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있저] 함께 걷고 같이 타자는데 "비문명적"?

[뉴있저] 함께 걷고 같이 타자는데 "비문명적"?

2022.03.28. 오후 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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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종로구 지하철 4호선 혜화역 2번 출구 앞에 이 동판이 설치돼 있습니다.

뇌병변 장애가 있던 서른 살 이규식 씨입니다.

야학을 다녀오다가 지하철역 리프트에서 떨어져 숨졌습니다.

그 이후에 여기서 이동권을 외치다고 동판에 새겨져 있죠. 사망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있었습니다.

그 조정 결과는 500만 원 배상입니다.

이 추모 동판을 새긴 까닭은비록 500만 원이지만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의 법이 장애인 이동권을 인정한 첫 번째 사례가 바로 이곳이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도 그런데 장애인들은 계속 추락해서 숨지고 있습니다.

리프트 추락 사망 사고. 2001년, 2002년, 2017년, 저 이름들 기억 나실 겁니다. 또 이게 사망사고의 전부가 아닙니다.

이건 휠체어 추락사고고 또 이런 것도 있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이 지하철이나 역 선로에서 추락하는 사망사고들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건 그나마 언론 보도로 알려진 사망사고들입니다.

중상을 입었거나 중상 후에 치료받다가 사망한 것들이 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이걸 보십시오. GDP 대비 장애인에게 복지로 지출되는 예산이 얼마나 되는가. OECD와 우리나라를 비교했습니다.

이게 2.19에서 2.93, 2.02. OECD의 평균이죠. 우리는 0.49에서 0.61. 물론 GDP가 커지고 있으니까 유지된다는 뜻은 조금씩 커지고는 있다는 뜻이죠.

그러나 OECD 평균에 비교하면 형편없이 낮습니다.

아마 35개 국가 중에 32위나 33위 정도입니다.

법을 만들고 기획재정부를 통해서 예산을 확보해서 써야만 장애인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그나마도 살 수 있는 그런 상황이 되는데 그것 때문에 시위를 하는 건데 정치권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거 불법 시위다.

당대표는 이렇게 얘기하고. 당의 국회의원은 가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그런데도 사과할 생각도 전혀 없다.

비문명적인 시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얘기를 합니다.

이제 이 야당 대표는 곧 여당 대표가 되는데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시위는 여당 대표로서는 해결할 과제이지 이렇게 따지고 들 문제가 아닙니다.

시를 한편 제가 가져왔습니다.

20년 전에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하던 그 현장에 한 장애인이 썼던 시입니다.

우리는 소리 없이 가슴을 치고 있는데 땅 위에서나 지하철을 따라 내려가서 땅 속에서나 우리는 말 못하는 개미만도 못한 처지냐. 청문회, 재보선, 대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우리는 함께 걷고 함께 타는 목숨 같은 이동권이 필요하다.

20년 전에 이 시를 썼던 그 장애인은 아마 지금도 지하철역에서 자신의 비석에 비문을 새기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변상욱의 앵커 리포트였습니다.


YTN 변상욱 (byunsw@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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