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 모르는 내 감정과 우리 아이의 감정을 알아가는 방법 (밥보다 진심 김재원)

나도 잘 모르는 내 감정과 우리 아이의 감정을 알아가는 방법 (밥보다 진심 김재원)

2021.12.02. 오후 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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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13:00~14:00)
■ 진행 : 김혜민 PD
■ 방송일 : 2021년 12월 02일 (목요일)
■ 대담 : 김재원 <밥보다 진심> 저자(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김혜민의 이슈&피플]나도 잘 모르는 내 감정과 우리 아이의 감정을 알아가는 방법<밥보다 진심>김재원


◇ 김혜민 PD(이하 김혜민)> 지금 흐르는 노래는 자신의 환자에게 죽음을 당했지만 안전한 진료 환경과 마음 아픈 환자들이 편견 없이 치료 받을 수 있는 세상을 꿈꾼 임세원 교수의 추모곡입니다. <아픈 마음 보고 듣고 말하기> 이 코너는 말 그대로 우리의 아픈 마음을 보고 듣고 말하는 시간인데요. 코로나19가 몸만 아프게 하는 게 아닙니다. 사실 마음을 병들게 하고 힘들게 하죠. 먹고살기 힘들고 또 버티기 힘드니 마음까지 살필 여력이 없는 게 사실입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녀들의 마음은 살필 시간도 여유도 없습니다. 오늘은 우리와, 또 자녀의 마음을 어떻게 살피는지에 대한 이야기 나눠볼게요.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밥보다 진심>의 저자, 김재원 교수 나오셨어요. 교수님, 어서 오세요.

◆ 김재원 <밥보다 진심> 저자(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소아정신과 교수)(이하 김재원)> 안녕하세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김혜민> 반갑습니다. 저는 소아정신과가 이렇게 따로 있는 줄 몰랐어요.

◆ 김재원> 모르는 게 좋은 거죠.

◇ 김혜민>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 국내 최초로 어린이 청소년 우울증 전문 클리닉이 개설됐고, 그곳에서 지금 교수님께서 우울증, 불안증, 자해, 자살 위험, 기분 조절 문제로 힘들어하는 아동 청소년들 돌보고 계신데 어떤 일 하고 계세요. 소개 좀 해주세요.

◆ 김재원> 먼저 소아정신과를 소개를 하면 어린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래서 소아청소년기는 성장과 발달이라는 측면에서 성인기와 많이 차이가 있고요. 정신의학 분야에서도 여러 가지 정신건강 문제 분포나 경과, 치료 반응에 있어서 차이가 많이 납니다. 소아정신과에서는 주의력 결핍과 행동 장애, ADHD라고 많이 들어보셨잖아요. 자폐증, 학습장애, 언어장애, 틱 장애, 우울증, 불안장애, 자해, 자살, 조울병. 이렇게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이 방송 들으시면서 어린이 청소년 정신건강에 대해 고민이 있으신 분들도 사실 많으실 것 같아요. 그래서 혹시 #0945로 궁금한 점 있으시면 문자 보내주시면 제가 또 교수님께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코로나로 인해서 우리 아이들도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하고 있다는 얘기들이 나오고 있고, 그래서 대표적으로 어린이들이 틱 환자들이 늘었다는데 맞나요.

◆ 김재원> 이게 구체적인 연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틱 증상 경험하는 환자도 많이 늘었고요. 어떤 우울이나 불안, 친구 관계 문제, 게임 중독, 아이들이 코로나로 등교하는 것이 불규칙해지면서 수면 문제도 많이 생기고. 밤낮이 바뀌는 경우도 있고. 또 음주나 흡연 문제. 정말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가 전부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 김혜민> 아이가, 그러니까 내 자녀가 정신적으로 어려우면 부모도 똑같이. 아니면 두 배 세 배 더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같이 가는 거죠.

◆ 김재원> 맞죠. 성인하고는 다르게 저희가 아이를 치료함에 있어서는 부모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아이가 힘들어하면 부모님도 같이 힘드신 것이 당연하죠.

◇ 김혜민> 교수님께서는 언제부터 이렇게 소아정신과 진료를 하신 거예요. 그럼 몇 년도부터.

◆ 김재원> 저는 2005년에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한 15년 정도 지났고요.

◇ 김혜민> 많은 분야가 있는데 왜 내가 소아청소년 정신 건강에 더 마음을 쏟아야겠다. 생각하신 이유가 있으셨어요.

◆ 김재원> 첫 번째로는 아이들을 좋아해서 그렇고요. 소아과를 선택하는 의사도 그렇고, 소아정신과를 선택하는 의사들은 기본적으로 아이들을 좋아해야 됩니다. 그다음에 두 번째로는 제가 이제 어릴 때나 청소년기 때부터 제 감정이나 제 기분 상태. 정신 건강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가져왔기 때문에 그래서 정신의학을 공부하면서 더 소아정신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 김혜민> 그러면 아이였을 때 정신이나 내 마음에 관심이 많았는데 어른들이 그걸 잘 알아줬던가요. 선생님.

◆ 김재원> 잘 알아줬으면 제가 소아 정신과를 하지 않았겠죠. 어디에서도 답을 구하지 못했어요.

◇ 김혜민> 우문현답이네요. 그러면 어른이 되셔서 내가 아이 때 고민했던 그 문제들에 대한 답을 구하셨어요. 정신과 의사가 되셔서.

◆ 김재원> 네, 지금 많이 이해하고 깨닫게 됐고요. 그래서 제가 알게 된 것을 아이들한테 알려주고, 힘들어하는 부모나 소아 정신과를 방문하는 아이들에게 많이 가르쳐주고 치료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이 책을 쓰게 된 계기도 그렇습니다.

◇ 김혜민> 지금 교수님께서 책 이야기를 해 주셨는데 <밥보다 진심>이라는 책을 써주셨어요. 저 이 책 참 재밌게 읽었고, 제가 헷갈렸던 제 감정의 부분들을 굉장히 쉽고 명징하게 써주셨더라고요. 근데 이 책에 본인은 밥을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팩트 체크 먼저 좀 합시다. 교수님, 진짜 밥 안 좋아하세요.

◆ 김재원> 네.

◇ 김혜민> 밥을 안 좋아해야 이렇게 공부를 많이 하는 의사 선생님이 되나 봐요.

◆ 김재원> 그게 저를 아시는 분들이 잘 아시지만, 밥보다 버거를 더 좋아합니다.

◇ 김혜민> 밥보다 버거를 좋아하시는군요. 저는 밥보다 책을 더 좋아하신다고 할 줄 알았어요.

◆ 김재원> 아, 네. 그렇지는 않습니다.

◇ 김혜민> 밥보다 버거를 좋아하시는 걸로. 알겠습니다. 감정도 밥과 버거처럼 이렇게 명확한 차이가 있습니까. 감정이라는 것들도.

◆ 김재원> 이 책에서는 명확하게 차이를 구분해 보고자 했고요. 사실은 감정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고, 동전의 양면처럼 붙어 있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명확하게 구분해 보려고 하기는 했지만 사실은 쉽지는 않습니다.

◇ 김혜민> 이 감정을 구분하려면 내 감정을 먼저 읽어야 되는데, 본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읽는 거. 그게 왜 중요할까요.

◆ 김재원> 좀 다른 말씀을 드리려고 하는데, 자신의 감정을 잘 읽고 이해를 해야지만 자신의 어떤 생각과 행동에 대해서도 잘 이해할 수가 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자기 자신을 잘 알아나가는 데 있어서 어떤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하고요. 한국 아이들이 외국 아이들에 비해서 자신의 감정을 인지하고 명명하고 표현하는 것에 서툰 것이 사실입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들을 데리고 인지행동 치료를 많이 하는데요. 외국과 다르게 저희는 감정 카드를 많이 활용을 합니다. 감정에 대해서 잘 이해를 해야지만 생각과 감정의 행동을 잘 연결시킬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어린이, 청소년뿐만 아니라 어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김혜민> 본인이 어린이, 청소년 때부터 그걸 배우지 못했는데 어른 돼서 어떻게 알겠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아이들이 유독 감정을 읽는 데에 익숙하지 않다고 하셨는데, 이 말은 제가 어렸을 때부터 저도 들었던 것 같고. 왜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늘 감정을 읽는 게 서툴까요. 우리 교수님이 어렸을 때나 제가 어렸을 때나 저희 아이들이 어렸을 때나.

◆ 김재원> 기분이나 정서에 대해서 인지하고 표현하는 것보다는 공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랬을 것 같기도 하고요. 여튼 정확한 이유가 한 가지만 있지는 않겠지만, 외국 아이들은 제가 미국에 연수 갔을 때 지켜본 바에 따르면 아이들이 어떠한 기분이 좋거나 좋지 않거나, 여러 가지 상태에 있을 수가 있잖아요. 그러면 네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서 물어보고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는 걸 볼 수가 있습니다. 치료 시간에서도 아이들이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고, 표현하지 못하면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그런 감정의 표현이 익숙하고 어떻게 보면 활발한 문화라고 할 수가 있는데, 서양과 동양의 차이일 수도 있지만. 저희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숨기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워온 면이 없잖아 있잖아요. 그런 문화적 차이도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 김혜민> 그렇네요. 문화적 차이도 있고요. 교수님 말씀 들어보니까 어른들이 물어보지 않았네요.

◆ 김재원> 맞아요.

◇ 김혜민> 네 감정이 어떠니, 이렇게 물어보지 않았고. 사실 감정이라는 게 크게는 부정적 감정, 긍정적 감정으로 나눌 수 있지만 그 안에 또 여러 가지. 기쁨, 즐거움, 쾌락, 슬픔, 분노, 증오. 다 다르잖아요. 그 애매한 차이는 있지만. 그래서 감정을 배우고 읽는 게 참 중요하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좀 들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이번에 52개 진짜 마음 사용 설명서, 밥보다 진심이라는 책을 내셨는데 책을 내신 이유를 좀 한 번 더 설명해 주시겠어요.

◆ 김재원> 사람들이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 경계와 수위를 알아차림으로써 삶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감정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 김혜민> 이렇게 쓰셨어요. 사람들이 자기가 느끼는 감정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들여다보고 그 경계와 수위를 알아차려 삶에 도움이 되는 무기로 감정을 사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이 말씀을 해 주셨는데 저는 이 책의 시작이 감정의 정의가 참 좋았어요. 제가 좀 읽어보면 감정에는 맞고 틀림이 없었다. 좋은 감정이든 나쁜 감정이든 다 쓸모가 있었다. 이거 맞는 얘기입니까. 교수님.

◆ 김재원> 음. 있는 얘기도 있고요. 제가 깨달은 것도 있고. 그런데 사실 있는 얘기는 맞습니다.

◇ 김혜민> 감정의 정의를 좀 해주세요. 아니면 감정을 우리가 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지, 지금 쓰신 것처럼. 감정에는 맞고 틀리는 게 없다는 전제를 해야 내 감정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거든요.

◆ 김재원> 그러니까 부정적인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것이 미숙한 감정이든 성숙한 감정이든 부정적인 감정이든 긍정적인 감정이든. 감정을 느낀다는 자체를 받아들여야지만 거기서부터 감정을 분화한다든지, 감정을 또 성숙시킨다든지. 감정을 또 좋은 방향으로 사용한다든지. 여러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니까 감정을 제대로 느껴보자. 어떤 감정이라도 느끼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자.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아이를 대할 때도 그렇겠네요. 예를 들면 아이가 막 너무 과도하게 분노한다든지, 어린 아이가 이러면 엄마 입장에서는 얘가 왜 이러지. 얘 분노 조절 장애인가. 이런 생각을 할 수도 있잖아요. 그러면 안 되겠네요.

◆ 김재원> 예, 그렇죠. 분노의 이면에 이제 아이가 어떤 감정을 느낄 수가 있는지. 그게 슬픔일 수도 있고요. 좌절일 수도 있고요. 우울일 수도 있고. 한두 가지 감정이 아닐 수가 있거든요. 그래서 표면에 보이는 건 분노이지만 그걸 좀 세분화해서 아이가 자신의 감정에 대해서 잘 알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또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그러려면 부모가 이 감정의 정의, 감정의 경계. 또 각 감정들의 특징들을 좀 알아야 될 것 같은데 교수님께서 이 책에서 그것들을 잘 해주셨어요. 우울과 애도의 차이. 병적인 불안과 신중한 불안. 자기 비하와 겸손. 강박과 완벽주의. 자만심과 자신감. 시간관계상 우리가 50여개의 감정을 다 다룰 수는 없고,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저와 또 제 주변 사람들이 가장 헷갈려하고 힘들어하는 감정 이야기를 좀 여쭤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불안에 대한 부분이에요. 병적인 불안과 신중한 불안 쓰셨는데 현대인들이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 중 하나가 불안이죠. 교수님.

◆ 김재원> 네. 그래서 최근에 불안에 대한 책도 많이 나오고 있고요.

◇ 김혜민> 교수님도 이 불안에 대한 감정이 많으셨다고 고백하셨더라고요.

◆ 김재원> 네. 책에서 고백했는데 제가 지나치게 신중한 편인데 잘 알지 못하다가, 비교적 최근에서야 지나친 신중함 아래에는 극심한 불안이 깔려 있음을 제가 깨닫게 되었어요.

◇ 김혜민> 그걸 최근에요.

◆ 김재원> 네네. 그렇게 오래되진 않았어요.

◇ 김혜민> 어, 되게 위로가 되네요. 정신과 의사도 그걸 최근에 깨달았다고 하시니까. 그럼 깨달았으면 해결 방안도 있을 거 아니에요.

◆ 김재원> 네. 그래서 우선은 불안이라는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아셔야 되고요. 불안은 미래의 위험에 대한 예측에서 발생하는 감정이거든요. 위험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 필요한 감정이고. 예를 들어서 자신의 말이나 행동이 좋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잖아요. 그것을 예측함으로써 더 신중하게 말하고 행동하게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한 불안은 필요하고요. 병적인 불안하고 신중한 불안의 차이를 구분하는 데 있어서는 세 가지로 요약을 할 수가 있겠는데, 첫 번째로는 병적인 불안은 위험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항상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을 하는 거죠. 두 번째로 병적인 불안은 조절하기가 어렵습니다. 불안해지면 또 심장도 빨리 뛰는 것 같고 숨 쉬기도 어려워지고 심하면 죽을 것 같은 공포를 느끼기도 하거든요.

◇ 김혜민> 그게 공황장이에요, 교수님?

◆ 김재원> 네. 맞습니다. 그것이 공황 증상, 공황장애이고. 그러니까 공황 증상은 병적인 불안의 신체 증상을 설명하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병적인 불안은 일상생활을 방해해요. 불안이 너무 심하면 자기 관리나 제대로 된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가 없거든요. 이렇게 세 가지 기준으로 병적인 불안과 신중한 불안을 구분하시면 되겠습니다.

◇ 김혜민> 그럼 구분을 해서 병적인 불안이면 교수님 같은 전문가에게 도움을 받을 수도 있고. 신중한 불안이라고 자기의 불안의 감정이 판단이 되면, 그래도 너무 나의 이런 면을 좀 바꾸고 싶다. 이런 분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 김재원> 그래도 신중한 불안이라고 판단되는 분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을 유지하셔도 될 것 같고요. 신중한 불안과 병적인 불안의 어떤 경계도 사실 모호한 지점이 있기 때문에, 신중한 불안은 결국에는 타인에 대한 어떤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데 도움이 되는 감정이잖아요. 그런데 그것이 지나치다 보면 또 이게 병적인 불안으로 넘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어쨌든 타인에 대한 배려와 예의를 갖추는 선에서 불안을 유지를 하시면. 그냥 불안을 적절하게 잘 사용하시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 김혜민> 저도 예를 들면 교수님이 이제 섭외했는데 교수님이 안 오실 것 같은 불안감이 들면 이틀 전에 문자도 보내고, 한 달 전에, 하루 전에 또 공지하는 문자를 보내고. 그러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그게 배려와 예의처럼 느껴질 수 있는 거죠.

◆ 김재원> 신중한 불안이시죠.

◇ 김혜민>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불안에 대한 이야기 나눴는데 불안과 늘 같이 이야기 되는 게 이 예민이라는 감정 같아요. 이게 또 예민은 섬세. 어떤 사람은 이 사람 너무 섬세해. 어떤 사람은 아니야 이 사람 예민해. 이렇게 표현한단 말이에요. 이건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김재원> 구분하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러니까 영어로는 사실 sensitive라고 같거든요. 그래서 단순히 예민은 부정적인 의미이고, 섬세는 긍정적인 의미인가. 그렇지는 않고요. 섬세한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는 타인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경향이 있고요. 반면 예민한 사람은 타인보다는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그래서 예민한 사람들은 연약한 자신의 마음을 다치고 싶지 않아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예민이라는 촉수를 동원하는 경우가 많이 있거든요. 그래서 구분을 하자면 자기중심적인 예민. 이타주의적인 섬세. 이렇게 구분해 볼 수 있겠습니다.

◇ 김혜민> 그러면 말씀하신 것처럼 섬세와 예민은 동전의 양면인데 이제 아이 중에 굉장히 예민한 아이들 있잖아요. 이 아이들을 섬세한 아이로 더 성향을 바꿔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좀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 김재원> 그러니까 아이의 어떤 예민이나 민감이 본인의 어떤 내면 상태하고 관련이 돼 있는 것인지, 아니면 타인과 관련돼 있는 것인지 그것을 구분해야 되겠고요. 한 가지 예를 들자면 예민한 사람, 예민한 아이들은 다른 사람의 어떤 시선이나 평가에 민감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보이는 예민한 모습이 정말 타인의 시선에 의한 상처. 내면에서 비롯되는 것인지, 아닌지를 우선 구분하는 게 중요하고요. 결국에는 예민함을 살려서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향으로 부모가 도와준다면 예민을 섬세함으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참 어려워요. 교수님. 제 한 몸 챙기고 살기도 너무 힘든데 이 부모가 자식에게 얼마나 절대적인지를 알면 알수록 너무 두렵고 부모라는 위치가 참 무섭습니다. 오늘 <밥보다 진심>의 저자, 우리 김재원 교수와 함께하고 있는데 이것도 꼭 여쭤보고 싶었어요. 겸손과 자기 비하. 이거는 차이가 어떻게 나요.

◆ 김재원> 겸손은 기본적으로 남을 존중하고 자신을 내세우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되거든요. 지금 많은 감정들의 구분점이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에요. 그래서 앞서도 예민하고 섬세에서도 제가 말씀드렸듯이 겸손도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시작되는 감정입니다. 그런데 겸손과 다르게 자기 비하에는 열등감이 개입이 되고 자신의 부정적인 면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거든요. 한 가지 예를 들면 누군가가 칭찬을 하면 겸손한 사람은 감사해야 합니다. 그런데 저도 경험을 했지만, 자기를 비하하는 사람은 칭찬을 받으면 네, 감사합니다. 인정을 하면 되잖아요. 자기 비하하는 사람은 제가 그럴 리가요. 칭찬을 부정합니다. 그래서 겸손한 사람의 자기 가치감은 온전하게 보존되는 데 비해서 자기를 계속 비하하는 사람은 열등감에 시달리면서 자기 가치감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 김혜민> 이렇게 교수님하고 얘기를 나누다 보니까 감정의 중요한 잣대가 결국 타인과 나. 이제 이렇게 되는데, 그래서 이 책에도 내 마음을 모를 때 쓰는 감정과 상대방의 마음에 안 보일 때 쓰는 감정으로 나눠서 쓰셨어요. 그럼 결국은 자존감. 나를 사랑해야 이런 감정들을 잘 컨트롤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떤 게 시작이 돼야 될까요. 나를 사랑하고 감정을 제대로 보는 것.

◆ 김재원> 말씀 주신 부분이 맞고요. 앞서 예민과 섬세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타인의 시선이나 평판에 기대어서 자신을 규정하지 말고 나의 시선으로 나의 감정과 생각. 행동을 제대로 들여다보는 것이 나와 남. 그리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작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 김혜민> 나의 시선으로. 그런데 이게 쉽지가 않아요. 교수님. 나의 시선으로 날 보려면 어떻게 해야 돼요.

◆ 김재원> 제 책을 읽으시면 돼요.

◇ 김혜민> 네, 그래서 교수님께서 오늘 책 선물을 가져오셨어요. #0945로 신청해 주시면 <밥보다 진심, 52개 진짜 마음 사용 설명서> 이 책을 여러분들 몇 분 선정해서 저희가 선물로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교수님, 저희 문자가 많이 오는데 사연은 다 다른데 결론은 이거예요. 아이가 어느 정도 수준일 때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합니까.

◆ 김재원> 그것도 정신건강 문제에 따라 다르거든요.

◇ 김혜민>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이게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지,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도 이러는데 우리 아이들만 이러는 건지 이런 고민들 하잖아요. 부모가 그래도 어떤 기준이 있으면 이건 좀 병원에 데려가 봐야겠다. 이런 게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 김재원> 예를 들어서 말이 늦고 상호작용을 잘 하지 않는다. 자폐증이 의심이 된다면 그래도 24개월에는 데리고 오셔야 되고요. 그때 검사를 할 수가 있거든요. 그다음에 오늘 감정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까 분노 조절이나, 아니면 그런 기분 조절 문제 있는 아이들. 떼를 많이 쓰고 분노 폭발시키고. 이런 아이들은 한 만 4세까지는 정상으로 봅니다. 만 4세까지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을 하시고 4세가 지나서도 그런 모습을 보이면 병원에 데리고 오실 수가 있고요. 주의 집중 문제 같은 경우는 한 만 5세 정도 되면 저희가 평가할 수가 있거든요. 그러니까 ADHD가 의심이 된다고 하면 만 5세 정도 데리고 오시면 되겠습니다.

◇ 김혜민> 알겠습니다. 소아정신과가 또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 내에 있으니까요. 여러분. 필요하신 분들은 꼭 문을 두드리시면 좋을 것 같고 이 <밥보다 진심> 책을 통해서 나와 또 아이의 감정을 읽는 방법들을 배우셨으면 좋겠습니다. 교수님, 오늘 함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YTN 김혜민 (visionmin@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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