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꽁꽁 싸맨 시민들...TV 신문보도 속 내얼굴? 초상권침해

한파에 꽁꽁 싸맨 시민들...TV 신문보도 속 내얼굴? 초상권침해

2022.01.17. 오전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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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라디오 YTN]
■ 방송 : YTN 라디오 FM 94.5 (20:20~21:00)
■ 방송일 : 2021년 1월 15일 (토요일)
■ 진행 : 김양원 PD
■ 대담 : 김언경 뭉클 미디어인권연구소 소장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한파에 꽁꽁 싸맨 시민들"... TV 신문보도 속에 내 얼굴? 초상권 침해! [미디어 리터러시]


◇ 김양원 PD(이하 김양원)> 한 주간 뉴스를 꼭꼭 씹어보는 시간, 미디어 비평입니다. 오늘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과 전화연결 되어있습니다. 안녕하세요.

◆ 김언경> 안녕하세요.

◇ 김양원> 오늘은 준비하신 내용은요?

◆ 김언경> 언론보도로 인한 초상권 침해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최근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초상권을 침해당한 피해자에게 300만 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오늘은 이 소송을 중심으로 초상권에 대해서 이야기 나눠보고 싶습니다.

◇ 김양원> 먼저 뉴스타파의 초상권 침해 배상 판결, 어떤 내용입니까?

◆ 김언경> 네, 먼저 이 보도는 LG유플러스 불법 추심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2020년 7월 방송 이후, 2021년 6월 방송통신위원회가 LG유플러스에 과징금 6억2400만 원을 부과하는 등 의혹 제기 내용은 사실로 드러난 바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매우 주요한 의혹을 제기한 좋은 보도였다는 뜻이죠. 그런데 이 보도 속에서 LG유플러스가 제공한 보도자료 사진을 넣어 보도했고, 거기에는 위탁업체 소속 고객상담사 한 분의 얼굴과 이름이 드러나 있었다고 합니다.
이분이 뉴스타파 보도 후 자신의 얼굴과 이름을 기사에서 사진을 삭제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언론중재위원회에 조정 신청했고요. 언론중재위에서 뉴스타파에 200만 원의 손해배상금 지급과 그분의 초상 및 성명이 노출되지 않도록 수정할 것 등을 명하는 직권조정 결정을 했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언론중재위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서를 제출해서 결국 법원에 갔는데, 결국 뉴스타파가 A 씨에게 300만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 김양원>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린 보도일지라도 불법 추심 관련한 부정적인 기사에 특정인의 사진과 실명이 사용된 것은 초상권과 성명권 침해라고 판결한 것이네요.

◆ 김언경> 그렇습니다. 재판부는 “사진은 LG유플러스의 고객센터 관련팀 신설 홍보용으로 촬영된 것이고, 이분은 이런 홍보를 전제로 사진 촬영, 배포에 응했을 뿐”임을 분명히 했고요. 뉴스타파가 사진 공표에 대해 원고(A씨)의 동의를 구했다고 볼 만한 정황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 원고가 초상에 관한 촬영, 배포에 동의했다고 해도 언론사가 그 사람 의사와는 상관없이 제3자의 범죄 또는 불법 행위를 폭로하는 취지의 기사 내용을 뒷받침하는 증거 사진 형식으로 사진을 무단으로 사용했다면 이는 원고의 초상권과 성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 김양원> 우선 초상권이나 성명권 등의 정의부터 좀 이야기해볼까요?

◆ 김언경> 초상권이란 사람의 얼굴을 비롯한 특정인임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에 관해 함부로 촬영되거나 그림으로 묘사되지 않고 공표되지 않으며 영리적으로 이용되지 않을 권리를 말한다 할 수 있습니다. 성명권은 이름에서 연유되는 이익들을 침해받지 아니하고 자신의 관리와 처분 아래 둘 수 있는 권리, 음성권은 사람의 음성이 그 사람의 의사에 반하여 함부로 녹음되거나 재생, 녹취, 방송 또는 복제·배포되지 아니할 권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명예훼손이라 함은 공연히 구체적인 사실이나 허위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언론을 통해서 이러한 권리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가 우리 시민에게 있는데, 사실 많은 시민들이 자신에게 그런 권리가 있음을 모르시거나, 그리 중요한 권리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경우도 있습니다.

◇ 김양원> 실제로 언론으로부터 초상권과 성명권, 음성권, 명예훼손 등의 피해를 입은 경우 보상을 받는 사례가 제법 있죠?

◆ 김언경> 맞습니다. 과거 우리나라에서 이례적으로 큰 보상을 받았던 초상권 침해 사건이 하나 있는데요. 1991년 11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아시아판에 이화여대를 배경으로 호화의류를 입은 여대생들의 사진이 실렸습니다.
이 사진은 <돈의 노예들:이화여대생들>이란 부제와 함께 실렸는데요. 이 사진을 찍힌 날은 대학 졸업사진을 찍는 날이었다고 해요. 요즘도 그런지는 모르겠는데요. 당시에는 졸업사진을 찍는다고 하면 정말 평소 안 입던 성장을 하고 화장과 머리도 멋지게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 그들이 교문을 나서는 장면을 찍은 뒤, 저런 황당한 제목을 붙여서 보도한 것이죠. 92년 이들은 뉴스위크사를 상대로 각 1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했는데요. 93년에 재판부는 이것은 명백한 초상권 침해인 동시에 명예훼손이라며 3인에게 각 3천만 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1993년 당시엔 이런 결정이 엄청 파격적인 것이었고, 신선한 충격을 줬습니다. 이 판결은 외국 언론사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및 초상권 침해 분쟁으로서는 첫 판결이었기도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에 우리 사진이 실리는 것,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실리는 것에 대해서 이렇게 큰 손배액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에 놀랐습니다.

◇ 김양원> 저도 뉴스위크의 문제의 그 보도, 기억이 납니다. 당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요.

◆ 김언경> 네, 다른 사례도 있습니다. 한국기자협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만든 인권보도준칙에 당사자 동의없는 초상권 침해 사례가 실려있는데요.
2010년 한 신문에서 <집은 많은데 갈 곳이 없네>라는 보도에서 어떤 분의 사진을 사용했습니다. 그분은 마을버스를 기다리며 담벼락에 있는 전단지를 보고 있었을 뿐인데 사전 동의 없이 이를 촬영해서 마치 하숙집을 구하지 못해 근심하고 있는 대학생인 것처럼 보도했다고 해서 언론중재위에서 100만 원 배상 합의 성립되었다는 겁니다. 사소한 것 같지만 이런 일도 있어요. 또 다른 신문에서는 본격적으로 겨울 추위가 시작된 날 아침 시민들이 두터운 목도리와 점퍼로 중무장을 하고 잔뜩 움츠린 채 출근하고 있다는 기사에 사전 동의도 없이 사진을 촬영해 보도하여 이를 본 직장 동료들에게 놀림감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초상권 침해로 50만 원 배상 합의 성립되었다고 합니다.

◇ 김양원> 네, 50만원-100만원....배상 금액은 그렇게 크진 않지만 그 지적은 분명히 의미 있군요.

◆ 김언경> 최근 사례에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코로나19 바이러스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에서 검사가 진행 중인 장면을 보도하면서 신청인의 차량 유리에 부착된 아파트 스티커가 촬영, 노출됨에 따라 핸드폰 번호, 아파트 동 호수 등 개인정보가 여과 없이 노출되었는데요. 언론중재위에서 사생활 침해를 이유로 손해배상금 100만 원을 지급하라는 중재부의 결정이 내려진바 있다고 합니다. 우리에게 이렇게 많은 권리가 있다는 것이고, 언론이 개인의 초상권, 음성권, 성명권을 극도록 주의해서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요. 제가 어떤 강의에서 이런 내용을 설명드렸더니 한 시민이 자신이 뉴스를 봤는데, 코로나19 백신을 맞는 학생들을 보여주는 뉴스에서 학생이 고개를 숙여서 누구인지는 특정할 수 없었는데 학생의 명찰이 그대로 노출된 장면을 보셨다는 거에요. 시민들이 이런 자신의 권리를 더 잘 알고 행사하시면, 언론은 아무래도 더 주의하고 유의할 것입니다.

◇ 김양원> 당사자 동의를 얻는 과정에서 속임수를 쓰거나 동의의 범위를 벗어나는 취재도 문제인데요. 이건 어떻게 보세요?

◆ 김언경> 인권보도준칙 사례중 그런 내용도 있는데요. 2009년에 <못된 아이 매인가? 치료인가?>라는 방송에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가 있는 두 아이의 어머니는 이를 사회문제화하고 아이들의 치료를 돕겠다는 방송사의 요청으로 취재에 동의하여 보도됐으나 8개월 후 2차례에 걸쳐 교양프로그램과 뉴스 프로그램에 일부 편집된 영상이 무단으로 방송되었다는 겁니다. 이에 언론조정신청을 통해 500만 원의 손해배상과 함께 관련 자료를 완전 폐기하기로 합의를 했는데요. 반년 뒤 뉴스 프로그램에 10초 정도 아이의 모습이 담긴 자료화면이 또 방송되어 소송 끝에 손해배상금으로 도합 1천만원 지급 판결이 내려졌답니다.

◇ 김양원> 요즘 육아 솔루션 프로그램도 그렇고, 어린이가 등장하는 예능 프로그램들도 자주 접하게 되는데요.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아이보다는 부모의 의사로 인해 출연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 김언경> 최근 고승우 박사가 TV 성인 프로 속에 등장하는 영유아에 대해서 방심위가 입장을 내야 한다는 기사를 쓰셨더라고요. 사실 저도 KBS 2TV 예능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나오는 매우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접할 때마다 저절로 엄마 미소가 나오곤 하는데요. 고승우 박사님 목소리에 많은 부분 공감이 갑니다.
고승우 박사 주장의 핵심은 영유아의 성인 프로그램 출연에서 방송사가 보호자의 사전 동의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어린이 프로그램이 아니고 어른들이 주로 보는 시청 시간대에 방영됩니다. 어른들이 어린이를 어른의 시각에서 즐길 수 있는 방식으로 유도해 제작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도 부적절하다는 것인데요. 특히 오늘 우리가 말한 주제, 다시 말해서 어린이가 성장한 이후 초상권, 인격권 문제가 발생할 개연성도 생각해봐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프랑스, 독일 같은 경우 자녀가 부모가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SNS에 올린 부모를 제소한 사례도 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요. 보호자와 함께 출연한 미성년자들이 자신들의 어릴 적 사생활이 공개된 것에 대한 의미를 파악하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부모와 방송사의 결정에 의해 자신의 긍정, 부정적 모습이 전국에 방영되면서 성인이 되었을 경우 개인의 명예, 불이익과 관련된 초상권 문제를 피할 수 없지 않겠냐는 것이죠. 어린이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 얼마나 사랑스럽고 유익한데 뭐 그런 것까지 따지냐, 이러실 수도 있는데요. 이 우려는 단순한 기우가 아니고 우리 사회가 진지하게 고민해볼만 한 이슈라고 생각합니다.

◇ 김양원> 슈퍼맨이 돌아왔다, 최근에 TV를 보고 ‘와, 아직도 이프로그램을 하는구나..정말 장수 프로그램이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연예인 자녀들이 자신들의 의사와 관계없이 출연한다...라는 생각은 많이들 안하셨을 것 같네요.
자, 마지막으로 이주의 좋은 보도 하나씩 소개해주신다고요?

◆ 김언경> 네, 저는 좋은 보도, 뭉클한 보도를 여러분께 권하고 싶은데 제가 늘 나쁜 보도를 중심으로 이야기하는 것 같아서요. 앞으로는 좋은 보도를 꼭 하나씩 짧게라도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 김양원> 네, 이번 주에 전해주실 좋은 보도는 어떤 건가요?

◆ 김언경> 먼저 말씀드릴 것은 이건 그냥 제가 보기에 유익하고 좋은 보도여서 여러분과 공유하면 좋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어떤 절대적 기준은 없고요. 오늘 소개해드릴 보도는 지난달 방송기자연합회에서 이달의 기자상 경제 보도 부문에서 상을 받은 <화장실 직업병...산재 신청은 엄두도 못내>로 뽑아봤습니다. KBS의 보도인데요.
화장실을 제때 가기 어려워서 방광염 등 만성 직업병으로 고통을 받는 노동자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보도에서는 학습지 교사는 방문가정에 화장실을 쓰면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서 음료를 마시지도 않는다고 하고요. 학교 급식실 조리사는 많은 양의 조리를 하느라 바빠서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이 있다고도 하지만, 근무 환경 자체가 면장갑, 팔토시, 고무장갑을 끼고, 앞치마를 입고 장화를 신은 상태에서 화장실을 가기가 쉽지 않으니까 참는다는 것이죠. 그러다보니 방광염에 걸린 경험들이 여러번 있다는 겁니다. 심지어 기자가 취재한 학교는요. 업무 중에는 대변을 참으라는 지시가 있었다는 말까지 합니다.
여성 기관사도 기관사가 있는 기관차와 발전차에는 화장실이 없고, 객차로는 건너가지 못하게 막혀 있어서 열차가 서는 그 사이에 전력 질주를 해서 볼일을 보고 전력 질주 해야 한답니다. 이 KBS 보도에서는 이런 상황이 여성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남성들도 신우신염이나 전립선염에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런데도 직업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돼서 산재 인정 받은 사례는 지난해 딱 1건 있었다고 합니다. 저는 언론이 이런 크고 작은 시민들의 애로사항을 찾아내어 기사화하는 것이 참 의미있다고 생각해서 이 보도를 추천했습니다.

◇ 김양원> 네, ‘화장실 직업병’. 저는 버스기사님이나 택시 기사님들이 용변보기가 어렵다는 얘기는 들어봤는데 학습지 방문교사, 기관사 분들도 계셨다니... 이런 생리현상 조차도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어서 병을 얻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현장에서도 개선이 있길 바랍니다.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 김언경> 감사합니다.

◇ 김양원> 지금까지 김언경 뭉클 미디어 인권연구소장이었습니다.


YTN 김양원 (kimyw@YTNradio.kr)

YTN 이은지 (yinzhi@ytnradi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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