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국노총 노조비 6억 '횡령'...법인카드까지 유용

단독 한국노총 노조비 6억 '횡령'...법인카드까지 유용

2022.04.11. 오전 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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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본부노조계좌 입출금 내역
퇴직금·복지비 계좌에서도 현금 반복 인출
15년째 노조 위원장 진병준만 인출 체크카드 소지
위원장, 산하 지부·분과 계좌에서도 현금 인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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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지난해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위원장의 횡령 의혹과 관련해 YTN 취재진이 결정적 증거로 보이는 노조 통장 내역을 확보했습니다.

통장에서는 같은 날 100만 원씩 수차례에 걸쳐 현금을 인출하는 등 지난 3년 동안만 모두 6억 원 넘는 돈이 빠져나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박기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YTN이 확보한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본부의 노조비 계좌 입출금 내역입니다.

주로 한 번에 100만 원씩, 적게는 20만 원씩 같은 날 여러 차례에 걸쳐 인출됐습니다.

1회 인출 한도인 100만 원에 맞춰 많게는 하루에 500만 원 넘게 빼내 간 건데, 3년여 동안 거의 같은 식의 인출 기록이 반복됐습니다.

노조원 퇴직금과 복지비 등을 위해 쓰이는 계좌 기록에서도 반복적인 현금 인출 기록이 그대로 남아있습니다.

인출이 가능한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던 건 15년째 건설산업노조 위원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진병준 씨뿐이었습니다.

모두 합치면 3억 원이 훌쩍 넘는 돈을 3년 9개월 동안 현금으로 빼돌렸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건설산업노조 산하 지부와 분과 계좌도 진 위원장이 자기 멋대로 사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건설사들이 노조원의 임금 명목으로 지급한 돈을 모은 계좌에서도 마찬가지로 현금 인출이 이뤄졌다는 겁니다.

[육길수 /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사무처장 : 충청지부에 있는 근로시간 면제자 급여 통장이 4억에서 5억 있어야 할 통장에서 돈이 전부 빠져나갔고…. (진 위원장은) 알아봤자 좋을 게 없다. 내가 잘 알아서 한다, 이런 식이었죠.]

이렇게 각 지부, 분과에서 빠져나간 돈 3억3천만 원까지 합치면 전체 횡령 의혹 액수는 6억3천만 원이 넘습니다.

진 위원장은 인출 사실은 인정했지만 대부분 금액을 돌려놓아 문제없다고 직원들에게 공언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업무상 횡령 혐의가 적용되면, 이익금이 5억 원이 넘기 때문에 가중처벌도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특히 범행을 이미 실행했다면 빼돌린 돈을 돌려놓더라도 충분히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장희진 / 지음법률사무소 변호사 : 횡령이 성립한 이후에 금전을 반환했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된 범죄에는 영향이 없고 다만 피해를 복구한 부분에서는 나중에 감형 요소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7월 진 위원장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한 경찰은 주변인을 불러 인출된 돈이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YTN 박기완입니다.

[앵커]
3년 동안 노조 계좌에서 6억여 원을 빼 간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조 진병준 위원장은 법인카드와 업무추진비도 사적으로 썼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습니다.

YTN 취재진이 사용 내역을 직접 살펴봤더니 주말에 유원지나 호텔에서 4억 원 가까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어서 이준엽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기자]
6억 원대 노조비 횡령 혐의로 고발된 진병준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YTN 취재진이 입장을 듣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지만 진 위원장은 이내 자리를 피했습니다.

[진병준 /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 (고발된 것 때문에 말씀 좀 여쭤보려고 하거든요) 아니 저 지금 다른 일정 있어서. 찍지 마십시오.]

진 위원장은 취재진을 피해 한국노총 건물 곳곳을 돌아다니면서도 의혹에 대해선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의 피땀이 어린 돈이잖아요. 어디에 사용했는지 말씀해주셔야죠.) …."

결국, 다시 노조 사무실로 뛰어들어갔고, 문을 굳게 잠그며 질문을 회피했습니다.

잠시 뒤 취재를 피하려던 건 아니었다며 전화로 해명을 내놓았습니다.

[진병준 /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위원장 : 집회하거나 뭐 여러 군데 할 때 보면, 좀 (현금이) 사용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조합원들이 애경사 있을 것 아닙니까. 위원장이 가는 데 통장 입금해서 그냥 가진 않잖아요.]

진 위원장에 대한 횡령 의혹은 노조비 관련만이 아니었습니다.

YTN이 확보한 진 위원장의 법인카드 사용기록에서도 수상한 흔적들이 드러났습니다.

진 위원장은 본인이 살던 천안 일대나 노조 본부가 있는 서울 말고도 창원과 안성 등 다양한 곳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진 위원장은 출근을 안 하는 주말도 꾸준히 법인카드를 사용했습니다.

마트나 유원지, 심지어는 호텔 비용까지 줄줄이 법인카드로 결제했습니다.

이렇게 업무시간도 아니고 업무와 관련도 없는 곳에 사용한 법인 카드 비용이 1억4천만 원에 이릅니다.

[김대근 / 한국 형사·법무정책연구원 법무정책연구실장 : (노조) 정관에조차 없다 할지라도 그것은 자기가 보관하고 있는 타인 소유의 재물이기 때문에 임의로 사용하게 되면 횡령죄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진 위원장은 이뿐만 아니라 노조 통장에 있는 돈을 자신에게 직접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업무추진비와 기밀비, 판공비처럼 용도가 뚜렷이 정해져 있는 돈 2억5천만여 원이 이렇게 흘러나갔습니다.

법인카드 기록과 비교해보니 업무와 관련 없는 엉뚱한 곳에서 쓸 때 송금을 요청한 정황이 드러났습니다.

직원들은 뒤늦게 위원장의 통장을 들여다보고서야 수상하단 걸 깨달았습니다.

[표순동 / 전 한국노총 전국건설산업노조 조직실장 : 참 답답했죠. 한 조직의 수장이라 그러면 해야 할 게 있고 안 해야 할 게 있거든요. 근데 저희 CMS 계좌가 어떤 거냐면 조합비란 말이에요. 오로지 100% 조합비에요.]

충남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조만간 진 위원장을 불러 조사한 뒤 구속 영장 신청 여부를 결정할 방침입니다.

YTN 이준엽입니다.


YTN 박기완 (parkkw0616@ytn.co.kr)
YTN 이준엽 (leejy@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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