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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1월 6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정인이가 어른이어도 공개했을까..아동학대 보도에 인권은?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그동안 우리가 굉장히 좋은 의도로 생각해왔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지적하는 두가지 논란이 있었어요. 오늘은 이 두 사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합니다. 아동학대 보도에 대해서 MBC 뉴스데스크의 보도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징계를 받았다고요?
◆ 김언경> 징계 확정은 아니고,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소위원회가 MBC 뉴스데스크의 아동학대 보도에 대해서 법정 제재 의견을 냈습니다.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6월 8일 보도였는데요. 허벅지에 멍이 든 피해 어린이가 알몸으로 가해자 지시에 따라 욕실을 청소하는 모습, 얼굴과 몸에 멍이 든 채로 셔츠와 속옷을 입고 힘이 풀려 넘어지는 모습 등이 담긴 영상을 흐림 처리해서 반복적으로 내보냈다는 겁니다.
◇ 김양원> 아동이 학대받는 장면을 보여줘서 문제가 되었다는 것인데요. 사실 우리가 아동학대의 심각성을 널리 알리고 사회적 환기를 위해서 충격적인 아동학대 사건의 실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는데요, 그래서 이 보도가 법정제재 의견이 제시된데 대해서 ‘공익적인 목적이 먼저인 보도였을 텐데...법정제재까지는 너무 한 것이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 김언경> 맞습니다. 처음 말씀드린 것처럼 이런 보도들의 애초 취지는 아동학대에 대한 공분에서 경각심을 높이고 사회제도의 변화를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겠죠. 하지만 최근 유난히 아동학대 사건이 늘어나면서 이들 보도가 문제가 많았다는 사실이 공론화되었습니다. 그러면서 2020년 12월 28일, 방송심의규정에 21조의 4 어린이 학대 사건보도 등의 조항이 신설되었습니다. 여기 3개 항목 중 ②항에 방송은 어린이 학대행위가 담긴 영상·음향 등을 직접적으로 노출하거나 자극적으로 재연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있습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어린이 학대행위가 담긴 영상·음향 등을 직접적으로 노출해서도 안 되고, 자극적으로 재연해서도 안 된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사 입장에서는 너무 충격적이고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어떤 아동학대 행위들을 알게 되었을 때, 구체적인 학대 행위를 표현해서 사회를 변화시키려고 할 텐데요?
◆ 김언경> 안 그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의견진술 과정에서 언급된 MBC 측 경위 설명을 들어보면 “제보된 영상을 보고 취재진은 충격을 상당히 받았고, 아동에 대한 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해야겠다는 마음에 표현을 절제하지 못했다”는 것이고요. “수많은 사건 가운데서도 특기할 만큼 잔혹한 사건” 이었기 때문에 “뭉뚱그려 잔인한 사건이라고 하기보다 한 번 보여드리는 게 낫지 않나 판단했던 것 같다”고 했더라고요. 하지만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장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아동의 인권입니다.
◇ 김양원> 학대 보도보다 아동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말씀이시네요.
◆ 김언경> 맞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대 사건의 피해 아동이 살아있을 경우에는 당연히 그의 인권을 생각해서 절대로 학대 장면을 재연하거나 보여주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시겠죠? 언론도 그런 판단을 할 것입니다. 그런데 아동이 사망했다면 다를까요? 사망한 아동의 인권은 보호가 필요 없는 것일까요? 이미 처참한 학대를 받고 사망한 아이의 인권을 무시하고 세상이 그가 학대받는 장면을 보고 그의 신상을 공개한다고 얼마나 세상이 바뀔까요? 아동학대 사건에 있어서 어린이의 인권 보호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방심위 윤성옥 위원은 이 보도에 대한 심의 과정에서 “BBC는 ‘아동·청소년과 함께 일하기’를 두고 직원부터 외주 프리랜서까지 어린이 보호 정책을 준수하라고 요구한다”며 “BBC 어린이 보호 정책 원칙은 ‘어떠한 이익도 어린이 보호보다 우선되지 않는다’고 명시한다”고 말했다는 겁니다.
◇ 김양원> 그렇군요. 지금부터 소개해드릴 내용도 같은 맥락인 것 같아요.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편집 책임자와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에 대해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과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에 대해 지난 10월 7일 서울 수서경찰서에 고발장을 제출했다는 것인데요. 정인이 사건과 관련해서 아동의 신상 공개를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내용도 짚어주시겠어요?
◆ 김언경> 이와 관련해서 베이비뉴스가 10월 22일 보도한 <아동학대 피해 아동 신상 공개해도 괜찮을까?>에서 관련 내용을 상세히 전했는데요. 참 생각해볼 것이 많은 보도였습니다. 일단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2020년 10월 양천 입양 아동 사건을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피해 아동의 사진과 인적사항을 공개했거든요. 그런데 보도 이후 1년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정치하는 엄마들’이 피해 아동의 신상 공개를 문제 삼으면서 고발을 했죠. 이건 처벌을 바라는 취지의 고발이 아니라, 피해 아동 신상 공개와 얼굴 공개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를 하자는 취지의 고발로 보입니다. 여론 조성을 위해 계속 법을 어기고 아동의 인권을 묵살할 수는 없지 않겠냐는 의미인 겁니다.
◇ 김양원> 현행법에 따르면 피해 아동 신상 공개는 불가한 것이죠?
◆ 김언경> 네. 아까 말씀드린 방송심의규정 개정 당시에도 1항으로 “방송은 어린이 학대 사건 피해자의 인적사항이나 그 밖에 본인임을 알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되어 있고요. 이 내용은 방송심의규정을 넘어서 이미 법으로 규정되어있었습니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5조 (비밀엄수 등의 의무) ②항에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 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아동 보호 사건에 관련된 아동학대 행위자, 피해 아동, 고소인, 고발인 또는 신고인의 주소, 성명, 나이, 직업, 용모, 그 밖에 이들을 특정하여 파악할 수 있는 인적사항이나 사진 등을 신문 등 출판 물에 싣거나 방송 매체를 통하여 방송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어요.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등에 관한 특례법 제62조 (비밀엄수 등 의무의 위반죄) ③에 따라 보도 금지 의무를 위반한 신문의 편집인·발행인 또는 그 종사자,방송사의 편집책임자, 그 기관장 또는 종사자, 그 밖의 출판물의 저작자와 발행인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되어 있습니다.
◇ 김양원> 사실 당시 보도가 주는 사회적인 공분과 공익적 효과는 컸다는 평가도 있었어요. ‘정인이법’을 이끌어 내기도 했고요.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2020년 양천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의 얼굴을 공개했던 SBS의 <그것이 알고싶다>의 방송에 대해서 당시에도 원칙을 어긴 문제를 분명히 짚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 그알의 입장은 피해 아동의 얼굴에 너무나 많은 아동학대 증거들이 보이기 때문에 이 아이의 아동학대 정황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얼굴을 공개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시민은 이에 동의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런 암묵적 동의를 넘어선 차원의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고, 저널리즘 측면에서도 적절치 않으니까요. 그런데 당시에는 방송의 보도 행태에 대한 논의보다는 경악스러운 사건에 대한 공론화가 더 우선되면서 우리가 이 문제를 논의할 시간을 놓쳐버린 측면이 있습니다. 이후 구미 아동학대 사망 사건 당시에도 MBC <실화탐사대>가 SBS <그것이 알고 싶다>처럼 아동의 그냥 얼굴을 공개했습니다. 이때에도 사실 크게 비판을 받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건 그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어물쩍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김양원> 이렇게 방송이 피해 아동의 얼굴, 신상 공개를 멈추지 않았기 때문에 시민단체가 나서서 선제적으로 고소장을 제출한 것 같네요.
◆ 김언경> 네. 정치하는 엄마들 장하나 활동가는 베이비뉴스와 인터뷰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가 곧 방 송예정인 ‘대전 20개월 여아 성학대 사망 사건’의 피해 아동 신상공개를 막기 위한 것”이라는 고소장 제출 취지를 밝혔습니다. 저는 이 목소리를 함께 나누고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참 많은데요. 장하나 활동가는 양천 입양아동 사망 사건과 관련해, “아동학대 사건이 그렇게 관심받은 적이 없으니 문제 제기하지 않았던 것인데 그 이후 경험에서 온 깨달음이 있다”면서 “정인이 얼굴, 이름만 한껏 소비됐지 바뀐 게 무엇이 있느냐”고 되물었다는 것입니다. 저도 이 지적에 대해서 매우 공감합니다.
◇ 김양원> 이 사건은 유족측이 언론사에 제보하면서 사진과 피해 상황 등을 공개해달라고 요청하셨거든요. 그렇더라도 언론이 다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보시나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사실 아동학대뿐 아니라 모든 억울한 죽음에 대해서 유족의 입장에서는 망자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서 시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이든 피해 영상 공개든 언론에 요청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취지로 보도된 내용들이 실제로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유족의 요청이 아무리 간곡하다 하더라도 언론사의 판단은 저널리즘의 보도 윤리 측면에서 엄격하게 고민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세상을 바꾸는 것이지 충격적인 장면을 보여주거나 얼굴과 실명을 공개해서 감정적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 보도를 통해서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겠느냐에 집중해야 한다는 겁니다.
◇ 김양원> 일단 고소장은 제출된 상태입니다. 법원의 판단이 내려질 것 같은데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아동학대 사건이 더 급증한 듯한 느낌이에요. 최근에도 대전 20개월 영아 성폭행 살해사건이 또 한번 공분을 사지 않았습니까. 잇따르는 이런 아동학대 보도를 언론이 다룰 때 어떤 점을 고민해야 할까요?
◆ 김언경> 제도 보완이 우선돼야 하고요. 사망한 아동을 소비하는데 그치지 않아야 하는 게 기본일 겁니다. 특히 피해 아동의 신상공개에 관해 관련 법이 있음에도 계속 넘나드는 보도는 그만해야 합니다. 법적인 판단 이전에 우리 언론이 이런 사안에 대해서 보다 진지하게 짚어보는 그런 태도를 취했으면 좋겠습니다. 2021년 1월 20일 <정인이가 어른이었어도 얼굴 공개했을까?>라는 제목의 일요신문 보도가 있습니다. 이 보도에서 우리 누구도 정인이에게 이름과 얼굴을 공개해도 되는지 묻지 않았고, 허락을 받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동학대 사건이 대부분 그렇듯 정인이의 경우에도 정인이를 대변해줄 가족이 가해자였습니다. 사실 아이의 신상 공개를 결정할 수 있는 주체가 없었구요. 언론과 시민들이 스스로 정인이의 대변인이 된 셈이라는 것인데요. 이 보도는 당시 우리가 여론을 모으는 것이 정인이를 위한 일이라고 했지만, 우려되는 지점은 없는가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습니다. 우리 언론이 이런 상황에 대해서 짚어보고 토론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봅니다.
◇ 김양원> 인권 유린에 대한 사회적 고발사건이라는 미명하에 또다른 인권 침해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런 지적, 우리 언론이 더 숙고해야할 것 같습니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김언경> 네,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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