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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1월 27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미디어비평] '데이트폭력'인가 '교제살인'인가, 살해당한 그녀를 또 한번 죽이는 보도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소장(이하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이 시간이 ‘인권’ 측면에서 미디어에서 보도된 뉴스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보는 시간인데요. 오늘은 어떤 소식 준비하셨어요?
◆ 김언경> 최근, 전 남자친구에게 스토킹 피해를 당해 신변 보호를 받던 여성이 결국 전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적이 사건이 있었죠. 이른바 데이트 폭력사건, 또는 교제살인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폭력에 대해 다룰 때도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있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눠볼까 합니다.
최근 언론인권센터가 지난 5일 논평을 발표했는데요. JTBC <뉴스룸>이 지난 11월 3일 방송에서 보도한 마포구 오피스텔 데이트 폭력 사건이 CCTV 영상을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는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는 5일 ‘폭력적인 범죄현장 CCTV 공개, JTBC는 문제의식 가져야’라는 논평에서 “해당 보도에서는 피해자의 피해 상황이 지나치게 자세히 보도되었고 심지어 폭행 장면이나 혈흔을 모자이크 없이 공개했다. 폭력적인 장면을 여과없이 보도한 것은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 김양원> 네, 마포구 오피스텔 데이트폭력 사건... 두 남녀의 다툼 끝에 남성이 여성을 폭행한 뒤 피를 흘리고 쓰러진 피해여성을 병원에 데려가거나 구호조치를 하는 대신 엘리베이터에 싣고 이리저리 끌고 다닌... 공분을 산 사건이죠?
◆ 김언경> 네, 이 사건은 지난 7월 25일 벌어진 폭력 사건입니다. 피해자는 뇌출혈 등의 상해를 입어 의식불명에 빠져 23일 후인 8월 17일에 사망했습니다. 이후 피해자의 어머니가 8월 25일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해 사망한 딸의 엄마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을 올렸습니다. 이 청원은 53만명 이상 동의해서 경찰청의 공식답변까지 올라와 있습니다. 경찰은 폭행사건 발생 다음날인 7월 26일 피의자에 대해 ‘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였으나 법원에서 도주 위험이 없다며 기각이 되었습니다. 그나마 피해자가 사망하자 경찰은 휴대폰 포렌식, 주변인 추가 조사, 국과수 부검, 전문가 자문 등 보강 수사를 통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재신청했고 가해자는 구속돼 현재 2차 공판까지 이뤄진 상황입니다.
◇ 김양원> 자, 말씀하신 JTBC 등 언론보도를 통해서 많은 분들이 가해자인 남성이 실신한 피해여성을 끌고다니던 엘리베이터 CCTV 영상을 많이 보셨을 것 같은데... 이 방송을 통해서 여론이 들끓기도 했고, 사회적인 이슈로 공분을 일으킨 것은 의미있지 않을까요? 언론인권센터는 어떤 점이 피해자의 인격권을 침해했다고 본 것인가요?
◆ 김언경> 일단 JTBC 보도는 11월 3일 보도된건데 다음날인 4일에 열린 1차 공판 이전에 가해자의 죄질이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드러내는 보도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JTBC는 4일에도 추가적으로 관련 보도를 이어갔습니다. 이번 이슈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보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죠. 하지만 범죄 CCTV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아주 극단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하지 말아야 할 보도행태인 것은 분명합니다. 이것은 꼭 JTBC뿐 아니라 수위가 다를 뿐 타사의 보도들도 모두 살펴봐야 할 부분이기도 합니다.
◇ 김양원> ‘극단적으로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범죄 CCTV화면을 그대로 보여줘서는 안된다’ 그 근거가 있지요?
◆ 김언경> 일단 방송심의규정을 보면요. 제37조(충격・혐오감)에서 “방송은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는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내용을 방송하여서는 아니 된다. 단 내용전개상 불가피한 경우에는 극히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으나 이 경우에도 표현에 신중을 기하여야 한다”라고 하면서, 방송하지 말아야 할 구체적 상황을 적시했는데요. 그중 하나가 6항인 ‘범죄 또는 각종 사건․사고로 인한 인명피해 발생장면의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입니다.
또한 38조(범죄 및 약물묘사) 1항에서도 “방송은 범죄에 관한 내용을 다룰 때에는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폭력․살인 등이 직접 묘사된 자료화면을 이용할 수 없으며, 관련 범죄 내용을 지나치게 상세히 묘사하여서는 아니된다.”고 적시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 방송심의규정에 따르면 범죄보도를 지나치게 상세하게 묘사하는 것도 시청자에게 지나친 충격이나 불안감, 혐오감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는 것이고요. 폭력과 살인이 직접 묘사된 화면은 정말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용하지 말라는 것, 지나치게 상세한 묘사도 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방송심의규정 외에 자율규제 성격의 가이드라인이나 준칙에도 사실 이런 CCTV 화면 노출은 더 강하게 하지 말아야 하는 것으로 규정해놓고 있습니다. 이번 CCTV 영상 보도는 국가인권위원회와 한국기자협회가 함께 만든 인권보도준칙 제2장 인격권 조항도 위반한 것입니다. 그리고 방송이 이렇게 CCTV를 공개하면 인터넷에서 캡쳐한 장면이 엄청나게 유포되잖아요. 그래서 방송은 더더욱 CCTV 화면 공개에 신중해야 합니다.
◇ 김양원> 그런데, 이번 사건의 CCTV 영상은 피해자 유족측이 방송사쪽에 보도를 요청한 것 아닌가요?
◆ 김언경> 네, 유족 측은 가해자에게 살인죄를 적용되었어야 마땅하다는 것을 주장하면서 그 근거로 피해자의 얼굴과 폭행 장면 등을 공개하는데 동의하는 것은 물론이고 언론보도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계십니다. 그래서 JTBC 보도 이전에도 SBS <궁금한이야기 Y>가 8월 27일 이 사건을 다루면서 CCTV 장면을 공개했고요. 여러 방송보도에서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많은 CCTV 영상들을 공개했습니다.
하지만, 유족 측이 피해자의 사진과 실명, 영상, 피해장면 등을 모두 공개해달라고 요청한다 하더라도 언론사는 다시 한번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도 CCTV 영상이 이미 여러차례 공개된 상태에서 JTBC가 다시 자극적인 영상을 추가로 공개할 필요성이 있었는지, 피해자의 피해 상황을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묘사할 필요가 있었는지 묻는 것이거든요.
하나 예를 들어보면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을 받은 MBC의 <공군 성폭력 사망 은폐사건>의 공적설명서를 보면요. 유가족들은 군에 의해 철저히 은폐된 이 사건을 공론화하고, 억울하게 숨진 고인의 원혼을 달래고 싶다면서 취재진에게 사연 보도와 함께 사망 동영상을 공개해달라고 강하게 요청했다고 합니다. 유가족 중 일부는 “단 1초라도 영상을 보도해 달라, 안된다면 모자이크 처리한 캡처 사진이라도 공개해 달라”고 까지 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취재진과 보도국 내부의 토론 과정에서 보도 윤리에 맞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르러, 해당 동영상은 일체 공개하지 않기로 최종 결정하고, 대신 MBC는 유가족들에게 군인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성추행에도 당당하게 대처했던 고인을 비극적인 선택으로 내몰게 만든 것은 도대체 무엇인지, 사건 은폐와 축소를 지시한 책임자는 누구인지, 사태가 최악에 이를 때까지 군 수사기관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모두 치밀하게 취재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드리겠다고 약속드려 영상 공개 없이 취재 보도하겠다고 유가족을 설득했다는 것이죠.
◇ 김양원> 이 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를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추적해서 보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도윤리를 다시 한번 점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시네요.
◆ 김언경> 맞습니다. JTBC가 CCTV 영상을 추가 공개해서 폭력에 대한 공분만을 키우는 방식이 아니라 공판 과정에서 나오는 핵심 쟁점들을 조금 더 짚어보는 방식을 취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언론인권센터도 “가해자의 폭력성, 범죄 장면, 피해 현장만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는 CCTV 보도 외에 데이트 폭력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는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설령 CCTV가 유가족의 요청으로 공개되었다고 해도 언론은 피해자의 인격권과 폭력적인 장면을 시청해야 하는 시청자들의 정신적 피해를 고려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는데요.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은 사안의 충격이나 여론형성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특정 다수의 방송 시청자에게 미칠 영향도 분명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김양원> JTBC는 “편집 과정에서 자극적인 장면을 최소화했지만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추가로 모자이크 처리를 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두고 저희가 ‘데이트 폭력’이라고 오늘도 언급하고 있는데, 이 표현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공방이 있었죠?
◆ 김언경> 네, 법무부 '디지털성범죄 등 전문위원회‘가 '성폭력·성희롱 간행물 제작 가이드라인 마련'을 법무부에 권고했더라고요. 전문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피해자들의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기준을 명시한 준칙을 마련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전문위는 "범죄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희화화하고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요. 불법촬영을 유희적 의미를 내포한 '몰카'로 약칭하거나 성범죄나 가해자를 '몹쓸짓', '늑대', '짐승'으로 표현하는 등 범죄의 위법성을 희석하거나 범죄 의식을 약화시키는 용어를 언론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한 성착취물 피해 영상을 음란물적 의미를 띠는 '리벤지 포르노'라고 지칭하거나 피해자 앞에 '◯◯녀', '여◯◯'와 같은 수식어를 붙이는 등 가해자 관점의 용어 또는 피해자를 주목시키는 자극적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라고 지적했어요.
이 보도자료에서 사례로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데이트 폭력이라는 표현도 사실 데이트, 그러니까 폭력보다는 연인 관계에서 벌어진 사랑싸움이라는 인상을 주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마이뉴스 보도에서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서로 사귀다가 상대를 죽인 사건’을 교제살인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사안의 본질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명명을 많이 고민하고 바꿔나가야 할 것이라고 봅니다.
◇ 김양원>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성범죄부터 교제 중이던 남성으로부터 살해당한 사건이 잊을만하면 뉴스에 등장하곤 하는데요. 뉴스 보도에서 사용되는 범죄 용어와 사건명에 대해서도 피해자의 인격권이나 시청자들에게 제2, 제3의 충격이 가해지지 않도록 좀 더 세심함이 필요해보입니다. 오늘 말씀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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