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산대교 남단 곳곳 '균열'...서울시는 "문제 없다"?

단독 성산대교 남단 곳곳 '균열'...서울시는 "문제 없다"?

2022.03.22. 오전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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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성산대교는 건설된 지 40년이 넘으면서 노후화한 터라 2025년 완료를 목표로 보강공사가 한창인데요.

이미 공사가 끝난 구간에서 무더기로 균열이 생긴 사실이 YTN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황윤태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서 영등포구 양평동으로 이어지는 성산대교 남단입니다.

교각에 얹힌 상판 콘크리트 곳곳에 생긴 균열들이 이리저리 뻗어 있습니다.

43톤이 넘는 대형 화물차까지 다닐 수 있게 하는 보강 공사를 지난해 3월 마쳤는데, 벌써 이상 징후가 나타난 겁니다.

문제가 생긴 곳은 올림픽대로로 이어지는 남단 접속교 부분입니다.

폭 9m짜리 바닥 판 3개가 연이어 설치돼 있는데요.

보시는 것처럼 금이 하나도 가 있지 않아야 할 바닥판 곳곳이 갈라져 있습니다.

균열이 간 교량 바닥 판은 '프리캐스트 콘크리트'로 시공됐습니다.

현장에서 바로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대신 공장에서 미리 만든 콘크리트를 가져와 까는 공법입니다.

서울시는 공사 기간을 3개월 줄이겠다며 공사 도중 8억 원 넘는 추가 비용을 들여 공법을 바꿨는데 완공 1년도 안 돼 문제가 생긴 겁니다.

YTN이 확보한 서울시 내부 문건을 보면, 균열 원인으로 네 가지가 거론됐습니다.

애초 바닥 판 재료가 잘못 계량됐거나, 양생 당시 시멘트 온도가 잘못됐을 가능성, 운반 또는 설치 과정에서 부주의했을 가능성이 언급됐습니다.

서울시가 외부 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더니 시공 당시 바닥 판 사이 간격을 제대로 못 맞춰 특정 부위에 과도한 힘이 가해진 탓으로 결론 났습니다.

부실시공으로 균열이 생겨났단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 일부 구간에서 바닥 판하고 정확하게 일치가 돼야 하는데 약간 들뜸이 나온 데가 있어요. (공사) 초기에. 무게가 분산돼야 하는데…. (들뜸이 있어 균열이 발생했습니다)]

서울시는 조만간 보수 공사를 진행하고, 시공사와 감리업체에도 부실시공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황윤기 / 서울시 교량건설과장 : 시민들의 안전에 중대한 영향 끼친 사안이라고 판단 되면 감독한 감리사라든지, 시공한 시공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서울시도 공사를 발주하고 주관한 주체라는 점에서 공사 감독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YTN 황윤태입니다.


[앵커]
보강 1년 만에 균열이 난 성산대교 남단 부분은 공사 자재에 대해 제대로 된 성능시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YTN 취재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중에 따른 파손 가능성을 측정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콘크리트 피로도 시험 등을 생략한 건데요.

서울시는 엉뚱한 평가 결과를 내세우며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계속해서 황윤태 기자입니다.

[기자]
1980년 완공된 성산대교는 하루 통행량이 15만여 대에 육박합니다.

서울 한강을 가로지르는 31개 대교 가운데 한남대교에 이어 두 번째로 붐빕니다.

이처럼 차량이 많이 다니는 큰 다리는 하중으로 인한 교량 파손 가능성, 즉 피로도를 미리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때문에 국토부 규정에도 성산대교 같은 대형 교량이나 주요 도로 공사 때는 바닥 판에 2백만 회가량 진동을 가하는 피로도 시험을 반드시 하게 돼 있습니다.

그런데 YTN 취재 결과 서울시는 성산대교 남단 보강공사 당시 바닥에 까는 프리캐스트 콘크리트의 피로도를 시험하지 않은 거로 파악됐습니다.

바닥 판의 균열 가능성과 지지력·안정성을 확인하는 시험 역시 생략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서울시는 문제가 없다는 태도입니다.

바닥 판 안에 들어가는 철근의 저항력이 충분해 피로도 시험이 따로 필요하지 않다는 겁니다.

[서울시 관계자 : 그건 제가 알고 있기론 강교(에 깔리는) 바닥판에 대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해명이 전형적인 논점 흐리기라고 비판합니다.

서울시가 강조하는 철근의 저항력만으론 바닥 판 콘크리트 전체에 가해지는 하중의 영향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조원철 / 연세대 토목공학과 명예교수 : (피로도 시험은) 기구로 (콘크리트를) 때렸을 때 깨진다던지 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을 보는 건데, 그걸 안 했다? 그건 말이 안 되죠.]

[고택진 / 건설업계 관계자 : (바닥 판) 완제품에 대한 시험을 해야 하는데 완제품은 (시험을)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업체 말만 듣고 (바닥 판을) 설치했기 때문에…. (균열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성산대교 부실시공 의혹과 관련한 공익 신고를 접수하고 공사 관계자들과 서울시를 상대로 조만간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YTN 황윤태입니다.



YTN 황윤태 (hwangyt264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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