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용산기지 담장 밖 '발암물질 510배'...공원 조성 '난제'

단독 용산기지 담장 밖 '발암물질 510배'...공원 조성 '난제'

2022.04.13. 오전 0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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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집무실이 들어설 국방부 청사 주변에 있는 용산공원 완공을 앞당겨 국민들에게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는데요.

이를 위해선 용산 미군기지 오염 문제부터 우선 해결되어야 합니다.

YTN 취재 결과 가장 최근에 기지 주변을 조사한 결과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이상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는데, 기지 안은 조사조차 못 하는 상황입니다.

홍민기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이후 집무실이 들어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인근.

청사 뒤쪽의 미군 부지인 '사우스포스트' 바깥 담장 바로 아래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봤습니다.

지하 6m 아래에서 채취한 지하수입니다.

겉으로 보기엔 맑아 보이지만, 직접 냄새를 맡아보면, 기름 냄새가 강하게 납니다.

사우스포스트 주변에는 이렇게 지하수를 퍼 올리기 위한 관측공과 양수정이 모두 50여 개 설치돼 있습니다.

남영동 전쟁기념관 인근에 있는 '캠프 킴' 주변 27곳에서도 분기마다 지하수 채취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군 기지 주변의 땅과 지하수 오염도는 어떨까.

지난해 10월, 사우스포스트 주변에선 발암물질인 벤젠이 기준치의 510배 넘게 검출됐습니다.

'캠프 킴' 주변에서도 기름에 의한 토양 오염을 의미하는 TPH가 리터 당 900mg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학교나 공원 부지에 적용되는 기준치를 두 배 가까이 넘은 겁니다.

더 큰 문제는, 반환이 완전히 이뤄지지 않아 기지 안 오염 상황은 알 길이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 이곳에서 기름 유출 등 환경 오염 사고가 일어난 사례가 확인된 것만 적어도 백 건에 가깝습니다.

[정규석 / 녹색연합 사무처장 : 기지 외부에서도 오염 정도가 기준치의 500배, 천 배인데, 오염원 자체인 미군기지는 그냥 둘 수 없죠.]

윤 당선인은 용산 미군 기지를 돌려받아 신속하게 시민 공원을 만들겠다고 밝혔는데, 전문가들은 오염 정화 없이는 자칫 시민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재우 / 한양대학교 건설환경공학과 교수 : 땅으로 비가 와서 물이 들어간다면, 지하수를 통해서 오염 물질이 이동해서 다른 곳으로 이동할 수도 있겠죠. 한강으로 들어간다거나, 다른 지하수로 오염이 될 수도 있고….]

시민단체는 새 정부가 오염 정화 계획 없이 공원 조성 계획을 무리하게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김은희 / 용산공원시민회의 대표 : (현 정부 발표에서) 공원을 조성하는 데 7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지금 당선자가 알고 계시는지…. 그냥 올해 만든다고 하는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고 느끼고….]

윤석열 당선인이 이끄는 인수위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작업에 속도를 내면서, 오랜 기간 용산 미군기지 아래 묻혀 있던 환경 오염 문제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앵커]
용산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 사업은 이전 정부에서도 항상 논의됐지만 그때마다 환경 오염 문제라는 암초를 만나 번번이 좌절됐습니다.

환경 오염과 그에 따른 비용 문제를 미국이 적극 해결하려 하지 않는 한 새 정부에 들어서도 기지 반환과 용산공원 조성 계획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계속해서 홍민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용산 미군 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 계획을 처음 공식화한 건 노태우 정부 때입니다.

지난 1990년, 용산 기지 이전을 합의하고, 공원 조성 계획을 발표한 겁니다.

하지만 비용 문제로 이전 계획이 미뤄졌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도 추진했는데 2001년 용산 기지 인근 녹사평역에서 기름 유출 사고가 일어나면서 여론이 싸늘하게 바뀌었습니다.

당시 주한미군은 관련성을 부인했지만, 한미 공동조사 결과 기지 내 유류 탱크에서 휘발유가 유출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재철 / 녹색연합 자연생태국 부장(지난 2001년 5월) : 이태원, 삼각지, 후암동 일대 지역에 지하수를 타고 계속해서 오염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노무현 정부에선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했던 만큼 기지 반환과 용산 공원 추진에 더욱 공을 들였습니다.

결국, 2006년에 '용산공원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기도 했습니다.

[노무현 / 전 대통령(지난 2006년 8월) : 용산공원은 지금 세대만이 아니라, 미래 세대들에게도 소중한 자산입니다.]

하지만 기지 이전 비용과 환경오염 문제, 그리고 한반도 안보 등 여러 사안이 얽히면서 부지 반환율은 10%대에 머물렀고 공원 조성 완료 시점도 2028년, 2045년 등 고무줄처럼 변해왔습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지난해 말에 와서야 용산기지 반환과 공원 조성 시점을 "N+7년"으로 발표했습니다.

기지 반환 시점이 언제일지 모르지만, 돌려받더라도 공원을 조성하는 데엔 7년은 걸린다는 겁니다.

핵심 쟁점은 오염 정화 사업과 관련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의 '오염자 부담 원칙'에 따르면 미국 측이 정화 비용을 내야 하지만, 미국은 이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현 정부는 일단 우리 돈으로 정화한 뒤 미국에 청구하겠다는 입장인데 이 역시도 미국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윤석열 당선인은 용산공원 조성을 앞당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윤석열 / 대통령 당선인(지난달 20일) : 용산 대통령 집무실 주변에 수십만 평 상당의 국민 공원공간을 조속히 조성하여 임기 중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습니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도 번번이 좌절됐던 만큼 조성 시기를 앞당길 경우 이 과정에서 졸속 합의가 이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정규석 / 녹색연합 사무처장 : (우리 정부가) 시간을 못 박고 그전에 무조건 반환을 받겠다, 25%든, 100%든 반환을 받겠다면 조건은 딱 하나죠. 미군이 요구하는 모든 조건을 들어줘야 한다.]

백 년 넘게 외국 군대가 주둔했던 용산기지는 환경 오염뿐 아니라, 남북미 관계 등 여러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곳입니다.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무리하게 계획을 추진하기보다는, 국민 안전과 국익을 우선하는 접근이 필요해 보입니다.

YTN 홍민기입니다.


YTN 홍민기 (hongmg1227@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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