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터view] 다수결엔 항상 다수의 의사가 담겼는가?

[人터view] 다수결엔 항상 다수의 의사가 담겼는가?

2021.11.06. 오전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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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대통령선거를 넉 달 앞두고 여야 후보 진용이 완성됐습니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한 번의 투표로 당선자를 뽑는 우리 방식의 선거에서 최종 승리자는 누가 될까요?

흔히 선거를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합니다.

간접민주주의의 본질을 가장 온전히 담고 있는 제도이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다수결과 민주주의는 어떨까요?

사람, 공간, 시선을 전하는 인터뷰에서 다수결과 민주주의에 관한 조금 다른 생각을 준비했습니다.

[영상리포트 내레이션]

선거는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이다.

우리나라 선거는 후보가 몇 명이든 그 가운데 1위를 가리는 단순 다수결을 원칙으로 한다.

대통령, 국회의원뿐 아니라 일반적인 삶 속에서도 마찬가지다.

어느 아파트 주민 30명이 동대표를 뽑는 투표를 했다.

A, B, C 3명의 후보가 나왔는데, 각각 11표, 10표, 9표를 얻었다.

셋 중 가장 많은 득표를 한 A의 당선이 당연하겠지만, A를 선택한 주민은 전체의 1/3, 선택하지 않은 주민이 2/3라는 사실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이번 편은 우리가 당연하다 여겼던 것에 관한 질문이다.

1987년 직선제 이후 치러진 대선에서 투표자의 과반 득표로 당선된 경우는 단 한 차례였다.

그 밖엔 모두 30에서 40%대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투표자 가운데 당선자를 선택한 사람보다 선택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았고, 이는 다수결에 의한 결과가 다수의 의사를 담지 못했음을 의미했다.

[이승훈 / 유원대 수학과 교수 : 단순 다수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후보가 3명 이상일 경우에 가장 많은 표를 얻어 당선된 후보를 절반이 넘는 투표자가 지지하지 않는 경우가 생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는 다른 선거제도들이 여러 가지가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결선투표를 포함한 다수결 그리고 보르다 투표법, 콩도르세 투표법, 그리고 최하위 소거 다수결(최소득표자 소거법) 등이 있습니다.]

결선투표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는 경우, 보통 1·2위를 대상으로 다시 2차 투표를 치른다.

이를 통해 과반 당선자가 나오게 함으로써, 버려지는 표를 최대한 줄이자는 것이다.

프랑스 대선이 이 투표법을 택하고 있다.

보르다 투표는 유권자가 후보들의 우선순위를 매겨 가점을 주는 방식으로, 3명의 후보가 있다면 1등 3점, 2등 2점, 3등 1점씩을 주고 모든 유권자 점수를 합산해 당선자를 정한다.

美 메이저리그 MVP 선정 시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다.

콩도르세 투표는 후보자 모두 서로 맞대결을 해 가장 많이 이긴 사람이 당선되는 방식이다.

후보가 4명이면, 투표를 6번 해야 한다. 존 스튜어트 밀이 "위대한 발견"이라 극찬했던 최소득표자 소거법이란 것도 있다.

가장 적은 득표자를 지워나가는 식인데, 호주 국회의원 선거와 올림픽 개최지 선정에 쓰이고 있다.

여기서 언급한 방법 모두 단순 다수결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고안되었다.

그러나,

[이승훈 / 유원대 수학과 교수 : 방금 말씀드린 네 가지 선거 방법이 갖고 있는 문제점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결선투표를 포함한 다수결, 또 콩도르세 투표법, 또 최하위 소거 다수결의 경우에는 선거를 여러 번 해야 한다는 그런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반면에 보르다 투표법은 한 번에 실시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어느 누구도 1위로 선택하지 않은 후보가 1등으로 당선될 수 있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것처럼 각각의 선거 방법들이 장단점을 갖고 있고, 각각의 장단점을 서로 보완하는 이러한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다수의 의견을 모으기 위한 하나의 완벽한 선거제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홀로 완벽한 제도는 없기에 단순 다수결을 다른 무언가로 대체할 순 없지만, 어떻게 보완할지에 관한 고민은 필요하다.

여기에 더해 '다수의 의사가 담겼으면 항상 옳은 것인가?'도 생각해봐야 한다.

가장 극단적 사례가 나치였다.

당시 독일의 바이마르 헌법은 지금 관점에서도 부족함 없는 훌륭한 헌법이란 평가를 받는데, 이에 근거해 뽑힌 총통이 히틀러였다.

민주적 정당성을 획득한 히틀러의 나치당은 의회를 배제하고 법률제정을 할 수 있는 수권법을 만들어, 인류 최악의 전쟁인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모순일 수밖에 없는 역사적 사실 앞에 다시 질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민주주의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김진업 /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 : 민주주의라고 하는 걸 사람들은 다수결주의라고 생각하기 쉽거든요. 그런데 다수가 의견을 모아서 소수를 탄압한다면 그건 민주주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다수에 의해서도 개개인들의 기본권은 침해되면 안 된다고 해서 기본권을 헌법에 놔두고 법률보다 더 강력하게 보호하는 거잖아요. 민주주의에서 인권 얘기를 하는 게 그냥 사람다움 이런 얘기가 아니고, 실질적으로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으로서의 노릇을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라. 그게 인권이고 기본권이거든요. 그게 다수결보다 훨씬 중요한 거죠. 이게 안 된 상태에서 다수결 해봐야 나치가 될 가능성이 높죠.]

[뉴스 오디오 : 국민의힘은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상대할 주자로 윤석열 후보를 선택했습니다.]

민주주의의 본질이 다수결에 있지 않다면, 대선을 앞둔 지금, '우리는 참된 민주(民主)가 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제보/ buttoner@ytn.co.kr

버트너/ 이상엽, 온승원, 조해진, 박지민, 홍성욱

도움/ 이승훈 유원대 교수, 김진업 성공회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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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이상엽 (sylee24@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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