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완전 노예였다"...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갑질' 파문

단독 "완전 노예였다"...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갑질' 파문

2022.03.29. 오전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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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YTN은 지난해부터 수행기사를 상대로 한 대기업 임원들의 갑질 문제를 연속 보도하고 있는데요.

이번에는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이 수행 기사를 가족 행사나 유흥주점 방문에 수시로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수행기사는 이번에도 사적 지시와 52시간이 넘는 초과 근무에 시달렸고, 역시나 제대로 된 대가는 받지 못했습니다.

김철희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인천시 연수구에 있는 한 술집.

건물 1층과 지하를 일반음식점으로 등록해 유흥업소 집합금지 기간에도 운영을 해왔던 곳입니다.

그런데 위층 유흥주점에서 일하던 접객원들이 밑으로 내려와 손님과 함께 술을 마시는 형태로 운영됐습니다.

[술집 관계자 : (접객원들이) 간단하게 앉아서 술 마시고 빠지고, 빠져 주고…. 2·3층 영업 안 한 지, 코로나 시작되고 나서부터 아예 안 해서….]

일반음식점에 접객원을 두는 것 자체가 명백한 식품위생법 위반입니다.

[지자체 관계자 : 접객원하고 같이 술을 마시거나 뭐 먹는 거는 불법 사용이 되긴 하는데 코로나랑은 상관없이 언제든 그거는 불법이 되는 거죠….]

YTN 취재 결과 현대두산인프라코어 A 부사장은 이곳을 수시로 출입하면서 회사 차량과 수행기사를 동원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해 8월 7일 등 유흥업소 집합이 금지된 기간을 포함해 한 달에 여러 차례 이곳을 방문했다는 것이 수행기사의 증언입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단골 술집이었기 때문에 평균적으로 한 달에 서너 번이라고 보시면 되고요. 완전히 노예 같았어요.]

사적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었습니다.

지난해 5월에는 부사장이 장인상을 당했는데 퇴근한 수행기사를 밤에 불러낸 뒤 3일 동안 인천과 서산을 오가도록 지시했습니다.

근무일지에 '쉬는 날'로 기재된 때에도 약속이 있다고 불러내 운행을 시키는 등 부당 지시는 일상이었습니다.

이러면서 주 52시간이 넘는 초과 노동이 반복됐지만 수당은 전혀 없었습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무늬만 그냥 정규직으로 바뀐 거에요. 오히려 파견직, 계약직보다도 못한 거죠. 수당 자체가 아예 없는데….]

이러한 부당 노동 행위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가능하고 두 번째로는 근로기준법상 휴일 야간 등등의 업무 시간 이외에 업무 지시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 외 근로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임금 체불에 해당하고….]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은 회사 명의로 낸 입장문을 통해 수행기사에게 사적 지시를 내린 사실을 모두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도 임원 수행기사들의 주 52시간 초과 근무 여부를 살피고 지침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잊을 만하면 반복되는 대기업 수행기사에 대한 갑질 문제.

재발을 막으려면 열악한 환경 속에 처한 사각지대 노동에 대해 주기적인 관리 감독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앵커]
이처럼 부당 지시에 시달리던 현대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수행기사는 사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다 갑자기 업무에서 배제됐습니다.

회사는 임원 차량 운전 보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대신 주유차나 대형 버스 운전을 해보라고 지속적으로 종용했다는데요.

결국, 수행기사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계속해서 김철희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부사장 수행기사로 일하던 B 씨는 지난해 12월쯤, 사내에서 수행기사 처우 등 여러 문제를 적극적으로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그로부터 한 달여 뒤,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부사장이 돌연 보직 해임을 통보했습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완전히 취해서 집에 복귀하는데 그날 그러더라고요. '너 잘렸어 인마, 기사 새로 뽑았다.' 그러면서 '너는 1월 19일까지 일하고 그만두는 거야' 그러더라고요.]

갑작스러운 통보 직전까지도 B 씨와는 전혀 상의가 없었습니다.

이후에는 회사 기숙사에서 내쫓아 서울 집에서 인천까지 매일 출퇴근하라고 지시한 뒤 따로 불러내 무관한 자격증 취득까지 요구했다는 것이 B 씨의 주장입니다.

[B 씨 / 부사장 수행기사 : 수행기사한테 위험물 관리 자격증을 따가지고 주유차를 운전하거나 대형 면허를 따서 의전 버스를 운전하라는 지시를 한 겁니다. 저를 하라고 하는 것 자체도 이해도 안 되고….]

결국, B 씨는 일을 그만뒀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두산인프라코어는 B 씨가 다른 수행기사들과 반복적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등 업무에 부적합하다고 판단해 적법한 절차에 따라 인사 조처한 거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자격증 취득을 제안한 것은 해당 업무에 필요한 능력을 기르도록 권유한 것일 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일방적으로 업무를 바꾸는 것은 '부당 전보'에 해당한다고 설명합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정당한 이유 없이 노동자의 직무를 바꿀 수 없기 때문입니다.

[김종진 /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애초에 본인의 업무와 다른 업무로 배치했고 본인이 동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배치한 것은 부당 전보의 배치에 해당하고요. 본인이 퇴사하고 나왔지만, 이 퇴사가 강요에 의한 혹은 괴롭힘이 있는 퇴사라면 이것도 부당해고로 노동위원회의 구제 절차를 밟을 수 있습니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된 지 4년째.

노동자에 대한 괴롭힘과 갑질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보입니다.

YTN 김철희입니다.



YTN 김철희 (kchee21@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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