄자보다는 감정 이입이 더 피해자 입장에서 나겠죠.

◆ 차승민> 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약을 잘 먹고, 지금 굉장히 병동에서 조용하게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것도 결국 치료를 받지 않은 그런 것의 결과구나.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김혜민> 그 제가 뒤에서도 좀 여쭤보겠지만 말씀을 하셨으니까 그런 환자들의 치료라는 게 뭡니까?

◆ 차승민> 제일 중요한 거는 약물 치료. 이제 이 사람들이 주로 행동에 영향을 받게 되는 게 피해망상, 환청 이런 것들에 의해서 영향을 받는데 이게 지금은 어쨌든 현재는 이런 것들의 원인이 도파민이 너무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파민을 적절하게 유지를 시켜줘야 되는 게 목적인데 정신과적 약물이 그런 역할을 도와주거든요. 그래서 아무리 말로 설득하고 해도 안 되는 이유가 이건 결국 뇌의 병이기 때문에 뇌의 병을 말로 해결할 수는 없잖아요. 뇌에 작용을 하는 약물로 해결을 해야 되는 부분이고 그래서 약물 치료를 굉장히 일 번으로 강조하고 실제 저희가 환자들을 저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할 때도 약을 평생 먹어야 된다. 약만 잘 드시면 혈압 당뇨 조절하듯 할 수 있는데 약을 먹지 않으면 또 이런 사건을 저지르는 게 된다, 라고 계속 얘기를 하거든요. 그래서 이게 어쨌든 이게 이 사람의 어떤 다른 이유가 아니라 질병이기 때문에 질병을 치료하는 데는 약만큼 효과적인 게 없다. 이렇게 생각을 해야 될 것 같아요.

◇ 김혜민> 그럼 치료가 되면 그 사람들이 자기의 범죄에 대한 자각을 합니까?

◆ 차승민> 자각을 합니다. 사실은 입원할 때도 범죄를 부인하는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나는 범죄를 했지만 이거는 이유가, 너무나 당당한 이유인 거죠. 나는 누군가에게 협박받고 있었고 윗집 예를 들어 윗집 할머니가 나를 일부러 괴롭히려고 나를 죽이려고 했었기 때문에 나는 방어하는 입장에서 이런 사건을 저질렀다에 이유가 있는 거를 또 심신미약으로 저희가 결과를 내거든요, 감정을 할 때. 그러니까 절대 원래 처음부터 범죄는 부인은 하지 않고요. 다만 그런 이유가 아니라 네가 약을 안 먹고 증상이 심해져서 이런 게 생겼다. 이렇게 얘기를 해 주는 게 굉장히 중요하죠.

◇ 김혜민> 그래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이 사람들이 정신질환자다, 라고 판명이 되면 더 분노하는 게 그러는 척 하는 거 아니야? 죄 없다고 하려고 그런 얘기 많이 하잖아요. 그게 그런 척 한다고 됩니까?

◆ 차승민> 그게 저희도 정신과에서도 인간인지라 한 5분, 10분 보면 속을 수도 있어요. 그냥 외래에서 5분, 10분을 짧게 본다거나 하지만 저희가 정신 감정이라고 하는 거는 한 달 동안 24시간을 관찰할 수 있는 환경에서 있기 때문에 그런 척 한다고 해서 이렇게 속을 정도로 저희가 단순하지 않고요.

◇ 김혜민> 입체적인 검사 통로가 있겠죠, 제도가. 그리고 또 하나는 범죄자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무조건 심신미약으로 인정받는다. 이거 맞아요?

◆ 차승민> 아닙니다. 조현병 환자라고 하고 현재 조현병으로 약을 먹고 있다고 해도, 저희가 감정에서 면밀히 면담을 하고 검사를 해서 사건 당시의 증상이 없다고 하면 현재 아무리 약을 10년 동안 먹어도 이 사람은 심신미약이 아니고요.

◇ 김혜민> 그 병으로 인해 범죄를 저지른 게 아니라면 인정이 안 되는군요?

◆ 차승민> 충동적이고 나쁜 마음을 먹은 건 당연히 벌을 받아야 되는 거고 하지만 그냥 환청이나 망상이 너무 명확하게 이 사람이 지배하고 있다는 게 근거가 확실해지면 미약을 주고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정신병 환자라고 해도 조현병 환자라고 해도 심신미약이 나오지 않습니다.

◇ 김혜민> 아 그렇군요. 범죄자가 정신질환자로 판명이 되면 죄가 없는 거예요, 사법적으로?

◆ 차승민> 아닙니다. 죄를 감할 수 있다. 그러니까 예전에는 그런 심신미약인 게 증명이 되면 형을 감해야 한다, 라고 했는데 요새는 그것도 많이 조금 더 엄격해져서 감경할 수 있다, 라고 저는 알고 있고요. 그래서 판사님이 최종적으로 나는 감경을 안 하겠다고 결정을 하시면 감경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참고를 충분히 하고 이 사람이 이유가 이러저러하게 정신질환으로 인한 것이다 하면 감경을 할 수도 있고요.

◇ 김혜민> 아마 이 책에 그런 얘기들을 좀 선생님 하고 싶으셨던 것 같아요. 우리가 알아야 미워도 하고 알아야 이해도 하니까요. 이 책에 참 다양한 범죄자 진짜 다양한 환자의 사례가 나오는데 선생님이 유일하게 실명을 밝힌 사람이 있었어요. pc방 살인 사건의 김성수인데, 이 사람 정신 감정을 선생님께서 하셨다고요? 결론적으로는 정신 이상자는 아니었죠?

◆ 차승민> 이분은 우울증으로 계속 치료받고 계셨던 분이었고 본인의 어떤 행동의 이유를 또 스스로 충분히 알고 있었고 앞서 말씀드린 망상이라든지, 환청 같은 정신병적 증상이 있는 상태는 아니셨습니다. 그런데 충동적인 면, 이런 면들 때문에 좀 이렇게 안타까운 사건을 저지른 것이라서 심신미약은 아니었고 심신 건재로 결론이 났고요.

◇ 김혜민> 그렇군요. 본인이 나는 심신미약이다, 라고 주장했었습니까?

◆ 차승민> 아닙니다.

◇ 김혜민> 그건 아니고요. 그런데 이제 이런 극악한 범죄를 저지르면 일단 검증 정책 검증을 받습니까?

◆ 차승민> 이게 꼭 다 받는 건 아닌데 아마 수사 단계에서 과거에 우울증 병력이 있으니 가족들이 혹시나 이게 참고가 될까 해서 신청을 조금 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 김혜민> 음. 사실 굉장히 조심스럽습니다.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 자체가 저도 이 사건에 굉장히 분노했고 용서할 수 없는 일이고요. 그러면서도 그 김성수라는 사람이 이렇게밖에 될 수 없었던 이유를 선생님께서는 개인적인 이유를 들으셨고 이제 그걸 썼는데 제가 그 이야기는 별로 하고 싶지 않지만 선생님이 이렇게 쓰셨어요. “김성수는 자신이 충동적으로 사람을 죽였다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굉장히 많이 표현하고 힘들어했다. 병동에서도 처음에는 식사도 하지 않고 대체 자신이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서 혼란스러워 했다. 그때 내가 해준 말은 한 가지였다. 당신이 한 일을 충분히 반성하는 과정 그 속죄하는 과정을 감내해야 한다.”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이 사람의 반응이 어땠습니까?

◆ 차승민> 그래도 이분 같은 경우에는 본인이 어떤 걸 잘못했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이 받아들이려고 이제 뉘우치는 마음으로 얘기를 들었던 것 같고요. 사실은 이제 심신미약인 환자 같은 경우에는 자기 너무 당당한데 이런 얘기를 하면 들어오지 않거든요. 그래서 약을 먹고 꼭 치료를 해야 된다는 이유가 이런 반성의 과정을 가지게 하려면 내가 무슨 일을 왜 이게 왜 나쁜 건지를 알아야 되는데 그거를 알게 하려면 병이 좋아져야 되는 부분이고 이분 같은 경우에는 그런 심신미약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했을 때 충분히 이해를 했고, 그런 부분을 내가 알아야 되는구나, 라고 생각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 김혜민> 오늘 아픈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는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의 저자 국립법무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차승민 선생과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 성범죄 이야기도 흥미롭게 봤는데 약물 치료, 우리가 화학적 거세라고 부르는 거요. 그게 굉장히 효과가 있고 그 치료를 받은 사람들은 거의 재범을 하지 않는다는 얘기가 있더라고요?

◆ 차승민> 네 이게 시행된 지는 아주 오래된 건 아니고요. 화학적 거세라고 하면 너무 자극적이라 아마 법령에는 표현이 성충동 약물 치료 이렇게 되어 있고 사실 이 약이 굉장히 특별한 건 아니고 폐경 증상을 일부러 만들어주는 약이거든요. 자궁내막증 환자나 전립선암 환자에 있어서도 쓰는 약인데. 혹시 남성호르몬이 충동적이고, 이런 면들을 더 많이 만들지 않을까 하는 것에 있어서 근거를 두고 한 달에 한 번씩 주사를 맞으면서 남성호르몬을 정말 아이의 수준, 2차 성징 이하 떨어뜨리는 이런 일을 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게 생물학적으로 효과가 있기 때문에 이 주사를 맞고 있는 동안에는 절대 이제 재범을 하는 사람이 없는 걸로 지금까지는 되어 있고. 이게 근데 평생 맞을 수 있는 건 아니고요. 법원에서 3년이면 3년, 5년이면 5년 이렇게 기간을 정해주기 때문에 이제 근데 이 치료가 막 오래된 건 아니라 이게 만약에 맞고 난 후에는 어떻게 되는지 아마 지켜봐야 될 것 같고. 어쨌든 맞는 동안에 효과가 굉장히 좋은 걸로는 현재 파악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래서 어떤 환자는 본인이 이 약물 치료를 받고 나서 굉장히 성충동을 억제할 수 있게 돼서 나는 보호 감찰이 끝났는데도 이걸 계속 이 치료를 하고 싶다 이렇게 얘기했다면서요?

◆ 차승민> 한 분, 제가 지금 보고 있는 분 두 분 계시고, 한 분이 워낙 그렇게 적극적으로 하고 있어서 굉장히 좀 다들 고무적으로 받아들이고 너무 기쁘더라고요. 이 사람이 자기의 부적절한 성충동에 자기 인생을 허비하지 하지 않아서 너무 좋다, 이렇게 표현을 하는데 아 이런 효과 때문에 이 주사가 필요하구나. 그래서 이분한테도 언제든 당신이 결혼을 하고, 정상적인 성관계를 갖고 싶고 이럴 때는 이건 자율적으로 맞는 거기 때문에 그만 맞아도 되지만 이렇게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계속 맞는 게 좋겠다, 라고 해서 맞고 있고요.

◇ 김혜민> 그렇군요. 우리가 강제 입원, 정신과 정신병원 강제 입원에 대해서 굉장히 이제 찬반이 있어요. 그리고 그 양쪽의 입장이 다 논리적이고. 근데 선생님 입장에서 기준이 명확하실 것 같아요. 이 강제 입원 문제는 우리가 어떻게 봐야 될까요?

◆ 차승민> 강제입원이 사실 반대를 자꾸 일으키는 이유가 인권 문제 때문인데. 사실 병을 치료하는데 병을 치료하는 것만큼 인권을 하는 게 없거든요 사실은. 근데 다른 질환이면 모르겠지만 정신 질환 같은 경우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계속 병실이 없는 환자가 워낙 많고 이런 경우에는 자기 스스로는 절대 입원을 하거나 약물 치료를 하지 않기 때문에 그래서 전 세계적으로 법령에 의해서 비자의 입원, 강제 입원이라고 하는 제도가 있는 거고. 이런 거는 이게 개인이나 뭐 보호자나 의사 개인에게 책임을 물으면 오히려 더 인권 문제가 불거지겠죠? 그래서 이렇기 때문에 국가가 조금 더 책임을 지고 중증질환자일수록 국가 책임제로 가야 된다. 이렇게 주장을 하는 이유가 비자의 입원 자체에 굉장히 인권적인 문제가 많다고 하니 그거를 국가에서 책임을 져주면 좋겠다. 이런 입장으로 보통 정신과 의사들이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의사 한 명도 얼마나 부담스럽겠어요. 환자의 신체적인 자유를 구속하는 건데, 나의 의견으로. 거기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여러 가지 사회적 분위기가 있으니 국가에서 이건 책임을 져야 된다. 그래서 실제 책에서도 유럽이나 미국 같은 경우에 정신과 병상 수가 감소하는 것과 맞물려 범죄를 저지른 정신질환자를 수용하는 치료 감호 병상 수가 증가했다고 하더라고요.

◆ 차승민> 교도소 안에서도 정신질환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사실은 지역사회로 이 사람들을 우리 이웃으로 받아들이자는 목적으로 탈원화를 시켰는데 그게 아니라 그냥 횡수용화라고 하더라고요. 교도소로 그대로 옮겨지는 치료감호 병상으로 그대로 옮겨지는 효과만 주고 있다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 김혜민> 선생님. 왜 이 일 계속하세요?

◆ 차승민> 처음에는 큰 뜻이 있어서 시작한 건 아니었고. 그냥 뭐 국립병원에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어서 했는데 막상 이제 하다 보니까 누군가는 일해야 되는 곳이구나, 이런 생각으로 책도 쓰게 됐고 이렇게 일을 하고 있고요. 지금도 사실 언제까지 내가 큰 목적을 가지고 일한다보다는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이렇게 하다 보면 이렇게 좀 사회에도 도움이 되고 스스로 보람도 있고 이렇지 않을까? 작은 뜻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그게 오래 가더라고요. 군대 간 남자친구 기다리겠다고. 다 떠드는 애들은 못 기다리고 그냥 시간이 흐르다 기다리는 애들이 기다리더라고요. 너무 고귀한 일에 제가 너무 작은 비유를 들었지만 그러니까 정말 대단한 사명감이라기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이 일을 통해 또 사회에 좀 기여할 수 있다면 내가 이 자리를 지키겠다는 선생님의 사명감이 이 일을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정신질환자라 해도 범죄자인데 내가 왜 내 세금을 들어 치료해주냐? 이거 복지 아니야, 라고 이야기하는 분들께 뭐라고 말씀하시겠어요?

◆ 차승민> 이게 그런 얘기를 사실 저도 이 병원에 일하기 전에는 막연하게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사실 이 사람들의 범죄의 원인은 너무 명확하게 정신질환이기 때문에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가성비 좋은 어떤 범죄 예방 방법이 치료거든요. 그래서 이거를 이 개개인의 복지가 아니라 우리 사회를 안전하게 유지할 수 있는 어떤 장치를 만드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을 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김혜민> 알겠습니다. 오늘 참 무겁고 우리 모두가 하기 힘든 이야기였는데요. 이 이야기들을 세상 밖으로 내놓은 우리 차승민 선생님과 함께 오늘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선생님 오늘 고맙습니다.

◆ 차승민> 감사합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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