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담소] "잘못 이체 된 비트코인 맘대로 써도 무죄?"

YTN라디오(FM 94.5) [양소영 변호사의 상담소]
□ 방송일시 : 2022년 2월 11일 (금요일)
□ 출연자 : 박성배 변호사

- 은행 업무 착오로 송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 시 횡령죄 성립
-가상화폐 착오송금 사건 1,2심과 달리 대법원은 무죄 판결
-비트코인 착오송금 민사상 책임은 있어

* 아래 텍스트는 실제 방송 내용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보다 정확한 내용은 방송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 양소영 변호사(이하 양소영): 화나고 답답하고 억울한 당신의 법률 고민 함께 풀어볼게요. 박성배 변호사 함께 합니다. 안녕하세요.

◆ 박성배 변호사(이하 박성배): 안녕하세요.

◇ 양소영: 오늘 재미있는 주제 가지고 이야기 해보려고 변호사님 모셨는데요, 실제로 변호사님도 암호 화폐 해보셨나요?

◆ 박성배: 4, 5년 전에 해본 적이 있는데 가상화폐 관련 사건을 맡아서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당사자가 가상화폐를 설명해 주는데 와 닿지 않더라고요. 주식도 거의 하지 않던 시기라 가상화폐 관련 설명은 더더욱 이해가 가지 않아서 내가 직접 해보지 않고는 가상화폐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시 소액으로 가상화폐를 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 양소영: 오늘 만나볼 사건이 착오송금을 한 비트코인에 대해서입니다.

◆ 박성배: A씨는 2018년 6월 알 수 없는 경위로 자신의 계정에 199.999 비트코인이 이체되자 이중 199.994 비트코인을 자신의 다른 계정으로 옮겼습니다. 이 금액은 당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4억8000만원 상당입니다. 검사는 A씨를 기소했습니다. 주위적 공소사실로 특경가법상 횡령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예비적 공소사실로 특경가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합니다. 특경가법은 재산 범죄 피해액이 5억 원 이상인 경우 제공됩니다. 횡령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배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기소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 양소영: 횡령은 자기에게 입금된 것을 옮겼다는 것이 횡령인가요?

◆ 박성배: 은행 착오송금 사례가 대표적인 횡령사례입니다. 착오로 송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하여 횡령죄가 성립한다는 것은 확립된 판례입니다. 검사가 이 사건을 기소하면서 고민스러웠던 거예요. 착오송금사례에서 횡령죄가 인정된다면 비트코인 착오송금 사례에서도 역시 횡령죄가 적용된다고 보고 있는데 횡령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대로 가져가 버리는 경우여야 합니다. 여기서 말하는 재물은 돈이나 물건을 일컬어 말합니다. 가상화폐를 돈이나 물건으로 볼 수 있을지 법원이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거에요.

◇ 양소영: 그게 핵심이군요. 내 계좌를 관리하는 사람은 물건을 관리하는 사람으로 봐서 횡령죄 주체인데 여기서 그 물건에 비트코인도 해당하느냐가 쟁점이었군요.


◆ 박성배: 그렇다보니 검사가 주위적 공소사실로 횡령으로 기소를 하면서도 예비적으로 배임으로도 기소를 한 것입니다. 횡령죄가 인정되지 않을 경우에 대비해서 배임죄로도 예비적으로 기소하는데 배임죄가 성립하려면 타인의 사물을 처리한 자가 임무에 위반된 행위로 재산상의 이득을 취하여야 합니다.

◇ 양소영: 1-2심 판결은 어떻게 됐습니까?

◆ 박성배: 1,2심은 비트코인을 횡령죄의 객체인 '재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하고 횡령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합니다. 다만 A씨가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배임죄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합니다. 1,2심은 "가상자산은 경제적 가치를 갖는 재산상 이익으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고, A씨가 법률상 원인 없이 타인 소유 비트코인을 자신의 가상자산 지갑으로 이체 받아 보관하게 된 이상 소유자에게 부당이득으로 반환해야 한다. 법률관계 없이 돈을 이체 받은 계좌명의인은 송금의뢰인을 위해 돈을 보관하는 지위가 인정되는데 가상자산이라고 달리 취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배임죄로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합니다.

◇ 양소영: 이게 2018년 사건이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검찰에서 비트코인에 대해 압류하고 이런 절차도 있었던 거 같은데 법원에서는 이것을 재물로 보지 않았군요.

◆ 박성배: 재물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가게 되는데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 환송합니다. A씨가 배임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착오나 운영시스템의 오류로 법률상의 원인관계없이 가상자산에 이체된 경우 부당이득 반환의 의무를 지지만 이는 민사상 체무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설령 A씨가 피해자에게 직접 부당이득 반환 의무를 부담한다고 하더라도 곧바로 가상자산을 받은 사람을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 하는 자'에 해당한다고 없다"고 밝혔습니다.

◇ 양소영: 횡령도 안 되고 배임도 안 되는 겁니까?

◆ 박성배: 모두 무죄에 해당합니다. 배임죄에서 말하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 하는 자'는 신임관계가 기초되어야 한다고 봤습니다. 즉 믿고 맡기는 관계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대표적으로 부동산 이중매매가 배임죄에 해당하죠. 부동산 이중매매에서는 매도인이 매수인에게 부동산을 매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중도금까지 받은 이후 제 3자에게 매도하는 경우에 성립하게 되죠. 이때는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것이 확립된 판례인데 매도인이 계약금만 지급받은 상태에서는 계약금의 배액만 상환하면 언제든지 계약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죠. 그렇지만 매도인이 중도금까지 받은 경우에는 임의로 해약할 수 없고 소유권을 보전할 임무를 온전히 지게 됩니다. 이 경우 이때부터 매수인은 매도인에게 부동산 소유권이전사무를 믿고 맡기는 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보고 배임죄를 인정합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는 가상자산을 이체 받은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것만으로는 신임관계를 인정하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 겁니다. 대법원은 1, 2심이 배임죄를 인정한 고민은 이해합니다. 착오송금 시 횡령죄 성립을 긍정한 판례가 존재하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상자산은 법정화폐에 준하는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등 법정화폐와 동일하게 취급하고 있지 않고 있고 그와 동일하게 보호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취지로 배임죄에 대해서도 무죄취지로 파기환송합니다.

◇ 양소영: 다시 정리해주시면 검찰에서 횡령으로 기소했는데 횡령에 대해서도 1, 2심에서 무죄가 났고 배임에 대해서는 유죄가 났는데 대법원에서는 이 부분까지 무죄가 났단 말이에요.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겁니까?

◆ 박성배: 아무 처벌도 받지 않게 됐습니다.

◇ 양소영: 이 사람은 자기 주머니에 갑자기 들어온 15억 상당의 비트코인을 다른데로 옮겨서 이익을 취했는데.

◆ 박성배: 당연히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 채무를 부담하기 때문에 착오 송금한 사람은 민사소송을 통해서 그 재산을 다시 돌려받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현재 법에서는 죄형법정주의의 원칙상 형사처벌은 부과할 수 없다는 것이 대법원의 핵심요지입니다.

◇ 양소영: 그래도 민사상으로는 된다는 거죠. 법의 구멍이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암호화폐를 투자하는 분들이 늘어났는데 이런 분쟁이 예상됩니다. 앞으로 어떤 것들이 보완되어야 하겠습니까?

◆ 박성배: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인 특금법이 시행되면서 가상화폐가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온전히 가상자산이 제도적으로 인정되었다, 법적으로 제도화 되었다, 법제화 되었다고 평가하기는 이릅니다. 대선후보들도 가상화폐와 관련된 공약을 내놓고 있는 실정인데 2018년에 대법원이 비트코인에 대해서도 몰수가 가능하다는 취지의 판시를 합니다.

◇ 양소영: 실제로 검찰에서 그 부분을 몰수하지 않았습니까.

◆ 박성배: 대법원 판결 이후로 검찰에서 활발하게 몰수추징 구형을 하고 있는데 당시 대법원이 가상 자산도 재산적 가치가 있는 무형의 재산으로써 특정할 수 있기 때문에 범죄수익은닉규제법에 따라 몰수가 가능하다고 판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사건에 따라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론에 따라 형사 처벌 여부 등이 결정되고 있는 실정인데

◇ 양소영: 사안마다 달리 적용되고 있어서 일률화 시킬 필요가 있겠군요.

◆ 박성배: 오늘 다룬 사례에서는 어떤 분이 듣기에도 부당하게 느껴지실 수 있잖아요. 가상화폐관련 형사 처벌 규정도 조만간 마련되지 않을까 싶어요. 법은 현실을 따라 가야하니까요.

◇ 양소영: 법이라는 것이 일반인의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 맞을 거 같은데 우리가 이것을 실제로 재물로 여기고 있고 금전에 준하는 가치로 여기고 있다면 여기에 맞춰 판례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오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YTN 장정우 (jwjang@ytnradi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